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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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임성순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48p



장르종합선물세트



때때로 아무생각 없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집어든 작품에서 레전드급 재미를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로지 감과 느낌에 의지한 초이스와 그 감이 맞아 떨어졌을때의 기분좋은 쾌감...그리고 내겐 무명이었던 아무개 작가는 완소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기에 작품에 대해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었고 오로지 띠지의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오컬트, 패러디……"라는 문구에 끌려 서평단을 신청한 책인데, 그 막연한 기대감이 완전히 적중한 것이다.



그동안 장르문학 앤솔러지나 출판사 공모에 투고했던 단편들과 이 단편집을 위해 새롭게 써낸 단편을 모아 6가지 독특한 발상의 강렬한 색체를 띈 작품집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공포와 호러, SF를 넘나들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선보이는 극단적 세계와 그 안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무섭도록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칼날로, 웃픈 블랙코미디로, 잔혹한 크로테스크 호러로, 외로운 쓸쓸함으로...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개성넘치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1. 몰:mall:沒

군제대 직후부터 기울어진 집안을 위해 노가다 판에 뛰어든 일용직 청년에게 새롭게 떨어진 임무...정부관리자와 경찰이 지켜보는 앞에서 건물 잔해를 파헤쳐야 한다...

-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건물 잔해를 난지도로 실어와 그곳에서 시체와 잔해를 분리했다는 짧막한 신문기사를 모티브로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작품안에서 '삼풍'이라는 직접적 언급은 없다. 다만 당시 엄청난 희생자를 낳았던 이 전대미문의 사고를 축소, 은폐하려는 국가의 만행과 잔혹한 현실 앞에서 멘탈이 붕괴되어가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비극으로 가슴을 후벼판다. 대형사고 후 망각....그리고 또다시 인제로 인한 대형사고가 터지는 한국사회 특유의 무능력한 위기대응 로테이션은 이후에도 계속되니까 말이다...

 


2.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신인 미술작가들을 발굴하고 이 작품들을 부유층에 고가에 팔아넘기는 미술 브로커였던 남성은 뜻하지 않은 예술작품 탈세 사건에 연루된 후 쭈욱 내리막길을 달린다. 이혼에 파산위기에도 정신못차린 남성은 해외로 시장을 넗힌다며 미국으로 떠나고, 예술관계자들이 참석한 파티에서 우연히 기묘한 전시회에 관해 듣게된다. 프라이빗하고, 강렬하고, 위험한 전시회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에 관심이 동한 남성은 전시장을 찾아가는데....

- 영화 [상류사회]에서 특권의식을 가진 상류층 사람들이 예술의 본질을 호도하고 권력과 부의 도구로 사용하던 장면이 떠오른다...AV배우 '하마사키 마오'의 육체로 그려낸 미술작품을 보고 현웃터졌었는데, 작품 초반엔 거품이 잔뜩낀 미술업계의 현실을 냉혹하게 비판하는 사회비판물로 가는가 싶더니 비밀에 쌓인 전시회가 언급되면서 부터는 하드고어 호러로 분위기 급변한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오쓰이치'의 단편집 [메리 수를 죽이고]에서 마지막 단편 [에바 마리 크로스]와 비슷하면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이 떠오르는...비밀스럽고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한 피의 축제가 벌어진다. 예술과 오컬트 악마숭배가 뒤섞인 웨스턴 공포 단편이었다.   



3. 계절의 끝

종말학자를 남친을 위한 목숨건 단심가

- 사회비판, 하드고어를 잇는 이번 작품은 SF...무려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의문의 사고와 함께 2년간의 겨울이 찾아오고 생존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주인공 여성의 고군분투가 아련한 일상적 남친과의 에피소드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교차된다. 전지구에 몰아친 극한 상황과 한 생존자의 애틋한 사랑이란 급격한 갭의 차이만큼 뛰어난 몰입감과 감정이입이 되는 작품이었다. 작품속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종말의 이유가 공교롭게도 얼마전 들었던 인기팟캐 '엘랑'작가의 [우주별곡]의 Ep.14~15에서 다뤘던 [대멸종 시나리오 TOP 7] 중 한가지 이유가 다뤄지니 이 어찌 신기한 우연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단편속 종말을 야기하는 대멸종 인자는 팟캐의 몇 위일지..ㅎㅎㅎ 익숙한 소재지만 그 익숙함이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4. 사장님이 악마예요

악마 사장님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 이 지옥같은 시대에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건 어쩌면 지옥보다 더한 불지옥을 걷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코믹한 사회풍자와 촌철살인 그리고 오컬트...-_- 이 작품집을 위해 쓰여진 단편인데, 급하게 쓴 탓인지 중도에 끊은듯한 결말이 아쉽다. 좀 더 딥하고 극악의 오컬트를 보여줬어도 좋았을듯...



5. 불용(不用)

마음이 구멍난 열쇠수리공의 이야기

- 6편의 단편중 가장 감성적이고 쓸쓸한 작품이다. 세상과 단절된 주인공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은 '자물쇠 없는 열쇠'를 깎는 일이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받고 상처받던 주인공은 급기야 가슴에 구멍이 나버리고...이 텅빈 구멍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작가 자신의 감정이 묻어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 좀 더 작품을 와닿게 한다. 나의 구멍난 마음속엔 어떤 물건들이 담겨 있을지 생각해 본다.



6. 인류 낚시 통신

인류의 휴머니즘 실현을 위해...인류를 낚는다.

- 작품을 읽고 작가 후기를 보고나서야 이 작품이 [은어낚시통신]이라는 작품의 패러디(혹은 오마쥬)라는걸 알았다. 상당히 원작과 대구를 맞추려 공들인듯 한데, 원작을 전혀 모르니 100% 즐겼다고는 볼 수 없겠구나....허나 패러디의 원소스를 모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건 없던것 같다. 패러디던 오마쥬건 비틀기던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뇌에 때려박히니 말이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역겨운 정치판 + 인구폭발 + 휴머니즘의 실종이란 신랄한 사회비판에 한국판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을 양념으로 얹은듯한 느낌이다. 인류 낚시 통신의 대의를 위해 일반인들 속에 암약한 이들은 과연 어떤 계략을 획책할것인가.....



"아마 모르셨겠지만 이 소설집의 콘셉트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준비했어' 입니다. ~중략~ 사실 소비자 맞춤으로 구성했다기보다는 제가 써보고 싶은, 지금까지 안 써봤던 걸 쓰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중략~ '한번 해보지 뭐....' 이렇게 해서 쓰게 된 소설입니다." _작가의말_241p



매우 솔직한 작가의 변이긴 한데, 한가지 간과해선 안되는건 누구나 쓰고 싶다고 해서 다 쓸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다. -_- 다양한 장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각 특성에 맞는 재미포인트와 그 안에 자신만의 메시지까지 녹여내는 능수능란한 필력은 그저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나올 수 없으리라...개인적으로 6편 모두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이 소설집을 읽다보니 오래전 '오츠이치'의 단편집 [Zoo]를 읽었을때의 신박한 감정이 살짝 되살아 났다. 오로지 극렬한 사회비판만 있었다면 이렇게 집중하지 못했으리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찰진 비판과 풍자가 문학의 마이너 장르와 성공적으로 이종교합되어 입가엔 쓰디쓴 웃음과 가슴속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임성순'이란 이름 석자가 뇌리에 박혔으니 앞으로 여러 작품들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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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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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2019년 초판)

저자 - 커크 월리스 존슨

역자 - 박선영

출판사 - 흐름출판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28p



탐욕에 눈이 멀어 양심을 내다 판 악질덕후



영국 트링자연사 박물관에서 299마리의 새 가죽을 훔쳐 달아난 '에드윈 리스트' 사건을 수년간의 추적과 자료수집, 인터뷰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논픽션 실화 [깃털도둑]이 출간되었다. 본인은 정식 판본 출간전 사전 서평단에 참여했었고, 운좋게 가제본으로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머...깃털 도둑이라는 제목만 봤을땐 상식적으로 조류중에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종이 있고(공작새처럼..) 그 아름다운 무늬에 매혹되 박물관까지 침입하여 새 가죽을 훔쳤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작품을 읽고 나니 차라리 조류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절도가 오히려 낫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_-;;;;; 



덕후...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소위 매니아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엔 긍정적인 의미로 순화되었지만 얼마전만 해도 폐쇄적이고 편집증적인 모습에 비정상적인 광기를 지닌 사람이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던 말이다. 이런 덕후들은 일단 뭔가에 한번 빠지면 정말로 미쳐버리는데 점찍어둔 컬렉션을 소장하기 위해 불법도 서슴치 않는 집착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에드윈 리스트'가 이 미친 덕후였던 것이다....



트링 자연사 박물관에는 찰스 다윈의 라이벌로 아마존에서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각종 생물들을 연구하고 표본을 수집한 박물학자 월러스의 표본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다. 월러스는 아마존의 생태를 연구하며 다윈과 마찬가지로 생물의 선택적 진화를 도출해낸 생태학자인데, 그는 극락조를 비롯하여 집까마귀, 푸른채터러 등 평생모은 수천종의 표본 자료들을 인류의 과학발전을 위해 트링 박물관에 기증한다.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분명 활용 가치가 있을것입니다. 새 가죽에는 과학자들이 아직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철저히 보호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by 월러스



그로부터 100년 뒤...2009년 6월 23일밤...가로등이 비치지 않는 뒷골목에 한 남자가 트링박물관 창문을 깨고 그 틈으로 숨어든다. 그가 도착한 곳은 조류보관실...서랍에 보관중이던 집까마귀 47마리, 왕극락조 37마리, 케찰 39마리 등등 16종, 총 299마리의 새가죽을 돌돌 말아 트렁크에 훔쳐 넣고 유유히 뒷골목으로 빠져나와 기차를 타고 자신의 하숙집으로 귀가 한다. 그로부터 한달뒤에야 새가죽 도난을 발견한 박물관 큐레이터는 그제서야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남아있는 증거는 이미 사라진 뒤...우리의 범인은 사건 며칠뒤부터 이베이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 훔친 가죽을 버젓이 올리고 수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지만 영국경찰은 범인의 실마리조차 잡아내지 못하는데.....-_-;;;



나도 절판된 SF서적들을 온/오프라인 헌책방들을 이잡듯이 뒤지며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SF의 불모지였던 과거 찍어낸 초판본도 적고 인기가 없어 바로 절판조치되면 시중에 풀린 도서는 몇 안되니, 영문판을 읽을 능력이 되지 않는한 그 책을 구해야만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리면 된다고?...'내'것이 아닌 '남'의 책은 가치가 없다. 그래...그렇게 SF도서 덕후가 되버린다. 구하다 구하다 못구해 눈만 감으면 그 책이 머리속에서 멤돌땐 정말로 도서관에서 대여한뒤 분실 손망처리라도 해서 그 책을 취득해야 겠다고 떠올린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정도로 이성을 잃은적은 없었다.) 남들에겐 그저 재미없는...그래서 더럽게 안팔려 절판된 허황된 공상과학에 왜저리 목숨을 거냐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말을 들은적도 있다.) 그래서일까...트링자연사 박물관에서 인류의 진귀한 생물학 자원 299점을 훔친 도적 '에드윈 리스트'의 행태에 대차게 욕을 하면서도 그 마음만은 공감할 수 있었던건...ㅠ_ㅠ



그래...이제 '에드윈 리스트'가 어디에 빠져있었는지 이야기 할때가 왔다. 사실 논픽션인 만큼 작가는 책의 서두에 이미 '에드윈'이 무슨 덕후인지 밝히고 있으나 혹시라도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좀 된 영화인데,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흐르는 강물처럼]을 아는지?...아름다운 자연...흐르는 강물속에 들어가 플라이 낚시를 하는 그림같은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다. 플라이(fly) 물가에 사는 곤충이나 벌레 등의 모양으로 만든 미끼를 물고기가 있는 수면으로 날려 물고기를 유인해 낚는 방식을 플라이 낚시라고 하는데, 그중 플라이를 직접 만드는 것을 타잉이라한다. 특히 연어잡이 플라이는 화려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타이어들의 관심을 받는데, 이 연어 타잉에 새의 깃털을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이미 멸종된 조류의 깃털을 많이 사용할수록 타이어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니...희귀조류의 깃털에 플라이 타이어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는 것이다...-_-;;;; 인공염색을 한 깃털을 사용하면 되는것 아니냐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인공깃털은 진짜가 아니라고...진짜 깃털을 사용해야만 진짜 가치있는 플라이가 되는거라고...(이건 뭐...나랑 똑같잖은가...ㅠ_ㅠ)



플로리스트 였던 '에드윈'은 어릴적부터 플라이 타잉에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세계적 타잉 대회에서도 입상하면서 플라이 타잉계에 입성한다. 자연스레 타잉계에서 부와 명예를 안겨주는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깃털들에 매혹되지만...집안사정은 여의치 않다. 그런데 트링박물관에서 그가 애타게 찾아해맨 새가죽이 그것도 수백개의 새가죽이 서럽속에 잠자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갖고 싶은데...눈앞에 수백개의 새 가죽이 놓여있는데...손델 수 없는 절망감...그렇게 깃털에 눈이 먼 '에드윈'은 음악대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돌이킬 수 없는 절도짓을 실행해 버리는 것이다...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생태적 표본들을 말이다...덕후 대 덕후로서 희소성 넘치는 레어에 대한 집작과 열망은 십분 이해하지만, 정말 골때리고 허무한건 경찰의 수사과정과 뒷이야기들이다. 그릇된 욕망이 불러온 대참사...그리고 집단 이기주의속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광기에 휩싸이는 사람들을 통해 냉소조차도 나오지 않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혼자 똥을 수집하면 그건 그냥 미친놈이다. 그런데 그 똥 모으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여 참여하고 기괴한 모양의 똥에 열광하면 그건 새로운 문화가 되고,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다. 남들은 전혀 이해 못하지만 덕후들의 바운더리 안에서는 신으로 군림할 수 있는 그곳...정말로 골때린 사실은 깃털까지 훔친 플라이 타잉 덕후 '에드윈'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 플라이 낚시는 커녕 강가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_-;;; 삼십년...사십년전도 아니고 바로 십년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니...세상은 참으로 요지경이고 덕후의 세계는 심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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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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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증거범죄 (2019년 초판)

저자 - 쯔진천

역자 - 최정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26p



두 천재의 불꽃튀는 대결...그 최후의 승자는?!!!



충격적 반전과 묵직하고 날카로운 사회비판으로 중국추리소설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던 [동트기 힘든 밤]의 저자 '쯔진천'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고위급 형사 '자오톄민'과 범죄학전문가이자 수학교수인 은퇴경찰 '옌랑'이 콤비로 등장하는 3부작 '추리의 왕'시리즈중 1부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작가를 중국 3대추리소설 작가의 반열로 끌어올린 이 작품에 대해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수식이 붙는다는데, 작가 본인이 말하길 처음으로 완독한 추리소설이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게이고'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는건 뻔한 거짓말이리라...확실히 작품을 읽으면서 몇몇 뼈대를 이루는 기본설정은 놀랍도록 흡사했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한 설정 복붙을 통한 아류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론은 놉(NO)!! 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설령 설정은 흡사할지 모르나 '쯔진천'의 손끝에서 창조된 이 [무증거 범죄]는 아류로는 치부할 수 없는 묵직하고 처절한 울림으로 고요했던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그리기 때문이다.   



목이 졸린채 액살되 죽은 시체

죽은자의 입에 물린 태우지 않은 특정 브랜드의 담배

시체 옆에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글귀가 써진 쪽지

교살에 사용된 줄넘기 손잡이의 지문


3년간 5건의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항저우시 공안국 형사기구 지대장 자오톄민은 이렇다 할 용의자도 색출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는다. 범행도구에 발견된 지문 외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는 의문의 사건에 압박을 느낀 자오톄민은 경찰을 은퇴하고 수학교수로 지내고 있는 예랑을 찾아가 사건의 자문을 요청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복을 벗은 옌랑은 자오톄민의 요청에 차갑게 반응하고.....


항저우시에서 평범한 국숫집 서빙을 보는 여성 주후이루는 늦은밤 동네 깡패의 배달주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선반에 보관중이던 과도를 챙겨 배달을 나간다. 이를지켜보던 주후이루를 짝사랑하던 궈위도 주후이루를 급히 뒤따르고, 홀로 술에 취한 깡패는 주후이루를 보자마자 거칠게 추행을 시도하고 주후이루와 궈위, 깡패가 실갱이를 벌이던중 사고로 깡패를 죽이고 만다. 뒤이어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아연실색한 그들 앞에 나타난 전직 공안청 수사전문요원 뤄원은 그들에게 경찰의 수사를 피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다섯 건의 연쇄살인과 우연히 발생한 사고사 그리고 범죄학전문가이자 수학교수인 '옌랑'과 전직 전문수사요원의 '뤄원'...전혀 접점을 찾아 볼 수 없던 사건들이 교묘히 얽히고 두 전직 천재수사요원들의 피할 수 없는 두뇌싸움이 격돌한다. 굳이 조목조목 따져가며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비교하지는 않으련다. (사실 오래전에 읽어서 잘 기억 나지도 않지만...-_-;;;)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기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읽지 않은 사람은 그냥 오롯이 이 작품을 즐기면 될테니 말이다. 



뛰어난 수사요원이었지만 불행한 사건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일반 회사생활을 하는 '뤄원'은 우연히 앞날이 창창한 이십대 청춘남녀가 쓰레기 같은 깡패새끼 때문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직면한 우발적 살인을 목격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마을 전체를 들쑤시던 벌레 한마리 때문에 무고한 두 명의 소시민이 지옥의 길을 걷게될 것을...장고끝에 마침내 '뤄원'은 그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한때 범인을 잡기위해 쏟았던 자신의 출중한 능력으로 살인현장의 모든 증거들을 교란하고, 제거하고, 오염시킨다. 살인은 있지만 증거는 없는 범죄. 완전범죄. 바로 무증거 범죄를 실현하는 것이다. 



범죄와는 동떨어져 있던 남녀를 데리고 완전범죄를 꾀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울것이며, 얼마나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이 도래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매페이지, 매순간마다 심장이 쫄~깃 해지는 긴장감과 모든 상황을 지배하는 '뤄원'의 천재적 능력은 놀라움을 넘어서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건을 수사하던 일반 형사와의 대치도 이리 긴장타게 만드는데, 중반이후 천재 수학자 '옌랑'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본격적인 대결부터는 절정의 크라이막스로 내달리다가 모든 미스터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최종장에 다다르면

나도 모르게 참았던 숨이 터지면서 끝도없는 암울속으로 침잠시킨다...ㅠ_ㅠ



아....모든 증거와 알리바이를 조작해도 결코 예측할 수 없는것 예측 불가능의 인자...그것이 바로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 아닌가...인간이기에 내밀 수 있는 오만한 구원의 손길은 이렇게 또한번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매듭짓는다. 그것이 옳은 일인줄 알면서도 한없이 씁쓸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덮어야 하는,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씁쓸한 여운과 울림을 남기는...그런 작품이었다. 



[동트기 힘든 밤] 이후 다시만난 '자오톄민'과 '옌랑'이 반가웠고, 우려를 넘어 (개인적으론) '게이고'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을 넘어서는 재미를 선사한 이 작품에 놀라움을 느낀다. 한국, 일본과는 또다른 치밀하고 정교한 대륙 추리의 맛이랄까...하루빨리 '추리의 왕'시리즈 2편 [나쁜 아이]의 출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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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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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2019년 초판)

저자 - 아니 에르노

역자 - 이재룡

출판사 - 비채

정가 - 12500원

페이지 - 149p



"어느 일요일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 했다."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한 첫문장과 시작되는 이야기에 작가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만을 작품으로 써낼거라는 다짐이 뒷받침 되면서 강한 충격과 호기심으로 나의 뇌리를 강타한다. 비채출판사에서 기획하는 모던 & 클래식 시리즈의 신작으로 출간된 이 '부끄러움'은 내게는 다른 의미로의 '부끄러움'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6월의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미니를 죽이려 했다."



식당을 운영하던 엄마는 아빠와의 말다툼으로 심기가 불편해져 있었고, 불편한 심기를 상대의 마음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말로 자극한다. 참다못한 아빠는 엄마를 끌고 내려가 낫으로 목을 베려하는 극단적 제스쳐를 취한다...그것도 친딸 에르노가 보고 있는 앞에서 말이다...십대 초반의 에르노는 평범한듯 보이던 가정의 뜻하지 않은 비극적 사건에 커다란 충격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극단적 폭력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닫는 동시에 한번 금간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그런 그녀는 유년시절의 상처를 떠안고 독실하고 엄격한 가톨릭 사립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성에 대한 호기심을 차단하는 학교와는 달리 성적욕구가 왕성한 소녀들에겐 모든 신경이 이성에게 쏠리고, 현실의 욕망과 전혀 다른 규범에 혼란스러워 하는데...



유년시절에 겪었던 극단적 체험은 화자가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충격적 기억으로 되풀이 된다. 본인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웬만하면 싸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언성을 높이고 싸우게 되는데, 그 순간에도 아이들이 그 장면을 목격하는 당시에 떠오르는 표정은 정말로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복잡한 표정을 띄는것 같다. 하물며 사소한 다툼 끝에 분노한 아빠가 엄마의 목에 낫을 들이대는 장면을 목도했을 사춘기 소녀의 심정은 어떠했을지....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리라...



유년시절의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이내 성적으로 보수적인 종교적 사립학교에 입학한 작가로선 이성에 대한 두려움과 억압된 성적 호기심의 상반된 욕망이 거칠게 대립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억압된 기억속에서 내비치는 왕성한 호기심은 '부끄러움'으로 치환되면서 그녀의 미묘하면서도 예리한 감정의 격차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리라.



아빠라는 남성적 폭력을 휘두르는 육체적 성적우의에 대한 거부감과 가장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소녀의 이성적 관심이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제목의 '부끄러움'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호기심을 던지게 만든다. 아무리 칼로 목을 따는 시츄에이션을 벌이지만 폭풍같은 싸움의 시간이 지나면 부부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화목한 부모의 모습을 되찾는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인 역시 마찬가지의 모습인듯 싶다...) 이런 극단적인 모습을 목도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의 감성은 부모의 모습을 100%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인의 젠더적 감수성과 판단은 이런 유년시절의 실제적 경험을 통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리라...



그래서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좀 더 조심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소한 장난에도 진심으로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가가 경험한 원체험을 토대로 작품이 쓰여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작품만으로는 그녀의 궁극적 목적을 파악하긴 힘든 작품이었다. 소재만으로 봤을땐 얼마든지 비극적 상황을 예상케 하지만 정작 작품은 담담하고 담백하게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본인의 독서행태가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작품에 치우쳐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는데는 다소 힘들다고 느꼈다. 다만 가족관계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나만 느낀 감정은 아니라라. 문학작품에 정답은 없음을 알면서도 이렇게 서평으로 남길땐 조심스러운 심정이다. '부끄럽지만' 어디까지나 작품을 읽은 본인의 뇌내피셜로 쓴 서평인만큼 작품을 통해 느낀 감정이 크게 어긋났다면 꼭 지적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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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파우스터 (2019년 초판)
저자 - 김호연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542p



부유한 노인네의 위험한 비밀놀이



자신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무궁무진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의 뇌에 전송장치 심고 막대한 부를 휘두르는 노년의 노인들에게 돈을 받고 젊은이들의 오감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메피스토 컴퍼니의 파우스트 시스템...죽음을 앞둔 노인네들은 자신들의 꼭두각시...파우스터인 젊은이들을 조종하여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게 만들고 젊은이들이 느끼는 성취감에 빨대를 꽂아 인생을 도둑질한다.



메이저 리그 진출을 앞둔 국내 최고의 투수 준석은 느닷없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급히 병원에 실려간다.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만 입고 정신을 차린 준석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은 준석에게 10년간 그의 인생이 모두 가짜였다는 말과 함께 휴대폰을 남기고 사라진다. 자신의 피땀흘린 노력과 성공이 오로지 자신이 이룩한 것이 아님을 자각한 준석은 자신을 조종하는 파우스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메피스토 컴퍼니를 무너뜨리기 위해 남은 인생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시작하는데....



제목부터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했다는것을 알 수 있는데, 고전 [파우스트]는 못읽어 봤지만 노인이 젊음을 사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한다는 정도는 이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을것 같고 두 작품의 공통된 소재라는것도 유추할 수 있었다. 다만 21세기의 파우스트는 좀 더 사회적이고 구체적이며 악랄하다는것이 다를뿐...파우스터 시스템...세상의 유희는 시들해지고, 인생의 쓴맛 단맛 다보고 막판엔 다 쓰지도 못할 돈만 남은 노인네들에겐 굉장히 달콤한 유혹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작품 소개를 봤을땐 젊은이의 뇌로 접속하여 육체를 빼앗는 SF일거라 예상했는데, 작품속 파우스트(노인)와 파우스터(젊은이)의 관계는 예상보다는 좀 더 제약적인 관계였다. 파우스터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1. 메피스토 컴퍼니에서 재능 많은 파우스터 후보들을 몰카로 찍은 영상을 보여준다.
2. 노인네는 마음에 드는 파우스터를 찍고 수십억의 계약금을 지불
3. 노인네가 집에서 파우스트 헬멧을 쓰면 파우스터의 뇌에 심어진 전송칩을 통해 시각과 촉각을 포함한 뇌의 감정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4. 파우스트는 파우스터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없으며 메피스토라는 메피스토 컴퍼니의 도우미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5. 파우스터의 성공을 위해 메피스토에게 돈을 주면 메피스토는 파우스터의 성공을 위한 주변 환경을 셋팅하여 파우스트의 인생을 조종한다.
6. 3개월마다 노인네들이 모여서 가장 높은 성취감을 느끼게 조종한 노인네를 선발하고, 다음 모임에 1등 예상자에게 배팅을 건다. 
 

사실 조금 갸우뚱 한게...작품속 파우스트 시스템이란게 너무나 불편하고 너무나 즉흥적이고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젊은이들의 뇌와 접속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것은 아니고 그냥 도둑놈 처럼 몰래 엿보는 것일뿐. 막대한 돈을 들여 주변 환경을 셋팅은 한다지만 한사람의 인생을 마음대로 한다는게 어디 그리 쉬운일이랴...-_- 그런 답답함을 인내로 극복하고 거기에서 회춘의 쾌락을 찾는 노인네들이 악마라기 보단 생즉불로 보일정도 였다.



어쨌던, 작품에서 파우스트와 파우스터의 관계는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게임속 육성형 시뮬레이션의 현실화에 인간의 관음적 욕구를 적절히 짬뽕한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노인네들은 이런 비효율의 극치인 파우스팅에 왜그리 집착하는가...왜그리 커다란 성공에 목을 메는가? 생각해보니 현실의 육체는 제기능을 못하고 그동안 쌓은 권력과 부로 기존의 쾌락과 자극은 익숙해진 상태...그때 젊은이의 뇌속에서 느끼는 성취의 자극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생의 의지를 다시금 불어넣을 에너지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해봤다. 박사가 아주 어려운 수학 난제를 수십시간 수십일에 걸쳐 풀어냈을때의 성취감과 미취학 아동이 1+1=2 라는 아주 간단한 산수 이론을 깨우쳤을때의 성취감의 차이를...무섭도록 활발히 운동하는 뇌에서 생산되는 성취감과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각종 호르몬들이 마약보다 더욱 커다란 쾌락을 이끌어 내고, 그 감각에 노인네들은 차츰 차츰 중독되고 마는 것이리라...머..젊은이들이 느끼는 섹스의 오르가즘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그러니 노인네들이 재산을 다 탕진할정도로 파우스터에게 집착하고 그들의 성공을 이뤄내려는 것이겠지...



작품은 도망치려는 파우스터 준석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파우스트 노인네 태근의 쫓고 쫓기는 반전과 역전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물론 준석과 태근외에도 다른 조종자와 꼭두각시들을 등장시키면서 여러 생각지 못한 사건들을 통해 파국의 결말로 치달아간다. 현실 세상의 스폰관계를 극단적으로 비꼬는 사회비판적 성격을 띄면서 고전 [파우스트]를 SF적 상상력으로 변용하여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그래도 SF라는 장르를 달고 나온 작품인만큼 가장 중심이 되는 파우스팅 시스템의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설정의 결여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든다. 얼마전 봤던 공포영화 [US] 처럼 하나 하나 뜯어보면 구멍투성이지만 일단 그런건 차치하고 독특한 설정과 분위기로 밀고 나가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분량을 좀 줄이고 속도감을 높였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재미를 갖고 있는 SF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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