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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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2019년 초판)

저자 - 아니 에르노

역자 - 이재룡

출판사 - 비채

정가 - 12500원

페이지 - 149p



"어느 일요일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 했다."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한 첫문장과 시작되는 이야기에 작가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만을 작품으로 써낼거라는 다짐이 뒷받침 되면서 강한 충격과 호기심으로 나의 뇌리를 강타한다. 비채출판사에서 기획하는 모던 & 클래식 시리즈의 신작으로 출간된 이 '부끄러움'은 내게는 다른 의미로의 '부끄러움'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6월의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미니를 죽이려 했다."



식당을 운영하던 엄마는 아빠와의 말다툼으로 심기가 불편해져 있었고, 불편한 심기를 상대의 마음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말로 자극한다. 참다못한 아빠는 엄마를 끌고 내려가 낫으로 목을 베려하는 극단적 제스쳐를 취한다...그것도 친딸 에르노가 보고 있는 앞에서 말이다...십대 초반의 에르노는 평범한듯 보이던 가정의 뜻하지 않은 비극적 사건에 커다란 충격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극단적 폭력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닫는 동시에 한번 금간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그런 그녀는 유년시절의 상처를 떠안고 독실하고 엄격한 가톨릭 사립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성에 대한 호기심을 차단하는 학교와는 달리 성적욕구가 왕성한 소녀들에겐 모든 신경이 이성에게 쏠리고, 현실의 욕망과 전혀 다른 규범에 혼란스러워 하는데...



유년시절에 겪었던 극단적 체험은 화자가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충격적 기억으로 되풀이 된다. 본인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웬만하면 싸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언성을 높이고 싸우게 되는데, 그 순간에도 아이들이 그 장면을 목격하는 당시에 떠오르는 표정은 정말로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복잡한 표정을 띄는것 같다. 하물며 사소한 다툼 끝에 분노한 아빠가 엄마의 목에 낫을 들이대는 장면을 목도했을 사춘기 소녀의 심정은 어떠했을지....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리라...



유년시절의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이내 성적으로 보수적인 종교적 사립학교에 입학한 작가로선 이성에 대한 두려움과 억압된 성적 호기심의 상반된 욕망이 거칠게 대립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억압된 기억속에서 내비치는 왕성한 호기심은 '부끄러움'으로 치환되면서 그녀의 미묘하면서도 예리한 감정의 격차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리라.



아빠라는 남성적 폭력을 휘두르는 육체적 성적우의에 대한 거부감과 가장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소녀의 이성적 관심이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제목의 '부끄러움'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호기심을 던지게 만든다. 아무리 칼로 목을 따는 시츄에이션을 벌이지만 폭풍같은 싸움의 시간이 지나면 부부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화목한 부모의 모습을 되찾는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인 역시 마찬가지의 모습인듯 싶다...) 이런 극단적인 모습을 목도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의 감성은 부모의 모습을 100%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인의 젠더적 감수성과 판단은 이런 유년시절의 실제적 경험을 통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리라...



그래서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좀 더 조심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소한 장난에도 진심으로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가가 경험한 원체험을 토대로 작품이 쓰여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작품만으로는 그녀의 궁극적 목적을 파악하긴 힘든 작품이었다. 소재만으로 봤을땐 얼마든지 비극적 상황을 예상케 하지만 정작 작품은 담담하고 담백하게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본인의 독서행태가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작품에 치우쳐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는데는 다소 힘들다고 느꼈다. 다만 가족관계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나만 느낀 감정은 아니라라. 문학작품에 정답은 없음을 알면서도 이렇게 서평으로 남길땐 조심스러운 심정이다. '부끄럽지만' 어디까지나 작품을 읽은 본인의 뇌내피셜로 쓴 서평인만큼 작품을 통해 느낀 감정이 크게 어긋났다면 꼭 지적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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