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무증거범죄 (2019년 초판)

저자 - 쯔진천

역자 - 최정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26p



두 천재의 불꽃튀는 대결...그 최후의 승자는?!!!



충격적 반전과 묵직하고 날카로운 사회비판으로 중국추리소설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던 [동트기 힘든 밤]의 저자 '쯔진천'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고위급 형사 '자오톄민'과 범죄학전문가이자 수학교수인 은퇴경찰 '옌랑'이 콤비로 등장하는 3부작 '추리의 왕'시리즈중 1부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작가를 중국 3대추리소설 작가의 반열로 끌어올린 이 작품에 대해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수식이 붙는다는데, 작가 본인이 말하길 처음으로 완독한 추리소설이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게이고'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는건 뻔한 거짓말이리라...확실히 작품을 읽으면서 몇몇 뼈대를 이루는 기본설정은 놀랍도록 흡사했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한 설정 복붙을 통한 아류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론은 놉(NO)!! 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설령 설정은 흡사할지 모르나 '쯔진천'의 손끝에서 창조된 이 [무증거 범죄]는 아류로는 치부할 수 없는 묵직하고 처절한 울림으로 고요했던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그리기 때문이다.   



목이 졸린채 액살되 죽은 시체

죽은자의 입에 물린 태우지 않은 특정 브랜드의 담배

시체 옆에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글귀가 써진 쪽지

교살에 사용된 줄넘기 손잡이의 지문


3년간 5건의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항저우시 공안국 형사기구 지대장 자오톄민은 이렇다 할 용의자도 색출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는다. 범행도구에 발견된 지문 외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는 의문의 사건에 압박을 느낀 자오톄민은 경찰을 은퇴하고 수학교수로 지내고 있는 예랑을 찾아가 사건의 자문을 요청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복을 벗은 옌랑은 자오톄민의 요청에 차갑게 반응하고.....


항저우시에서 평범한 국숫집 서빙을 보는 여성 주후이루는 늦은밤 동네 깡패의 배달주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선반에 보관중이던 과도를 챙겨 배달을 나간다. 이를지켜보던 주후이루를 짝사랑하던 궈위도 주후이루를 급히 뒤따르고, 홀로 술에 취한 깡패는 주후이루를 보자마자 거칠게 추행을 시도하고 주후이루와 궈위, 깡패가 실갱이를 벌이던중 사고로 깡패를 죽이고 만다. 뒤이어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아연실색한 그들 앞에 나타난 전직 공안청 수사전문요원 뤄원은 그들에게 경찰의 수사를 피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다섯 건의 연쇄살인과 우연히 발생한 사고사 그리고 범죄학전문가이자 수학교수인 '옌랑'과 전직 전문수사요원의 '뤄원'...전혀 접점을 찾아 볼 수 없던 사건들이 교묘히 얽히고 두 전직 천재수사요원들의 피할 수 없는 두뇌싸움이 격돌한다. 굳이 조목조목 따져가며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비교하지는 않으련다. (사실 오래전에 읽어서 잘 기억 나지도 않지만...-_-;;;)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기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읽지 않은 사람은 그냥 오롯이 이 작품을 즐기면 될테니 말이다. 



뛰어난 수사요원이었지만 불행한 사건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일반 회사생활을 하는 '뤄원'은 우연히 앞날이 창창한 이십대 청춘남녀가 쓰레기 같은 깡패새끼 때문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직면한 우발적 살인을 목격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마을 전체를 들쑤시던 벌레 한마리 때문에 무고한 두 명의 소시민이 지옥의 길을 걷게될 것을...장고끝에 마침내 '뤄원'은 그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한때 범인을 잡기위해 쏟았던 자신의 출중한 능력으로 살인현장의 모든 증거들을 교란하고, 제거하고, 오염시킨다. 살인은 있지만 증거는 없는 범죄. 완전범죄. 바로 무증거 범죄를 실현하는 것이다. 



범죄와는 동떨어져 있던 남녀를 데리고 완전범죄를 꾀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울것이며, 얼마나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이 도래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매페이지, 매순간마다 심장이 쫄~깃 해지는 긴장감과 모든 상황을 지배하는 '뤄원'의 천재적 능력은 놀라움을 넘어서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건을 수사하던 일반 형사와의 대치도 이리 긴장타게 만드는데, 중반이후 천재 수학자 '옌랑'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본격적인 대결부터는 절정의 크라이막스로 내달리다가 모든 미스터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최종장에 다다르면

나도 모르게 참았던 숨이 터지면서 끝도없는 암울속으로 침잠시킨다...ㅠ_ㅠ



아....모든 증거와 알리바이를 조작해도 결코 예측할 수 없는것 예측 불가능의 인자...그것이 바로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 아닌가...인간이기에 내밀 수 있는 오만한 구원의 손길은 이렇게 또한번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매듭짓는다. 그것이 옳은 일인줄 알면서도 한없이 씁쓸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덮어야 하는,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씁쓸한 여운과 울림을 남기는...그런 작품이었다. 



[동트기 힘든 밤] 이후 다시만난 '자오톄민'과 '옌랑'이 반가웠고, 우려를 넘어 (개인적으론) '게이고'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을 넘어서는 재미를 선사한 이 작품에 놀라움을 느낀다. 한국, 일본과는 또다른 치밀하고 정교한 대륙 추리의 맛이랄까...하루빨리 '추리의 왕'시리즈 2편 [나쁜 아이]의 출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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