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정명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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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2019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95p



내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은 내가 푼다!



역사소설 이른바 팩션 소설가이자 좀비, SF, 미스터리, 밀리터리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능러 정명섭 작가가 이번 천안 독립서점인 허송세월에서 진행하는 장르소설 스테이지 9월의 작가로 선정됐다. 원래는 서점 허송세월에서 두 차례 직접 작가와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눠야 하나..... 코로나의 급속 확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첫번째 시간 '팩션'강의는 유튜브 강의로 대체했고 두번째 시간 역시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비대면 토론이 예정되있다. 좌우간, 두 번째 시간에 토론할 책이 바로 이 [유품정리사]로 지정되어 읽어봤다. 



동부승지를 지낸 화연의 아버지가 간밤에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다. 화연은 아버지가 불에 타기 전 이미 숨이 끊어졌음을 발견하고 포도청에 조사를 고하지만 포도청은 외면한다. 집안은 몰락하고 친모는 집을 떠나 과천으로 내려가지만 화연은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몸종 곱분과 마을에 남는다. 이제 열 일곱살. 화연은 수중에 가진 돈은 없고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녀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로 활동한다. 


유품정리사로 일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시신들과 그 시신들에 얽힌 사연들을 보고 조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에 다가가게 되는데......



자, 여기서 쿠이즈~ 유품정리사의 진실과 거짓을 찾아라!


1. 조선시대 시신일지라도 남정네의 손이 타는 것을 꺼려한 아녀자들을 위한 여성 유품정리사가 실존했다.

2. 먼저 죽은 서방의 뒤를 따르라며 강요하여 결국 자살한 아내의 집에 열녀문이 내려졌다.

3. 당시 남편은 아내를 패죽여도 전혀 처벌받지 않았다. 



정답은....

NO, YES, YES



그렇다. 조선시대 여성을 위한 유품정리사란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정명섭'작가님의 팩션 강의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사실이라 믿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품정리사란 직업을 없을지언정 작품에서 다뤄지는 여러 아낙들의 억울한 죽음은 실존했던 사실이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실권을 잡은 정조의 치세 역시 사실이니. 팩션으로서의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픽션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팩션이 아니더냐~



당시로서는 혼기 꽉찬 열 일곱이지만 어쨌던 아직 소녀티 풀풀나는 화연이 시신과 유품들에서 숨겨진 사망의 정황들을 찾아내는 총기를 발휘한다. 비록 은비녀와 뜨거운 식초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망자의 살인여부를 판단해내니 조선판 CSI가 아니던가. 조선시대 밀실살인이라니. 호기심이 무럭무럭 샘솟지 않는가. ㅋ 더불어 사건을 거듭하면서 어리디 어린 아기씨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한 여성으로서 화연이 성장해 가는 과정이 한 편의 성장소설이자 차별 해소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아낸다. 



막판 반전은 오로지 작가의 상상이지만 암울했던 시대를 그런 식으로 전복하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가독성도 좋고 실존사건을 뼈대로 하는 에피소드 역시 흥미롭다. 슬기롭고 당찬 화연이 더욱 활약하는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때문이다. 더불어 영상화 판권이 계약됐으니 언젠간 브라운관에서 화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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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 조로리 48 - 신부와 조로리 성 쾌걸 조로리 시리즈 48
하라 유타카 글.그림, 오용택 옮김 / 을파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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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 조로리 : 신부와 조로리 성 (2020년 초판)_48

저자 - 하라 유타카

역자 - 오용택

출판사 - 을파소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03p



그가 있는 곳에 언제나 신나는 사건이 있다




이 만화를 접한 건 우연히 결재한 극장판 만화 VOD에서였다. 제목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복면을 쓴 너구리와 맷돼지 형제들의 좌충우돌 호탕한 모험담에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즐겼던 것 같은데 그 원작 시리즈가 출판되고 있었으며 이번까지 무려 48권이나 나와있는 줄은 이번에야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당연히 만화책일줄 알았던 원작이 아이들용 동화였었다니...허허허....

고로 딸아이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아니던가!!



글과 그림까지 한큐에 해결하는 '하라 유타카'의 천진난만한 모험속으로 빠져보자.



조로리는 신문을 보던 중 우연히 눈이 확 뜨이는 기사를 발견한다. 

세계 3대 조각품 중 고대 이집트 유적인 꿀탕카멘이 분실됐다는 것.

어라라....

그런데....이 꿀탕카멘....

골동품 가게 마당에 물을 떠놓고 참새들의 쉴 공간을 마련한 바로 그 도자기 아닌가.....

순간 조로리의 머리속에 꿈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아리따운 신부를 만나 거대한 조로리 성에서 살아가는 나날들....

조로리는 당장 골동품 점으로 달려가 꿀탕카멘을 사들이는데.....


과연 조로리는 꿈꾸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



저자 왈 조로리가 결혼 하는 순간 이 시리즈는 끝이라 하니 ㅎㅎㅎ 조로리의 꿈대로 흘러가는 일은 없을 듯...코믹한 연출과 귀여운 맷돼지 조수 이시시와 노시시가 시종일관 개그를 연출하여 재미를 선사한다. 어렵지 않은 내용에 큼직한 삽화와 어우러져 글밥도 많지 않으니 일반적인 저학년 동화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같다. 아직 책이 익숙치 않은 초딩 저학년 딸아이에겐 안성맞춤이리라. 



무려 48권이나 나와있으니 일단 흥미만 갖는다면 다른 시리즈도 사서 읽히려고 한다. 웃으며 읽다 보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쑥쑥! 그래! 바로 그거다. ㅋ 쾌걸 조로리의 모험에 함께 떠나보지 않으련?! ㅎㅎㅎ



* 서평카페 컬처블룸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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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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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2019년 개정판 1쇄)_ 가가형사 시리즈 7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30p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다. 나의 이야기였을 수 있다.

아니라면 행복한 일이다.  _히가시노 게이고



이것이 사회파 미스터리다. 단순히 살인마를 찾고 죽음의 트릭을 풀어내는 것이 아닌, 죽음이 갖는 의미와 그 죽음으로 말미암아 한 가정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이 끔찍한 악몽처럼 다가온다. 이야기가 주는 묵직한 메시지 자체가 현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에 걸맞는 미스터리의 정수! 가가형사 시리즈 일곱번째 작품 [붉은 손가락]이다.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아키오는 회사로 부터 걸려온 아내 야에코의 전화에 급히 집으로 향한다. 그저 치매에 걸린 어머님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며 집에 도착한 아키오는 처참한 광경에 할말을 잃는다. 

정원에 누워 있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소녀의 사체.

핑크색 상의를 입고 있는 가녀린 체구. 

일곱살난 소녀가 자신의 정원에서 죽어있는 것이다. 

아내인 야에코는 얼어붙은 아키오에게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소녀를 목졸라 죽인 범인이 바로 중1 아들 나오미라는 것.

평소 어린 소녀에게 유독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체 했던 아키오는 자신의 무관심 때문에 아들이 살인마가 되버린 것 같아 죄책감에 빠진다. 아내 야에코는 아들이 살인범으로 잡혀 들어가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다며 길길이 날뛴다. 고민을 거듭하던 아키오는 결국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마는데......



어느덧 현대문학 출판사 가가형사 시리즈 개정판 마지막 작품까지 왔다. 하나의 시리즈를 서로 다른 출판사가 출간하는 바람에 이리 되었지만 그만큼 '게이고'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걸 반영하는 거겠지...-_- 좌우간, 유독 이 작품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어질어질 해져 너무나 힘들었던 것 같다. 아버지를 치매로 잃고 이제 홀로 남은 노모가 치매에 걸린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안좋은 아내는 매일 같이 노모의 기행 때문에 으르렁댄다. 하나 있는 아들은 이미 통제 불능. 그런데 거기에 살인까지!!!!!!



더군다나 피해자는 겨우 일곱살 난 어린 소녀. 이런 망할....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점점 연로해지는 부모님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로서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실로 상상도 못할 정도로 끔찍한, 진정한 악몽 그 자체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아들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사체를 유기하는 아키오를 과연 나는 욕할 수 있을까? 나라면.....



본인의 입장에서 본인의 현실과 비교하며 읽어서인지 다른 작품들과는 몰입의 정도가 차원이 달랐다. 막장인줄 알면서도 깊은 수렁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기분. 반전의 묘미를 덮어 버리는 불편함, 불쾌함. 사실 이 작품이 가가형사 시리즈 단편집 [거짓말, 딱 한개만 더]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장편으로 분량을 늘려 [붉은 손가락]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다시한번 놀라움을 느낀다. 장편으로 늘린 덕분에 아키오의 참담한 심정에 공감했고 그가 느낀 후회에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최고를 갱신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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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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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노우 엔젤 (2020년 초판)

저자 - 가와이 간지

역자 - 신유희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03p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



강한 의존성을 지니고, 그럼에도 끊을 필요가 없는 물질..... _225p


'가와이 간지'의 강렬한 느와르 미스터리 [데블 인 헤븐]의 속편이자 프리퀼이 출간됐다. 2020년 일본 올림픽(코로나로 연기됐지만)을 무대로 하는 전작에서 3년 전인 2017년을 무대로 한다. 사실 전작을 보지 못한 터라 속편보다는 새로 이 시리즈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중심 스토리는 심플하다. 불의의 사고로 동료를 잃고 폐인이 된 전직 형사에게 임무가 떨어진다. 신종 마약이 일본 전역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 판매단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라는 것. 형사는 마약 판매단에 뛰어들고 그곳에서 가공할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한마디로 언더커버류의 느와르 작품이다. 이 작품이 서양에서 쓰였다면 그렇게 하드보일드물로 끝나겠지만, 미스터리의 대가 '가와이 간지' 아닌가! 하드보일드 느와르에 반전의 묘미 더하기 일본 특유의 황당하지만 진지한 음모론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차를 운전하던 남자가 갑자기 길가의 행인 십여명을 치고 건물로 들어가 쇠지레로 건물 안 사람들을 무참히 폭행한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지기 직전 이런 말을 남긴다. 


"천사님 도와주세요."


남몰래 흠모하던 부하인 쇼코가 범인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고 충격에 빠진 진자이는 당시 범인 5명을 무참히 살해한다. 이후 현장에 경찰 신분증을 놓고 잠적한지 9년이 지났다.... 자신의 행적을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한 진자이 앞에 형사시절 상관이었던 기자키가 나타난다. 진자이를 찾아온 기자키는 치명적 환상을 유발하는 마약 스노우 엔젤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이 약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 판매단에 잠입할 것을 제안한다. 고민 끝에 진자이는 기자키의 청을 승낙하고, 마약범죄수사국의 쇼코(동명이인)와 함께 스노우 엔젤의 공급책을 잡기 위한 작전을 짠다. 신분을 숨긴 진자이는 마약 판매업자인 이사에게 접근하여 그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하는데......



일본 소설을 보다 보면 정말로 일본 전역에는 환각을 위한 각성제가 만연한 나라인가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오래전부터 메스 암페타민 같은 각성제와 필로폰 등 마약이 자리잡았다는둥, 야쿠자는 이런 마약을 판매하여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는 둥, 지금도 곳곳에 마약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폐가 망신하고 있다는 둥..... 픽션을 통한 과장인지 아니면 정말로 일본 사회에 마약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마약을 주제로 하는 작품답게 개개인 부터 시작하여 마약이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에 끼치는 영향과 향정신성 의약품과 그것을 찾는 인간의 상관관계를 꽤 그럴듯하게 설명해낸다. 



"우리는 죄다 약쟁이인 거야. 해롱대고 있는 거라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내내 말이지." _314p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스노우 엔젤이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잠깐의 쾌락에 몸을 맡기고 반복된 약물의 섭취를 통해 결국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만약 최고의 쾌감을 선사하면서도 신체에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이 약물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뭐, 그 약이 스노우 엔젤이란건 말 안해도 알것이고 그 스노우 엔젤이 세상에 끼칠 영향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비밀에 휩싸인 스노우 엔젤의 정체와 더불어 진자이의 아슬아슬한 언더커버 잠입기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진자이의 감정변화, 절박한 심리묘사에 독자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과연 마지막에 살아 남는 자는 누가 될지, 스노우 엔젤의 확산을 막아 낼 수 있을지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기 전까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스노우 엔젤]과 [데블 인 헤븐]이 어떻게 연결 될지 궁금해진다. 뭐 이런 게 시리즈의 묘미 아니겠는가.....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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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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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인은 여자의 일 (2020년 초판)

저자 - 고이즈미 기미코

역자 - 김도일

출판사 - 허클베리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5p



섬세한 문체, 날카로운 반전 

단편 미스터리로서의 농후한 매력



작가의 이름이 낯설어 찾아보니 현재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라 1960년대 부터 1980년까지 활동했던 여성 작가였다. 작가가 된 이력이 평범치 않은데, <미스터리 매거진> 편집자의 아내로 남편은 평소 아내가 원고를 쓰면 정신이 사납다며 아내의 글쓰기를 금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 '고이즈미 기미코'는 남편 몰래 추리 신인상에 응모했고, 비록 신인상 수상은 실패했지만 그녀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여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등단하게 됐다고 한다. 미스터리 전문 편집자의 아내이자 남편 몰래 미스터리 소설을 써내 작가로 등단하다니.... 이런걸 운명이라 해야 할까?



그런면에서 표제작인 [살인은 여자의 일]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있는 서늘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어느날 명망있는 문학 편집자 앞에 나타난 작가를 만난 편집자는 잘생긴 작가의 외모에 한눈에 반해 버린다. 그러나 편집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있었으니, 작가의 아내였다. 눈부신 작가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고 촌티 나는 외모의 아내의 존재에 편집자는 질투를 넘어 살의를 느낀다. 거지같은 아내를 치워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가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 그때문일까. 편집자는 점차 작가의 아내를 무시하고 작품 회의를 빌미로 작가를 집밖으로 불러내는 일이 잦아지는데..... 

과연 편집자는 본처를 내치고 매력적인 작가의 아내가 될 수 있을까?

현직 편집자 남편과 현직 소설가인 본인의 체험이 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향한 욕망이 살의로 변하는 심리적 변화가 섬세한 묘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캐릭터에게 공감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막판의 반전은 충분히 예측가능하지만 꼭 뒷통수를 강타해야만 반전의 묘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말에도 납득하고 재미를 느끼게 된다. 



1. 살인은 여자의 일
2. 수사선상의 아리아
3.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
4. 두 번 죽은 여자
5. 털
6. 안방 오페라
7. 아름다운 추억
8. 여도둑의 세레나데



표제작 다음으로 [수사선상의 아리아]는 갱단의 갱을 선망하며 모형 권총을 품고 다니는 소년이 정말로 비정한 갱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고생기이다. 조폭을 선망할 수 밖에 없는 소년, 떠나버린 깡패를 평생 그리워 하는 오십대 창녀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는 은퇴한 전직 조폭까지.... 이들의 암울한 선율이 모아져 비극의 아리아를 연주한다.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 역시 부부간에 벌어진 치정이 얽혀있는 이야기이다. 남편의 실수에 가까운 외도. 이후 아침마다 울리는 전화벨소리. 바로 남편의 외도상대였던 귀부인이다. 바람 상대였던 여자의 전화를 받는 아내는 바람녀의 온갖 인신공격과 괴롭힘을 받으면서 살의를 싹틔우고.....



[두 번 죽은 여자]와 [털], [안방 오페라]는 앞선 분위기를 180도 반전시키는 묘미를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추리라기엔 조금 애매한 단편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은 할머니를 죽인 손녀의 사건에서 손녀의 살해 의도와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할머니의 진심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도둑의 세레나데]는 조직에 속한 1급 소매치기 여성이 백화점에서 마지막 한탕을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1973년 부터 1982년 사이의 작품을 묶어 낸 단편집으로 읽다보면 다소 클래식한 느낌은 나지만 무려 50년 전에 쓰인 이야기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타인을 향한 질투, 안정된 삶을 살고 싶은 여성의 욕구, 남을 깎아내리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이기적인 모습 등 작품에서 그리는 인간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8편의 작품들 대부분에서 막판 반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반전이 다가 아님을 이 단편집을 통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캐릭터의 몰입감, 섬세한 심리묘사와 간결한 문체 그리고 시원한 결말까지. 


단편 미스터리의 매력을 충분히 갖춘 단편집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글입니다.


#미스터리 #살인은여자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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