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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혐오자살 (2020년 초판)
저자 - 조영주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62p
그것은 자살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월간 조영주 9월호가 출간됐다. 월간 조영주라 불릴정도로 달달이 작품활동을 펼치는 실로 왕성한 창작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달달이 작품을 내는 와중에도 장장 사백육십여 페이지 볼륨의 장편을 낼 뿐만 아니라 퀄리티 높은 완성도 마저 갖추고 있다니! 대체 그녀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13층 아파트에서 남자가 추락사 했다.
남자의 이름은 준혁.
그가 사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준혁과 함께 했던 명지는 준혁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공포에 휩싸인다.
준혁의 집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그녀가 베란다 섀시 밖으로 준혁을 밀쳤던 것.
겁에 질려 준혁의 장례식장을 찾은 명지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깜짝 놀란다.
준혁은 자살 했다는 것.
명지는 몰랐다.
잘나가는 증권 분석가였던 준혁이 직장을 그만두고 막대한 빚에 허덕였던 것을.
명지는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준혁의 죽음을 자살로 만들자고.
결심한 명지는 혹여 현장에 남아있을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남몰래 준혁의 집을 찾는다.
그런데,
방바닥과 베란다에서 열심히 자신의 흔적을 찾던 명지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분명 디지털 도어록이 잠겨있었을텐데 아무렇지 않게 준혁의 집에 나타난 남자의 정체는......
작품은 2014년에 시작하여 책으로 나오기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6년 아니 10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나와준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정도였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복잡한 시간대에서 준혁과 명지. 그리고 형사 나영의 이야기들이 맞물리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순간. 전율의 카타르시스가 감전된 듯 온 몸에 엄습한다. '이게 그 의미였어? 이건 떡밥이었다니! 와! 대박!!'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마음속의 감탄과 외침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 담배연기 등으로 인한 이웃간의 불화.
유색인종의 차별과 혐오.
조직폭력배 범죄.
치정살인.
비관자살.
연쇄 살인을 쫓는 여형사의 고군분투.
등등등....
각기 개별적으로 놓고 봐도 하나의 훌륭한 사회파 미스터리의 요소인데 이 모든 요소를 환상적인 밸런스로 조합해 놓으니 단순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넘어서 공포심을 자극하는 환상적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본인은 초반까지만 해도 준혁이 목격하는 인물들이 망상 혹은 귀신인줄 알았다....ㄷㄷㄷ -_-;;; 어찌됐던 작품을 보는 내내 영화 [사라진 시간]이 떠올랐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영화였던.... 이렇게 가다가 대체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건가 싶은 걱정이 앞섰는데, 그런 걱정은 본인의 기우였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마무리 짓는 끝맺음에 섬찟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이기에.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아니 내가 겪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라서 말이다. 당연히 이런 현실감은 독자의 몰입도를 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분명 작품 전반을 이끌어 가는 떡밥이 두, 세개 정도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떡밥으로 반신반의 하는데 막상 결말을 보고 나면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시간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뒤섞고 이 떡밥을 복합적으로 뿌려대니 반신반의 하면서도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쫀쫀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헐헐헐...-_- 이런게 독자와의 밀당이 아닌가 싶다만... 이 작품은 형사 나영이 등장하는 세 번째 시리즈란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붉은소파]와 독특한 제목의 [반전이 없다] 사이의 시간선에 걸친 작품이 바로 이 [혐오자살]이라고 한다. [붉은소파]는 읽어보지 못했고, [반전이 없다]는 흥미롭게 읽었으나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는 충족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끝내줬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혐오. 지금 이시대는 혐오로 가득차 있다. 대 혐오의 시대. 그래서 이 작품을 그냥 흘려 넘길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미스터리로서의 재미와 사회적 의미 모두를 충족시키는 작품이었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로 작가와 나란히 함께 했다는 사실이 뿌듯할 정도로....
덧 - 표지의 저 손가락은 우리들에게, 나아가 혐오로 가득 찬 이 사회를 향해 뻐큐를 날리는 것인가....
* 출판사 서평단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