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블러드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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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 (2020년 초판)

저자 - 임태운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300원

페이지 - 359p



좀비 아포칼립스페이스 오페라



흥행했던 작품들의 요소요소를 뽑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과연 성공적인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흥행의 법칙은 산술적인 1+1=2가 아니기에 어려운 것인데, 이번에 출간된 국내 SF장편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듯 하여 눈길을 끈다. 이 작품 이전 [백혈]이라는 단편을 발표하고 긍정적 반응에 이야기를 늘려 이번 장편을 출간했는데 배경이 되는 설정들에서 여러 인기 SF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SF를 좋아하는 그대여. 여기엔 당신이 좋아할 것이 무조건 하나는 있다." 라고 말하는 '김보영'작가의 추천사가 이 작품에 대헤 명쾌하게 설명한 듯 하다. 크게는 좀비아포칼립스에 호쾌한 액션이 난무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접목했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더 많은 작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지구에 정체불명의 광견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광견병에 걸린 인간들은 이성을 잃고 살아있는 고기를 뜯어먹기 위해 같은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바로 좀비화 된 것이다. 좀비를 막아내는데 실패한 인류는 급히 우주선 방주를 짓고 선택된 사람들만이 우주 멀리 위치한 새로운 지구를 찾아 떠난다. 이후 첫번째 방주를 따라 출발하려 했던 두번째 방주는 여러 재난들이 겹쳐 출발하지 못하고 그렇게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른다. 밖에는 좀비들, 안에는 무정부 주의의 불한당들이 점거한 약육강식의 지구에서 마침내 두번째 방주가 완성되고, 마지막 선택된 인류는 먼저 떠난 방주를 따라 우주로 나서게 된다. 


두번째 방주 엘리에셀에서 깨어난 이도는 자신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깨어난 것이 아니라 방주를 책임지는 AI 마리에 의해 깨어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AI 마리가 육체를 강화시킨 백혈인간인 이도에게 미션을 내리기 위해 깨운 것이니, AI의 미션을 이랬다. 앞서 떠난 첫번째 방주가 우주공간에서 표류중이니 방주로 넘어가 원인을 파악 하라는 것. 이도는 자신의 부하 2명을 깨워 첫번째 방주로 넘어가는데......



자, 이 작품을 읽으며 떠올랐던 작품들을 늘어놔 보련다. 우선 좀비아포칼립스로 인류가 우주로 탈출하는 설정에서 '정명섭'작가의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가 연상됐다. 다만 '정명섭'작가의 작품은 우주로 떠났던 인류가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게 다른점. 이후 유령선 처럼 우주를 방황하는 우주선을 탐사하는 것에서 [라마와의 랑데뷰]가 떠올랐다면 무리수일까. -_-;; 여튼, 우주공간에서 미치광이 좀비때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에서 [에일리언]을, 생체 과학으로 육체적 강화를 이룬 백혈인간은 [노인의 전쟁]을, 백혈인간에 맞서 파워 수트를 입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우주의 전사]를, 재난을 피해 방주를 만들어 지구를 떠난다는 설정에서 [원수성역]이나 [세븐 이브스]를 떠올리게 된다. 본인이 미처 떠올리지 못한 작품들도 있을지니 얼마나 많은 작품들의 소스가 이 작품에 녹아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흥행의 공식은 기존의 설정에서 새로움을 찾아 내는 것.



언급한 작품들을 전면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30부작 시리즈로 써도 모자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작가는 '설정'만을 따서 중심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결국 중심 배경은 좀비를 피해 먼저 출발했던 우주선이 표류중이며, 그 우주선에서는 상상못한 참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 여기에 강화인간과 파워슈트를 향신료로 뿌려내 깊은 맛을 더했달까. 스포가 되어 언급하지 못한 설정까지 더한다면 정말 정신없이 흘러가는 스토리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광범위하게 믹스한 작품도 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오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중심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던 건 효율적으로 안배를 잘했기 때문인듯 싶다. 물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없진 않다. 후반부 AI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나 굳이 카난을 버리는 것은 감정과잉에 의한 전개같아 아쉬움을 줬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짬뽕탕임은 분명하다.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재미를 느낄 요소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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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1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비타민 외 지음 / 푸른약국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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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1 (2021년 초판)

저자 - 엽기부족, 비타민, 조영주, 해사, 유혼, 박이서, 정차차, 8비트

출판사 - 푸른약국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13p



이막이의 비상은 계속 된다



작년 중순경 정체를 숨기고 오직 이야기로 승부를 걸었던 독특한 컨셉의 블라인드 작가 프로젝트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에 이어 드디어 두번째 이막이가 베일을 벗고 세상 앞에 드러났다. 이번 역시 약국의 약사이자 서점 '아독방' 사장이자 출판사 '푸른약국'의 대표인 휼륭하신 대표님의 거침없는 지휘아래 두 권의 소설로 엮인 이막이 Vol.2가 탄생했다. 



이번 앤솔러지의 주제는 '사람과 사물들'이다. 이전 Vol.1의 주제인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과 마찬가지로 소재를 제한하는 명확한 주제가 아닌 상상력을 자극하는 추상적 주제로 이번에도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던 것 같다. 물론 본인도 부담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았던 주제랄까.ㅎㅎㅎ 앞서 말했지만 이번 Vol.2는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는데, 1권은 Vol.1에 참여했던, 이막이 맛을 보고 잊을 수 없어 다시 참여한 작가들의 여덟 편의 작품을 모았고 2권은 새롭게 이막이에 참여한 작가들의 열 편의 작품을 모았다. 하여 우선 본인이 참여한 1권의 리뷰를 올린다.



1. 수저 - 비타민

잘 살지는 못해도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고 살던 수지네 집이 하루 아침에 어려워졌다. 부모님은 밤낮없이 일하며 무너진 집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형편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철없는 동생은 이런 사정은 모르고 마냥 반찬 투정을 하지만 이제 초딩인 수지는 어느새 철이 들어 버렸다. 부모님이 싸준 온갖 반찬들이 즐비한 점심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수퍼마켓 빵을 싸온 수지와 빵을 저멀리 치우고 수지에게 자신의 수저를 손에 쥐어주는 단짝 친구. 그런 친구를 보던 수지는 왈칵 눈물이 터져나오는데....

- 노년의 노파가 집을 떠나는 애틋한 상실을 이야기 했던 전작 [이사]에 이어 이번에도 초딩 소녀 수지가 겪는 상실의 아픔을 그려낸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선의가 더 없이 고마우면서도 그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지의 아픔과 혼란이 와닿는다. 아픔을 잘 극복하고 성인이 된 수지의 이야기도 좋았다.



2. 코로나 블루 - 조영주

안푸른약국에서 숍인숍 서점을 운영중인 안훌륭 대표는 장르소설가인 조영지와 친분을 쌓아간다. 그날도 구매하려던 책이 입고되어 조영지 작가의 휴대폰 카톡이 울린다. 보낸이는 안훌륭 대표. 책이 왔으니 어서 찾아가란 내용인데, 그날따라 우울감에 휩싸였던 조영지는 감정실은 톡을 보내고, 오가는 카톡속에 조영지의 감정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데....

- 이번 Vol.2에서는 두 번째로 참여하는 작가에게 일종의 소소한 혜택을 줬는데, 기존에 썼던 닉네임이나 실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이미 유명 작가인 조영주 작가는 유일하게 실명을 선택했다. 작품은 작은 일에도 우울하고 성질이 뻗치는 작금의 코로나 시대에 딱 어울리는 코로나 블루 같은 단편이다. 박훌륭 대표 <-> 안훌륭 대표, 조영주 작가 <-> 조영지 작가. 평행우주 속 반대 세계를 그리는 듯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빛나면서 웃픈 폭소를 자아낸다. 



3. 사물과 사람들 - 해사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손님들. 그리고 그들의 음식을 준비하는 분주한 직원들.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유리컵을 집는 남자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 깨진 유리컵 조각을 집어 삼킨 쓰레기통. 언제나 활짝 핀 꽃을 머금고 있는 식탁위 화분까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물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그려진다.

- 사람과 사물들을 역으로 생각한 작품이면서 가장 주제와 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4. 공생 - 유혼

약사 유미는 오늘도 진상 손님들 덕에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다. 매일같이 안하무인 손님들의 진상은 천태만상이니 치닫는 스트레스에 돌아가실 지경이건만..... 그녀에겐 한가지 위안이 있었으니. 바로 레어 기념주화를 모으는 일이었다.

- 기념주화 컬렉터인 약사인 유미, 은행원 수진. 그리고 세차 중독자 성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매일매일 스트레스에 파묻혀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에서 독자는 자신의 일상을 투영하고 취미생활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Vol.1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독방 인스타 팔로워라면.... 아니, 조금 눈치가 있는 독자라면 이 작가의 정체가 무엇인지 충분히 눈치 챌수 있으리라. ㅎㅎㅎ



5. 모로 누우면 - 박이서

죽은 엄마 대신 민서를 키우는 할머니는 민서도 죽은 엄마를 닮을까봐 절대 책을 읽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민서 주변을 얼쩡대는 소년 준호. 준호는 매일 같이 핏기가 하나도 없어 보일 정도로 얼굴에 분칠을 하고 나타난다. 화장하는 초딩 준호가 너무나 싫은 민서는 연거푸 다가오는 준호를 밀어내지만, 화장의 슬픈 비밀을 알아챈 순간. 민서는 준호를 받아들이는데....

- 자식을 두고 목숨을 끊은 엄마의 사연? 준호가 화장을 해야만 했던 원인? 그런 이유가 구구절절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민서와 준호의 모습을 통해 막연히 상상하게 만든다. 왜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라고. 암울한 현실과 맞서 싸워 나가는 그들에겐 그저 하루를 이겨내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6. 만두대첩 - 정차차

노모를 모시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 있는 아내에게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온다. 남편이 퇴직금으로 다 함께 살 수 있는 빌라를 마련했다는 것. 내키진 않지만 이미 덜컥 집을 구해버린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빌라를 찾은 아내는 기겁한다. 집안의 구조가 너무나 조악했기 때문에. 열불이 나지만 꾹꾹 눌러담고 아내는 자식들과 함께 만두를 빚는다. 가족의 대소사에서 빠짐없이 함께 했던 만두를.....

- 이 가족에게 담긴 만두의 의미 만큼. 본인. 아니, 우리집에 얽힌 그런 음식은 없을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퍼뜩 하나가 떠올랐다. 쇠주. ㅎㅎㅎㅎ 



7. 미안해 - 엽기부족

드디어 본인 작품이다. 1권에 담긴 작품중 가장 짧은 분량의 작품인데, 공교롭게도 가장 쎈 작품인듯 싶다. Vol.1의 [쓰쿠모가미]도 다소 잔혹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과연 이건 어떨지...-_-;;;; 대체 뭐가 미안한지는 노코멘트하련다. 



8.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행방불명 - 8비트

대부호의 비공개 자서전을 집필하기 위해 회장의 집을 찾은 필자는 그곳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유독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회장이 50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아 자신이 후원하는 음악가에게 빌려줬었는데, 그 음악가가 회장의 바이올린 반납 지시를 어기고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꿀꺽 하려했다는 것.....

-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요, 이 악기에 담긴 사연이 얼마나 무궁한지 말해 뭣하랴. 악기의 명성에 욕망을 팔아버린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처음 Vol.1에 참여한지 얼마 안돼 이렇게 두번째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ㅎㅎ 내방 컴퓨터 PC속에 잠들어 있을 글이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내용이나 퀄리티를 떠나 기분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이번 Vol.2에 참여한 기존 작가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리라.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대로 독자에게 가 닿기를 바라면서.... 다음은 신인 작가들로 이루어진 2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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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겨울호 - 68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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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 겨울 합본 특별호(68호)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한이, 황정은, 홍선주, 공민철, 장우석, 홍성호, 한새마, 정가일, 조동신, 반대인, 이상우, 백휴, 오혜진, 홍정기, 전건우, 황세연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50p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 선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계간 미스터리 통권 68호이다. 지난호 부터 출판사 나비클럽에서 제작에 참여하면서 내실있는 내용과 함께 눈에 띄는 디자인이 잡지의 퀄리티를 한층 높이는 느낌이다. '젊은 소설가의 위험한 작업실'이라는 제목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정민호'작가의 표지인데 추리 소설하면 떠올리게 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녹여낸 감각적인 그림이라 여겨진다. 



지난호에서 은둔하고 있는 추리작가들을 세상밖으로 나오라고 도모했다면 이번 호의 화두는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이다. 기존 작가들과 새롭게 등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교전을 통해 추리 문학이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까. 책을 여는 한국추리작가협회 한의 회장님의 출간사에 이어 '정명섭'작가님의 특별기고가 이어지며 치열하게 벌어질 추리 작품들의 경쟁이 성공적 이어져 질적 향상으로 모두가 윈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2020 가을겨울호를 펴내며
한국 추리소설 작가들의 세대 간 교전이 더욱 격렬해지기를


○ 특별기고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 어디까지 왔는가? / 정명섭
- 일본이나 서양 추리, 스릴러에 밀려 외면받던 한국 추리문학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날이 오기를!!


○ 인터뷰
* 한국 추리문학의 신진 고수를 만나다 / 공민철, 박상민, 한새마
- 세대교체를 이끌어 나갈 기대되는 고수 세 분의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눈 기사이다. 읽는 것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휴머니즘 미스터리 작가 '공민철'작가와 현직 의사이자 메디컬 미스터리 작가 '박상민'작가, 그리고 본격을 써도 이야미스로 읽히는 이야미스 은둔고수 '한새마'작가까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밖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공민철 - 시체 옆에 피는 꽃

박상민 - 차가운 숨결

한새마 - 계간미스터리 64호, 엄마 시체를 부탁해 

          미스테리아 28호, 죽은 엄마



○ 신인상
1. 가나다 살인사건 / 황정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ABC살인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세 명의 노숙자가 우연히 발견한 돈가방. 이들은 돈을 나누어 갖느니 차라리 보험에 가입하고 서로를 죽이자고 작당한다. 이른바 교환살인인 것.


2. G선상의 아리아 / 홍선주
트릭이 있는 추리라기 보다는 개인의 심리를 그려내는 싸이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부모로 부터 학대 받고 미쳐버린 이상심리 화자의 아슬아슬한 묘사가 그려진다. 


- 지난 20년 12월에 열린 한국추리작가 협회 총회에서 신인상 수상때 잠시나바 뵜던 분들의 작품을 읽으니 뭔가 동료애가 느껴졌달까. 동기 작가라고 할 수 있는건가. 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이야기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다.



○ 중편소설
* 내일의 별빛 / 공민철
암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만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은 더이상 고통없이 죽여달라는 것. 아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버지는 너무나 간절히 죽음을 원했기 때문에.... 그러던중 같은 암병동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고민들 들은 친구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여주겠다고 말한다. 대신. 아들도 누군가를 죽여줘야 한다는 것.

- 역시 교환살인이 소재인 작품이다. 다만 증오와 살의에 휩싸여 알리바이를 위한 교환살인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이고 이해와 믿음이 뒷받침된 살인은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교환살인을 보여준다. 역시 휴머니즘 감성 미스터리랄까.


○ 단편소설
1. 특별 할인 / 장우석

만년필 덕후인 주인공은 당근마켓에서 엄청난 매물을 발견하고 흥분에 휩싸인다. 바로 직거래 약속을 잡고 거래장소에 나갔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판매자는 나타나지 않고.... 한껏 상기됐던 주인공은 실망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던 주인공의 눈에 뭔가가 띄는데....

중고 직거래를 미스터리적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덕후의 눈에만 보이는 해법의 열쇠가 공감이 가는 단편.
 

2. 약육강식 / 홍성호

딸과 같은 이름에 한때 딸아이와 친하게 지냈던 소녀가 모텔방에서 숨진채 발견된다. 그리고 소녀의 시체 옆에 목이 메여 죽어있는 남성의 시체까지.... 딸 아이의 친구였던 소녀의 죽음을 수사하던 경찰 아빠는 착하디 착하던 소녀가 가출하고 나쁜길로 빠져든 것도 모자라 죽음까지 맞이한 상황에 착찹한 심경인데....

-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는 소외된 이들의 실상은 가슴 아프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약자와 함께 하는 세상은 한없이 멀게만 보인다. 


3. 어떤 자살 / 한새마
다쓰러져 가는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중년 남성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밧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신. 누가봐도 자살한 것 같은 시체 옆에 아사하기 직전의 노파가 발견되고 급히 병원으로 실려간다. 집안은 밀실. 정황상 중년 남성의 자살로 보이는 이 사건에 르포기자가 조사를 시작하고, 쓰레기 더미 집에 집나간 딸이 있었음을 알아 내는데....

- 르포 형식의 구성으로 현실감을 높이고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본격 작품. 르포기자와 소녀가 밝히는 사건의 전모가 반전에 반전이 되어 미스터리의 묘미를 충족시킨다. 본격임에도 이야미스로 읽히는 추리계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진작가 '한새마' 작가의 작품.


○ 초단편소설
1. 고백 / 정가일
2. 크리스티 여사의 취미 / 조동신
3. 얼굴 마사지 좋아하는 여자 / 이상우
4. 운수 좋은 날 / 반대인
5. 선생님은 항상 너희 편이야 / 공민철

- 개개의 리뷰보다는 짧은 페이지 안에서 반전의 묘미를 끌어내는 엽편 미스터리의 재미가 가득하다. 딱 엽편 분량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면 좀 더 길게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엽편도 있었다.



○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 사유하는 추리소설가 혹은 추리소설가의 사유 / 백휴


○ 평론
* 영토 확장의 모험자들 - 서미애, 송시우, 박하익을 보다 / 오혜진
한국 추리의 주류라 말할 수 있는 여성 작가 3인방의 평론이다. 각 작가들의 작품과 간단한 줄거리, 감상들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자극된다.


○ 리뷰
* 치명적 바이러스와의 공존 / 홍정기
- 본인이 참여한 코너이다. 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치명적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읽어볼 만한 추미스 작품을 선별했다. 


○ 미스터리 쓰는 법
* 어디서 죽이는 아이디어를 찾지? / 한이
- 직전 호에서 '김재희'작가의 추리소설 캐릭터 만드는 법에 이은 추리 작법 비기이다. 아이디어부터 소재와 트릭 만들기까지 미스터리 작가를 희망한다면 이 알찬 비기를 빠트리지 말 것.


○ 작가의 방
* 노트북만 있다면 세상 모든 곳이 작업실 / 전건우
- 호러,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인기 작가 '전건우'작가의 작가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업작가로 접어들고서 아이디어 고갈로 고생한 경험담이나 난관을 극복하게 된 팁등을 볼 수 있던 코너였다. 


○ 프로파일링

* 사라진 돈다발 / 황세연
- 매호 빠짐없이 퀴즈를 던지는, 20년 황금펜상의 주인공 '황세연'작가님의 추리 퀴즈 코너. 역시 재미있다. 


○ 2020년을 보내며 - 장르문학 전문출판사 대상 설문조사
* 비대면 시대, 출판은 안녕하십니까?

-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장르전문 출판사의 20년 한해를 돌아보는 흥미로운 코너이다. 20년 가장 좋았던 작품. 아쉬웠던 작품. 21년 기대작과 추리 트렌드까지 각 출판사의 취향과 경향을 알 수 있는 코너였다.



본인도 리뷰 한꼭지로 참여하긴 했지만 역시 나만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68호였다. 21년에는 합본호가 아닌 4회로 출간할 예정인 [계간 미스터리]에 꼭 작품을 싣기를 희망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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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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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2020년 초판)

저자 - 우사미 마코토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5500원

페이지 - 419p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치명적 독



우연히 만난 두 여성. 

이 우연한 만남이 초래할 결말은....

악연인가?

운명인가?



국내 두 번째로 소개되는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이 블루홀6에서 출간됐다. 앞서 소개된 작품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에서 호러와 환상을 넘나드는 유려한 문체로 미스터리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데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느 몰락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선량했던 이들이 원치 않는 악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숨막히는 압박속에 그려낸다. 고로 이번 작품은 치밀한 내면심리와 섬세한 복선을 겸비한 미스터리 작품이랄까.



서른 남짓의 요코. 동생의 가게 어려움에 빚보증까지 서며 돈을 구해주지만 결국 동생의 가게는 파산한다. 몰락한 동생 내외는 자살하고, 그녀에게 남겨진 건 막대한 사채 빚과 동생 내외가 키우던 다섯살 남짓한 실어증 조카 다쓰야 뿐. 사채업자의 등살에 다쓰야를 데리고 야반도주한 요코는 우연히 직업소개소에서 자신의 또래 여성인 기미를 만난다. 같은 직장을 구하는 처지에 둘은 친해지고, 기미로 부터 입식 가정부 일을 소개받는 요코는 그길로 건실한 사업체를 거느린 주택의 가정부로 들어간다. 퇴직한 노년의 선생님. 그리고 기업체를 운영하는 그의 아들. 여기에 가정부 요코와 말못하는 다쓰야까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구성원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데.....



일단 작품의 시점은 3부분으로 나뉜다. 


몰락한 탄광촌에서 갱도 폭발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미쳐버린 아버지와 집나간 엄마 대신 3명의 동생을 보살피는 소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잔혹한 인생을 그리는 1966년.

요코가 가정부로 들어가 다쓰야와 주인집 가족들과 함께 생활해 가는 모습을 그리는 1985년.

마지막으로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는 요코의 모습을 그리는 2015년 까지......


이 세가지 시점이 교차되면서 두 여인 요코와 기미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충격적 전말을 맞게 된다. 작품을 읽으며 환경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선량했던 그녀가 어둠에 젖을 수 밖에 없었던 끔찍한 현실들. 사채업자를 피해 꿈을 포기하고 도망자 신세가 되는 그녀의 현실. 타개할 수 없는 좌절속에, 희망 없는 하루 하루의 반복속에 오로지 살기 위해 죄를 짓는 그녀를 우리는 과연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실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그려내며 그녀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만든다. 두 여성의 심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양파 껍질 벗겨내듯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독하던지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역시 뛰어난 필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탄광촌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다. 몰락한 탄광촌을 배경으로하는 작품을 종종 보게 되는데 '미쓰다 신조'의 [검은 얼굴의 여우]의 경우 일제 치하 당시의 몰락한 탄광촌을 그리고 있어 비슷한 느낌이들었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궁핍했던 탄광촌의 묘사에서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 두 작품보다 [어리석은 자의 독]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단연코 가장 최악이리라.



하여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저지른 죄의 무게에 갇혀 또다른 죄를 짓는 벗을 수 없는 굴레. 끝없는 몰락에 읽는이까지 암울해지는 중독적 이야미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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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시월드 도감 2 묘시월드 도감 2
화화 스튜디오 지음 / 화화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묘시월드 도감 제 2권 (2020년 초판)

저자 - 화화스튜디오

출판사 - 화화

정가 - 15950원

페이지 - 171p



귀엽고 친숙한 한국 요괴도감의 명맥을 잇는다



1편에 이어 얼마전 텀블벅 사이트에서 성공적 펀딩을 마쳤던 요괴도감 2탄. [묘시월드 도감 2]가 시중 온라인 서점에도 정식 등록, 출간됐다.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과 친근감 있고 귀여운 요괴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도감이었는데 1편에 이어 새로운 50가지 요괴들이 추가되어 출간되니 요괴도감 덕후로서 더 없이 기쁜 일이다. 



기본적인 구성은 1편과 같다. 우선 괴력난신의 분류로 귀신, 요괴, 신수, 신의 4등급으로 나눈 요괴들을 망라하며 나이와 인간과의 친숙도, 능력분포도를 그래프로 제공하여 한눈에 알기 쉽게 정보를 전달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귀신인 장화홍련과 백호, 청룡, 주작등 누구나 알 법한 신수들이 실려있는가하면 우렁각시의 반대개념은 우렁도령, [블레이드]의 흡혈귀가 떠오르는 무턱귀 등은 새롭게 만나는 요괴들로 이채롭게 다가온다.



 



더불어 부록으로 실린 요괴들의 코믹한 4컷만화와 상상력 가득한 페이지들은 단순히 요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일 컨텐츠로의 발전성을 엿보게 만드는 재기 넘치는 선물이라 생각된다. 



이미 한국의 요괴도감은 텀블벅 사이트를 통해 무수히 출간되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양한 구성의 일러스트로 만나는 요괴도감은 반가운 것이 사실이나 단발성에 그쳐버리는가 하면 중복되는 요괴가 많아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여 이렇게 꾸준히 한국 전통의 초자연적 존재들을 소개하고 도감에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2차 제작에 힘쓰는 화화스튜디오의 도전은 주목받을만 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쪼록 지금의 색깔을 잃지 않고 한국의 모든 요괴를 소개하는 그 날까지 [묘시월드]가 계속되길 요괴덕후로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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