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블러드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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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 (2020년 초판)

저자 - 임태운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300원

페이지 - 359p



좀비 아포칼립스페이스 오페라



흥행했던 작품들의 요소요소를 뽑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과연 성공적인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흥행의 법칙은 산술적인 1+1=2가 아니기에 어려운 것인데, 이번에 출간된 국내 SF장편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듯 하여 눈길을 끈다. 이 작품 이전 [백혈]이라는 단편을 발표하고 긍정적 반응에 이야기를 늘려 이번 장편을 출간했는데 배경이 되는 설정들에서 여러 인기 SF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SF를 좋아하는 그대여. 여기엔 당신이 좋아할 것이 무조건 하나는 있다." 라고 말하는 '김보영'작가의 추천사가 이 작품에 대헤 명쾌하게 설명한 듯 하다. 크게는 좀비아포칼립스에 호쾌한 액션이 난무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접목했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더 많은 작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지구에 정체불명의 광견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광견병에 걸린 인간들은 이성을 잃고 살아있는 고기를 뜯어먹기 위해 같은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바로 좀비화 된 것이다. 좀비를 막아내는데 실패한 인류는 급히 우주선 방주를 짓고 선택된 사람들만이 우주 멀리 위치한 새로운 지구를 찾아 떠난다. 이후 첫번째 방주를 따라 출발하려 했던 두번째 방주는 여러 재난들이 겹쳐 출발하지 못하고 그렇게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른다. 밖에는 좀비들, 안에는 무정부 주의의 불한당들이 점거한 약육강식의 지구에서 마침내 두번째 방주가 완성되고, 마지막 선택된 인류는 먼저 떠난 방주를 따라 우주로 나서게 된다. 


두번째 방주 엘리에셀에서 깨어난 이도는 자신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깨어난 것이 아니라 방주를 책임지는 AI 마리에 의해 깨어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AI 마리가 육체를 강화시킨 백혈인간인 이도에게 미션을 내리기 위해 깨운 것이니, AI의 미션을 이랬다. 앞서 떠난 첫번째 방주가 우주공간에서 표류중이니 방주로 넘어가 원인을 파악 하라는 것. 이도는 자신의 부하 2명을 깨워 첫번째 방주로 넘어가는데......



자, 이 작품을 읽으며 떠올랐던 작품들을 늘어놔 보련다. 우선 좀비아포칼립스로 인류가 우주로 탈출하는 설정에서 '정명섭'작가의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가 연상됐다. 다만 '정명섭'작가의 작품은 우주로 떠났던 인류가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게 다른점. 이후 유령선 처럼 우주를 방황하는 우주선을 탐사하는 것에서 [라마와의 랑데뷰]가 떠올랐다면 무리수일까. -_-;; 여튼, 우주공간에서 미치광이 좀비때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에서 [에일리언]을, 생체 과학으로 육체적 강화를 이룬 백혈인간은 [노인의 전쟁]을, 백혈인간에 맞서 파워 수트를 입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우주의 전사]를, 재난을 피해 방주를 만들어 지구를 떠난다는 설정에서 [원수성역]이나 [세븐 이브스]를 떠올리게 된다. 본인이 미처 떠올리지 못한 작품들도 있을지니 얼마나 많은 작품들의 소스가 이 작품에 녹아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흥행의 공식은 기존의 설정에서 새로움을 찾아 내는 것.



언급한 작품들을 전면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30부작 시리즈로 써도 모자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작가는 '설정'만을 따서 중심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결국 중심 배경은 좀비를 피해 먼저 출발했던 우주선이 표류중이며, 그 우주선에서는 상상못한 참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 여기에 강화인간과 파워슈트를 향신료로 뿌려내 깊은 맛을 더했달까. 스포가 되어 언급하지 못한 설정까지 더한다면 정말 정신없이 흘러가는 스토리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광범위하게 믹스한 작품도 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오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중심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던 건 효율적으로 안배를 잘했기 때문인듯 싶다. 물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없진 않다. 후반부 AI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나 굳이 카난을 버리는 것은 감정과잉에 의한 전개같아 아쉬움을 줬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짬뽕탕임은 분명하다.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재미를 느낄 요소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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