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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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받으라 (2019년 초판)

저자 - 박해로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12p



신을 받으라! 신을 받으라!! 신을 받으라!!!



아직까지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한국 오컬트 호러영화를 꼽으라면 '나홍진'감독의 [곡성]이라고 말한다. 전통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국 사람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한국적 공포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적 오컬트 공포 소설을 꼽으라면 아직까지 작년에 읽었던 무속 공포소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을 꼽는다. 역시 이유는 마찬가지다. 한국색이 짙은 무속신앙을 토대로 극한의 공포를 끌어가는 작품이니까. 그런 본인의 넘버원 한국 오컬트 호러 소설 [살]을 쓴 '박해로'작가의 따끈한 신작이 출간되었다. 역시 여름을 맞이하야 무더위를 날려줄 초특급 공포소설이 왔다는 거다...ㅎㅎㅎ



[1876년]

섭주고을의 사또 김광신은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이비 교주 장일손의 집에 들이닥친뒤 재판도 거치지 않고 바로 망나니에게 교주의 목을 베라는 명을 내린다. 그러나 교주 장일손은 사또 김광신의 명령에 극도의 분노를 드러내며 자신을 배신한 김광신의 일족을 멸하리라는 저주를 퍼붓고 그의 독기어린 요기에 부하들은 벌벌 떨고, 망나니는 형집행을 망설일정도...그러나 사또의 일갈에 결국 교주는 목이잘리고, 그 순간 하늘의 먹구름에선 피비가 사또와 부하들, 망나니를 시뻘겋게 적시는데.....



[1976년]

깊은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 섭주군 돌아래마을에서 마을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젊은 청년 목사 정균은 마을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존재다. 그러나 잘생긴 목사 정균에겐 아무에게도 말못할 비밀이 있었으니, 18살나이 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극한의 몸살에 시달리던 정균은 병원과 절을 전전하다 결국 용한 무당 장군보살에게까지 찾아간다. 장군보살은 정균을 보자마자 정균에게 붙어있는 노인의 혼령을 간파하고, 그말을 들은 정균 역시 자신에게 붙어있는 원혼을 볼 수 있게된다. 우여곡절 끝에 굿으로 노인의 원혼을 떼어낸 정균은 자신의 신기 때문에 주변의 원혼을 불러들인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신학교에 들어가 독실한 크리스천이 된 것. 돌아래 마을에서 성공적인 포교활동을 하던 어느날부터인가 마을에 살던 무당 딸인 묘화가 예수님을 만난뒤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됐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앉은뱅이 할머니를 손길 한번으로 벌떡 일어나게 만들고, 죽어가던 강아지도 되살리는 기적을 선보인뒤부터 교회를 찾던 마을 사람들은 소녀 묘화를 예수님의 사도라 부르며 추앙하기 시작하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토속신앙인 무속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들과 살을 날리는 저주행위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현혹하여 집단광기에 빠져들어가는 아비규환 지옥도를 보이면서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왜이렇게 무서운걸까?..-_-;;; 과학문명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조금만 돌아다니면 만나볼 수 있는 선녀보살, 애기보살, 돼지보살이 프린트된 간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죽하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두신을 섬기지 말라'는 말을 읍조리며 어떤한 상황에서도 절을 하지 않던 주변사람이 점집에서 점을 보는걸 본적도 있을 정도니, 무속신앙은 그만큼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우리에게 깊숙이 스며든 신앙인 것이다. 그런 무속인들이 신기를 발휘하여 살을 날려 사람을 해하고, 악귀를 빙의시켜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버리는 일들이 우리안의 잠재되어있는 공포심에 활을 당기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우리 선조들부터 지금까지 뿌리깊게 내려온 DNA에 각인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근원적 공포일테니 말이다.



어찌됐던, 100년전 벌어진 참극의 저주가 100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 되살아나려하고, 그 한복판에 강한 신기를 가진 목사 정균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신실한 목사에게 다가온 기적에 가까운 강력한 술수들 앞에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고 현혹되지 않기위해 고뇌하는 목사 정균의 인간적인 모습뒤로 [곡성]속 일본 악귀와 산신령이 굿판을 통해 살을 날리는 장면이 떠오르는 전국 최고의 무당과 악귀와의 한판 대결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져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작품을 읽으며 끊임없이 [곡성]과 [사바하]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두영화의 장점들을 효과적으로 섞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데뷔작 [살] 이후 이번 두번째 작품으로 한국 무속공포소설 하면 '박해로'가 떠오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닭피를 뒤집어쓴 무당이 날카롭게 벼른 작두위를 미친듯이 뜀뛰듯, 점차 광기에 미쳐돌아가는 점입가경의 상황들이 쉴새없이 몰아치며 우리안에 내재된 두려움을 극대화 시킨다.100년전의 인물들이 100년 후 누구의 몸을 빌어 나타나는지가 충격과 반전의 재미요소라고 생각되면서, 전작 [살]의 호불호 갈리는 충격적 결말과는 달리 이번 작품의 결말은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대중적인 결말이라 전작같은 논란의 여지는 덜 할 것으로생각되지만.....개인적으론 [살]과 같은 황당한 결말을 더 선호하기에 이번 평범한(?)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던 무속 공포소설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이제 이 작품으로 그 토양을 단단하게 다졌다는 사실은 오컬트 공포 마니아로서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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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파랑 - 소울메이트를 찾아서,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 마시멜로 픽션
차율이 지음, 샤토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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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파랑 : 소울메이트를 찾아서 (2019년 초판)

저자 - 차율이

출판사 - 고릴라박스

정가 - 11000원

페이지 - 189p



진정한 친구는 어디에



아름다운 제주 앞바다 거문도의 신지께 설화를 바탕으로 실종된 아빠를 찾아 떠난  인어소녀의 모험을 그렸던 동화 [인어소녀]의 작가 '차율이'의 신작동화가 출간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초딩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로서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 전통의 인어설화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바다의 풍광과 함께 인간 소녀와 인어소녀와의 진정한 우정을 그리는 이번 작품은 전작 [인어소녀]보다 더욱 커다란 스케일의 설정과 상상치 못한 상상력 그리고 작가만의 서정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감성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선보인다.



[인어소녀]도 아직 어린 딸아이에겐 조금 어려워 순화 및 각색하여 이야기를 들려줬었는데, 이번 작품도 이제서야 유아용 책을 천천히 읽을 정도의 딸아이에겐 조금 높은 난이도의 동화라 역시 요점만 뽑아서 설명해줬는데, 서양의 동화속 인어가 아닌 한국 고유의 색을 띄는 인어들의 이야기와 예쁜 삽화에 초롱초롱하게 관심을 보여 흐뭇하게 만들었다. 아이 책장에 꽂아놓고 있음 조만간 스스로 읽는 날이 오겠지 머..ㅎㅎㅎ 



부산 앞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 용품점을 운영하는 엄마와 함께사는 어릴적부터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13세 소녀 미지에겐 말못할 고민이 있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 엄마와 사귀는 남자친구, 예비 새아빠가 아직은 낯설고, 친했던 친구마저 남자친구가 생긴뒤 관계가 소원해 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홀로 고독을 씹으며(고독씹는 13살...) 홀로 바다속으로 다이빙을 한 미지는 우연히 바다바닥 구멍속에서 신비하게 빛나는 구슬을 발견하고, 그 구슬을 집는 순간........


순식간에 조선의 앞바다로 타임워프 한다....바다위 목선에서 눈뜬 미지앞에 인어의 정체를 숨기고 왜구와 싸우는 해적단이 둘러싸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21세기에서 조선시대로 떨어진 소녀 미지는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조선에서 그토록 원하던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을까?....



머...당연히 만나겠지..ㅎㅎ [인어소녀]에 이어 이번 [미지의 파랑]까지 인어 연작 시리즈라고 봐도 될정도로 푸르른 바다와 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인어의 모습이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더불어 전작에서는 신지께 인어 설화를 이야기의 근간으로 한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작품에서는 조선시대의 어보인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를 참조하여 역어, 교인, 예어 등 다양한 인어들의 모습과 습성을 구분지어 각 인어캐릭터에 개성적인 성격을 부여하는등 동화작품으로서 보기힘든 사실적이고 세밀한 설정을 두고 있는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후반부 클라이막스에서 등장하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물괴이야기를 작품과 크로스오버한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동화를 보면서 이런 한국괴물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웃기지만, 이런 공들인 설정들이 동화를 선택하고 보여주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상당히 인상적인 요소이고, 초딩 고학년인 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나서도 이 동화가 서양의 인어공주를 따라만든 근본없는 상상의 산물이 아닌 역사 기록에 기반한 작품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느끼게 될 감정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동화를 읽는 아이에게 직접 설명해도 좋을것도 같고.....



어쨌던,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떨어진 용감한 소녀 미지와 해적단 선장 인어 해미와 만나 함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열고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뛰놀아야될 초딩임에도) 점차 친구가 아닌 경쟁상대가 되버리는 무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정의 참된 의미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어쩌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있는 동화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동화가 아무리 의미가 깊다고 해봐야 재미가 없으면 소용없는 일일테고, 일단 딸아이는 각색했지만 재미있어 했고, 나 역시 재미있게 읽을 정도로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작 [인어소녀]나 이번 작품이나 꼬마 소녀의 고독을 그리고 있지만 전작의 우수에 찬 서정성보단 밝고 활기차게 그려져 초딩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된다. 초딩 소녀들로 구성된 101명의 걸스 심사위원단이 1등으로 선택한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이니 일단 재미면으론 초딩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듯 하고, 아이들에게, 내 딸아이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좋은 동화 작품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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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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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 (2019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6p



찌는 듯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스티븐 킹옹의 귀환!!!



슬슬 고온다습 짜증나는 열대야가 다가오는 이 시기가 오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분이 있으니...바로 초자연 공포의 제왕 킹옹님이시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초자연 공포 스릴러의 제왕이라고 불러야 할듯...) 일단 킹옹님 신작이 나왔다?! 그럼 진정한 여름이 온거라고 보면 된다. -_- 어찌됐던 올해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려는 7월 말에 킹옹님의 신작이 우리곁에 찾아왔으니....진정한 인싸로 거듭나시는 킹옹님의 신작 아싸. [아웃사이더]다.



7월 10일. 오후 6시경.

피기스 공원에서 발견된 어린 소년의 사채 한 구.

바지와 팬티는 발목까지 벗겨진 상태로 

직장에 꽂혀있는 피묻은 나뭇가지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고,

목부분의 살점은 이빨로 물어뜯겨 너덜너덜 해진 상태.

그리고 아이의 허벅지에 흩뿌려진 자위행위의 흔적....


 

서로 이웃의 비밀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랠프 앤더슨 형사는 시체 발견 당일부터 관련 목격자들의 진술을 수집한다. 4일간에 걸친 목격자 정보와 사건 현장에서 목격되었던 시체를 옮기는데 사용된것으로 보이는 흰색 벤에서 발견된 지문조회를 통해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고, 7월 14일 야구 경기장으로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다. 한창 야구경기로 열기를 더해가는 약 1600여명의 관객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야구부 코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랠프 형사. 그리고 경악하는 관객들과 야구부 코치 테리의 가족들....그런데 모든 증거들이 범인을 테리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테리의 태도는 랠프 형사의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너무나 당당하게 확신에 찬 모습으로 범행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경찰신문과정에서 테리가 진술하는 7월 10일의 행적은 6명의 목격진술과는 너무나 상반되는데......이게 어찌된일인가?!!!!!



끔찍한 소아살인을 시작으로 목격자들이 하나같이 테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진술이 경찰 리포트로 제시되며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동시에 목격자와 목격자간의 진술 사이 사이에 검거되는 테리의 리얼타임 상황을 끼워넣으면서 속도감을 높이고, 목격진술과 상반되는 테리의 알리바이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사건은 완전한 미궁으로 빠져들면서 독자까지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고민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정리 하자면 이거다. 

살인 현장에서 줄줄이 목격된 테리.

살인 현장 밖에서 목격된 테리....-_-;;;;;

그리고 양쪽에서 발견되는 현장 증거들.

대관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캬....수퍼내추럴 공포로 톡톡히 재미 봤던 '스티븐 킹'이 '빌 호지스' 3부작에서 3부 [엔드 오브 왓치]로 추리 스릴러에 수퍼내추럴이란 양념을 쳐서 대박을 치더니...이번엔 아예 대놓고 수퍼내추럴 스릴러로 밀어 재끼는는구나!!!! 사실적이고 트릭위주의 추리소설에 초자연 공포가 칼춤을 춰대는 것이다. ㅎㅎㅎ 그런데 이게 어색하다기 보단 미스터리함을 극대화 시키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니....역시 킹옹님..ㅠ_ㅠ



(당연하겠지만) 일단 이번 1편에서는 이 기묘한 살인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는다. -_- 하여 내맘대로 작품을 읽으며 추론해봤다.


1. 테리의 도플갱어?

2. 목격자들의 집단 최면?

3. 테리의 순간이동?

4. 목격자들이 짜고치는 고스톱?

5. 아니면 정말 정교한 트릭을 이용한 정통 추리?....



사실 1편의 끝까지 읽는 다면 5가지 추론중 몇개는 붉은 줄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 미궁에 휩싸여있으니...ㅎㅎ 다가오는 2편에서 어떻게 흘러갈지 정말로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끝내주는 도입부의 역할을 다하는 1권인듯 하다. 더불어 1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나서야 이 [아웃사이더] '빌 호지스'시리즈를 잇는 스핀오프(?)의 시작이되는 작품이란 것을 알게되었으니!!! 아...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만나게된 반가운 캐릭터의 재회에 정말로 더위를 잇게 만드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ㅋ 정말로 킹옹님의 작품을 여럿 읽었지만 이번 작품(1권만 봤지만)....대박의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 킹옹의 정수를 직접 느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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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여성구락부
김재희 지음 / 코핀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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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여성구락부 (2019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코핀북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0p



움츠러 있던 경성의 아낙들이여 일어나라!



(이 얘길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얼마전 참석했던 한국추리소설협회 + 추리소설마니아 정모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김재희'작가의 신작이다. 당시 술자리에서 짧막하게 캐쥬얼한 좀비 시대극을 탈고했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바로 그 작품이 책으로 출간된것이다. 사실 제목만 봤을땐 작가의 근간 [경성탐정 이상 4]에 실린 일곱번째 단편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의 스핀오프(?) 겪의 작품일거라 예상했는데 실상은 귀부인들의 자존심을 앞세운 질투와 그녀들의 고급스런 취미생활을 비추는 사교구락부로서의 외적인 측면은 흡사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깊숙한 속내는 전혀 다른 상반된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당시 작가님께 듣기로는 좀비 시대극이라고 전해 들었지만 그렇게 한마디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장르의 책은 아니었으니, 사회파추리, 페미니즘, 역사시대극, 독립운동, 좀비, 사이킥 등등등 이 모든 장르적 요소들을 판타지라는 그릇에 담아낸 작품이었다. 좀 말이 안되면 어떠랴...판타지는 어떠한 설정도, 상상도 모두가 허용되는 장르가 아닌가. ㅎ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은 결코 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신문사 사주인 남편을 둔 반설아는 자신을 지독히 학대하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강도사건으로 조작하여 남편에게 쌍칼침을 놓아 저세상으로 보내버린다. 형사는 반설아를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어 심증만 굳히고, 설아는 남편이 운영하던 신문사의 새로운 사주로 취임하면서 사장실이 아닌 수습기자로서 일을 시작한다. 신문사 선배들의 은근한 무시와 차별속에서 힘겹게 일을 배우던 설아는 우연히 어릴적 친구 윤민주와 재회하게 되고, 윤민주의 소개로 경성여성구락부에 가입하게 된다. 부잣집 여식부터 보헤미안 스타일의 여장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강의도듣고, 사격연습도 하는등 구락부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반설아는 이 구락부의 숨겨진 진짜 목적을 알게되고...윤민주가 운영하는 병원의 비밀실험에 휘말리면서 반설아의 격동의 인생 2막이 시작되는데.....



400페이지의 작품은 정확인 반을 뚝 잘라 전반부와 후반부 전혀 다른 장르로 나뉘어 전개된다. 전반부는 반설아의 울분의 살인에 이어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물리치고 신문사의 사주이자 수습기자로 활동하는 고군분투와 함께 그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일본 형사들과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그리는 페미니즘 추리소설의 분위기로 전개되는 반면, 후반부에는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괴질의 발생과 이 병원균을 연구하여 일본인들을 몰아내려는 비밀실험에 참여하여 궁극의 초능력을 얻게되는 반설아의 모험 그리고 폭풍같은 액션이 몰아치는 대망의 경성여성구락부 특급 여전사들 VS 일본 괴력좀비부대의 대혈투가 숭고한 대한민국 독립운동과 맞물려 장엄하고 장대하게 펼쳐진다.



전/후반부 장르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부 계획살인을 저지르고 발각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미인계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던 수동적인 반설아는 후반부부터 이런 저런일들을 거치며 점차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신여성으로 변모해나간다. 껍질속에 갇혀 있던 반설아가 껍질을 깨고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가는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요소로 작용하는듯 하다.



물론 치밀한 사전조사로 현실적 시대물을 그리는 역사팩션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실존했던 역사의 한순간에 실존했던 무대에서 실존했던 총기류와 무기류로 화끈하게 펼쳐지는 액션들은 비록 좀비와 초능력자의 혈투라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허구 사이에 묘~하게 현실감을 부여하면서 만세운동으로 스러져간 순국선열들의 독립의 의지를 발견케도 한다. -_- 



"사패는 간사하고 야비하며, 파괴적인 성격을 지녀 간사할 사에 부술 패를 넣었습니다. 이 사패는 경성에도, 동경에도 여러 명 존재합니다." _69p


"신종 병이라 이름을 지었어요. 존비. 손톱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하고, 얼굴이 추해져서 송곳 존, 추할 비를 붙였어요." _196p



사이코패스를 사패로, 좀비를 존비로 변형하는 '김재희'식 명명, 그 특유의 기발함과 재치에 슬며시 웃음짓게 된다. 그런 아이디어와 고뇌들이 모여 작가가 머리속에 그리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낸 장르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자칫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시대에, 일본 제국주의억압받던 경성 여성들이 분연히 일어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나라의, 여성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피튀기는 투쟁이 녹아있는 의미있는 시대판타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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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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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2019년 초판)

저자 - 요 네스뵈

역자 - 문희경

출판사 - 비채

정가 - 16000원

페이지 - 680p



스칸디나비아 스릴러의 자존심!



이 찌는듯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북유럽의 차가운 바람을 가득 안고 열 번째 해리 홀레시리즈가 돌아왔다. 더 크고, 더 묵직하게....-_- (베개로도 못쓸정도의 무지막지한 두께...ㄷㄷㄷ) 사실 해리 홀레 시리즈라봐야 작년에 읽었던 [리디머]달랑 한편뿐이라 아직 시리즈로서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으로 드디어 시리즈로서의 매력을 느껴보나 했는데...잉?!!! 시작부터 [리디머]의 끝과 어긋나는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헐...[리디머]와 [폴리스] 사이에 무려 3편이 더 끼어있었다는....ㅠ_ㅠ 출판사에서 시리즈 순서대로 출간해준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던 머..좀 연결이 안되면 또 어떠랴. 그런거 상관없이 그냥 끝내주는데...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그 날짜와 시간에, 

미제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피해자로 발견된다.

미제사건의 피해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참혹하게 살해된 

경찰들의 시체가 한 구, 두 구, 세 구....

시체가 연이어 늘어나지만 범인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그러던중 성폭행이 연루된 미제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범인 발렌틴의 유력한 목격증언이 제보된다. 이를 통해 경찰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발렌틴을 의심하지만 발렌틴은 이미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뒤 화장된 상태....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수사에 난항을 겪는 사이 해리 홀레가 있던 강력반의 동료 안톤 미테트까지 경찰 살인마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경찰직을 떠나 경찰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범죄학을 가르치는 교수 해리 대신 군나르를 필두로 베아테, 크리스테나, 비에른 등 과거 해리의 동료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결국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해리 홀레는 다시 오슬로 경찰서로 돌아오게 되는데.....



두꺼운 분량 만큼 최강의 가독성을 자랑하는 해리 홀레시리즈에서도 분량으로는 손에 꼽을 이번 작품도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르게 페이지가 사라져 버리는걸 보니 이번 [폴리스]는 가히 '요 네스뵈'의 무르익은 필력의 완성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경찰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대체 몇명의 용의자를 오슬로에 풀어놓는 건지...낚시질을 위한 떡밥 용의자에게도 엄청난 분량의 스토리를 만들어 부여하니 누가 진범이라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낚시질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걸 알 수 있다. 공직을 떠나있던 해리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뛰어드는 부분이 중반 이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해리의 부제가 느껴지지 않는건 편집광적일 정도로 사건의 도입부에 쏟아붓는 맥거핀 공세와 해리의 동료들이 펼치는 탄탄한 사전 수사가 밀도있게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중후반부 시리즈의 주역 해리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참전하면서 부터는 두배의 속도감에 시원한 액션이 가미되어 하드보일드로서의 극강의 재미를 선사한다.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진화하는 잔혹한 사건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해리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할애된다. 정말 동정심이 생길 정도로 처절하게 망가져만 가던 해리에게 행복으로 가는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주면서 행복할 권리와 모든것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해리의 고뇌를 꽤 인간적이고 공감되게 그려낸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을 불행하게 떠나보내는 저승의 사자로서 그가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이 더욱더 작품을 어둡고 암울하게 만드는데...과연 해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ㅠ_ㅠ



부패경찰의 추잡하고 역겨운 커넥션과 간부들간의 치열한 정치패권다툼 거기에 경찰 조직에 앙심을 품은 경찰 연쇄살인마의 대담하고 집요한 범행들이 한데 뒤섞여 한편의 지옥도를 연상케 한다. 고담 오슬로가 따로 없다는...-_-; 단 한편밖에 읽지 못했지만 [리디머]의 '요 네스뵈'와는 또다른 모습의 '요 네스뵈'였다. 작품이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데 일종의 경지에 도달했달까....[리디머]에서 보았던 중요장면에서 과감하게 장면전환을 걸어 독자를 불안감에 떨게 만들던 떡밥들이 이번 [폴리스]에서는 한층 세련되고 다중적으로 진행되는걸 볼 수 있었다. 이른바 떡밥잔치다....ㅎㅎ 범인이 다음 살인을 예상하게 만든뒤 무려 4~5명의 피해자 떡밥을 낚시대에 걸어 드리워 놓고 독자가 물기를 기다리는거다. 


예를들어 다음 미제사건의 날짜와 시간이 다가오고, 살인자의 범행이 임박했을때,

1. 소녀를 주시하는 의문의 남자. 남자는 소녀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불안해진 소녀는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려 하지만 문이 잠긴 상태. 철컥! 철컥! 잠긴문은 열릴줄 모르고 급기야 문을 쾅쾅 쳐대는 소녀!!!!!!!

2. 거울을 보던 여성의 등뒤로 문이 열리고, "왔어?" 묻지만 방에 들어온자는 대답이 없다. 어느새 여성의 등뒤에선 남자는 부드럽게 여성의 목을 주무르고, 평소에 한번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여성은 불안해하며 고개를 돌리며 하는데!!!!!!

3. 차를 함께 타고 가던 남성은 차를 세우고 경찰에 대한 무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한뒤 함께 탄 경찰을 두고 트렁크에서 무언갈 꺼내려 한다. 꺼내려는 것이 트렁크 안에서 부딪히며 들리는 쇳소리가 경찰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트렁크에서 남성이 꺼내든 것은!!!!!!

4....

5.....


이런 떡밥들이 한번에 살포되면 소녀가 죽을지 여성이 죽을지 남성이 죽을지 누가 죽을지도 모르겠고, 다음에 이 소녀와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 불쾌하고 불안한 긴장감을 계속 안고 페이지를 넘겨야만 한다. ㅠ_ㅠ 그야말로 끝까지 붙들고 읽게 만드는 잔인한 작품아닌가..머...다른 스릴러들도 비슷하겠지만 '요 네스뵈'의 떡밥은 어떻게 써야 독자가 미치는지 제대로 알고 쓴다는 느낌?...독자를 쪼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는 것에 있다. 



넘치는 떡밥과 대담한 미스디렉션이 절묘한 반전의 묘미로, 거칠것 없는 강한 액션이 차갑고 냉혹한 북유럽의 하드함으로 다가오는 최고의 스릴러다. 이정도는 되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자존심이라 일컬을 수 있겠지. 다음 작품에서는 해리의 쌔빠지는 개고생이, 절망적 고뇌가 그칠 수 있을지....걱정되면서도 기대하게 만든다.  

  


덧 - 작품속 미제사건들이 전작들과 연관이 된다고 하는데...하나도 모르겠고...전작들을 전부 읽고 본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래도 직전작인 [팬텀]은 먼저 읽고 보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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