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디오게네스변주곡 (2020년 초판)

저자 - 찬호께이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7500원

페이지 - 459p



찬호께이 그의 10년의 궤적



지금까지 본인이 읽어본 '찬호께이'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장편 2편에 단편집 1편을 읽었더라.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사회파 추리소설 [망내인]과 오컬트 호러의 탈을 쓴 추리소설 [염소가 웃는 순간] 그리고 기발한 재치가 돋보이는 연작 단편집 [풍선인간]까지...불과 3편의 작품안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는 시도와 나름의 완성도를 끌어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홍콩, 중국, 대만등 중국어권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그의 10년간의 작가생활을 망라하는 열 일곱편의 단편을 담아낸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일단 중화권에서 가장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집인만큼 무척 기대를 많이 했던 단편집이었고 확실히 작가 '찬호께이'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없이 만족할만한 '찬호께이' 종합선물세트인 작품일 것이요, '찬호께이'를 처음 접하는 예비 팬들에겐 그의 두툼한 장편을 만나기에 앞서 가볍게 워밍업하게 안성맞춤인 단편집이라 평하고 싶다.



무작위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선택한 후 그 키워드를 순서대로 사용하여 하나의 엽편을 만들어 내는 3편의 습작을 포함하여, 본격 추리, SF, 심령소설, 풍자소설, 공포소설 물론 이 장르들을 믹스한 혼합장르까지 작가의 머리속을 잠시 들어갔다 나온것 같은 기분이다. 뭣보다 이런 기획이 아니라면 절대로 만나지 못할 3페이지 짜리 엽편이나 습작들까지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론 너무나 좋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낄진 모르겠다.) 



1. 파랑을 엿보는 파랑

여성의 집에 침입한 뒤 퇴근한 여성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바닷가로 데리고 간 남자. 남자는 여성과 함께 바다로 들어가는 데...

- 타인이 훤히 들여다보는 개인 SNS에 자신의 일상과 중요한 정보들을 올리는 이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08년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낸 작품으로 작가의 초기 느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마지막 반전을 보면서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을 실감한다. 



2.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

노숙자들이 산타클로스에 대한 실없는 농담을 하던중 한 노숙자가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해 문제를 낸다. 썰매를 끌고 나갔던 산타클로스가 돌아왔는데, 썰매에는 밧줄로 묶인 머리없는 시체가 타고 있었다. 썰매에는 수염으 흩뿌려져 있었고, 피가 범벅돼 있었다. 

- 범인은 누규? -_- 

 


3. 정수리

어느날 거울을 보던 남자는 깜짝 놀란다. 거울 속 자신의 머리 정수리에 끈이 매달려 있고 그 끈의 끝에는 흉측한 괴물의 형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급히 집밖으로 뛰쳐나왔고 경악한다. 거리의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정수리에 이상한 괴물들을 메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 2018년에 쓴 공포 작품인데, 작품을 읽자마자 만화 '이토준지'의 [목메는 기구]와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가 떠올랐다.(물론 이 만화들은 내 인생만화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만화들이다.) 뭐 소스를 땄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에게 닥친 혼란과 공포 그리고 하무한 듯 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반전이 좋았고 앞서 언급한 만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4. 시간이 곧 금

자신의 인생 곧 시간을 팔거나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시간을 팔 것인가? 살 것인가? 시간 거래소에서 인생의 시간을 거래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이 작품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말년'작가의 [잠은행]이 떠올랐다. 환상소설풍의 작품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나 결말이 예상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던 작품이다.

 


5. 습작 1

- 키워드 : 슬픔 / 옷 / 농장의 동물 / 예배당 / 적 , 이 키워드로 써놓은 2페이지짜리 엽편을 보니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ㅠ_ㅠ 허허. 



6.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 

추리작가로 성공하려면 정말로 사람을 죽여봐야 해! 편집자의 말에 예비작가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편집자가 이야기 하는 살인과 추리소설의 상관관계를 듣다보니 정말로 완벽한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추리 소설을 쓸 수 있을것 같다고 느꼈다. 결국 예비작가는 누구도 풀 수 없는 밀실 살인을 선보이는데....

- 사람을 잘 죽여야 성공한다. 더 많이, 더 복잡하게, 더 잔혹하게, 더 충격적으로....암살요원의 얘기가 아니다.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추리소설 작가인 '찬호께이'가 설파하는 살인의 필요성이 묘하게 외닿고 이어서 선보이는 밀실살인이 본격의 묘미를 살려낸다! 웬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소설]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7. 필요한 침묵 

- 그야말로 엽편이다. 어찌보면 장편을 쓰기 위해 쓴 도입부 인 것 같기도 하다.
 


8. 올해 제야는 참 춥다 

- 역시 장편을 쓰기 위해 쓴 도입부의 느낌이다. 미완성의 느낌.



9. 가라 행성 제9호 사건 

- '찬호께이'의 SF 단편이다. 아쉽지만 작가의 SF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_-;;;



10. 내 사랑, 엘리

2층 침대에는 싸늘하게 식은 아내의 시신이, 1층에는 아내의 여동생 내외가 식사를 하러 왔다. 남편은 언니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하게 동생 부부의 접대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 치정에 의한 가족간 살인. 뭔가 서양의, 영미권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11. 습작 2

- 키워드 : 병에 걸리다 / 배 / 옷 / 연인을 만나다 / 함정



12. 커피와 담배

거리 벤치에서 깨어난 남자는 잠들기 전의 일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가 무겁고 멍한 남자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그런데 커피숍 안에 있는 사람들은 커피 대신 모두가 담배를 피고 있는데......

- 느닷없는 상황 설정. 그리고 그 판타지스러운 상황을 현실적으로 이해시키는 설득력이 돋보인다. 짧지만 강렬한 환상소설 혹은 SF 작품이었다.

 


13. 자매

여친의 언니를 죽인 남자. 남자는 여친과 짜고쳐 아무도 모르게 언니의 시신을 완벽하게 없애야 한다.

- 시신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묘사되지만 허무한 느낌의 결말이다. 

 


14. 악마당 괴인 살해 사건

지구를 정복하려는 괴인들의 본부에 유전자 실험으로 만든 감자 괴인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괴인들 중에 있다!

- 가벼운 느낌의 판타지 추리 작품이데, 역시 본인 취향에는 그닥 맞지 않았다.



15. 영혼을 보는 눈

거리의 노인에게 담배를 선물한 남자. 노인은 남자에게 답례라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젊었을적 영혼을 보는 눈으로 여러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하는 노인에게 남자는 묻는다. 지금은 왜 노숙자 처럼 거리를 배회하냐고......

- 환상특급 같은 단편인데, 이쪽이 본인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



16. 습작 3

- 키워드 : 악마 / 부모 / 곧 사망한다 / 행운 / 반지

 


17. 숨어 있는 X

대학교 추리학과를 교양 과목으로 청강하던 남자는 학과 교수의 퀴즈에 흥미를 갖게 된다. 자신이 내는 추리 퀴즈를 맞추는 사람에게 A하점을 주겠다는 것. 문제는 수업을 들으러 온 일곱 명의 학생 가운데 숨어있는 조교가 누구인지 맞추는 것이다. 이름하야 숨어있는 X를 찾아라! 남자와 학생들은 X를 찾기위해 난상토론을 펼치는데....

- 떡밥과 거짓이 난무하는 카오스에서 진실을 맞춰야 하는 난상토론 추리 배틀! '이시모치 아사미'의 [절벽 위에서 춤추다]와 유사한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몇몇 작품은 실로 무릎을 탁 치고 Hands UP을 할정도로 예상치 못한 기똥찬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고 몇몇 작품은 아직 미완성의 덜 여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든 저렇든 한편 한편 시간가는줄 모르게 충분히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작가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각기 다른 색깔에 놀라게 만드는 단편집이었다. 



"나는 영감이 부족해서 작품을 쓰는 데 애를 먹은 적은 없다. 오히려 손맛이 없어서 고생한 적이 많다. 간단히 말하자면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떻게 써도재미있거나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 _444p



작가의 다양한 소스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작품세계는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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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사라진 세계 (2020년 초판)

저자 - 톰 스웨터리치

역자 - 장호연

출판사 - 허블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67p



하늘에 검은 태양이 뜨는 날. 

모든 것이 끝난다.



"그녀는 옆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 동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벌써 다른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손으로 눈 위를 가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별빛이 너무도 밝았다. 마치 밤하늘에 태양이 뜬 것 같이 지구의 차가운 광채를 되살리는 강렬한 빛이었고, 그 주변의 어둠은 농도를 높인 것처럼 새카맸다. 그리고 달을 포함해 하늘에 떠있는 모든 별의 빛깔은 탈색을 한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로선 여태까지 이렇게 밝은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쳐다보는 동안에도 점점 더 밝아졌다. 


그녀가 아는 모든 것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_503p



작년 한해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 SF계를 평정했던 출판사 허블에서 20년을 맞이하여 초대작 SF가 출간되었다. '톰 스웨터리치'? 작가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난 뒤 본인에게 대박SF작가로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무지막지한 볼륨안에서 한 눈 팔새도 없이 수많은 복선과 암시가 교차한다. 시간 여행장르의 특성일까? 단지 장르적 특성이라고 치부하기엔 호러에 가까운 암울한 분위기와 복잡한 스토리가 주는 깊이와 몰입감, 그리고 결말의 카타르시스가 무지막지하다. 그렇다. 이 작품은 타임워프물이다. SF를 리뷰해오며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일단 타임워프 라는 장르 하나만으로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에 잔혹한 살인을 깔고 언더커버 임무를 수행하는 매력적인 여수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오호~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계 종말의 거대한 음모와 우주의 미지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코즈믹 호러를 더하고, 양자역학, 페러럴 월드, 화이트 홀, 웜홀 등등 과학이론들을 양념으로 뿌려주니, 이건...뭐.....-_-;;; 포스트아포칼립스 타임워프 언더커버 스릴러 코즈믹호러 하드 SF인가?!!!! SF장르의 재미요소를 집대성한 끝내주는 하드SF였달까. 



 


하늘에 검은 태양이 뜨는 날. 

인류는 종말을 맞는다.


 


지구위의 모든 인간은 하늘에 뜬 역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근육과 혈관, 혈액이 분리되어 끔찍한 고통속에 죽을 것이다. 


이것은 종말에 대한 신화가 아니다. 

인류의 종말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터미너스. 인류는 우주에서 강림한 종말의 존재를 

터미너스라 부른다. 


시간 여행 수사관 섀넌 모스는 지구에 강림할 터미너의 시기를 늦추고

인류가 생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미래로 타임워프 한다. 


무수한 가능성의 시간선에 도착한 모스가 본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평행세계에서 터미너스의 강림을 막을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인류의 미래가 섀넌 모스에게 달려있다.



현재와 미래, 미래와 현재. 미치도록 꼬이고 얽혀가는 시간선 속에서 현실과 환상, 광기가 폭발하고 독자들의 아드레날린도 덩달아 폭발한다. 더군다나 초반부터 배경 설명은 최소화하여 짙은 안개속을 헤쳐나가듯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드러나는 배경과 진실들이 등대처럼 독자들을 밝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포가 안되는 선에서 몇가지 이야기 하자면, 일단 타임워프에 대한 설정이 독특하다. 타임머신 같은 머신을 통한 시간 여행이 아니라 웜홀 같은 차원의 통로를 통해 다중 우주의 세계로 떠난다는 설정이다. 하여 시간 여행 당사자(모스)는 워프한 공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본인을 만날 패러독스를 피하게 된다. 또한 모스는 미래의 시간선으로만 워프가 가능하며, 다중 우주의 공간에서 원래의 시간선으로 돌아오는 즉시 모스가 있었던 시간선의 세계는 소멸된다. 결국 모스의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한 힌트로서만 작용한다는 말이다. 과거로 워프할 수 없으니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수정하는 것도 불가하다. 물론 이 설정이 신박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비슷한 타임워프 수사물로 '폴 앤더슨'작가의 [타임 패트롤]이 떠오르는데, [타임 패트롤]은 오직 과거로만 타임워프 할 수 있다는 설정과는 정반대되는 설정이다. 



사실 볼륨도 무지막지하거니와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떠들 수 있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나 이야기 하면 할수록 스포성이 짙어지니 스토리 얘기는 그만두고,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비롯한 코즈믹 호러물을 선호하는 편인데, 근원도 이유도 모를 인류를 멸망사킬 터미너스라는 호러요소가 농도 짙은 잔혹도와 공포에 이르는 광기를 끌어올려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일단 멸망을 상정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니 인간의 절박함이 기본 탑재되고, 세계는 더없이 암울하다. 머....현재와 미래에서 흩뿌려 놓은 떡밥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지는 결말에서는 추리 뺨치는 반전요소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즐기면 된다. 하드이기도 하고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는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묵시록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래 읽었던 영미권 SF중에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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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천직입니다만 놀놀놀
양시명 지음 / 북오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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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천직입니다만 (2020년 초판)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9500원

페이지 - 155p



작가 양수련을 만나다



'에세이는 개인의 기록임을 밝히는 바다, 전적으로 나의 기억이다.' _155p


우리는 책을 통해 작가가 창조해낸 이야기를 만난다. 하지만 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저 막연히 상상한다. 며칠째 감지 못해 떡진 머리, 아수라장과 다름 없는 책상, 산처럼 쌓여있는 책들 그리고 한 글자,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작가의 고뇌에 찬 모습.....-_- 이것도 클리셰일까? 어쨌든....이 에세이는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쓴 추리작가 '양수련'이자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경제 박물관]을 쓴 '양시명' (양수련과 양시명은 동일인이다) 작가의 자전적 일상을 담아낸 에세이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때 의류학과를 복수전공하여 디자이너를 꿈꾸었으며 수 년째 지역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혼자 살고있는 양수련 작가의 속깊은 일상의 이야기를 이런 자전적 에시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작품을 읽으며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역시 내가 갖고 있던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저 클리셰였다는 것을...그리고 누구나 겪고 느끼는 일상을 자신만의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남다른 시각은 오직 작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원이자 재능이라는 것을 말이다. 



외로운 솔로 라이프를 이야기 함에도, 하루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힘겨운 전업작가의 고뇌 속에서도, 여자로서 받는 차별의 순간에도 순간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내일을 향해 꿈꾼다. 언제나 꿈꿔야 하는 직업 작가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삶의 곳곳에서 열리지 않는 문들과 종종 마주했다. 견고한 장벽이라 내 힘으로는 도젛시 무너뜨릴 수도 없고 뛰어넘을 수도 없는 그런 문들을 말이다. 내게는 열리지 않는 그 문들 앞에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속울음을 게워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내가 열 수 있는 또 다른 문을 찾아 나는 헤맸다. 나를 고집 하지 않으면 내가 열 수 있는 문은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문밖에 두고 가는 일은 내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_98p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에 가장 솔직하게 본인의 내면을 절실히 이야기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일으킨다. 인간적인 작가 '양수련'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그녀의 삶에 뛰어들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유롭게 글을 쓰며 당당하게 솔로 라이프를 영위하는 당신은 작가가 천직입니다!



덧 - 에세이 속 북토크 에피소드는 천호 교보에서 열렸던 [한국추리작가협회 6인 8색 미스터리 토크]였는데 그 자리에 본인도 참석했고, 작가의 인상깊은 삶의 한조각에 함께해서인지 더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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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의 완벽한 탈출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신지호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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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 케빈의 완벽한 탈출 (2020년 초판)

저자 - 필립 리브

그림 - 사라 매킨타이어

역자 - 신지호

출판사 - 위니더북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59p



숲 속으로 간 케빈이 돌아왔다



1편 [케빈 세상을 구하다]에 이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2편을 만나게 됐다. 저 작은 날개로 어찌 하늘을 날까 싶은 커스터드 비스킷을 좋아하는 뚱땡이 말 케빈이 맥스의 곁으로 돌아왔다. 1편에서 신비스러운 인어들과 장난꾸러기 바다원숭이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더니 이번에는 신비의 상상동물이 모두 모였다.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위기와 신비한 상상동물들이 펼치는 신나는 모험!  딸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 ㅎㅎㅎ



맥스가 사는 동네 범블포드에 아주아주 인기있는 팝스타 미스티가 이사를 옵니다.

맥스의 누나 데이지는 미스티의 찐 팬이죠.

어라 그런데 맥스의 집으로 미스티의 매니저 버즈가 찾아옵니다.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을 팔라는 제안을 했죠.

케빈과 친구인 맥스는 버즈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데이지는 너무나 미스티를 보고 싶었어요.

결국 케빈을 타고 맥스와 가족들 몰래 데이지네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미스티의 계략에 속아 케빈을 빼앗겨 버리죠.

맥스와 데이지는 케빈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요?

케빈의 완벽한 탈출!



하늘을 나는 조랑말도 신기한데, 이번 편에서는 켄타우로스, 메두사, 세이렌, 타우누스 등등....신화속의 동물들이 총출동 한다. 물론 아주 귀여운 모습으로..ㅎㅎ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신비의 동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도 좋을것 같고, 유니크한 컬렉션을 소장하기 위해 사기를 치는 어른들의 이기심에 대해 토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한 편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아이와 함께 나눌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한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판타지의 재미이며, '필립 리브'의 장기인 듯 하다.



또한 환상적이고 귀여운 삽화가 글과 어우러져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니 아직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모험이 쌓이는 만큼 케빈과 맥스의 우정은 견고해지고 보는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니 아이를 위한 동화로 딱 어울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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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28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 / 엘릭시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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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28호 (2020년 2월 5일)

저자 - 미스테리아 편집부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04p



장르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의 추리 잡지



국내 단 둘 뿐인 추리잡지 중 [계간 미스터리]와 더불어 문학동네의 임프런트 엘릭시르에서 내놓고 있는 격월간 추리잡지 [미스테리아]이다. 작년 19년에 진행된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 수상작' 중 친분이 있는 한새마 작가님의 작품 [죽은 엄마]가 실려 있는 작품으로 '한새마'작가님이 직접 사인해준 사인본이다.



미스터리 대상 평론 부문 수상작 2편과 지난 대만 추리 관계자들의 인터뷰 등 추리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들이 실려있고, 공교롭게 [계간 미스터리 2019년 여름호]에서 봤던 미술 작품과 관련된 미스터리 작품이 [미스터리로서의 그림 : 황순조]라는 제목으로 [미스테리아]에도 다루어 진다. 각 편집자나 번역가들이 추천하는 신간과 서평들이나 현직 프로파일러의 실제 사건과 관련된 일화 등 구성만 놓고 본다면 [계간 미스터리]와 흡사한 구성으로 보인다. '곽재식'작가의 과거 실제사건을 조명하는 [경찰서에서 경찰을 사칭하다]와 [벤슨 살인사건]의 집필 배경을 소개하는 [황금기의 몰락]은 흥미로웠다.



1. 고양이의 재단 - 한묘원

음악실에서 피가 흥건한 상자위에 놓인 죽은 고양이가 발견된다. 학생들은 저주를 위한 주술적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나와 언니는 음악실 소동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추리하는데....

- 분류하자면 코지쪽인데 개인적으로 코지는 취향이 아니라 특별한 인상을 받진 못했다.


2. 죽은 엄마 - 한새마

대부업계의 거물이었던 노인이 고급 자택에서 이빨이 모두 뽑히고 망치로 두들겨패 얼굴이 엉망인 끔찍한 상태로 사망한채 발견된다. 강력계 여형사 미수는 사건 시간대의 CCTV와 출입자를 조사하고 사건이 발생한 901호와 인접한 세대를 탐문하지만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그러던중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미수는 유력 용의자를 잡아내는데...

- [계간 미스테리]에 실린 데뷔작 [엄마 시체를 부탁해]는 이야미스과인데, 이번 작품은 본격으로 가는가 싶더니 중반부터 장르를 틀어서 사회파 이야미스쪽으로 선회한다. 사건의 복선이나 반전이 전작보다 훨씬 세련되졌고 특히나 가독성 있는 문장이 정말 좋았다. 더불어 신종 마약과 관련된 실존 약물을 언급하는 디테일이나 결정적 순간에 캐릭터의 심경을 대변하는 중국어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다만 주변인물 조사로 분량을 할당하며 본격의 향기를 풍겼으나 엄한 데서 튀어나오는 범인의 정체는 약간 뜬금포였달까. 트릭 자체보다는 와이던잇에 방점을 두는 작품이다. 하지만 피가 튀는 장면을 꽃에 비유하는 클라이막스 등 부분 부분 깜짝 놀라게 되는 섬세한 감성의 묘사는 단편의 격을 높이는 듯 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성의 이면을 이토록 날카롭게 파악하는 건 작가 역시 네 아이의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이 28호에 실린 3 작품 중 단연 압도적이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틈틈이 이런 퍼포맨스를 내는 당신이란 사람이란....ㄷㄷㄷ


3. 자율주행시대의 사고 조사원 - 박태훈

자율주행 사고 조사원 박과장은 이사의 호출로 이사실로 간다. 인공지능을 탑재하 로봇은 박 과장에게 위스키를 제안하고 박 과장은 고민 없이 위스키르 받아 마신다. 고위급 위원의 사고를 제대로 처리한 박 과장은 로봇 이사의 호출이 자신의 진급을 이야기 하기 위함이라 생각하지만 로봇 이사는 박 과장의 행복회로와는 정반대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데....

- SF 미스터리 단편이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율주행의 이 시대의 이슈가 되면서 여러 법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으나 키를 쥐고 있는 사건은 그다지 새롭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계간 미스터리]던 [미스테리아]던 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만들고 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라는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두 잡지 모두 오래도록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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