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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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2 (2020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재인

정가 - 17800 * 2

페이지 - 520 , 443p



너도 사람을 죽였어.

너는 나를 죽였어.

내 혼을 죽였다고.



추락한다. 끝도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린 지독한 악녀의 탄생.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사하는 신기루 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환상 같은 밤. [환야]이다. 게이고의 2004년 작으로 1995년 발생한 한신 아와지 대지진을 시작으로 한 세기를 마감했던 1999년 12월 31일까지를 배경으로 한 남성과 여성의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된 지독한 운명적 이야기가 일천 페이지에 걸쳐 그려지는 대작이다. 



공장의 경영난에 아버지가 목을 매 자살했다.

아들인 마사야는 상주로서 홀로 집안에 모신 아버지를 지킨다.

발인 전날 찾아온 외삼촌은 마사야에게 차용증을 건넨다.

아버지가 생전 외삼촌에게 빌린 돈을 생명보험금으로 갚으라는 것.

몇 년전 외삼촌의 사기에 가까운 투자 때문에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졌던 빚.

마샤야는 장례식에 찾아와 내민 차용증을 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날 밤. 

세상이 뒤흔들리는 충격에 마사야는 깜짝 놀란다.

서둘러 밖으로 나온 마사야는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직접 목도한다.

강력한 지진이 지나고,

마사야는 무너진 잔해에서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외삼촌을 발견한다.

그리고 미처 생각할 틈 없이 그저 본능에 가까운 행동으로 

기왓장을 치켜들고 삼촌의 얼굴을 내리쳐 죽여버린다.

일을 벌이고 고개를 든 순간, 

마사야의 눈 앞에 묘령의 여성이 마사야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그것이 신카이 미후유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마사야와 미후유는 살던 집을 잃어버리고 지진 난민으로 서로를 돕게된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가까워진 둘은 미후유의 권유로 아버지의 보험금을 들고 도쿄로 상경한다. 시골 촌뜨기였던 마사야는 낯선 이들의 도시 도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고, 미후유는 마사야에게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위해 힘이 되어달라 이야기 하는데.....



돌이켜 보니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한신 아와지 대지진의 참혹한 재난상황을 통해 초반부터 작품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극한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른 마사야와 그 살인을 목격한 마사야에게 도움을 받는 미후유와의 불편 미묘한 연맹이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키고 그녀의 기지와 재치로 위기상황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미후유라는 캐릭터에게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줄줄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양파 껍질 벗겨나가 듯 드러나는 미후유의 민낯을 목도하면서 과연 독자는 어떤 감정을 전달 받을까?....



농약 같은 가시나. 뛰어난 미모와 뱀같은 혀로 원하는 바를 이룬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거침없이 치워버리는 불도저 같은 미후유의 매력에 매혹되니,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한바탕 백일몽을 꾼 듯 얼떨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두꺼웠던 책은 순식간에 결말만을 남겨두니....나는 게이고의 마법에 홀린 것인가, 미후유의 마력에 홀린 것인가? -_-;;;; 이것은 희대의 악녀 미후유의 악행첩인 동시에 사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린 한 남성의 한맺힌 증오의 기록이다. 



작품을 읽으며 '미미여사'의 [화차]가 떠올랐다. 독기를 품은 여성은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지, 얼마나 냉정하고 치밀해질 수 있는지를, 정말로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게 할 수 있는지를.....읽는 내내 등골 서늘한 냉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워낙 다작을 해서 다른 작품도 아닌 자신이 쓴 작품들과 비교경쟁 하는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이 [환야]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과 흡인력을 자랑한다. 특히나 게이고가 자랑하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은 극강의 가독성을 이끌어내 일천 페이지를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게이고가 그려내는 독거미 같은 치명적 악녀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자 그 누구인가.... 자,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당신은 미후유를 저주하게 될까? 아니면 응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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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키드 - 2020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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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키드 (2020년 초판)

저자 - 제리 크래프트

역자 - 조고은

출판사 - 보물창고

정가 - 16000원

페이지 - 249p



우리. 모두. 함께.



소시적 좋아했던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떠오르게 하는 제목의 그래픽 노블이 출간되었다. 표지 하단의 '2020 뉴베리 대상'이라는 금박 글자가 자랑스럽게 박혀 있다. 장르 소설상만 줄곳 봐오던 본인에겐 다소 생소한 상이지만 영미권에서 아동 문학상으로 역사깊은 유명한 상이며, 상이 시작된 이래 백 여년 만에 그래픽 노블이 이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는 돌풍의 핵심이자 역사를 새로 써낸 작품이라고 하니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그래픽 노블 만큼 적절한 포멧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는 아니지만 중년 늙은이 본인 역시 낯선 환경에 떨어진 초딩 고학년 조던의 혼란스러운 학교 적응기에 적지 않게 공감하고 소년의 당찬 발걸음에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냈던 것 같다. 작품이 그리고 있는 주제가 단지 아이들의 생활하는 학교라는 사회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별다른 생각없이 저지를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너무나 유익하다고 느끼게 된다.



너, 나, 그리고 모두.

생김새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출신지가 다르고

부모님의 직업이 다르지만

모두 다 존중 받고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것.

그것이 [뉴 키드]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선입견 없는 차별 없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서 만큼은 

필수적 요소가 아닐까.



조던은 만화그리기를 좋아하는 아프리카계 초딩 소년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로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사립학교에 전학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 정든 친구와 헤어져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마냥 두렵지만 조던은 용기를 낸다. 학교 생활을 안내하는 동급생 리암과 함께 학교에 등교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와 잘 갖춰진 시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하루 하루 생활해 갈수록 동네와는 다른 불편함이 자리잡힌다. 피부색이 밝은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 백인계와 유색인종 간의 확연히 다른 체육복과 도구들, 선생들의 차별적 대우들....그런 차별과 불합리함 속에서 조던은 무사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학교에서 한 없이 작아져 버린 조던....

과연 적응 할 수 있을까?



만화를 보면서 뼛속 깊이 박힌 미국의 인종차별적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한국은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린다. 물론 요즘은 다문화 정책에 의해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보기도 한다만 전세계 인종이 모여 있는 북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이기도 하고 우리 역시 동양인의 설움을 알고 있는 만큼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몰지각한 사람은 적지 않나 생각된다. 그보다는 빈부격차가 꽤 쓰라리게 가슴을 후벼팠다. ㅠ_ㅠ 학교에 다니면서 메이커 옷과 운동화 대신 짝퉁을 입었던 본인으로선 소위 있는 자식들에게 주눅들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남들 하는 만큼 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때 느끼는 박탈감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처지라 작품 속에서 조던의 아빠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너무나 와닿았던 것 같다. 



 

세상은 이미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컷이다. 웃픈 장면이랄까...



구구절절 본인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정말 학교 생활을 했다면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라 아이던, 어른이던 쉽게 빠져드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차별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착하고 좋은 작품이다. 교훈적이지만 강요하지 않고 천진한 아이들의 용기와 기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 해주는 작품. '뉴 베리 상'인지 뭔지...그거 충분히 탈만한 작품이었고 내 아이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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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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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나무꾼 (2020년 초판)

저자 - 쿠라이 마유스케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37p



사람의 마음을 손에 넣은 지금의 나는 무적이야.

만약 방해하는 놈이 있다면 다 죽여버릴 거야.



어느날 귀가 삐죽하고 이빨이 날카롭게 솟은 괴물이 살고 있었다.

괴물은 마을의 나무꾼으로 변장하고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괴물은 나무꾼으로 감쪽같이 마을 사람들을 속였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꾼이 괴물인 사실을 알게되는 순간은 단 한번 뿐이었다.

괴물이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변장을 푸는 그 단 한 순간.

마을의 사람들이 죽어갈수록 괴물은 고민에 빠졌다.

흉측한 본래의 모습보다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휠씬 많다.


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인가? 

괴물의 모습을 한 인간인가?



제1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 위즈덤하우스의 W-novel 미스터리라인으로 초역되었다. 라이트하면서도 작품성을 놓치지 않는 미스터리 작품들을 엄선하여 출간하는 위즈덤 하우스 W-novel 라인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라니 이건 뭐 작품에 대한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작품속 기괴한 동화인 [괴물 나무꾼]과 함께 두 인물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독특한 설정과 전개로 단숨에 독자를 작품속으로 몰입시킨다. 서두에 언급한 동화내용 대로 동화를 튀어나온 실제 세계에 살고 있는 괴물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진 괴물 나무꾼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니노미야 아키라]

성공한 변호사 니노미야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유난히 냉철하고 분석적인 모습 뒤에 얼음처럼 차가운 본성을 숨기고 수단을 위해 거침 없이 살인을 지르는 싸이코패스 였던 것. 그런 니노미야가 집 주차장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다. 도깨비 가면을 쓰고 날이 선 손도끼를 든 정체모를 괴한은 니노미야를 향해 외친다. 

"너희 같은 괴물들은 죽어야만 하니까."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괴한의 위협에서 벗어난 니노미야는 마음먹는다. 

경찰이 이놈을 잡기 전에 내 손으로 꼭 죽여버리겠다고......


[토시로 란코]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강력반 형사 란코는 현장으로 출동한다. 날카로운 흉기로 후두부를 가격하여 끔찍한 상처를 입고 죽은 시체. 그 시체의 머리에 있어야 할 뇌가 사라져있다. 뇌를 강탈해간 살인범의 의도는? 정체는? 수사는 미궁에 빠져버리고 란코가 탐문하는 사이 두번째 사체가 발견된다.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뇌가 비어버린......



싸이코패스 VS 괴물 나무꾼

여형사 VS 뇌강탈 연쇄 살인범



접점이 없던 개별적 사건과 인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절묘하게 맞물리고 급기야 교묘한 반전의 연결고리로 이용된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인공인 니노미야가 주인공이자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이목을 끈다. 이미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들을 살해하는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데, 그런 니노미야의 목숨을 위협하는 도끼남의 등장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악한 놈 대 악한 놈의 대결을 그렸던 [악인전]과 같은 설정이랄까. 이 구역의 미친놈을 가리는 희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도끼남의 정체, 니노미야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떡밥들을 하나씩 던져주며 독자들을 조련한다.



유아들을 상대로 한 비인간적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뇌칩, 불행한 유년시절의 기억.....과거 기억의 단편들을 하나씩 짜맞출 때마다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괴물 나무꾼의 정체성에 대해서 말이다. 자세히는 언급하기 힘들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걸작만화 [몬스터]가 떠올랐다. 그 만화에서 광기를 두 단계 정도 올린다면 딱 이 작품 정도 되려나. 바꿔말해 한번쯤 접해봤을 익숙하다면 익숙한 소재이지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했던 작품같다. 



마지막 반전을 본다면 그 말에 공감할 것 같은데, 초반부터 이어가는 시간과 날짜에 대한 집착적 설정이 결말을 위한 작가의 꼼꼼한 떡밥이었다고 생각하니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선사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결국 괴물이던, 싸이코패스 살인범이던 미친놈들의 정체성 찾기가 작품의 핵심이다. 머리 뚜껑을 깨부수고 속에 든 뇌를 가져가는 연쇄 살인마 괴물 마스크 역시 인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뇌를 가져가는 행위 자체가 주제를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싸이코패스와 괴물 마스크의 대결의 승자는 누가될지,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는 누가 될지 관전하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라이트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한껏 복잡하게 얽어 놓고 풀 수 있다면 풀어보라며 지켜보는 작품이라기 보단 던져 놓은 떡밥들을 절묘하게 회수하면서 궁극의 재미를 선사하는 싸이코틱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이 거저가 아님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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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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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잠자는 미녀들 1 (2020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오언 킹

역자 - 공보경,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10p



공포의 제왕이 군단으로 돌아왔다!



기발한 상상과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전개로 특유의 몰입감을 유발하는 장르천재이자 진정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천재 소설가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아들 '오언 킹'과 함께 공포의 군단으로 돌아왔다. 킹의 딸 '나오미 킹'에게 들려주겠다며 쓴 동화 판타지 [용의 눈]을 쓴게 1987년 인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려 킹의 아들들도 마흔줄에 접어들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설가로 대성했으니 (물론 킹의 명성에는 못미치는게 사실이지만) 참 흘러가는 시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게 뭔 노인네 같은 말이냐만...) 좌우간, 둘째 아들 '조 힐'은 나름 공포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작품도 영상화로 제작되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한 셋째 아들 '오언 킹'의 이름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뭐,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아니겠는가. 단독으로 오던, 가족으로 오던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슈퍼내추럴한 재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오로라 병. 

전세계의 모든 여자들이 차례로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깨어나지 않는 끝없는 잠속으로 빠져든다.

병에 걸려 잠든 여성들의 얼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미줄? 혹은 누에 고치 같은 막이 형성된다.

만약, 누군가 이 막을 찢어내고 억지로 여성들을

깨우려 한다면.......


그는 깨어난 여성에게 참혹한 죽음을 각오 해야 할 것이니.....



미국의 작은 마을 둘링, 이곳에서도 오로라 병의 확산은 막을 길이 없다. 마을의 보안관 라일라는 야간조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필로폰 제조상인 건장한 성인 남성 2명을 피떡으로 만들어 죽여버린 여성 이비를 체포한다. 라일라는 남편 클린트가 정신과 상담의로 근무중인 여성 교도소로 이비를 이송하고 이비는 이곳에서 천리안을 가진 듯 바깥의 아수라장을 클린트에게 상세히 이야기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은 잠에 빠져들고, 남아있는 여성들은 잠들지 않기 위해 각성제와 커피를 뒤섞은 칵테일 커피를 미친듯이 마셔대며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공포에 휩싸인 남자들은 광기에 휩싸여 소요사태를 벌이고 상황은 점차 극단으로 치달아 가는데...... 



이것은 '스티븐 킹'이 들려주는 21세기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러판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판데믹 공포에 휩싸인 지금 여성들이 잠드는 병에 걸려 세계가 쑥대밭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묘하게 현실과 공명하면서 더욱 공포심을 자극한다. 곤히 잠든 아내를 깨웠다가 심한 곤욕을 치르고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잠든 여성을 억지로 깨웠다가 벌어지는 피튀기는 살육은 호러가 주는 자극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여자들이 전부 잠들어버려 공황상태에 빠진 남자들이 광기에 휩싸여 누구도 예상 못한 똥멍충이 짓거리들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남성이 가진 대책없는 무지와 폭력적 성향을 관통하는 것 같아 욕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ㅜ_ㅜ



일단 이번 1권에서는 오로라 병이 확산되면서 공황상태에 빠지는 마을의 개개인들을 비추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재미를 보여준다. 36시간째 뜬눈으로 각성제를 흡입하는 보안관 라일라, 여성 교도소 제소자를 상담하는 정신과 상담의 클린트, 미모의 뉴스 기자 미케일라, 잠든 딸을 구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야생 동물 관리관 프랭크 그리고 모든 사건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미스테리어스한 여성 이비까지....이들의 고군분투를 읽다보면 어느새 600페이지가 훌러덩 넘어가 버린다. 일단 1권까지 읽은 느낌으로는 '스티븐 킹'의 걸작 재난물 [스탠드]가 떠오르는데, [스탠드]의 빌런 랜달 플래그가 진정한 악의 화신 이었다면 이 작품의 여성 빌런 이비는 뭔가 선과 악을 구분짓기 힘든 애매모호함을 간직한 독특한 빌런의 모습을 띄는 것 같다. 별개로 이비가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그린마일]의 존 커피와 매칭되기도 한다.('스티븐 킹'의 평행우주 랄까...ㅎㅎ) 앞으로 펼쳐질 2권에서 이비와 클린트의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궁금해지는데.... 어쨌던 2권 부터는 '킹'의 장기인 초자연적 요소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 같다. 



일단.....'킹' 부자의 콜라보,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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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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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2020년 개정판 2쇄)

저자 - 시마다 소지

역자 - 한희선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5500원

페이지 - 518p



신본격의 전설적 작품이 전설적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 되다



사건 1. 

우메자와가의 장남 헤이키치가 작업실에서 사체로 발견됨

- 후두부에 둔기를 맞고 사망

- 작업실 내부는 완벽한 밀실상태

- 작업실 밖 창가에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들

- 쪽문에서 출입문으로 이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발자국

- 헤이키치는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음

-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사건 2. 

- 우메자와가 장녀 가즈에가 자택에서 사망

- 꽃병에 머리를 가격당해 사망

- 3면의 거울 앞에서 죽음

- 사망당시 자궁내에서 정액발견

- 3면 거울로 침입자를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사망한걸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사건 3. 

- 우메자와가 헤이키치의 딸과 남동생 우메자와 요시오의 딸들 6명이 한꺼번에 음독살해

- 시체는 시간차를 두고 동경 138도 48분에 걸쳐 발견

- 발견된 사체는 각 부위가 분절되어 발견됨



그리고 발견된 한 권의 미스터리한 수기.

이것이 전설로 불리는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작이다.

 


신본격의 시조새라 불리는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점성술 살인사건]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손을 거쳐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명성은 수차례 들어왔지만 추리 구력이 짧은 본인은 이 작품을 그저 소문으로만 접했었다만 드디어 개정판으로 영접하게 되었다. 충격적 설정과 잊혀지지 않은 기똥찬 트릭으로 본격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는 그 작품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뭔가 목욕제계라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_-;;; 좌우간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우선 그 문제의 수기가 본인을 맞이한다. 무려 40년전 우메자와 헤이키치가 직접 쓴 걸로 보이는 수기에는 자신의 여섯 딸들을 제물삼아 최강의 비너스인 아조트를 만들고자 하는 집착과 광기가 한가득 쓰여있었다. 유독 점술에 의지하는 경향이 많다는 일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생전 처음 전문 점성술 용어와 현자의 돌을 위시하는 연금술이 짬뽕돼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헤이키치는 돌멩이를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 대신 살아있는 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의 여신 아조트를 빚어내는데 연금술을 접목하는 것. 자신의 소중한 것을 바쳐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법. 이것은 '에드'가 그렇게 외쳐대던 등가교환의 법칙 아니던가! 어쨌던, 오직 일본인만이 낼 수 있는 십덕후 스러운 음산한 분위기와 뒤틀린 개똥철학이 듬뿍 버무려진 이 도입부는 확실히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어서 무대는 현재로 넘어온다. (현재라지만 1980년대이니....지금으로부터 40년전이 배경인 거다. ㄷㄷㄷ 이거슨 40:40:40의 법칙인가?!!!) 점성술사 미타라이와 일러스트레이터 이시오카가 40년전의 엽기적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범인에 대해 논의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미타라이는 괴팍하고 신비스러운 성격의 홈즈와 같은 역할을, 이시오카는 투덜투덜 불평하면서도 미타라이를 돕는 왓슨의 롤을 수행한다. 이렇게 둘의 대화를 통해 3건의 사건을 독자에게 설명한다. 어쩔 수 없이 독자도 이 희대의 기괴한 사건에 참가 시키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여타 신본격과 마찬가지로 떡밥과 진실이 난무하는 무대에서 작가가 던지는 힌트를 잘 주워담으며 범인을 유추하는 것 뿐. 다만 2건의 밀실살인에 6구의 시신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살육 사건을 모두 조합해야만 비로소 진실과 마주할 수 있으니...-_-;;; 뭐 본인은 애초부터 두 손, 두 발 다들고 GG쳤다. 그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 집요하고 음울하며 기괴한 설정에 빠져들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무려 400페이지에 걸쳐 40년전의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광기의 살인에 숨겨진 진실은 오히려 인간의 단순한 악의에서 비롯되는 거라는걸 깨닫게 된다. 충격적 설정에 매몰되다 보면 진실을 보지 못한 채 범인이 만들어 놓은 껍데기만 쫓는 다는 말인데 이 역시 결말을 읽고서야 느끼는 소회이니 ㅠ_ㅠ 허허... 본격추리가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이 트릭을 과연 몇명이나 맞출 수 있겠는가. (아닌가?)



어쨌던, 줄기차게 힌트를 주고 두 번에 걸쳐 작가가 직접 트릭을 맞춰 보라며 독자에게 도전장도 내민다. 그런데 막상 트릭을 보고나니 언젠가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는데 허허. 이 핵심트릭이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무단으로 가져다 썼단다. 아무래도 김전일을 통해 접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시감인줄 알았나보다. 젠장할... (그래서 김전일 원작가 '아마기 세이마루'가 그렇게 가루가 되이도록 까이는구나.) 하지만 이제는 다른 작품에서도 유사한 설정이 쓰일 정도로 신체훼손의 대명사가 된 트릭을 최초로 만들어내고 여기에 또다른 밀실요소와 점성술, 연금술을 접목해 500페이지의 볼륨으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자체가 이미 레전드의 요소를 갖추는 증거라 평하고 싶다. 신본격은 모 아니면 도다. 한가지 사건으로만 줄기차게 이야기를 끌어가다 마지막에 뒤통수 후려치는 신박한 트릭으로 독자를 강타해야만 기억에 남는 장르가 이 본격이라는 장르이다. 설령 그 과정이 조금 지리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독자의 뇌리에는 트릭만이 남을테니. 그런데 40년이 넘도록 이렇게 회자되고 새로이 개정판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2020년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 없이 독자를 전율케 할 수 있는 여전히 통하는, 아직 살아있는 트릭이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_-;; 허허... 현존하는 작가의 이름을 딴 시마다 소지 상이 괜히 있는게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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