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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괴물나무꾼 (2020년 초판)
저자 - 쿠라이 마유스케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37p
사람의 마음을 손에 넣은 지금의 나는 무적이야.
만약 방해하는 놈이 있다면 다 죽여버릴 거야.
어느날 귀가 삐죽하고 이빨이 날카롭게 솟은 괴물이 살고 있었다.
괴물은 마을의 나무꾼으로 변장하고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괴물은 나무꾼으로 감쪽같이 마을 사람들을 속였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꾼이 괴물인 사실을 알게되는 순간은 단 한번 뿐이었다.
괴물이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변장을 푸는 그 단 한 순간.
마을의 사람들이 죽어갈수록 괴물은 고민에 빠졌다.
흉측한 본래의 모습보다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휠씬 많다.
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인가?
괴물의 모습을 한 인간인가?
제1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 위즈덤하우스의 W-novel 미스터리라인으로 초역되었다. 라이트하면서도 작품성을 놓치지 않는 미스터리 작품들을 엄선하여 출간하는 위즈덤 하우스 W-novel 라인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라니 이건 뭐 작품에 대한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작품속 기괴한 동화인 [괴물 나무꾼]과 함께 두 인물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독특한 설정과 전개로 단숨에 독자를 작품속으로 몰입시킨다. 서두에 언급한 동화내용 대로 동화를 튀어나온 실제 세계에 살고 있는 괴물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진 괴물 나무꾼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니노미야 아키라]
성공한 변호사 니노미야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유난히 냉철하고 분석적인 모습 뒤에 얼음처럼 차가운 본성을 숨기고 수단을 위해 거침 없이 살인을 지르는 싸이코패스 였던 것. 그런 니노미야가 집 주차장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다. 도깨비 가면을 쓰고 날이 선 손도끼를 든 정체모를 괴한은 니노미야를 향해 외친다.
"너희 같은 괴물들은 죽어야만 하니까."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괴한의 위협에서 벗어난 니노미야는 마음먹는다.
경찰이 이놈을 잡기 전에 내 손으로 꼭 죽여버리겠다고......
[토시로 란코]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강력반 형사 란코는 현장으로 출동한다. 날카로운 흉기로 후두부를 가격하여 끔찍한 상처를 입고 죽은 시체. 그 시체의 머리에 있어야 할 뇌가 사라져있다. 뇌를 강탈해간 살인범의 의도는? 정체는? 수사는 미궁에 빠져버리고 란코가 탐문하는 사이 두번째 사체가 발견된다.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뇌가 비어버린......
싸이코패스 VS 괴물 나무꾼
여형사 VS 뇌강탈 연쇄 살인범
접점이 없던 개별적 사건과 인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절묘하게 맞물리고 급기야 교묘한 반전의 연결고리로 이용된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인공인 니노미야가 주인공이자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이목을 끈다. 이미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들을 살해하는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데, 그런 니노미야의 목숨을 위협하는 도끼남의 등장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악한 놈 대 악한 놈의 대결을 그렸던 [악인전]과 같은 설정이랄까. 이 구역의 미친놈을 가리는 희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도끼남의 정체, 니노미야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떡밥들을 하나씩 던져주며 독자들을 조련한다.
유아들을 상대로 한 비인간적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뇌칩, 불행한 유년시절의 기억.....과거 기억의 단편들을 하나씩 짜맞출 때마다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괴물 나무꾼의 정체성에 대해서 말이다. 자세히는 언급하기 힘들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걸작만화 [몬스터]가 떠올랐다. 그 만화에서 광기를 두 단계 정도 올린다면 딱 이 작품 정도 되려나. 바꿔말해 한번쯤 접해봤을 익숙하다면 익숙한 소재이지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했던 작품같다.
마지막 반전을 본다면 그 말에 공감할 것 같은데, 초반부터 이어가는 시간과 날짜에 대한 집착적 설정이 결말을 위한 작가의 꼼꼼한 떡밥이었다고 생각하니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선사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결국 괴물이던, 싸이코패스 살인범이던 미친놈들의 정체성 찾기가 작품의 핵심이다. 머리 뚜껑을 깨부수고 속에 든 뇌를 가져가는 연쇄 살인마 괴물 마스크 역시 인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뇌를 가져가는 행위 자체가 주제를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싸이코패스와 괴물 마스크의 대결의 승자는 누가될지,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는 누가 될지 관전하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라이트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한껏 복잡하게 얽어 놓고 풀 수 있다면 풀어보라며 지켜보는 작품이라기 보단 던져 놓은 떡밥들을 절묘하게 회수하면서 궁극의 재미를 선사하는 싸이코틱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이 거저가 아님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