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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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2 (2020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재인

정가 - 17800 * 2

페이지 - 520 , 443p



너도 사람을 죽였어.

너는 나를 죽였어.

내 혼을 죽였다고.



추락한다. 끝도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린 지독한 악녀의 탄생.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사하는 신기루 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환상 같은 밤. [환야]이다. 게이고의 2004년 작으로 1995년 발생한 한신 아와지 대지진을 시작으로 한 세기를 마감했던 1999년 12월 31일까지를 배경으로 한 남성과 여성의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된 지독한 운명적 이야기가 일천 페이지에 걸쳐 그려지는 대작이다. 



공장의 경영난에 아버지가 목을 매 자살했다.

아들인 마사야는 상주로서 홀로 집안에 모신 아버지를 지킨다.

발인 전날 찾아온 외삼촌은 마사야에게 차용증을 건넨다.

아버지가 생전 외삼촌에게 빌린 돈을 생명보험금으로 갚으라는 것.

몇 년전 외삼촌의 사기에 가까운 투자 때문에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졌던 빚.

마샤야는 장례식에 찾아와 내민 차용증을 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날 밤. 

세상이 뒤흔들리는 충격에 마사야는 깜짝 놀란다.

서둘러 밖으로 나온 마사야는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직접 목도한다.

강력한 지진이 지나고,

마사야는 무너진 잔해에서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외삼촌을 발견한다.

그리고 미처 생각할 틈 없이 그저 본능에 가까운 행동으로 

기왓장을 치켜들고 삼촌의 얼굴을 내리쳐 죽여버린다.

일을 벌이고 고개를 든 순간, 

마사야의 눈 앞에 묘령의 여성이 마사야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그것이 신카이 미후유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마사야와 미후유는 살던 집을 잃어버리고 지진 난민으로 서로를 돕게된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가까워진 둘은 미후유의 권유로 아버지의 보험금을 들고 도쿄로 상경한다. 시골 촌뜨기였던 마사야는 낯선 이들의 도시 도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고, 미후유는 마사야에게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위해 힘이 되어달라 이야기 하는데.....



돌이켜 보니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한신 아와지 대지진의 참혹한 재난상황을 통해 초반부터 작품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극한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른 마사야와 그 살인을 목격한 마사야에게 도움을 받는 미후유와의 불편 미묘한 연맹이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키고 그녀의 기지와 재치로 위기상황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미후유라는 캐릭터에게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줄줄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양파 껍질 벗겨나가 듯 드러나는 미후유의 민낯을 목도하면서 과연 독자는 어떤 감정을 전달 받을까?....



농약 같은 가시나. 뛰어난 미모와 뱀같은 혀로 원하는 바를 이룬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거침없이 치워버리는 불도저 같은 미후유의 매력에 매혹되니,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한바탕 백일몽을 꾼 듯 얼떨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두꺼웠던 책은 순식간에 결말만을 남겨두니....나는 게이고의 마법에 홀린 것인가, 미후유의 마력에 홀린 것인가? -_-;;;; 이것은 희대의 악녀 미후유의 악행첩인 동시에 사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린 한 남성의 한맺힌 증오의 기록이다. 



작품을 읽으며 '미미여사'의 [화차]가 떠올랐다. 독기를 품은 여성은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지, 얼마나 냉정하고 치밀해질 수 있는지를, 정말로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게 할 수 있는지를.....읽는 내내 등골 서늘한 냉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워낙 다작을 해서 다른 작품도 아닌 자신이 쓴 작품들과 비교경쟁 하는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이 [환야]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과 흡인력을 자랑한다. 특히나 게이고가 자랑하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은 극강의 가독성을 이끌어내 일천 페이지를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게이고가 그려내는 독거미 같은 치명적 악녀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자 그 누구인가.... 자,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당신은 미후유를 저주하게 될까? 아니면 응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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