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아이돌 해방작전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1
손지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우주아이돌 해방작전 (2020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11

저자 - 손지상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95p



포스 비 위드 유



SF전문 출판사 그래비티북스에서 오랜만에 신간이 출간됐다. 2020년을 여는 그래비티 픽션 열 한번째 작품이자 최초로 시리즈가 출간 된 것인데, 바로 2018년 그래비피 픽션 02번으로 출간됐던 [우주아이돌 배달작전]의 속편 [우주아이돌 해방작전]이다. 스페이스오페라에 아이돌을 끼얹으며 신선한 컬처쇼크를 선사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엔 아이돌 해방이라니! 약간의 우려와 호기심이 생기는구나!



자. 배경은 전작의 사건이후 몇 십년 후이다. 

전작의 히로인 시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열살 배기 시현은 엄연한 시험을 거쳐 이모들에게 우주 배달업에 정식 배달자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첫번째 임무를 맡던 순간 외계 종족과 맞닥뜨리고 가상의 공간에서 동갑인 열살배기 외계인 우루미와 춤과 기예로 우위를 점하는 쇼다운에 참가한다. 시현과 우루미는 자신의 기량을 다해 배틀을 하면서 묘한 호감을 느끼고 그 순간 아르탄 당의 군인들이 이들을 습격하는데.....



2편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다소 혼란한 설정과 스토리가 펼쳐지며 혼을 쏙 빼놓는 와중에 재치있는 요소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어찌됐던 스페이스오페라로서 활극의 장르에 충실하달까. 스페이스오페라 하면 떠올리는 [스타워즈]처럼, 우주의 소녀들을 납치하는 아르탄 당의 악당 아돌하라 쇼틀러(누가봐도 히틀러를 변주한 이름)는 시스로드와 같은 롤을 맡고 있고, 파워 슈트를 장착하고 종횡무진 엄청난 능력을 보이는 시현은 막강한 괴력의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를 연상시킨다. 위기에 처할때마다 시현을 돕는 시현장군(전작의 히로인)의 혼령은 제다이 기사와 다를바 없고 속편에도 등장하는 순간이동 기술 존트는 그것만으로도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이다. 



1편의 서평에도 언급했지만 아는만큼 더 많이 보이는 작품이랄까. SF라는 장르에 관심이 있는 초심자들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안내서 겪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걸그룹 [아이즈원]팬이라면 더욱 좋은 작품이랄까. ㅋ 작가가 이 작품을 쓰면서 [아이즈원]에 입덕했고, 그때문에 작품안에도 [아이즈원]의 제목이나 가사를 차용했다는 고백아닌 고백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드SF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이런 장르는 선호하지 않지만 우주 활극이 취향에 맞는 독자라면,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여성들의 우정과 걸크러쉬를 좋아라한다면 아마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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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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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2020년 2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74p



밀실 더하기 머더구스



역시 미스터리의 찐재미는 본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와 독자와의 치열한 두뇌싸움. 완벽한 트릭을 위한 피나는 고뇌가 담겨있기에 본격은 아무나 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제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몇 안되지만 본격 미스터리 작품을 선보였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좀처럼 만나기 힘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미스터리인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이다. 1985년 데뷔 후 바로 다음해인 1986년에 내놓은 작품인데, 데뷔 초기 왕성한 의욕을 앞세워 본격의 온갖 재미를 이 작품에 때려박으려 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밀실살인? 일단 그건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외국의 구전동요 머더구스 동요를 소재로 하는 문자 암호해독 요소를 추가하여 비틀어 버리고 와이던잇, 후던잇, 하우던잇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강렬한 의지를 작품을 통해 체감하게 된다. 



1년전 하쿠바산장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 오빠의 엽서가 사후 여동생에게 도착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엽서의 내용에 의혹을 느낀 여동생 나오코는 절친 마코토와 함께 오빠가 죽은 딱 1년이 되는 시기에 하쿠바산장에 묵기로 한다. 산장에는 1년전 오빠가 죽었을 당시의 투숙객이 그대로 방문하고 오빠의 자살을 믿지 않는 나오코는 투숙객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고 조사하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오빠가 죽기 1년전 보석상에서 일하던 남성이 하쿠바산장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더욱 강렬한 의혹을 갖게 된다. 


일곱개의 방. 방마다 미스터리한 머더구스의 노래가 적혀있는 벽걸이들. 

이 노래들에 비밀을 푸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머더구스 노래와 산장의 기원. 그리고 해를 바꿔가며 연이어 죽어간 사람들의 비밀은 무얼까?...



뭐 그야말로 본격 종합선물세트나 다름 없다. 범인을 잡고 나서도 두 개의 에필로그로 알 수 있듯이 산장이면 산장, 밀실이면 밀실, 살인이면 살인, 퍼즐과 암호해독, 끊어진 다리에서의 추락사 등등등 머리 나쁜 나는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벅찰 정도로 종횡무진 펼쳐지니 과연 범인을 맞출자 누가 있으랴. -_-;;;; 이미 이때부터 '게이고'의 이야기 꾼으로서의 재능은 폭발직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철철 넘쳐흐르니 말이다.



의미를 알 수 없던 머더구스의 노래들이 비로소 형체를 갖춰갈때 숨겨져 있던 인간의 욕망과 악의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결국 남는 것은 덧없는 후회와 잔혹한 고통뿐. 노래의 비밀을 푸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본격이던, 사회파던, 월드 클라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아닌가. 2중, 3중. 거듭되는 역전의 대반전을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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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 - 개정증보판
오쓰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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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곱 번째 방 (2020년 초판)

저자 - 오츠이치

역자 - 김수현

출판사 - 고요한숨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87p



지금의 오츠이치를 있게 한 원점으로의 회귀



장르를 넘나드는 기묘한 이야기의 마술사. 초기 암흑계로 열광했지만 지금은 치유계로 돌아선 사실은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의심되는 천재 작가 '오츠이치'의 국내에 첫 번역작 [ZOO]가 한 편의 신작을 추가하여 새롭게 찾아왔다. 본인 역시 처음 [ZOO]를 읽고 그의 마력(?)에 매혹되었고 그의 전작을 찾아 소장하고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덕후가 되었는데 실로 오랜만(무려 13년만)에 작가의 초기 풋풋한 하드고어를 다시 읽으니 역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본인은 재독을 전혀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쏟아지는 신작을 읽는 시간도 모자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3년만에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스토리가 어렴풋 떠오르고 결말이 대충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몰입감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명작 공포SF 단편집 [토탈호러]에 이어 다시 재독한 몇 안되는 작품으로 등극했다.



역시 '오츠이치'의 작품은 기발한 소재와 반전이 매력이지만 각 단편마다 흐르고 있는 특유의 감성이 작가의 최대 강점이라 생각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꽃피는 인간애, 가족을 위한 희생 (일곱 번째 방), 가족의 연결고리를 지키기 위한 소녀의 선택 (So Far) 등등.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 몰아 넣고 그 안에서 인간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더불어 뭐니뭐니해도 이 작가의 정서를 한단어로 정의하자면 '쓸쓸함'이 아닐까. 이제는 절판된 단편집 [쓸쓸함의 주파수]가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같다. 마이너 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찌질함과 연약함 그 어딘가의 중간 경계를 기막히게 줄타기 한다. 열 한편의 단편은 공포, 미스터리, SF 등등 각 장르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넘나들며 진정한 천재의 면모를 보여준다.  


각 단편의 간단평은 13년전에 썼던 글을 소환한다.



1. 일곱 번째 방

- 고립된 7개의 방, 매일저녁 6시마다 도랑을 통해 다져딘 시체 조각이 흘러 내리고,

  누나와 난 이대로 죽기를 기다려야 하는건가?.....(지대 하드고어 스릴러)

 

2. So Far

- 기차사고후 언제부턴가 엄마와 아빠가 다른 공간으로 나뉘어 살게 된다...

  (애데리고 장난치면 벌받는다..ㅡ_ㅡ;;(반전이 좋았음)

 

3. ZOO

-매일마다 우편함에 연인의 시체사진이 배달되고...매일 난 실종된 그녀를 찾아

 거리를 해메인다....(사이코 심리 러브스토리)

 

4. 양지의 시

- 의문의 병원체에의해 인류는 멸망하고, 마지막 생존자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내는데...

  (딱 '제3의눈' 같은 스타일)

 

5. 신의 말

- 말하면 말하는데로 이루어지는 신의 주둥이를 가진 '나'의 이야기

  (어릴적 소년 챔프(였던가?)에서 납량특집물로 똑같은 소재의 단편만화가 있었지.)

 

6. 카자리와 요코

- 오츠이치판 콩쥐 팥쥐 (읽는 내내 <기발하고 야한 일본 엽기동화>가 생각났다..

  뻔한 설정에 뻔한 반전...)

 

7. Closet

- 두개의 검은 옷장...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추리단편...좋았다..)

 

8. 혈액을 찾아라

- 과거 교통사고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수혈 혈액찾기 대소동

  (코믹 하드고어 추리물.)

 

9. 차가운 숲의 하얀 집

- 천재 마굿간 관리사 이야기 (이것두 웬지 잔혹 동화스러운.)

 

10.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 얼빵 재수생의 하이젝킹...나와 세일즈맨은 생명을 저울질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마지막 '나'의 결정은 상투적이었다.)


11. 옛날 저녁놀 지는 공원에서

- 운동장 모래더미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소년. 팔을 땅속으로 쑥 집어 넣더니, 안에서 뭔가가 소년의 팔을 잡는데....

 (이번 단편집의 신작인데 초단편일 정도로 짧다. 신비한 분위기의 이야기)



자. 아직 [ZOO]를 읽어보지 못했다면, 이 단편집은 필독서나 다름 없다. 이제는 [시라이상]이라는 자신이 쓴 각본으로 공포 영화 감독까지 맡으며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는 '오츠이치'의 천재성을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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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케이스릴러
김달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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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2020년 초판)

저자 - 김달리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24p



그곳엔 뭔가가 있다



한국 스릴러의 자존심. 고즈넉이엔티에서 주최한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전이자 케이스릴러 시즌2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텀블벅 프로젝트가 성공(본인도 참여하여 [마귀] 싸인본을 받은)을 거두면서 무려 일곱 편의 수상작을 한꺼번에 출간하는 기염을 토하며 국내 추리스릴러계에서 센세이셔널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그중 이 [이레]는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케이스릴러 시즌2로 다시한번 비상을 노리고 있는 고즈넉에서 엄선한 미스터리 스릴러! [이레]다.



인적이 드문 숲속에 비단잉어가 노니는 호수를 끼고 아름다운 고딕풍의 건물이 들어서있다.

샨티. 몸과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뜻하는 인도어 샨티는 

말 그대로 부유층을 위한 요양원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이곳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발을 들인다.

이레. 샨티의 소유주 서경의 아들 도훈이 사랑한 소녀이자

도훈의 아이를 잉태한 십대 소녀.

아들밖에 모르던 서경은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이레가 눈엣가시나 다름없었으니...


7일이 지나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비밀의 샨티.

이레는 일곱번째 날. 축일에 무사히 샨티를 나올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 샨티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수십명의 요양사가 온 정성을 다해 돌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 우리가 알고 있는 부유층들의 프라이빗 요양원을 떠올렸을때 흔히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이곳 샨티도 '대외적'으로는 그런 곳의 분위기를 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더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피투성이가 되어 숲속을 해메는 레크레이션 강사. 교관과 다름없는 요양사의 무시무시한 폭력. 방안까지 설치된 CCTV를 통해 여성 환자를 보며 수음을 일삼는 관리직원. 그리고......불법적 의료행위들.....이토록 비밀에 쌓인 샨티에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소녀 이레가 방문하고, 단단하고 육중했던 그들의 성에 커다란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모두의 축복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소녀가 겪어야 할 고난은 너무나 잔혹했다. 아무래도 임산부를 잔혹극의 주인공으로 설정하다 보니 좀 더 마음이 쓰이고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사실 무대가 되는 배경은 여타 작품들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고어 버번스키'감독의 [더 큐어]와 '조던 필'감독의 [겟 아웃]을 믹스한 듯한 작품이랄까. 다만 아이를 임신한 이레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와 아들을 생각하는 서경의 잔악무도한 폭주. 두 모성의 극렬한 격돌이 익숙한 클리셰를 깨트리는 몰입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뭔가 둘 다 몸서리 처지는 모성이었달까...ㄷㄷㄷ -_-;;;;



신비스러운 고딕 분위기와 결말에 다다를수록 자식을 걸고 폭주하는 여성들의 폭주 걸크러쉬. 신선함 보다는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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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기억의 세계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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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기억의 세계 : 개별 지성을 잃어버린 인류의 뒤틀린 생존극 (2020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하빌리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50p



말도 안된다고? 그래도 일단 상상해봐!



미친 과학자가 뭘 터트리던,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하던,

소행성이 지구에 떨여졌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이 발발하던 간에


일단 가정해 보는 거야.


어느날 갑자기 인류의 기억이 10분 밖에 유지 되지 않는다면.

세계는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인류의 존속은 가능할까?


왜? 말도 안된다고?

말했잖아. 일단 가정해 보라고.

그럼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거야.

'고바야시 야스미'가 그리는 코믹하고 기묘한 뒤틀린 세상이 말야.



[앨리스 죽이기][기억 파단자]로 매번 누구도 상상치 못 한 독특한 발상의 작품을 선보이는 천재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신작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도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블랙 유머가 만발한 미처버린 세상을 그리고 있다. 동화와 현실이 뒤섞인 미쳐버린 세상(앨리스 죽이기 시리즈). 단기 기억상실증의 남자와 기억 조작능력자의 목숨을 건 사투(기억 파단자). 그리고 이번엔 기억이 10분동안만 유지되는 세기말적 SF?!! 



분명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왜 이 글을 쓰고있지?

치매에 걸린 건가? 조금전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지금 시간 10시.


어라? 이거 내가 쓴거야? 왜 전혀 기억나지 않지? 내가 쓴 것도 잊어 버리다니. 큰일이다. 

지금 시간 10시 40분.


뭐지? 정말로 무서워지네. 나도 모르는 사이 다중인격이 글을 쓰는 건가. 지금 시간 11시.


짜증나. 어떻게 된거지? 정말로 다른 세명의 인격이 지나갔나? 그런 나는 네번째 인격인가? 

지금 시간 12시.


다중인격을 고민하던 소녀는 실은 하나의 인격이다. 다만 전인류에게 발생한 장기기억으로의 뇌기능 손실 때문에 자신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 뿐. 10분 이상의 일을 할 수 없는 인류에게는 거대한 위험이 다가온다. 소녀의 아버지가 다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이상 알람이 발생했던 것. 알람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데만도 십분이 넘게 걸리는 일인데, 소녀의 아버지는 어떻게 위기를 해쳐 나가게 될까....



지금의 나를 나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이유는 나의 정신과 육체, 그리고 기억이다. 그런데 그 기억이 소실됐다. 시간은 흘러 인류는 외부 메모리를 사용하여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컴퓨터의 ROM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메모리는 탈착이 가능하였으니......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갈 혼란의 씨앗이 잉태된 것이다.



미쳤다. 오로지 설정만으로 이처럼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간과 기억, 영혼을 생각하게 하는 윤회사상에 입각한 불교의 철학적 요소까지 담아내다니. 이것이야말로 가정을 통해 무한한 사례를 상상하고 사유하는 사고실험의 가장 모범적인 SF가 아닌가. 이 기발한 상상력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앨리스 죽이기]에서 본인을 매료 시켰던 말장난 언어유희까지 구사해 주니 책을 읽는 내내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굉장히 급진적이고 개별적 단편이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조금 분절되는 느낌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독특한 발상의 SF를 선호하는 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작품이라는게 본인의 생각이다. 어찌됐던 신박한 이야기임은 부정 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고바야시 야스미' 특유의 상상력과 개성넘치는 필체가 어우러진 똘끼 넘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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