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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 - 개정증보판
오쓰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일곱 번째 방 (2020년 초판)
저자 - 오츠이치
역자 - 김수현
출판사 - 고요한숨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87p
지금의 오츠이치를 있게 한 원점으로의 회귀
장르를 넘나드는 기묘한 이야기의 마술사. 초기 암흑계로 열광했지만 지금은 치유계로 돌아선 사실은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의심되는 천재 작가 '오츠이치'의 국내에 첫 번역작 [ZOO]가 한 편의 신작을 추가하여 새롭게 찾아왔다. 본인 역시 처음 [ZOO]를 읽고 그의 마력(?)에 매혹되었고 그의 전작을 찾아 소장하고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덕후가 되었는데 실로 오랜만(무려 13년만)에 작가의 초기 풋풋한 하드고어를 다시 읽으니 역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본인은 재독을 전혀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쏟아지는 신작을 읽는 시간도 모자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3년만에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스토리가 어렴풋 떠오르고 결말이 대충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몰입감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명작 공포SF 단편집 [토탈호러]에 이어 다시 재독한 몇 안되는 작품으로 등극했다.
역시 '오츠이치'의 작품은 기발한 소재와 반전이 매력이지만 각 단편마다 흐르고 있는 특유의 감성이 작가의 최대 강점이라 생각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꽃피는 인간애, 가족을 위한 희생 (일곱 번째 방), 가족의 연결고리를 지키기 위한 소녀의 선택 (So Far) 등등.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 몰아 넣고 그 안에서 인간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더불어 뭐니뭐니해도 이 작가의 정서를 한단어로 정의하자면 '쓸쓸함'이 아닐까. 이제는 절판된 단편집 [쓸쓸함의 주파수]가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같다. 마이너 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찌질함과 연약함 그 어딘가의 중간 경계를 기막히게 줄타기 한다. 열 한편의 단편은 공포, 미스터리, SF 등등 각 장르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넘나들며 진정한 천재의 면모를 보여준다.
각 단편의 간단평은 13년전에 썼던 글을 소환한다.
1. 일곱 번째 방
- 고립된 7개의 방, 매일저녁 6시마다 도랑을 통해 다져딘 시체 조각이 흘러 내리고,
누나와 난 이대로 죽기를 기다려야 하는건가?.....(지대 하드고어 스릴러)
2. So Far
- 기차사고후 언제부턴가 엄마와 아빠가 다른 공간으로 나뉘어 살게 된다...
(애데리고 장난치면 벌받는다..ㅡ_ㅡ;;(반전이 좋았음)
3. ZOO
-매일마다 우편함에 연인의 시체사진이 배달되고...매일 난 실종된 그녀를 찾아
거리를 해메인다....(사이코 심리 러브스토리)
4. 양지의 시
- 의문의 병원체에의해 인류는 멸망하고, 마지막 생존자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내는데...
(딱 '제3의눈' 같은 스타일)
5. 신의 말
- 말하면 말하는데로 이루어지는 신의 주둥이를 가진 '나'의 이야기
(어릴적 소년 챔프(였던가?)에서 납량특집물로 똑같은 소재의 단편만화가 있었지.)
6. 카자리와 요코
- 오츠이치판 콩쥐 팥쥐 (읽는 내내 <기발하고 야한 일본 엽기동화>가 생각났다..
뻔한 설정에 뻔한 반전...)
7. Closet
- 두개의 검은 옷장...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추리단편...좋았다..)
8. 혈액을 찾아라
- 과거 교통사고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수혈 혈액찾기 대소동
(코믹 하드고어 추리물.)
9. 차가운 숲의 하얀 집
- 천재 마굿간 관리사 이야기 (이것두 웬지 잔혹 동화스러운.)
10.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 얼빵 재수생의 하이젝킹...나와 세일즈맨은 생명을 저울질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마지막 '나'의 결정은 상투적이었다.)
11. 옛날 저녁놀 지는 공원에서
- 운동장 모래더미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소년. 팔을 땅속으로 쑥 집어 넣더니, 안에서 뭔가가 소년의 팔을 잡는데....
(이번 단편집의 신작인데 초단편일 정도로 짧다. 신비한 분위기의 이야기)
자. 아직 [ZOO]를 읽어보지 못했다면, 이 단편집은 필독서나 다름 없다. 이제는 [시라이상]이라는 자신이 쓴 각본으로 공포 영화 감독까지 맡으며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는 '오츠이치'의 천재성을 놓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