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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2020년 2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74p
밀실 더하기 머더구스
역시 미스터리의 찐재미는 본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와 독자와의 치열한 두뇌싸움. 완벽한 트릭을 위한 피나는 고뇌가 담겨있기에 본격은 아무나 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제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몇 안되지만 본격 미스터리 작품을 선보였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좀처럼 만나기 힘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미스터리인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이다. 1985년 데뷔 후 바로 다음해인 1986년에 내놓은 작품인데, 데뷔 초기 왕성한 의욕을 앞세워 본격의 온갖 재미를 이 작품에 때려박으려 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밀실살인? 일단 그건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외국의 구전동요 머더구스 동요를 소재로 하는 문자 암호해독 요소를 추가하여 비틀어 버리고 와이던잇, 후던잇, 하우던잇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강렬한 의지를 작품을 통해 체감하게 된다.
1년전 하쿠바산장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 오빠의 엽서가 사후 여동생에게 도착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엽서의 내용에 의혹을 느낀 여동생 나오코는 절친 마코토와 함께 오빠가 죽은 딱 1년이 되는 시기에 하쿠바산장에 묵기로 한다. 산장에는 1년전 오빠가 죽었을 당시의 투숙객이 그대로 방문하고 오빠의 자살을 믿지 않는 나오코는 투숙객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고 조사하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오빠가 죽기 1년전 보석상에서 일하던 남성이 하쿠바산장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더욱 강렬한 의혹을 갖게 된다.
일곱개의 방. 방마다 미스터리한 머더구스의 노래가 적혀있는 벽걸이들.
이 노래들에 비밀을 푸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머더구스 노래와 산장의 기원. 그리고 해를 바꿔가며 연이어 죽어간 사람들의 비밀은 무얼까?...
뭐 그야말로 본격 종합선물세트나 다름 없다. 범인을 잡고 나서도 두 개의 에필로그로 알 수 있듯이 산장이면 산장, 밀실이면 밀실, 살인이면 살인, 퍼즐과 암호해독, 끊어진 다리에서의 추락사 등등등 머리 나쁜 나는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벅찰 정도로 종횡무진 펼쳐지니 과연 범인을 맞출자 누가 있으랴. -_-;;;; 이미 이때부터 '게이고'의 이야기 꾼으로서의 재능은 폭발직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철철 넘쳐흐르니 말이다.
의미를 알 수 없던 머더구스의 노래들이 비로소 형체를 갖춰갈때 숨겨져 있던 인간의 욕망과 악의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결국 남는 것은 덧없는 후회와 잔혹한 고통뿐. 노래의 비밀을 푸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본격이던, 사회파던, 월드 클라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아닌가. 2중, 3중. 거듭되는 역전의 대반전을 기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