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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평점 :
이사 (2020년 초판)
저자 - 마리 유키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9p
이야미스의 여왕이 선사하는 하우스 호러 괴담
꿉꿉하고 지리한 장마가 지나니 불쾌지수가 치솟는 끈적하고 무더운 늦여름이 찾아왔다. 이럴때 떠오르는 것은 뭐?! 바로 납량특집이다. 근래들어 납량특집이란 말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실종되었으나 문학가에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납량특집이 한 권 있어 이렇게 소개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미스의 여왕 '마리 유키코'의 집과 관련된 괴담집 [이사]이다. 뭐, [이사] 하니 라떼는 썰 하나 더 풀어본다.
1996년대에 시작하여 세기말인 1999년까지 금요일 밤을 책임지던 인기 공포 오컬트 다큐멘터리가 있었으니 바로 [이야기 속으로]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이야기가 바로 귀신들린 집에 이사한 뒤 벌어지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었는데 역시 누군가 살던 집, 혹은 악령이 씌인 집, 혹은 누군가 급사한 집, 미치광이 살인마가 살던 집 등등등....정든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정착하는 것에는 묘한 기대감과 공포감이 공존하는 듯 하다. 하물며 원혼이 씌인 집에 방문한 사람들이 차례로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는 [주온]의 나라 일본이니 집과 관련된 도시괴담 또한 얼마나 다양하고 많겠는가. 무궁무진한 도시괴담과 이야미스 여왕의 필력이 만나니 독특한 호러 괴담집이 탄생한다.
1. 문
살인마가 살던 집이 싫어 급히 이사를 하려던 여성은 멘션을 소개받고 집을 둘러본다. 좀 더 살펴보려던 여성은 관리인을 먼저 내려보내고 주변을 살피던중, 문 옆 벽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작은 문을 발견하는데.....
2. 수납장
매번 이사를 갈때마다 엄마의 수납장은 점점 커지고 그 안에 담긴 물건의 종류들도 다양해진다. 또다시 수납장의 물건을 꺼내놓고 정리하는 엄마를 보니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
3. 책상
가구 리사이클링 업체에 경리로 들어간 여성은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사무실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커다란 냉장고가 거슬리고 직원들 또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그러던 어느날 잘 열리지 않는 책상 서랍에서 편지 한통을 발견한 여성은 편지의 내용을 읽고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4. 상자
사무실 물품을 넣은 상자 3개가 없어지고, 물품이 없어진 계약직 여성은 패닉에 휩싸인다.
5. 벽
옆집에서 벽으로 타고 들리는 부부의 싸우는 소리. 매일마다 싸움의 강도는 커져만 가고, 옆집이 걱정된 남자는 경찰에 신고하는데....
6. 끈
이사온 멘션에서 PC로 실시간 거리뷰를 보던 여성은 호기심에 이사온 집의 뷰를 찾는다. 모니터에는 이사온 집의 모습이 보이고 여성은 그 이상을 보기 위해 마우스를 클릭하는데....
7. 작품 해설
일상속에서 지나쳤을 법한 물건과 일들에 대해 공포를 불어넣는 일상 공포물이다. 여섯개의 일상과 맞닿은 기묘하고 불쾌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여섯가지 이야기의 작품해설이 시작되는데 ㅎㅎㅎ 이 해설 또한 작가의 마지막 선물이니 해설을 스킵하는 사람이라도 이 해설을 끝까지 읽고 넘어가기를.... 뭔가 메타픽션 요소를 섞어서 현실적 공포를 끌어내려 했는데 일전에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시도인것 같다. 개인적으론 공포감 보다는 그냥 미소지으며 책을 덮을 수 있는 정도의 재미였다. ㅎㅎㅎ
좌우간, 추리적 요소를 적용하여 결말에 반전을 주는 단편(수납장, 책상, 벽)도 있었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심리적으로 조여오는 공포(문, 끈)도 있었다. 물론 이야미스의 여왕답게 이야미스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도 있으니 단순한 괴담에 지친 독자라면 미스터리 장르와 접목된 괴담으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듯 하다. '오지게 무섭다'까지는 아니지만 반전의 매력이 있는 서늘한 공포였달까. 오랜만에 나온 일본 괴담집으로선 충분히 재미있게 즐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