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평점 :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2020년 초판)
저자 - 시라이 도모유키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0p
지금까지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잊어라
가장 파격적 설정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펼쳐진다. 추리소설. 클로즈드 서클이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뭐냐? 이놈에 설정은!!! 근래들어 클로즈드 서클에 크리쳐를 더하고 (아귀도), 좀비를 접목하더니 (시인장의 살인) 이번엔 XXX을 접목했다. 허허...이거야 원...이래서 본격은 살짝 돌아야 쓸 수 있나보다...ㅠ_ㅠ 확실히 이 작품은 돌았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걸작을 이렇게 변주하니 말이다.
우주는 우연히 연을 끈은 아버지의 유품에서 미발표 소설 한권을 발견한다. 전 세계의 소수족민을 연구하던 아버지가 열성을 다해 연구하던 분무족의 생활상을 소재로 지어낸 작품에 우주는 단숨에 매혹되고, 급기야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다. 단행본으로 발간된 소설은 소위 대박을 치고 그 유명세로 추리소설 마니아 하루카라는 여성과 잠자리도 갖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원고로 인기 소설가가 된 우주는 후속작 없이 원히트 원더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고 십년 뒤 안마방 포주 노릇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주에게 날아온 편지 한통에는 인기를 누렸던 추리 작가로서 작가들의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 쓰여있다. 이에 우주는 자신이 포주로 있는 안마방의 에이스이자 추리작가 아이리와 함께 편지에 쓰여있는 무인도로 찾아가는데......
어찌됐던 저찌됐던, 우주와 아이리. 그리고 다른 추리작가인 우동과 마사카네 아바라까지 다섯 명은 육지에서 꼬박 하루는 걸려서 가야할 섬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배는 난파 되고, 워낙 멀고 먼 섬이라 자력으로 육지에 가는 것은 무리. 이렇게 클로즈드 서클의 무대는 완성되는 것이다. 자.....이제 남은건 뭐? 바로 한명 씩 의문의 살인범에게 차례로 죽어나가는 일. ㅎㅎㅎ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인가?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이다. 차례대로 죽어나갸야 할 무인도에서 아무도 죽지 않는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 제목의 진정한 진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흐흐흐 궁금하다면......책을 읽으시라. 하하핫!
사실 스포일러를 우려해 죽지 않는 이유를 언급하지 않으면 이 책에 대해 더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_-;;;; 그래서 서평을 쓰기 힘들다만 어찌됐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차별화 되는 설정 탓에 무인도에 가기까지의 백여 페이지도 상당히 몰입해서 읽게 만든다. 혹자는 클로즈드 서클에서 무인도에 갇히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식상하고 지루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본인으로선 무인도에 갇히기 전까지의 이야기도 그것대로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설정만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여타 작품과는 달리 아무도 죽지 않기에 작품의 여러 트릭들이 성립되기도 한다. 오지게 복잡하지만 만약 이 작품의 트릭을 풀려는 시도를 하려면 기존의 고정관념과 틀에 박힌 생각은 멀찌감치 던져버리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 명의 조난. 살인 현장에서 각각 발견되는 다섯개의 흙인형. 다섯번의 살인. 그리고....다섯번의.......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끝까지 죽지않고 육지를 밟을 이는 누구인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약빤 설정이 신선함을 주지만, 단점이라면 정말 아무도 죽지 않기에 정말로 죽는 이들이 나오는 클로즈드 서클보다는 약간 긴장감이 떨어진달까?....하지만 이를 무마하려는 듯 이중 삼중의 추리와 거듭되는 반전은 독자들의 진을 쏙 뺄정도로 기상천외 하다. 굳이 이 작품의 장르를 정의 하자면 민속 생물학 불로불사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 작품이랄까...ㅎㅎㅎ 이 작품에 앞서 신박한 설정이라 회자되는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나 [미스터리 아레나] 혹은 하이브리드 클로즈드 서클인 [시인장의 살인], [아귀도]와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이런 미친 설정을 치밀한 트릭으로 직조한 작가의 도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