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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미래제작소 (2020년 초판)
저자 - 오타 다다시 외
역자 - 홍성민
출판사 - 스피리투스
정가 - 12800원
페이지 - 183p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 바로 그 세계의 이야기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유토피아 인가? 디스토피아 인가? 여기 다섯 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열 개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 [미래제작소] 그들이 그려나간 미래는 과연 우리가 꿈꿔오던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노동이 없어진 핑크빛 미래일지, 아니면 기계에 밀려 설자리가 없어진 인간들의 암울한 미래일지... 자 무척 궁금하지 않은가? ㅎ
쇼트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작품은 각기 다른 세계를 그리는 열 편의 이야기가 쇼트쇼트 스토리로 펼쳐진다. 쇼트쇼트 하면 SF 작가 '호시 신이치'가 떠오르는데 짧게는 한 페이지, 길어야 4~5장을 넘지 않는 짧은 SF를 써오던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은 재기 넘치고 날카로운 풍자가 어우러진 재미 넘치는 쇼트SF였다. 과연 이 작품도 그런 재미를 유발하는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1. 원 루머│다마루 마사토모
언제까지 직장에 갇혀서 일할 생각인가? 자 이제 노마드 워크가 기존 직장생활에 파격을 몰고 온다. 이동하는 자동차에 전자동 1인 사무실을 꾸리는 것이다. 편의성, 기동성이 올라간 1인 오피스! 노마드 워크가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다.
2. dogcom.│고기쓰네 유스케
기술의 발전은 반려동물에서 반려 로봇 동물로 유행을 변화 시킨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물이던, 비록 뜨거운 피 대신 윤활유가 흐르는 로봇일지라도 반려의 의미는 그대로일지니....
3. 공장 산책│기타노 유사쿠
더이상 인간은 공장에서 부려지는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아니다. 미래의 공장은 우리가 산책길을 돌듯 공장의 흐름을 살피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관리자일 뿐. 오늘도 공장으로 산책길을 떠나볼까.
4. 산으로 돌아가는 날│마쓰자키 유리
등산 도중 불행의 사고를 당한지 얼마 뒤. 하반신이 마비된 나는 다시 한 번 산에 오른다. 그토록 고대하던 등산을 말이다.
5. 안장 위에서│기타노 유사쿠
우리는 하루중 언제 생각을 정리하던가. 생각을 정리할 정도의 여유를 갖고 살고는 있나? 자. 이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진다. 언제? 바로 운전하는 동안!
6. 천문학자의 수난│마쓰자키 유리
우주 공간에 정체불명의 탄소 덩어리를 발견한 천문학자는 곧 이 탄소 덩어리가 다이아몬드 행성이라는 발표를 한다. 전세계는 이 학자의 발표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연구중인 학자의 앞에 킬러가 나타나는데......
7. 라플라스 남매│오타 다다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는 굳게 다짐한다. 교통사고가 없는 교통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과연 남매의 각오는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8. 사막의 기계공│고기쓰네 유스케
자동 이동통로가 개발된 뒤 인간은 직접 두 발로 걷는 도보가 사라져 버린다. 더이상 쓰지 않는 다리 근육은 점차 쇠퇴해 가고. 어느날 한 남자는 보행 보조기를 차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9. 돌핀 슈트│다마루 마사토모
자유롭게 수영하는 돌고래를 보며 돌핀 슈트를 개발한 과학자. 과학자는 이 슈트를 입고 운하로 뛰어드는데....
10. 계승되는 추억│오타 다다시
돌아가신 아버지의 40년전 드라이브 데이터를 살피던 아들은 의아한 점을 발견한다. 집과 다른 방향인 교외로 17회나 운전한 기록이 남아있던 것. 아들은 직접 40년전 아버지가 달렸던 길을 따라 가는데.....
쇼트쇼트라고는 하지만 한 두페이지의 엽편은 아니었다. 르포 형식으로 건조하게 미래상을 그리는 작품도 있었으며 한 개인의 시선으로 달라진 미래세계를 경험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뭐가 됐던 지금 현재의 연장선에서 과학기술을 토대로 작가들이 그려내는 독특한 세계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재미있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견으로 사회가 달라져 가는 과정을 그리는 [원 루머], [공장 산책], [안장 위에서], [라플라스 남매]는 막연하게나마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세계였다.
과학기술에 매몰되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 혹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이 갖고 있는 인간성은 변함 없으리라는 이야기를 그리는 [dogcom.], [사막의 기계공], [계승되는 추억]등은 미래세계임에도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별개로 [천문학자의 수난]은 코믹한 바카미스의 단편이었고 [산으로 돌아가는 날], [돌핀 슈트]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얼마나 극대화 시키는지, 그것으로 인해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였다.
열 가지 이야기중 베스트를 꼽자면 [사막의 기계공]을 꼽고 싶다. 자동화, 기계화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의 의지와 힘으로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딛는 남자의 이야기는 쇼트쇼트 임에도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짧은 단편이기에 작품의 임팩트는 다른 작품들 보다 훨씬 강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기에 작가의 의도가 더욱 크게 와닿는다. 부담없는 분량, 누구나 손쉽게 읽을 수 있는 SF. 상상했던,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미래 삶은 황홀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미래제작소]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으려나. 그들이 그려나간 세상이 부디 무리 없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