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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블랙쇼맨과이름없는마을의살인 (2020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RHK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51p
새로운 무대에는 새로운 이야기로
전세계 동시출간.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미스터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구간의 재판본이 아닌 따끈한 신작을 보는 기회! 마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제목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현재를 관통하는 시선을 이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전세계에 창궐한 역병 코로나는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도 어김없이 덮쳐온다.
전염병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된 소비심리는 동네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점포에는 너무나 큰 타격이 되었다. 마을에서 배출한 만화가의 작품 [환뇌 라비린스]를 사업에 이용하여 마을의 부흥을 이끌려 하지만 역시나 코로나로 인해 사업은 좌초되고 만다. 한편 마을에서 오래도록 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지낸 에이치와 36기 제자들은 오랜만에 동창회자리를 계획한다. 에이치의 딸인 마요는 도쿄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려던 찰나에 전화한통을 받는다. 고향에서 홀로지내던 아버지. 바로 에이치가 사망했다는 경찰의 전화. 더군다나 자연사가 아닌 살인이라는 말에 마요는 숨을 삼킨다.
급히 고향집에 내려온 마요는 집에서 기다리던 경찰의 조사를 받게되고, 그런 와중에 에이치의 동생, 삼촌 다케시가 고향집에 찾아온다. 분명 마요는 삼촌을 수십년만에 처음 볼텐데, 삼촌 다케시는 태연하게 바로 어제도 이 집에 들른 것 처럼 행동하는데......베일에 휩싸인 수수께끼의 남자 다케시와 마요는 둘만의 힘으로 살인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을 말하기에 앞서 배경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전세계 대유행중인 코로나다. 물론 출판사에서도 이 작품의 배경이 코로사태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수십만명이 죽어나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지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 초유의 전염병 시대를 작품에 녹여냈다는 것이 크게 반겨지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도 발빠르게 코로나를 주제로 하는 앤솔러지들이 나왔을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병상이 없어 재대로 치료도 못받고 질병의 고통속에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로하는 목적이 아닌 상업적 작품에 대입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그런 생각이 조금은 희석되었다고 고백한다. 코로나 대유행 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들은 여전히 거부감이 일지만 이 작품과 같이 중심되는 스토리를 위해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유라면 조금 다른 기준으로 보게 됐다는 말이다. 사실상 모두가 집안에서 생활하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도 횟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살인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시대에도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살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말이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고립된 스트레스로 쌓인 살의는 더욱 강렬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살인범을 잡기 위한 수사기법은 대유행 이전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세상의 변화에 따른 사회상을 현실적으로 녹여낼 뿐만아니라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조사기법으로 창조해낸다. 온라인 장례식, 식당에서는 자리를 띄어 앉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음식을 먹은 뒤에 다시 마스크를 쓰는 행위 등 작품을 읽고 있자니 너무나 현실과 닮아 있어 지금 동시간대에 벌어진 실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이다. 작품을 통해 얻게 되는 현실감이 피부로 느껴진다는 말이다.
더불어 이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 블랙 쇼맨. 바로 다케시의 매력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블랙 쇼맨의 정체. 바로 미국을 휩쓸었던 동양인 마술사이다. 뛰어난 마술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를 자유재로 휘젓는 심리술의 달인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앉고 목적을 취하는 괴짜에 뻔뻔한 실력자 다케시는 유능한 탐정이자 능력자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일면식도 없는 상대를 한번 처다본것으로 상대의 직업, 성격, 특징들을 단번에 캐치해내는 '셜록 홈즈'의 일본식 현신이랄까. 그의 현란한 손놀림과 말장난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게 된다. 나아가 용의자를 모아놓고 대망의 살인범을 맞추는 결말씬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의 '범인은 바로 너'에 뮤지컬스러운 마술효과를 장착하여 극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현실적이고 익숙한 배경, 다양한 용의자와 개성적인 캐릭터들, 지극히 인간적인 동기와 어리석은 살인범의 살의가 어우러져 또 한 편의 작품이 탄생됐다. '게이고'만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속도감있는 문체는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희대의 마술 탐정 다케시를 계속 만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