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노틸러스호
윤자영 지음, 해마 그림 / 안녕로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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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과학 박물관 : 탈출 노틸러스호 (2021년 초판)

저자 - 윤자영

그림 - 해마

출판사 - 안녕로빈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9p



네모 선장과 함께 신나는 바다속 모험의 세계로!



추리작가이자 현직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인 '윤자영'작가님의 신작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성인용에서 타겟을 낮춰 초/중딩을 겨냥한 청소년 과학교양 도서이다. 이미 앞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과학 추리 모험 도서 [수상한 졸업여행]이 증쇄를 거듭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대박의 기운이 풍겨오는 작품이었다.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박물관 시리즈는 앞서 '양시명'작가님의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경제 박물관 : 구두쇠 스크루지의 행복한 사업 계획서]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시리즈이다. 매 시리즈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로 옐로우 큐가 등장하는데 이번 작품의 주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양과학분야이다.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그 속에서 생물 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이미 턱밑까지 닥쳐온 환경오혐으로 인한 기후위기. 멸종생물, 미래 자원까지 실로 다양한 해양 이슈들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허나 아무리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 해도 아이들이 이걸 공부로 인식하는 순간 전달력은 땅에 떨어지게 마련. -_-;;;; (재미없다며 책을 내팽개치는 첫째 딸아이의 모습을 여러번 봐왔다.) 그래서 이런 교양 학습 도서의 경우 이야기의 재미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초딩 5학년, 우수한 성적의 서연과 바닷가 마을에서 전학온 동해, 퉁퉁한 체격의 백근이는 한 조가 되어 과학창의력 발표되회를 준비한다. 사전 조사를 위해 해양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은 박물관 큐레이터 옐로우 큐와 만나고 바닷속을 체험하는 VR 체험기에 탑승한다. 한창 옐로우 큐의 설명을 듣던중 엄청난 진동을 느끼는 아이들. VR체험인줄 알았던 아이들은 깜짝 놀란다. 지축의 요동은 가상이 아닌 실제 지진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옐로우 큐의 가슴에 달린 뱃지가 광활한 빛을 발휘하고.....정신을 읽은 아이들과 옐로우 큐는 바다속 잠수함에서 눈을 뜨는데......



그 잠수함이 네모 선장의 노틸러스 호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ㅎㅎㅎ '쥘 베른'의 고전 명작 SF [해저 2만리]를 차용한 것이다. 전설의 잠수함 노틸러스 호를 타고 바다속과 무인도의 원주민들, 빙하로 가득한 남극까지.... 종횡무진 모험을 펼치는 작품속 세 아이들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도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교양 학습 도서로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게 되는 이야기의 재미가 충족된다는 말인데 여기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수준 높은 일러스트레이터 '해마'의 삽화가 곁들여져 어른인 본인의 눈까지 현혹 시킨다. 현란한 삽화와 신나는 SF 모험 이야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교양 도서답게 옐로우 큐의 과하지 않은 적절한 설명으로 전달한 뒤, 추가로 필요한 설명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하여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알찬 구성이다. 



 



잠수함의 원리나 생물 종의 분류법 등 초등 고학년/중1 과학 교과서의 내용들을 알기쉽게 원리와 예시로 설명해주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원리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뭣보다 지금까지도 미지의 세계인 바다속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터이니 일단 권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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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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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2020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44p



과거의 추억이 보정을 벗을 때



때때로 타인의 생각없는 행동, 말 한마디가 가슴의 비수로 꽂히는 경우가 있다. 비단 살아가면서 나만 상처 받았을리는 만무하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겠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던가. 그런데 그런 감정을, 상처를 그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주변인들의 시선도 있고,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이 그런 것을 집고 넘어가는 게 웬지 속좁아 보이기도 하고, 여튼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냥 묻고 넘어가는 수가 많을텐데....



만약.... 누군가. 예를들어 친구라던가, 은사, 혹은 동창이 나의 무심한 행동에서 비롯된 상처를 가슴에 담아둔 채로 기나긴 시간이 지난 뒤 재회한다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그 감정을 내 앞에서 마치 어제의 일인양 거침없이 쏟아낸다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생경하고 난처한 감정이 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던가?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았단 말인가?' 분명 남들처럼 평범한 보통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내게....



너무나 예민한 상대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심했던 그때의 내 행동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이 작품에는 읽고 있는 것만으로 아찔하고 불편해지는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1. 동기 나베의 신부

대학 합창단에서 여자 동기들의 사랑을 받았던 남자 동기 나베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졸업한 합창단 동기들은 나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갖는다. 나베는 결혼예정인 신부와 함께 동기들을 만나는데, 단원들은 언제나 친근하고 자상했던 나베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름을 느끼는데....


2. 돋보이지 않는 아이

인기 그룹의 맴버로 인기몰이를 하는 보이 그룹의 소년이 방송 때문에 중학교 모교를 찾는다. 미술선생 마쓰오는 소년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소년의 동생을 담임으로 가르쳤던 기억을 떠올린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소 평범했던, 돋보이지 않았던 아이. 그랬던 소년이 눈부시게 성장한 모습에 감회가 새로운데, 방송을 마친 소년이 마쓰오를 직접 찾아와 독대를 신청하는데.....


3. 엄마, 어머니

친구의 집에 방문한 나는 탁상위에 놓인 사진 한장을 주목한다. 연보라빛 기모노를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친구의 사진. 친구는 나의 시선을 보며 사진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인식 때 입었던 기모노는 사실 연보라빛이 아니었다고....


4. 사호와 유카리

학창시절 영혼을 본다며 거짓말을 늘어놓던 아이 유카리는 성인이 되어 유명한 학원 원장으로 성공한다. 그런 유카리와 동창이었던 사호는 잡지기자로서 유카리에게 인터뷰를 신청한다. 마침내 인터뷰 승낙 연락이 오고, 사호는 유카리와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한다. 인기있었던 사호와 음침하고 소심했던 유카리. 그리고 그 둘이 마주하는데.....



첫번째 단편은 여초그룹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너무나 리얼하고 여성들의 생리를 관통하는 단편이라 놀라웠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장관리에 지친 물고기의 홀로서기랄까....-_- 그 물고기의 심정이 너무나 와닿았고 달라진 물고기의 모습을 안주거리 삼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불편했다.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이런 미묘한 감정선을 캐치하고 살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인데 살면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어색하고 난처한 어긋난 만남들이 이어진다. 여기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간의 만남은 그냥 안맞는거다. 꼭 내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들정도로 안맞는 악연. 평생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하게 되는 그런 만남들 말이다.  



이 단편집을 굳이 정의하자면 잔잔한 이야미스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일 때문에 상대의 적의를 그대로 당해야만 하는 그런 불편한 자리. 하지만....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불편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또 불편해지는 작품. 그럼에도 '츠지무라 미즈키'의 현실적 감성이 비수 같은 공감으로 가슴에 내리 꽂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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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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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스토어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69p



남한과 북한 그 사이의. 제 3의 지대



"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 3의 공간, 아니 제3의 도시라고" _42p



한국과 북한의 첨예한 대치. 분단국가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캐치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꾼. '정명섭'작가의 작품이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됐다. 지금은 완전히 빗장을 걸어 잠궈버렸지만 남북의 화합과 공영의 분위기에 힘입어 진행됐던 개발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바로 개성공단 프로젝트였다. 남한의 집약적 기술과 자본을,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합쳐 서로가 수익을 보는 사업의 일환이었던 이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사업초기만 해도 불안과 우려속에서 시작되었지만 본 궤도에 오르면서 나름 높은 생산성과 수익을 가져와 남북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으로 성장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개성공단은 중단에 이른다. 개성에 투자했던 남측의 기업들은 그대로 모든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연도는 모르겠으나 한창 개성공단 사업이 궤도에 오르던 시기를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념과 체제의 대치 속에서 서로의 이득을 위해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 제3지대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에서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독특한 개성을 뿜어낸다.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원종대는 군 헌병대 조사단에서 제대하고 탐정사무소를 운영중인 조카 강민규를 찾는다. 삼촌의 의뢰는 개성공단에서 운영중인 기업의 원자재가 상당부분 빼돌려지고 있다는 것. 허나 생산직 직원들은 전부 북측 사람이고 장소적 특수성 때문에 증거를 잡기 힘드니 강민규가 개성공단에 위장취업하여 범인을 잡아달라는 것을 의뢰한다. 탐정 사무소 운영난에 허덕이던 강민규는 삼촌의 의뢰를 승낙하고 그길로 삼촌의 회사에 취업하여 개성에 발을 딛는다. 그곳에서 공장장, 법인장, 직원 등을 예의주시하며 냄새를 맡던중 법인장이 자신의 방에서 숨진채 발견되는데.......



인터넷도 없다. CCTV도 없다. 비밀번호 키가 달린 방에서 숨진 법인장의 범인은 오로지 탐문 수사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도 북측 직원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말을 맞추고 거짓 진술을 둘러대는 상황에서 강민규는 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북측의 고위급 조사관이 강민규와 함께 한다. 영화 [공조]에서 처럼 남과 북의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조수사를 벌이면서 의외의 캐미를 보여준다. 



사실 개성공단 사업 당시 별다른 관심이 없던터라 작품안에서 벌어지는 제3지대의 묘사는 상당히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서로 이빨을 드러내며 적대적이면서도 이득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는 기묘한 동거관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적대적 관계는 사건의 행방을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몰아 넣으며 특유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역시 실제 대치중인 남북한의 상황이 여타 작품과는 다른 무게감을 발산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 묘사되기로는 개성에서 홍대까지 불과 한 시간 남짓의 거리이다. 이렇게나 가까우면서도 머나먼 땅. 그것이 지금의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북한과의 거리감이리라. 작품에서 언급되는 개성공단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아마도 작가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더불어 북측 공작원, 남측 국정원, 남한에서 활동중인 탈북자 단체 등등 여러 알력들과 음로론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독자들을 정신없이 흔들어 놓는다. 평소 전혀 관심 없던 본인도 숨죽이며 집중해서 본 작품이니 이쪽 방면으로 관심있는 독자라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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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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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나 사이 (2020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깊은나무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59p



작가 김재희를 말하다



 


모든 것은 이 사진 한장에서 시작되었다.



이상 탄생 110주기를 맞아 출간됐던 [경성탐정 이상 5]으로 아쉽지만 탐정 이상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성탐정 이상 1]이후로 장장 8년간의 여정. 한 작가에게 짧다면 짧을, 길다면 긴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심정은 어땠을지 본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하겠다. 지금의 김재희 작가를 있게 한 인기 시리즈인만큼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리는 중 생각지도 못한 [경성탐정 이상]의 에필로그 같은 책이 출간됐다. 



[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작가와 이상의 인연이 시작되고부터 지금의 [경상탐정 이상]시리즈의 마지막까지 작가 개인의 소회와 추억들을 담아낸 에세이. 어찌보면 경성탐정 팬들을 위한 선물이 아닌가....



우리는 작가를 사석에서 만나 이야기 하지 않는 이상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속에서 작가의 발자취를 찾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딱 하나. 사석에서 만나지 않고 작가의 내면을 엿볼 수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작가의 거짓없는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는 에세이이다. 비대면으로 인간 김재희를 만날 수 있는 책. 지금 같은 시국에 가장 어울리는... 바로 작가의 첫번째 에세이 [이상과 나 사이]인 것이다.   



중딩시절 시 [거울]로 처음 이상을 접한 이후로 연대 의류학과를 거처 방송작가, 시나리오 작가를 지나 추리작가로 등단한 뒤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나며 지금의 에세이까지 작가로서 걸어온 숨은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인생의 굴곡 사이사이 이어져온 '이상'과의 인연은 작가의 인생에 깊숙이 자리잡은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   



본인에게 김재희 작가는 본인을 추리작가의 길로 인도해 준 고맙고도 감사한 작가이다. 김재희 작가와의 인연의 시작은 약 1년전인듯 싶다. 페친으로 처음 소통을 한 뒤 얼마 안 있어 추리독서 밴드 '추사사'에서 진행하는 추리작가 모임에 참석을 제의해주셨다. 그렇게 작년 6월경 모임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김재희 작가와 처음 인사를 하게 됐다. 첫대면에 본인은 낯을 가리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스스럼 없이 다가와 추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친근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후로 천호 교보문고에서 진행했던 6인의 추리작법 강연에 매달 참석하면서 김재희 작가를 포함한 여러 작가분들을 만나 뒤풀이를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으니 인연이란 참 오묘하다. 



느닷없이 이런 얘길 왜하냐면 이 에세이 사이사이 본인이 언급한 내용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본인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ㅋㅋㅋ


 


본문 121페이지. 김재희 작가가 사석에서 만난 서평 블로거는 본인 '엽기부족'이다. -_-



"비밀은 작가를 키운다. 

그리고 아프게 하지만 작가에게 그걸 딛고 일어날 힘을 준다. 

작가는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 작품에 매진하게 된다."

_21p



어찌됐던, 이상과의 인연을 정리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삶, 기호, 결혼생활, 취미 등등을 망라하는가 하면 본업인 추리작가에 대한 이야기, 작법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담겨 있으니 추리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작가가 공개하는 꿀팁을 놓치지 않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마지막에 실린 추리작법 40단계는 김재희 작가가 추리작가 지망생들에게 건네는 선물 같은 자료가 아닐지....



처음 인연을 트고 지금까지 뵐 때마다 참 정 많고 유쾌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효율적으로 그것도 더 많이 죽여야 하는 추리계에서 이런 순수한 분이 과연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가 내놓은 창작물을 보고 있자니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담긴 착한 추리가 그녀의 무기이자 강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팩션, 현대물 가릴 것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최고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21년에도 '날개'를 달고 저 하늘 높이 비상 할 그녀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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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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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2020년 초판)

저자 - 아키요시 리카코

역자 - 김현화

출판사 - 마시멜로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03p

남김 없이 태워버린다

'철천지 원수와의 결혼생활.' [성모][절대정의]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신작의 소개문구다. 놀라운 서술트릭 [성모]와 본인에게 이야미스의 대표로 각인 된 [절대정의]에 이어 이번 작품은 과연 어떤 트릭으로 놀라움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앞섰다.

미모의 에리와 명망 높은 출장의사 히데오는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이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의 히데오는 아내 에리를 더 없이 사랑하고, 에리는 매일 출근하는 히데오를 위해 한번도 빠짐없이 직접 아침을 차려준다. 다툼 한 번 없이 평온한 이상적인 부부. 그러나 한꺼풀 벗겨내면 더 없는 증오와 의심으로 점철된 이상한 부부였다.

사키코는 야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다다토키와 결혼 후 수년 동안 행복한 부부생활을 해온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로부터 비보를 듣는다. 출근한 남편 다다토키가 근교 아파트에서 추락사 했다는 것. 도저히 믿을 수 없던 사키코는 남편의 시신을 보고서야 남편이 죽었음을 납득한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어지는 경찰의 말은 더욱 사키코를 충격으로 몰아 넣는다. 남편이 사기로 사람들의 돈을 취득했으며 남편의 사고 현장에 사기 피해자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복수를 위해 사랑을 위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여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본듯한 익숙한 설정이다. 복수에 눈이 먼 사키코가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는 과정 역시 다른 미스터리에서 봤음직한 장면이기도 하여 참신한 새로움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익숙함으로 승부한다면 '아키요시 리카코'의 이름값이 아깝지 않겠는가. -_-

본인이 이 작품을 표현하자면 이렇다. '일본 미스터리가 한국식 막장을 만났을때.' 설령 도입부와 전개 과정이 클리셰일지언정 주인공 사키코의 내면의 변화와 심리는 몸서리 처질 정도로 와닿는다. 막장인줄 알면서 그것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이랄까. 의심과 의혹, 증오와 살의....그리고 서서히 변해가는 마음......아...그 변화를 독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작가는 그렇게 사키코라는 캐릭터에 공을 들인건지도 모르겠다.

앞서 예상되는 전개는 결국 예상치 못한 결말을 위한 복선이자 맥거핀으로 봐야 할것 같다. 마지막 결말의 반전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인물들의 갈등이 끝도 없이 고조되고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끊어지는 순간. 난데없이 폭로되는 진실은 아무리 막장이지만 이 작품이 미스터리임을 외치고 있는듯 했다. 사실 예상가능했다고 큰소리 뻥뻥 쳐댔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독파해버렸다. 어제 백페이지 가량 읽고 오늘 이어서 잡고 그대로 끝까지 다 읽어 버렸으니 이정도 가독성과 몰입감이면 근래 읽었던 작품중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의 작품인듯.

원래 작가의 성향이 본인의 취향과 잘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뭣보다 캐릭터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드라마성이 좋았던 작품같다. 뜨겁게 내리쬐는 작열하는 태양처럼 부글부글 타오르는 한 여성의 비극적 복수. 이제 찬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을 잊게 만들 정도로 독자들을 달궈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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