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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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스토어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69p



남한과 북한 그 사이의. 제 3의 지대



"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 3의 공간, 아니 제3의 도시라고" _42p



한국과 북한의 첨예한 대치. 분단국가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캐치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꾼. '정명섭'작가의 작품이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됐다. 지금은 완전히 빗장을 걸어 잠궈버렸지만 남북의 화합과 공영의 분위기에 힘입어 진행됐던 개발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바로 개성공단 프로젝트였다. 남한의 집약적 기술과 자본을,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합쳐 서로가 수익을 보는 사업의 일환이었던 이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사업초기만 해도 불안과 우려속에서 시작되었지만 본 궤도에 오르면서 나름 높은 생산성과 수익을 가져와 남북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으로 성장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개성공단은 중단에 이른다. 개성에 투자했던 남측의 기업들은 그대로 모든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연도는 모르겠으나 한창 개성공단 사업이 궤도에 오르던 시기를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념과 체제의 대치 속에서 서로의 이득을 위해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 제3지대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에서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독특한 개성을 뿜어낸다.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원종대는 군 헌병대 조사단에서 제대하고 탐정사무소를 운영중인 조카 강민규를 찾는다. 삼촌의 의뢰는 개성공단에서 운영중인 기업의 원자재가 상당부분 빼돌려지고 있다는 것. 허나 생산직 직원들은 전부 북측 사람이고 장소적 특수성 때문에 증거를 잡기 힘드니 강민규가 개성공단에 위장취업하여 범인을 잡아달라는 것을 의뢰한다. 탐정 사무소 운영난에 허덕이던 강민규는 삼촌의 의뢰를 승낙하고 그길로 삼촌의 회사에 취업하여 개성에 발을 딛는다. 그곳에서 공장장, 법인장, 직원 등을 예의주시하며 냄새를 맡던중 법인장이 자신의 방에서 숨진채 발견되는데.......



인터넷도 없다. CCTV도 없다. 비밀번호 키가 달린 방에서 숨진 법인장의 범인은 오로지 탐문 수사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도 북측 직원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말을 맞추고 거짓 진술을 둘러대는 상황에서 강민규는 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북측의 고위급 조사관이 강민규와 함께 한다. 영화 [공조]에서 처럼 남과 북의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조수사를 벌이면서 의외의 캐미를 보여준다. 



사실 개성공단 사업 당시 별다른 관심이 없던터라 작품안에서 벌어지는 제3지대의 묘사는 상당히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서로 이빨을 드러내며 적대적이면서도 이득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는 기묘한 동거관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적대적 관계는 사건의 행방을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몰아 넣으며 특유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역시 실제 대치중인 남북한의 상황이 여타 작품과는 다른 무게감을 발산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 묘사되기로는 개성에서 홍대까지 불과 한 시간 남짓의 거리이다. 이렇게나 가까우면서도 머나먼 땅. 그것이 지금의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북한과의 거리감이리라. 작품에서 언급되는 개성공단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아마도 작가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더불어 북측 공작원, 남측 국정원, 남한에서 활동중인 탈북자 단체 등등 여러 알력들과 음로론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독자들을 정신없이 흔들어 놓는다. 평소 전혀 관심 없던 본인도 숨죽이며 집중해서 본 작품이니 이쪽 방면으로 관심있는 독자라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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