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들의 가든파티
한차현 지음 / 강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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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의 가든파티 (2021년 초판)

저자 - 한차현

출판사 - 강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4p



탐욕스런 늙은이들의 위험한 파뤼



좀비소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좀비 앤솔러지 [그것들]에서 [노스트로모 증후군], 유쾌한 동창회를 그렸던 [제 1회 서울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 이렇게 '한차현'작가의 작품은 장편 2편, 단편 1편을 만났었다. 그리고 [늙은이들의 가든파티]로 세번째 장편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차현'작가의 작품은 특유의 위트와 빠른 호흡을 자랑하는 단문으로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더불어 장르적 상황설정이 취향에 맞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도 상당히 취향저격이라 단숨에 읽어버렸다.  



못돼(못생긴 돼지)로 불리던 게으르고 쓸모없던 조정필은 화물차와 충돌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가까스로 의식을 찾은 조정필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새햐얀 병실. 그리고 조정필을 극진히 돌보는 의료진들이었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조정필에게 한차연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이름으로 부르고. 붕대를 풀고 마침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본 조정필은 정체성에 의심을 품게 된다. 거울앞에는 이제껏 알고 있던 못돼 조정필이 아닌 싱그러운 꽃미모를 머금은 미소년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의 말미 '작가의 말'에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영화를 소개한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소개하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는지 모티브 영화가 언급된 작가의 말을 책 뒷표지에 싣고 있다. 작품의 이해를 돕고 광고하는 데에는 좋은 방법이나 자칫 스포일러로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작품에 호기심이 생겨 무조건 읽어볼 독자라면 이어지는 리뷰는 보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모티브 영화를 토대로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조정필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 단순히 마음가짐이나 성형 같은 수술을 통해서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여기서 눈치빠른 독자라면 주인공 이름 조정필을 보고 뭔가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사실 이런 위트넘치는 블랙유머가 작가의 매력이다. 게다가 조정필이 새롭게 받은 이름은 한차연.... 작가 '한차현'에서 두 획을 제거한 이름이 아닌가. 같은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정기'를 은기로 바꿔 내 작품에 등장시키곤 한다. 사실 작품마다 등장인물 이름 짓는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_-



여튼....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에서 부유한 늙은 백인들이 신체능력이 뛰어난 흑인의 몸으로 생명을 연명하는 설정을 한국식으로 변형 수정한다. 영화에서 뇌이식 수술이 은연중에 성행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뇌이식을 처음 시행하는 초기를 그리는 점이 영화와는 다른 지점이다. 영화를 인상깊게 봤기에 낯선 상황에 놓인 조정필의 어지러운 심리에 더욱 감정이입했고 서스펜스를 느꼈던 것 같다. 머 배경을 미래로 가져간다면 메모리에 인간의 기억을 다운로드 하는 [공각기동대]의 전뇌로 그려졌겠지만 역시 머리통에 날카로운 매스를 그어 뚜껑을 따는 현대물이 날선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 같다. 



영화를 봤다면 영화속 장면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전개에 스릴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은 영화와 관계없이 반전의 충격을 안겨줄 것이니 작가가 공들여 준비한 대망의 묘미를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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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깨비, 홍제 - 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양수련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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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나의 도깨비 홍제 (2022년 초판)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08p



영원불멸의 도깨비가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바리스타 탐정 시리즈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바리스타 탐정 마환]을 써온 '양수련'작가의 판타지 스릴러 신작이 출간됐다. 한국 전통 요괴이자 드라마로도 커다란 히트를 쳤던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릴러라니 제목부터 호기심이 당겨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사연을 갖고 인간세계로 내려온 도깨비 홍제와 홍제와 사랑에 빠지는 소녀 오르의 이야기는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와 '김고은'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사랑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연이어 벌어지는 인체 자연발화 사건. 불멸의 생을 살아온 홍제의 기구한 사연들. 홍제와 얽힌 인간들의 삶... 무구한 생의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켜 감동의 대단원으로 치달아 간다. 



도깨비들의 섬. 

도깨비 왕 홍제는 부하들일 거느리고 매일 같이 축제를 벌인다. 도깨비들의 시중을 들던 무녀 비령은 홍제에게 거부할 수 없는 내기를 제안한다. 가장 진귀한 이야기를 겨루어 이긴자에게 소원을 들어주자는 것. 흔쾌히 내기에 응하지만 홍제는 내기에서 패하고. 그 대가로 인간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찾을 때까지 가죽 책에 봉인되는 벌에 처하게 된다. 


수세기가 지난 현재.

홍제는 인간 기문의 욕망을 채워주는 대가로 기문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져오라 명한다. 하지만 노인이 되어 죽음을 앞둘때까지 기문이 가져온 이야기들은 홍제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던중 커다란 상금을 걸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으던 기문의 눈에 들어온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 이야기를 쓴 사람은 친할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고 있는 소녀 오르였다....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업신 여기던 홍제는 한낱 책속에 갖혀 가장 가까이서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짧은 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워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을 깨닫는다. 불타는 사랑. 끝없는 욕망. 지고지순한 애정. 점차 인간의 감정에 동화되던 홍제는 결국 도깨비의 금기인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도깨비와 인간의 인연은 세대를 거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신비로운 홍제의 판타지에 연쇄적 인체 자연발화 사건이라는 스릴러적 요소가 결합되어 더욱 몰입하게 된다.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 하진과 홍제의 심부름꾼이자 거물 기업가 기문, 홍제가 선택한 소녀 오르. 그리고 영생불멸의 홍제가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감춰져있던 진실이 드러나고 지극히 인간적인 그들의 선택과 결과가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그려 나간다. 감동을 찾아다니는 불멸의 존재. 홍제가 그토록 찾아 해메던 감동은 그렇게 독자의 마음에 까지 논스톱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매력적인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다. 드라마와는 차별점을 두면서 더욱 깊이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하니 감성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해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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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믹 - 세기말 탐정신화 JDC 월드
세이료인 류스이 지음, 이미나 옮김 / 비고(vigo)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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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믹 (2022년)

저자 - 세이료인 류스이

역자 - 이미나

출판사 - 비고

정가 - 25000원

페이지 - 1056p



“올해, 1200개의 밀실에서 1200명이 살해당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본격 미스터리 독자로서 밀실이란 단어는 마법의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가능 할 것만 같은 1200개의 밀실 살인 예고라니.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펴들면 정말로 연이어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밀실 살인들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확실히 추리소설계의 문제작임엔 분명하다. 더불어 이 작품이 국내에 정식 출간 된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임에도 동의한다. 다만 이토록 마니악한 작품을 품기에 나의 짬바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ㅠ_ㅠ 



자신을 '밀실경'이라 지칭하는 자의 전대미문 살인 예고장이 공개되고. 실제로 하루에 최소 3건 이상의 밀실살인이 일어난다. 성별, 나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는 깨끗한 날붙이에 목이 잘린채 죽어나가고. 등뒤에는 피해자의 피로 쓰인 '밀실'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연이어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에 일본 본토는 경악에 휩싸이고, 경찰과 JDC(Japan Detective Club)는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러던중 1200개의 밀실살인의 힌트가 되는 책 '1200년 밀실전설'이 JDC에 도착하고 탐정들은 이 책을 토대로 범인 찾기에 나서는데....



연쇄 밀실살인을 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사건 풀이를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실제로 JDC의 풀이 과정은 기상천외 그 자체이다. 복잡한 일본어 에너그램과 사건과 무의미해보이는 통계학적 수치들이 난무한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잭 더 리퍼' 사건 이후 100년만에 벌어지는 '재키 더 리퍼' 연쇄살인 사건을 밀실경 사건과 연관지어 더욱 복잡하고 난해하게 꼬아낸다. 



작품을 읽고 난 감상을 말하자면 '난해하다'이다. 뭐랄까. 추리소설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풀어냈달까. 엄청난 작품임엔 분명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마니악함으로 대중들이 다가가기 힘든 작품이다. 하지만 '밀실경'의 살인예고에 호기심이 동한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설이자 극악의 난해함으로 구전되어온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가 국내 출간된바 있다. 1400여 페이지에 99000원이라는 마니악한 가격에 책정되었는데 결국 지금은 절판되었다. 그에 비하면 이 [코즈믹]은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밀려오는 허무함은 어쩔 수 없이 독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막장도 이정도면 아트art다. 대체 어떻기에 '니시오 이신'이 '세이료인 류스이'를 신이라 부르는지. 1200년 밀실전설의 비밀은 무엇인지. 호기심이 동하지 않은가. 궁금하지 않은가. ㅎㅎㅎ JDC시리즈는 [코즈믹] 뿐만 아니라 후속으로 [조커]와 [카니발]이 있단다. [코즈믹]만으로도 정신을 못차리겠는데 그 뒤로 두 편이 더 있다고?!!! 이런 미친 세계관이 얼마나 더 확장되는지 궁금해서라도 속편의 출간을 기다리게 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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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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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2022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팜므파탈. 악녀이지만 눈길이 간다



현대와 경성을 오가며 본인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김재희'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전작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로 경성 여성들의 억눌린 성에 대한 대담한 담론으로 화재를 모으며 드라마 판권까지 계약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현대물로 회귀했다. 이번 작품은 여성 픽업아티스트. 소위 꽃뱀(?)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인계로 남자를 꼬시고 소액사기로 살아가는 미모의 여성 설희연과 그녀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남정네들. 설희연을 뒤쫓는 강아람 형사의 수사가 교차되어 숨가쁘게 펼쳐진다. 



일년에 2개월만. 2개월 동안 윌세비 천만원을 바짝 모은 뒤. 바람처럼 잠적하는 미모의 픽업아티스트 설희연. 그녀는 모자란 돈을 모으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돈이 될만한 남자들을 물색한다. 그런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린 남자가 있었으니 경찰관 입사를 압둔 김민동이었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삼백만원을 갈취한 설희연은 안면몰수하고 김민동과의 관계를 끊으려 하지만 이미 설희연의 마수에 빠진 김민동은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던중 한 모텔방에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된 김민동. 강아람 형사와 사수 김선익은 사기꾼에서 살인용의자로 바뀐 설희연을 추적하는데....



유혹하려는 자와 넘어가지 않으려는 자의 밀고 당기기.

도망치는 자와 뒤쫓는 자의 치열한 두뇌싸움.



팜므파탈. 치명적인 여성 설희연은 작품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악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조종하는 '김재희'작가의 노림수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만든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설희연의 매력에 차츰차츰 빠져들다 보면 정황은 그녀를 살인자로 몰고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살인자가 아니길 바라게 되는 복잡미묘한 심리상태가 되고만다. ㅎㅎㅎ



설희연의 대척점으로 당차고 아직 뭣모르는 새내기 형사 강아람의 수사일기 역시 흥미진진하다. '김재희'작가의 전작 [서점 탐정 유동인]과 앤솔러지 [위층집]의 [506호의 요상한 신음]으로 만났던 여청과 강아람 형사의 프리퀼이랄까. 프로파일러로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사수와 함께 설희연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반가움과 함께 이제껏 몰랐던 초보 형사의 풋풋함이 어우러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표정없는 남자][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에서 만난 감건호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가 하면 '양수련'작가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의 가상의 커피숍 '할의 커피 맛'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재희'추리월드가 동료 작가의 작품에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게 바로 문어발식 확장인 것인가. ㅎㅎㅎ 



형사들의 초동수사와 범인을 뒤쫓는 압박수사는 한눈에 봐도 얼마나 치밀한 사전조사와 자료수집을 했는지 가늠케 한다.(말미에 작가의 말에 참고한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지만서도) 한순간도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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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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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2022년)

저자 - 이사카 코타로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08p



20년의 작가생활을 아우르는 이사카 코타로의 저력



[그래스 호퍼][마리아비틀][악스] 이른바 킬리시리즈로 팬이 된 작가이지만 킬러시리즈를 제외한 다른 작품은 또 취향에 딱 맞지는 않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가생활 20년의 내공이 담긴 단편집이 출간됐다. 치밀한 트릭, 처절한 복수, 휘황찬란한 액션.....따윈 이 [거꾸로 스크라테스]에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집에 작가의 짧지 않은 20년의 내공이 집약되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아이가 주인공인,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는 생각보다 쓰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휴머니즘 장르는 더욱 어렵다. 아이가 너무 어른스러워도 실패, 그렇다고 너무 몰라도 무지해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교훈만 강조해도 꼰대처럼 보이며 행동에도 제약이 많다. 감동만 추구하는 잔잔바리는 재미면에서 흥미가 떨어진다. -_-;;; 소년 탐정단을 주제로 비루한 글을 쓰면서 앞서 언급한 제약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이 작품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집에 실린 다섯 단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를 선보인다. 예측 불가능한 결말의 반전과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입을 빌리고 있지만 어른들에게 건네는 따끔한 충고이며 아이들의 작은 마음들을 보듬어준다. 



1. 거꾸로 소크라테스

은근히 학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선생님을 혼내(?)주기 위해 친구들이 뭉쳤다. 아이들의 명량한 계약은 과연 먹혀들까?


2. 슬로하지 않다

반에서 그림자 처럼 드러나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조별 달리기 주자가 된다. 그림자 아이들을 무시하는 소녀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을까?


3. 비옵티머스

어딘지 모르게 열의가 없어 보이는 담임선생님. 우연히 선생님의 비극적 과거를 알게 된 아이들은 선생님의 뒤를 밟는데... 


4. 언스포츠맨라이크

학창시절 함께 농구시합을 뛰었던 우정으로 성인이 되고나서도 친구의 농구교실을 돕기 위해 체육관에 모인다. 그때 총을 든 괴한이 체육관에 침입하고....


5. 거꾸로 워싱턴

아버지의 벚꽃나무를 도끼로 자른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한 링컨의 일화를 신조로 삶는 소년의 좌충우돌 모험기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올바른 어른이란 무엇인지, 부끄럽지 않은 아빠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더불어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음이 리프레쉬 되는 기분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힐링물이랄까. 나로선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감성이기에 더욱 끌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딸아이가 두꺼운 책을 읽게 된다면 주저없이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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