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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평점 :
꽃을 삼킨 여자 (2022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팜므파탈. 악녀이지만 눈길이 간다
현대와 경성을 오가며 본인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김재희'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전작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로 경성 여성들의 억눌린 성에 대한 대담한 담론으로 화재를 모으며 드라마 판권까지 계약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현대물로 회귀했다. 이번 작품은 여성 픽업아티스트. 소위 꽃뱀(?)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인계로 남자를 꼬시고 소액사기로 살아가는 미모의 여성 설희연과 그녀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남정네들. 설희연을 뒤쫓는 강아람 형사의 수사가 교차되어 숨가쁘게 펼쳐진다.
일년에 2개월만. 2개월 동안 윌세비 천만원을 바짝 모은 뒤. 바람처럼 잠적하는 미모의 픽업아티스트 설희연. 그녀는 모자란 돈을 모으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돈이 될만한 남자들을 물색한다. 그런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린 남자가 있었으니 경찰관 입사를 압둔 김민동이었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삼백만원을 갈취한 설희연은 안면몰수하고 김민동과의 관계를 끊으려 하지만 이미 설희연의 마수에 빠진 김민동은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던중 한 모텔방에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된 김민동. 강아람 형사와 사수 김선익은 사기꾼에서 살인용의자로 바뀐 설희연을 추적하는데....
유혹하려는 자와 넘어가지 않으려는 자의 밀고 당기기.
도망치는 자와 뒤쫓는 자의 치열한 두뇌싸움.
팜므파탈. 치명적인 여성 설희연은 작품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악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조종하는 '김재희'작가의 노림수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만든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설희연의 매력에 차츰차츰 빠져들다 보면 정황은 그녀를 살인자로 몰고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살인자가 아니길 바라게 되는 복잡미묘한 심리상태가 되고만다. ㅎㅎㅎ
설희연의 대척점으로 당차고 아직 뭣모르는 새내기 형사 강아람의 수사일기 역시 흥미진진하다. '김재희'작가의 전작 [서점 탐정 유동인]과 앤솔러지 [위층집]의 [506호의 요상한 신음]으로 만났던 여청과 강아람 형사의 프리퀼이랄까. 프로파일러로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사수와 함께 설희연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반가움과 함께 이제껏 몰랐던 초보 형사의 풋풋함이 어우러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표정없는 남자],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에서 만난 감건호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가 하면 '양수련'작가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의 가상의 커피숍 '할의 커피 맛'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재희'추리월드가 동료 작가의 작품에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게 바로 문어발식 확장인 것인가. ㅎㅎㅎ
형사들의 초동수사와 범인을 뒤쫓는 압박수사는 한눈에 봐도 얼마나 치밀한 사전조사와 자료수집을 했는지 가늠케 한다.(말미에 작가의 말에 참고한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지만서도) 한순간도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