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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정명섭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재생 (2022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04p
죽지 않는 좀비의 무한 반복
국내에서 좀비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좀비덕후 '정명섭'작가의 회심의 신작이 출간됐다. 미쳐 날뛰는 K-좀비도 식상하다 싶은 이때. 새로운 설정과 신박한 이야기로 새롭게 나타난 [재생]은 기존의 식상함을 몽땅 날려버릴 하이브리드 좀비 소설이다. SF소설의 흥행불변의 설정 타임루프와 호러장르의 분파에서 좀비장르로 독립될 정도로 마니아를 보유한 좀비가 만났다.
죽지 않는 언데드 좀비 + 같은 하루의 무한 반복
이보다 더한 악몽이 있을까. 게다가 끝없는 타임루프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장현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출근준비를 시작한다. 그때 TV에서 나오는 이상한 뉴스에 신경이 쏠린다. 어젯밤 서울 상공에 나타난 붉은 기둥에서 뻗어나온 미스터리한 빛의 정체를 두고 패널들의 설왕설래가 펼쳐진다. 그런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듯 TV를 끄고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챙겨 나온 현우는 집을 나선다.
우중충한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출근길 아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멀리서 들리던 비명소리가 점점 현우를 향해 다가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돌변하는 사람들.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미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지만, 빠르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좀비들을 피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들에게 목덜미를 물어 뜯기고 서서히 이성을 잃고 좀비가 되어간다.
마지막 의식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암전.
그리고 비명과 함께 눈을 뜬 곳은 어제의 침대.
아니. 오늘의 침대이다.
무슨 짓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좀비 연옥에 갇힌 현우의 절망감. 그리고 여자친구를 살리기 위해 거듭되는 도전과 시도들. 그리고 절망. 절망. 절망. ㅎㅎㅎ 하루가 계속 반복되지만 차츰차츰 루프에 적응하고 여러 시도를 하는 현우의 고군분투에 집중하게 된다. 뭐랄까. 레벨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RPG 게임의 용사를 보는 기분이랄까.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열 번째 날이 반복되고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 3개의 챕터까지 통틀어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반부는 반복되는 하루를 자각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고군분투가 중반까지 펼쳐지고. 이후에는 좀비무리가 공격하지 않는 후드를 입은 미스터리한 여성과의 조우가 후반부를 장식한다. 이어서 타임루프와 후드 여성의 비밀, 좀비들의 왕과의 사투가 대망의 결말부에서 펼쳐지게 된다.
역사와 좀비를 합친 [달이 부서진 밤], 좀비와 SF를 접목한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좀비와 게임을 접목한 [컨티뉴]의 [데드 앤드 언데드] 그리고 이번 좀비 타임루프 [재생]까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작가의 노력이 빛난다. 페이지터너의 가독성은 물론이거니와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시원한 속도감도 선사한다. 결말의 비밀은 근래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를 작품에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진화하는 좀비에 참신한 설정을 덧입힌 것이 가장 좋았다. 몇가지 단점들은 그 새로움에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세계 최초 좀비 타임루프 스릴러' 그렇다. 좀비는. '정명섭'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