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목숨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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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목숨 (2024년 초판)

저자 - 피터 스완슨

역자 - 노진선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7800원

페이지 - 391p

누가 피해자? 누가 가해자?

[죽여 마땅한 사람들], [살려 마땅한 사람들] 등 '마땅한 사람들'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피터 스완슨'의 신작이다. 전설의 명작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쓰였다는 이번 신작은 스릴러 기법으로 쓰인 [그. 아. 없]의 새로운 버전 같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온 아홉 명의 사람들.

나이도, 성별도, 인종도, 직업도 천차만별.

그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쪽지 한 장 날아 온다.

매슈 보몬트

제이 코츠

이선 다트

캐럴라인 게디스

프랭크 홉킨스

앨리슨 혼

아서 크루즈

잭 래디보

제시카 윈즐로

종이에 쓰인 아홉 명의 이름들.

출처 불명. 의미 불명.

누가? 어떤 이유로 보낸 명단인가.

누군가는 공포에 휩싸이고

누군가는 출처 불명의 쪽지를 웃어 넘기고

누군가는 감추기에 급급한다.

그리고... 벌어진 첫번째 살인.

평온했던 그들의 일상에 파문이 인다.

만약 일본 작품이었다면 이 아홉 명을 외딴 섬으로 끌고 들어갔겠지만, 작가는 어쩌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홉명의 생활을 차근차근 둘러보며 공포에 젖어가는 그들을 통해 서서히 독자를 옥죄는 방식을 택한다. 범인은 왜 이들을 죽이려 하는가. 이 아홉명의 공통점은 대체 무언가를 두고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와 밀당을 벌인다. 후던잇과 와이던잇이 중심이라는 말이다.

아홉 명의 다양한 삶을 엿보며 어느덧 그들에게 동화되어가면서 나름 응원... 이라기엔 뭣하고, 생존을 바라는 캐릭터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다음장에 어이없게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니, 방심은 금물! 신출귀몰. 예측 불가의 범인과 싸워야 하는 불예측성이 작품의 묘미이다. 아홉 명에 범인에 경찰에 킬러에... 쏟아지는 캐릭터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출판사에서 동봉한 캐릭터 설명 엽서는 독자의 혼동을 최소화 하면서 작품을 온전히 즐기라는 배려로 너무나 고맙게 잘 썼다.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재기 넘치는 시도가 돋보인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볼 수있었던 트릭을 시도하기도 하고, 대놓고 레드해링을 설계하기도 하는... 결국은 작가가 의도한 결말로 향하지만 나름의 유희 포인트를 배치했달까. 뻔한 스릴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과연 마지막 생존자는 누구일까?

#아홉명의목숨 #피터슨완슨 #문학동네 #스릴러 #스릴러소설 #추리 #추리소설 #영미추리 #미스터리 #미스터리 소설 #그리고아무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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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체를 부탁해
한새마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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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작가이자 글벗인 #한새마 작가의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그동안의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인데
한국의 #미나토가나에 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극강의 이야미스를 보여줍니다
삶의 궤적을 따라 수놓인 7편의 작품에는
충격과 반전 그리고 애수가 깃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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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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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2024년 초판)

저자 - 요네자와 호노부

역자 - 김선영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700원

페이지 - 328p

오랜만의 정통 경찰 본격 미스터리

[I의 비극]에 이어 연달아 읽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이자 화제의 신작 [가연물]이다.

24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4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4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작품이 빛의 속도로 번역되어 나왔으니 잠자코 기다릴 수가 있으랴. 작가생활 최초의 경찰 본격 미스터리라는데 (사실 이제서야 첫 경찰 본격이라는 게 더 놀라왔다만) 군더더기 없이 굉장히 심플한, 아주 경찰 본격의 정석을 보는 듯한 작품이었다.

1. 낭떠러지 밑

스키장에서 조난당한 사람들, 수색에 나선 경찰은 낭떠러지 밑에서 뭔가에 찔려 사망한 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은 누구이며 살해 도구는 무엇일까?

2. 졸음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심야시간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낸다. 용의 사건과는 별개로 교통사고를 수사하던 가쓰라 반장은 이어지는 목격자 진술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발견하고...

3. 목숨 빚

유명한 등산로 주변에 토막 시체가 발견된다. 시신은 페인트 공이었던 노인이었다. 노인의 죽음으로 보험금을 받게 될 아들이 매스컴에 노출되고, 대중은 아들이 살인범이라며 지탄하는데...

4. 가연물

연이어 벌어지는 방화 사건에 가쓰라와 형사들은 잠복 수사에 나선다. 그리하여 몇 명의 의심되는 용의자를 찾아내고, 그들을 집중적으로 미행하기 시작하는데...

5. 진짜인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인질 사건이 발생한다. 인질은 레스토랑의 직원, 그리고 범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가쓰라는 레스토랑에서 도망쳐 나온 직원과 손님들의 진술을 들으며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는데....

[낭떠러지 밑]은 후던잇 보다는 하우던잇을 추리하는 작품이다. 어쩌면 뻔~한 레드해링을 배치하여 시선을 어지럽히고 막판에 생각지 못한 반전을 때리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였다. [졸음]은 연이은 목격자 진술 속에서 가쓰라 반장의 의심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반전이 어이없으면서도 묘하게 납득이 가는 작품이었다.

[목숨 빚]은 이 작품집 중에서 GOAT!!! 제목의 중의적 의미, 퍼즐식 반전이 최고였다. [가연물]은 와이던잇에 중심을 두는 작품인데, 본인은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던 작품. [진짜인가]는 [목숨 빚]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투톱이었던 작품이다. 역시 이어지는 목격 진술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가쓰라의 추리가 빛난다.

주인공 가쓰라 반장은 동료나 후배 형사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독불장군식 캐릭터로 그려진다. 극중에서도 혼자만 뛰어나고 후배들은 가쓰라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정도인데, 정작 가쓰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외모에 대한 묘사가 전무하다. 오로지 독자의 상상에 맡기려는 것일까. 여튼 후배 형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캐온 정보를 조합하여 진실에 이르는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배테랑 형사의 모습 딱 그대로다.

근래 쏟아져 나오는 특수설정의 홍수 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정석적 본격은 굉장히 반가웠다. 일본 내에서의 폭발적 반응 역시 그런 영항이 있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고... 작품은 드라이함 그 자체다. 불필요한 묘사, 심리묘사 같은 곁가지는 모두 쳐버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사건 그 자체를 파는데, 작가의 작품들이 비슷한 경향을 갖고 있긴 하지만 특히 경찰 본격에 드라이함은 찰떡 같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좀 더 보고 싶다. 가쓰라 경부의 활약을....

#가연물 #요네자와호노부 #리드비 #본격미스터리 #본격추리 #추리 #미스터리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경찰본격 #경찰본격미스터리 #일본미스터리 #일본추리 #경찰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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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 - 신화 속 주인공이
조영주 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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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주인공이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 (2024년 초판)

저자 - 조영주, 정명섭, 이현서, 윤자영

출판사 - 책이라는신화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16p

전설 속 존재들의 현실 적응기

타임슬립 앤솔러지로 기획된 작품집이다. 다만 타임슬립된 존재가 현실의 존재가 아닌 신화 속 존재라는 것이 특이점인데 도깨비 방망이를 쥔 여고생과 악마와 대치하는 표지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책은 초딩 딸아이와 함께 읽었다.

1.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 조영주

잡종견을 키우는 미유는 강아지 유튜브 스타이자 같은반 조빈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마냥 동경의 대상이던 조빈의 민낯이 드러나고 순진하기만 했던 미유는 왕따를 당할 처지에 놓인다. 이때 미유 앞에 이세계의 존재가 나타나는데....

2. 신화관리청 : 도채비 요원의 대모험 - 정명섭

인간계에 환생한 조왕신의 분노치가 올라가고 이를 막기 위해 도깨비 요원 도금비가 학생으로 둔갑한다. 도금비는 조왕신 근처에서 불경한 기운을 감지하고 추하기 시작하는데...

3. 복수의 삼각형 : 안개 낀 섬의 초대 - 이현서

마라도에 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아빠의 말을 어기기로 한 이현후는 제주도의 아기업개와 관련된 연극 대본을 쓰는 민섭과 함께 마라도에 입도한다. 잠시 민섭과 헤어진 현후는 마라도에서 아기업개 전설 속 주인공과 마주하게 되는데....

4. 고려 걸그룹 잔혹사 - 윤자영

8선녀 한비는 동료 선녀들과 함께 고관의 축하행사에 공연조로 참석한다. 선녀를 마음에 든 고관은 한비에게 합방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한 한비에게 불같이 화를 낸 고관은 칼을 뽑아 한비에게 휘두르고. 눈을 뜬 한비는 고려여고 무용반원이 되어있는데....

1번 작품은 삼국유사의 비형랑 신화 속 비형랑을 소환 시킨다. 고양이의 목숨이 9개라는 말이 있는데 999번의 목숨을 가진 비형랑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이야기로 장편을 준비중이라니 더욱 기대된다. 2번 작품은 [산과 함께] 혹은 웹툰 [내일]과 같이 저승의 도깨비가 요원이 되어 현실의 악귀와 싸우는 이야기이다. 표지의 그림은 2번 작품의 한 장면이리라. 거대한 이야기의 도입부처럼 끝나고도 뒷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작품이었다.

3번 작품은 아름다운 제주도. 제주도에서도 배를 타고 가야하는 마라도에 얽힌 이야기. 여러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희생된 아기업개 소녀에 대한 전설은 슬프면서도 이국적인 제주도의 배경이 그려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4번 작품은 아이돌 업계의 명과 암을 비추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힘있고 돈있는 이를 위해 희생되고 소비된 소녀들을 위한 작품이랄까. 그녀들이 오직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 속 존재를 끌어들였지만 이들이 겪는 이야기는 현실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실에서 신화 속 존재는 없지만, 모두가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집이었다.

#신화속주인공이미래로소환되었습니다 #조영주 #정명섭 #이현서 #윤자영 #책이라는신화 #청소년소설 #영어덜트 #판타지 #요괴 #신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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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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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2024년 초판)

저자 - 다카노 유시

역자 - 송현정

출판사 - 허밍북스

정가 - 17500원

페이지 - 295p

클리셰의 기막힌 전복

클로즈드 서클에는 어느정도 공식 좋게 말해서 공식이라지만 틀에 박힌 클리셰가 존재한다. 그럴수밖에 없는 장르이기도 한지라 읽으면 읽을수록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많은 작가들이 이 클리셰를 깨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데, 그래서 근래 득세하는 장르가 현실에서 벗어난 특수설정이다.

'다카노 유시'의 [기암관의 살인]. 이 작품도 특수설정이라 할 수 있을까? 작품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 비현실의 설정을 가져오는 특수설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살인이 벌어지는 무대 자체의 '설정'이 추가되면서 기존 클로즈드와는 결이 다른 복합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점을 선보인다.

단순 알바로 살아가던 나는 거액을 제안하는 아르바이트에 채용된다. 그들의 조건은 간단했다. 사토라는 이름을 부여 받고 머나먼 타지에서 그저 며칠을 보내면 보수를 준다는 것. 알바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실종된 친구 도쿠나가 역시 거액의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수상쩍인 알바에 응한다. 그렇게 크루즈를 타고 도착한 곳은 카리브해역의 무인도. 무인도에 지어진 기암관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첫번째 살인이 벌어지는데....

이 작품의 독특한 설정은 기암관에서 벌어지는 살인 모두가 연극이자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이 게임은 거액의 클라이언트가 탐정 역할로 범인을 찾는 유희를 즐기는 게임이다. 다만 살인 자체는 진짜라는 것. 뭐, 부유층의 수상쩍은 불법게임이랄까. 좌우간 사토가 이 위험한 게임에 말려든 것이다.

'란포는 숨기고

세이시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

-55page

이제 사토의 목표는 한 가지다. 게임에서 살아남을 것!

이를 위해 살인의 '트릭'을 풀어야 하고, 누구인지 모를 '범인'을 찾아야 하며, 역시 누구인지 모를 '탐정'을 찾아야 한다.

영화 [캐빈 인 더 우즈]가 떠올랐다. 익숙한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추구했던 실험적인 영화.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 감성이라 생각하면 쉬울듯 하다. 단순한 범인 찾기에서 한 발 더, 아니, 두 발 정도 나아가 더욱 복잡한 미스터리적 묘미를 선사한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아레나]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미스터리 아레나]가 기존 클로즈드를 냉소했던 바카미스였다면 이 작품은 그래도 독자에게 공정한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이니까 말이다.

본인은 아주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클래시컬한 클로즈드를 선호하는 이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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