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 : 재앙의 책 (2023년 초판)

저자 - 오다 마사쿠니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7000원

페이지 - 408p

이토준지가 극찬 할만 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호러는 언제나 환영이다. 특히나 [링], [주온]의 나라 일본이라면 더욱 그러한 마음이다. 암울한 학창시절 공포의 도피처였던 '이토준지'의 샤라웃을 받은 공포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에 잠시 잊고 있던 일본 호러의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때마침 운 좋게도 카페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할 수 있었다.

창조적 기괴함. 인간의 공포심은 단순히 피와 창자가 난무하는 표면적 난도질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이 작품 [화]는 칼로 썰리는 피부를 넘어 무의식중에 내제되어있던 상상속의 역린을 자극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극한의 상상력에 빼어난 문장력이 더해지니 더이상 호러는 싸구려 저질문학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게 만든다.

총 7편의 작품은 인간의 신체를 주제로 기이한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책을 뜯어 먹는 [식서]. 즉 '입'을 시작으로 '귀' = [미미모구리], '눈' = [상색기], '살' =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 '코' = [농장]을 거쳐 제목 그대로 '머리카락' = [머리카락 재앙]을 마지막으로 '전라'를 의미하는 [나부와 나부]로 구성된다. 단순히 인간의 신체를 소재로 했다고 하지만 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무척이나 기괴하고 정말로 '이토준지'가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물론 '이토준지' 빠인 나 역시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SF 장르인 [상색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재미있게 읽었는데 현실과 밀접한 괴이로 시작하지만 허무한 마무리로 아쉬움을 자아내는 단편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에로틱 호러로 새로움을 주는 작품도 있었다. 각각의 신체에 어떻게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혔는지 발설하고 싶지만 그것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일이라 생각되어 말을 아끼련다. -_-

개인적으로 재미 순위를 매기자면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 > [머리카락 재앙] > [미미모구리] > [식서] > [나부와 나부] > [농장] > [상색기] 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에로틱 호러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가 개인적 GOAT였다. '아디포필리아'를 이렇게 그렸다는 자체가 정말로 일본이 가질 수 있는 변태적 상상력과 판타지의 절묘한 앙상블이랄까. 제목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밀려오는 전율이 일품. [머리카락 재앙]은 정말로 '이토준지'님이 만화로 이미지화 해주면 너무나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막판 광기에 휩싸인 집단 학살은 '이토준지'의 호러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호러임엔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는 말초적 공포와는 다른 지점을 가리키지만 이것 역시 공포의 범주이므로 새로운 공포에 도전하고 싶다면 읽어 볼만 하다. 괴이한 상상력의 집약체. 과연 [재앙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몬과 살인귀 (2023년 초판)

저자 - 구와가키 아유

역자 - 문지원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340p

모든 것이 반전이다

일단 나오면 관성적으로 읽게 되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근간이다. 더불어 독특한 제목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는 리뷰들까지. 기대감을 품에 안고 시작했다. 저자는 문학과를 전공한 문학도이다. 그때문인지 작품 전반에 걸쳐 눈길을 사로잡는, 솔직히 갈무리 했다가 몰래 써먹고 싶은 표현들이 눈에 띄인다. 전체적으로 가독성 좋은 문장에 특색있는 포인트를 주었달까. 이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어릴적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 이후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친척의 손에 자란 미오는 대학교 임시 파견직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닭장 속의 닭처럼 주어진 세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지만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떨어져 살던 여동생 히나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도 모자라 동생이 죽기직전 보험 살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매스컴의 질타는 이윽고 언니인 미오에게까지 번지고. 미오는 히나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직접 나서는데.....

두 번, 세 번 , 네 번, 다섯 번

거듭되는 반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다키이 아사요 (작가)

소심하고 수동적인 히나의 성격을 공들여 설명하는 다소 정적인 전반부를 지나 중반부까지 차근차근 반전의 초석을 다진다. 그리고 결말에서 그동안 쌓아놓은 반전을 연이어 터트리는데, 솔직히 오로지 반전을 위한 집착적 무리수도 존재한다. 그다지 납득되지 않는 일본식의 이상심리 캐릭터도 더러 있다. 다만. 다섯 번이나 거듭되는 반전에서 무리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니 작가의 설계대로 즐기기만 하면 될 것이다.

* 스포일러 주의 *

* 스포일러 주의 *

* 스포일러 주의 *

정말로 다섯 번의 반전이 휘몰아치는지 세보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사건과 캐릭터가 뒤바뀌는, 실로 모든 것이 반전인 작품이다. 나도 궁금해서 정리 해 봤는데.

1. 보험 사기로 몰린 히나 사건

2. 수동적인 미오의 성격

3. 프리랜서를 지망하는 정의로운 나기사 캐릭터

4. 미오를 비웃는 마린 캐릭터

5. 다정한 히나의 아버지

6. 친절한 기리미야의 정체

7. 모범생 히로의 정체

8. 히나에게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사업가 도모리의 진실

9. 도모리의 오른팔 가네다 캐릭터

10. 11. 두 개의 서술트릭까지....

우선 떠오르는 것만 11개. 개연성은 차치하더라도 엑스트라 몇명을 제외하면 등장인물 모두가 비밀을 간직한 돌아이들이며 진실이라 믿었던 사건 모두가 뒤집혀버린다.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냐. 큭큭큭큭. 다 섯번? 아니. 열한 번의 반전에 무릎을 꿇은 것도 모자라 이마를 땅바닥에 처박아 버리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다상조 회사 - 청년 탐정들의 장례지도사 생활 속으로 한국추리문학선 1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다상조 회사 (2023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06p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죽음의 의미

23년 한해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 리뷰는 [다다상조 회사]이다. 특별히 계획하지는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한해의 마지막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집게 되었다. 전작 [무지개 무인 사진관]으로 힐링과 추리를 접목한 코지 미스터리 작품을 선보였던 '김재희' 작가의 연장선 겪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상조회사의 직원의 눈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장례식과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얼마전 자신이 직접 상주로 진행했던 장례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본인도 나이가 나이니 만큼 작품에서 그려지는 자세한 장례절차나 망자에 대한 사연들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슬픔과 통한으로 경황이 없을 이들을 보듬고 떠나간 자를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장례 컨설턴트에 대한 이야기. 확실히 독자에게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리라.

1. 봄, 화려한 종부

병든 남편을 떠나 보낸 아내는 상주를 맡는다. 장례 컨설턴트 현명은 경황이 없는 부인을 도와 차근차근 장례 절차를 밟고 마침내 마지막 절차인 장지에서 아내는 느닷없는 제안을 하는데.....

2. 여름, 반려동물

정든 반려견 쪼꼬미를 떠나보낸 여성은 애완동물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한다. 역시 현명의 도움으로 염습부터 화장까지의 절차를 밟아가고. 장례절차가 진행될수록 쪼꼬미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드는데....

3. 가을, 나이롱 상주

이혼으로 헤어진 어머님의 부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 친아버지의 손에 자라났지만 어머니의 상주를 부탁받는다. 마침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던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4. 겨울, 출퇴

병든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이 상주를 맡는다. 직접 염습 과정부터 참여하며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는데...

5. 이듬해 봄, 금기

장례 봉사를 하겠다면 상조회사를 찾아온 여성. 현명은 그녀가 찾아온 사정을 묻지만 다짜고짜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하는 여성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데....

비록 픽션이지만 망자를 그리며 그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인물들은 마냥 픽션같지 않았다.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나 그들의 일상 대화들 속에 작가의 성격과 경험이 그대로 묻어있는듯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다섯가지 이야기가 차가운 이밤. 23년의 마지막 밤을 촉촉히 적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 속의 유괴_붉은 박물관 시리즈2 (2023년 초판)

저자 - 오야마 세이이치로

역자 - 한수진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700원

페이지 - 292p

전작에서 한 단계 더 진화

엘리트 부서에서 좌천된 형사 사토시와 냉혈미녀 사에코가 콤비로 콜드케이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붉은 박물관]시리즈의 2편 [기억 속의 유괴]가 출간됐다. 앞선 [붉은 박물관]을 인상깊게 봤기도 하고 여타 작품([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왓슨력])에서 보여줬던 '오야마 세이이치로'식 추리 스타일을 선호했던 터라 이번 [기억 속의 유괴]도 나름 기대를 품고 집어들었다.

기본 뼈대는 전작과 동일하다.

과거의 사건을 범인 당사자 혹은 관계자의 시선으로 간략하게 훍는다. 이후 현재로 넘어와 사토시가 과거의 사건을 좀 더 세밀하게 독자에게 브리핑. 다음으로 관계자들을 만나 진술을 청취하는 현장 파트가 이어지고. 대망의 사에코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파트로 나뉜다. 물론 본격적인 사건조사에 앞서 사토시가 청소 아주머니나 수위와 잡담을 떠들며 잘못된 정보를 흘려 독자에게 미스디렉션을 시도하는 과정까지 빼놓지 않는다.

다만, 전작과는 다른 한가지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그동안 사무실에 내내 처박혀 안락의자 탐정역을 자처했던 냉미녀 사에코가 드디어 현장을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작의 5편 모두 사에코가 현장 조사에 뛰어든다.) 이로인하여 전작의 조사 - 보고 - 추리의 반복 절차를 간소화 시키고 사에코의 의미심장한 질문이 더해져 추리적 재미를 한층 강화시킨다. 솔직히 전작보다 4배는 더 재미있게 읽혔다.

[황혼의 옥상에서]는 일본 본격에서 지겹도록 봤던 학교 옥상에서 벌어진 학생 사망사건을 소재로 한다. 소재는 흔하지만 역시나 사건의 진상은 놀랍고 새롭다. [연화]는 연이은 방화사건을 소재로 한다. 역시나 방화의 이유가 밝혀지는 해결파트에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죽음을 10으로 나눈다]는 잔혹한 토막살해사건 속에 숨겨진 진위를 찾고 [고독한 용의자]는 회사 동료와 금전관계로 인한 사건을 다룬다. 마지막 표제작은 [기억 속의 유괴]는 어릴적 유괴를 당했던 청년의 기억을 되짚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솔직히 말자하면 [붉은 박물관]을 재미나게 읽었지만 간간이 무리수라 느끼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억 속의 유괴]는 전혀 깔 거리를 찾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본격이랄까. 불공정한 요소가 전혀 없이 본문에 모든 해결의 복선을 묻어 놓으니 설령 읽는 도중에 진상을 간파하더라도 결말까지 회수되는 복선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품을 보면서 역시 떡밥은 대놓고(?) 과감하게 깔아두어야 반전의 묘미가 배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감한 복선 자체가 진상을 흐리는 미스디렉션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토록 친절하면서도 교묘한 트릭이라니.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추리평론가의 우연성에 대한 해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전작과 이번 작품의 텀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하는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단점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시킨 것이다. 아아아....나도 [기억 속의 유괴]와 같은 추리를 쓰고 싶다. ㅠ_ㅠ

* 출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파이어 셜록
정명섭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뱀파이어 셜록 (2023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돌베개

정가 - 14000원

페이지 - 176p

흡혈귀 X 셜록

계간 정명섭 2023 겨울 호. [뱀파이어 셜록]이다. 수많은 강연과 TV 출연중에도 끊임없는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명섭'작가를 일컬어 우리는 계간 정명섭이라 부른다는... 여튼 이번 작품은 뱀파이어와 우리에게 익숙한 셜록 홈즈를 크로스오버한 신묘한 작품이다.

작품은 몇가지 가정하에 작가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셜록 홈즈'가 역사적 실존인물이라면?

영국의 유명한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잡기 위해 '셜록 홈즈'가 나섰다면?

그런데 그 '잭 더 리퍼'가 알고보니 뱀파이어였다면?

위와 같은 프롤로그를 거쳐 진짜 이야기는 현재.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펼쳐진다.

명탐정을 꿈꾸는 고딩 세희와 혜리는 외사촌 언니의 교통사고 소식에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사촌 언니의 사고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직접 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외국인 영어선생님 햄록과 마주하는데....

[뱀파이어 셜록]은 작가의 경험과 덕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커피숍, 커피를 내리는 사실적 묘사와 바리스타 이야기는 파주 출판도시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했던 경험을 십분 살린 것이요, 작품에서 상황마다 적재적소에 인용되는 [셜록 홈즈]의 에피소드들은 셜로키언인 작가의 덕심이 녹아있다. 물론 좀비와 뱀파이어를 애정하는 작가의 취향 또한 반영되었으니.... 이토록 덕심으로 똘똘뭉친 작품이 또 어디있으랴.

두 고딩 소녀인 왓슨과 셜록이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성인 뿐만아니라 청소년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중편의 분량도 완독의 속도를 더해 준다. [셜록 홈즈]를 단 한편도 읽어보지 못한 본인으로선 작품에 녹아있는 홈즈의 숨겨진 묘미를 즐길 수 없어 아쉽기만 했다.

진한 커피향 뒤에 숨겨진 비릿한 피비린내를 알아챌 수 있을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