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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8월
평점 :
프리랜에서에게 자비는 없다 (2022년 초판)
저자 - 강지영, 윤자영, 전건우, 정명섭, 조영주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52p
한국식 느와르란 이런 것
느와르 하면 중절모를 깊이 눌러쓴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 바바리를 길게 휘날리며 권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서양영화를 많이 봐서인가 ㅎㅎㅎ 그렇다면 한국은? 회칼을 손에 쥔 깍두기 머리의 남자가 상대를 마구 쑤시는.... 아.... 내 취향은 칼보단 총쪽인가 보다. 어쨌던 영상화를 목표로 한국식 느와르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다섯 명의 작가들이 뭉쳤다. 애초부터 영상화 판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까. 장면 장면이 눈에 그리듯 선하게 떠올라 즐기며 읽을 수 있던 것 같다.
1. 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 전건우
국내 유일 느와르 장르만 쓰는 웹툰 작가. 하지만 인기는 없었던 작가는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한다. 며칠뒤 휴대폰이 울리고 작가조차 생각지도 못한 합격문자가 왔다. 작가는 정장을 차려입고 회사를 찾아가는데... 그가 생각하던 회사와 사뭇 다르다?
2. 네고시에이터 최보람 - 강지영
사랑하는 아이를 유괴당한 부부를 위해 네고시에이터 최보람이 파견된다. 기다리던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오고 부모를 대신해 전화를 받은 최보람은 아이의 몸값을 협상한다. 그런데 전화기 건너편 상대는 유괴범이 아니다? 그럼 누구?
3. 중고차 파는 여자 - 윤자영
양심적으로 중고차를 파는 강단있는 여성을 다시 찾아온 손님. 손님은 중고차가 아닌 다른 부탁을 청한다. 뺑소니를 친 아들을 협박하는 협박범과의 관계를 끊어 달라는 것. 중고차 사기를 당해 손해를 본 전적이 있는 손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여성은 손님의 아들이 저지른 뺑소니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4. 아직 독립 못한 형사 - 조영주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진 형사 나영은 책파는 약국 '붉은 약국'에서 책을 구매하면서 약사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던중 약사의 단골손님이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는 말에 나영은 실종된 손님을 찾아 평택으로 향하는데....
5. 작열통 - 정명섭
버스에 탄 부모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불한당은 트랙터로 버스를 통째로 땅속 구멍에 밀어 넣고 흙을 덮는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 사이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학교에서 자살로 처리된 학생의 죽음의 진실을 말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하는데....
전건우 작가의 작품은 표제작으로 한국식 느와르에 가까우면서 만약 영상화 된다면 [히트맨]을 연기한 '권상우'가 잘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잔혹 코믹 스릴러였던 작품. 강지영 작가의 작품은 유괴범과 몸값을 조율하는 전문 네고시에이터와 상대 협상가의 설정이 신선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윤자영 작가의 작품은 역시 재미있다. 가장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는데 써미페에서 살짝 언급한 중고차 사기를 이 작품에 응용했단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삼비탐정] 후속작을 준비하면서 이 작품의 소재도 얻은게 아닌가 싶다. 기승전결 뚜렷하고 반전과 시원한 캐릭터의 사이다 같은 결말까지 마음에 든다.
조영주 작가의 작품은 이전에 발표한 장편에 등장하는 나영 캐릭터가 출연한다. 더불어 나 역시 인연이 닿아있는 푸른약국(aka. 아직 독립 못한 책방)이 주무대로 등장하여 머릿속으로 배경과 인물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정명섭 작가의 작품은 처절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로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버스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불에 타는 듯한 작열통을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에 빗댄다.
생각했던것 보단 다소 얌전한 느와르였지만 전체적으로 작가들의 특징이 잘 묻어난 앤솔러지 였던것 같다. 과연 어떤 작품이 일타로 영상화 판권을 따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