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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평점 :
미궁 (2022년 초판)
저자 - 나카무라 후미노리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놀
정가 - 14800원
페이지 - 245p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두 번째로 만나는 작품 [미궁]이다. 작가와의 첫 만남은 2017년 [교단X]였는데 당시 완벽에 가까운 문장과 탄탄한 스토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였다. 5년만에 만나는 [미궁]역시 너무나 매혹적이다.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오에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미스터리 작가.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라는 말이다. 미궁에 빠진 밀실살인사건과 그위로 덧입힌 작가의 유려하고 간결한 문장은 경외감을 너머 아름답기까지 하다.
- 밀실살인에 대한 설명은 옮긴이의 말을 빌려온다.
도쿄 네리마구의 주택가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밀실 상태의 집 안에서 남편 히오키 다케시와 그의 아내 유리는 예리한 칼로 수차례 난자당하고 중학생 아들은 심하게 구타당한 끝에 독극물을 먹고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뛰어난 미모의 아내 유리는 나체 상태였고 그 주검 주위는 수많은 종이학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당시 열두 살이던 딸 사나에뿐이었다. 세간에 엄청난 충격을 던진 이른바 '종이학 사건'은 대대적인 수사에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결국 미궁에 빠진 채 22년이 흘러간다.
여기에 조금 덧붙이자면 집안의 문은 모두 잠겨있었고 창문과 출입문에는 전부 CCTV 방범 카메라가 설치되있었다. 추가로 화장실에는 작은 쪽창이 있지만 어린아기 정도나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창. 그리고 주섬으로 발견된 남편 다케시는 CCTV상에 밖에서 들어온 흔적이 없으며 그의 신발도 없었다.
A를 해결하면
B라는 문제가 터져,
B를 해결하면
C라는 문제가 터지고,
C를 해결하면
D라는 문제가 튀어나와.
하지만 D를 해결하면
다른 해결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돼.
미궁에 빠진 사건이란
그런 거야.
완벽한 미궁에 빠진 사건. 그러나 작품은 이 미궁을 파헤치는 본격 미스터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궁에 빠진 현대인의 방황과 혼란을 그리는데 주력한다고 할까. 때때로 그런 작품들이 있다. 읽는 것만으로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 작품. 똑같은 작품을 내가 썼다면 그냥 미친인간이 끄적인 정신나간 소리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텍스트 한 글자 한 글자가 동공에서 뇌를 거쳐 가면서 귓가에 살인을 속삭이는 소리가 커져가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린다.
참혹한 비밀을 간직한 그날의 밀실살인사건과 읽는 이를 미치게 만드는 사이코 심리 스릴러. 이상심리를 이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서 출구를 알 수 없는 [미궁] 같은 작품에 홀려 버렸다. 2014년 첫 출간 이후로 8년만에 재간된 작품이다. 아직까지 이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미궁]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