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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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수첩 (2023년 초판)

저자 - 시부사와 다쓰히코

역자 - 김수희

출판사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정가 - 19800원

페이지 - 230p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시리즈 그 세 번째

얼마전 포스팅 했던 [비밀결사 수첩]의 작가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3부작 중 마지막 세번째 수첩인 [독약 수첩]이다. [비밀결사 수첩]과 마찬가지로 독약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는 백과사전식 트리비아인데 각 챕터별로 소주제에 대해 풀어내는 썰들이 역사 속 야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고대 이집트를 거쳐 중세 르네상스 왕정시대를 훑고 20세기 최악의 집단 학살인 유태인 독가스 살포에 이어 산업화 발달에 따른 현대의 중독까지 광범위 하게 다룬다. 그동안 몰랐던 독살마들의 끔찍한 살인 행위와 기괴한 살인 동기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랄까....

프랑스 약물학계의 원로 '르네 파브르'교수는 [독물학 연구 서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살범의 70%가 여성이며, 범죄 장소의 70%가 시골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희대의 독살자로 통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이라고 한다. 또한 독살자의 범죄 동기를 분류하자면 이렇게 나뉜다고 한다.

가정 내 알력 43%

모친에 의한 유아 독살 24%

간통 10%

복수 9%

금전적 욕망 9%

연애에 대한 훼방 5%

사실 굉장히 흥미로운 수치이다. 국내가 아닌 서양의 결과이긴 하나 가정 내 알력에 의한 독살이 40% 이상을 차지하며 70%의 독살범이 여성이라는 결과는 가부장적인 남편의 권력에 맞서 손쉬운 독살을 선택한 아내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추론할 수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독살마를 꼽자면 '존 딕슨 카'의 소설 [화형법정]의 실제 모델이라는 17세기 유명한 독살마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다. 일찌기부터 남동생들과 몸을 섞고 쾌락에 몸을 맡긴 삶을 살던 브랭빌리에는 귀족 남편과 결혼하지만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외도를 저지른다. 그런데 그 상간남이 화학과 약물학에 관심이 많던 자였으니, 부인은 상간남에게 받은 독약으로 재미삼아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선병원의 환자들로 시작하여 점차 하인에게 마수를 뻗치더니 급기야 아버지의 음식에 독을 넣어 8개월에 걸쳐 독살한다. 이후 두 남동생, 머리가 나쁘다는 이유로 친딸을, 눈엣가시이던 남편까지.... 뭐. 어찌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화형법정]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교회의 사제로서 10년간 2000명의 태아를 악마 예배 의식에 사용했다는 라부아쟁의 엽기적 행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정도.... 독살자 뿐만 아니라 독의 재료인 맨드레이크(판타지작품에서 많이 봐왔던 '만드라고라'), 비소, 청산가리등도 자세히 설명하여 지식의 폭을 넓혀준다. 사실 추리작가로서 이런 에피소드와 지식은 너무나 값진 소스이기에 행여나 잊어버릴까 걱정될 정도. 이 책에서 독살트릭 하나를 건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ㅋ


국내에도 청산가리 우유, 청산가리 막걸리, 그라목손 등등 독살 사건만 놓고 보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이 검색된다. 희대의 연쇄 독살마 역시 살인을 거듭할 수록 수법이 대담해지고 주기 역시 짧아 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희대의 독살마 역시 동일했다. 오히려 자신의 범죄가 세상에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던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도 보였다고 하니 손쉬운 방법으로 타겟에게 극한의 고통을 맞보게 만드는 독살의 치명적 매력은 악마의 유혹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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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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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2023년 초판)

저자 - 마사키 도시카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모로

정가 - 17500원

페이지 - 400p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작년 이맘 때 출간됐던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의 속편이 출간됐다. 속편이라고는 하나 사건을 해결하는 두 경찰 콤비가 연이어 나온다는 것 외에는 전작과의 연속성은 없기에 전작이던 이번작이던 부담없이 읽으면 될 듯 하다. 부모 몰래 밤늦게 외출한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오고 그날 아들의 행적을 추리해 나가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시신으로 발견된 중년의 여성 노숙자를 시작으로 과연 그녀가 죽기 직전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눈 내리는 밤. 크리스마스 이브. 옷가지가 심하게 헝클어진 중년 여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된다. 이마 한쪽이 함몰된 그녀의 신원은 미상.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죽음을 맞아야 했던 이유는. 그녀는 왜 노숙인이 되어야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순간기억능력을 갖고 있는 형사 미쓰야와 파트너 가쿠토는 시신을 조사하던 중 3년 전 흉기에 의해 살해된 사회복지사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서류가방에서 발견된 지문이 바로 중년 노숙인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노숙인 살인사건과 3년 전 사회복지사 살인사건의 교차점이 밝혀지는 순간 작품 전체의 진상이 드러나는 구조이다.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여 얽키고 과거회상과 현재가 마구 혼재되다 보니 자칫 쏟아져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놓친다면 조금은 해매게 될지도 모르겠다. 허나 꾹 참고 읽기를 조언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연결 고리가 이어지고 앞선 복선들이 회수되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 될테니 말이다.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왜?라는 질문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괴짜 형사 미쓰야와 그런 미쓰야를 시기와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쿠토의 브로맨스도 전작에 이어 여전하다. [나쁜 여름]에 이어 사회복지사와 빈곤자의 생활보조금과 얽힌 갈등, SNS에 중독되 현실과 괴리된 사람들의 이면이 낯낯이 드러나는 사회파 요소도 녹아있다. 무엇보다 냉혹한 세상이지만 아직은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는 세상임을 이야기하는 작품 전체의 주제가 억지스럽지게 주입하지 않아 좋았다.

솔직히 마지막 부분의 한 줄을 읽으며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미스터리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적 반전이긴 하지만 클리셰를 상쇄하는 그녀의 마음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날 그 소년이 무엇을 했는지 전부 밝히는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이 무엇인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건물 옥상에서 죽음에 이르기 직전 그녀가 본 것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은 왠지 알 것도 같다.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문장부터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반전. 그리고 벅찬 감동까지.... 도저히 추천을 안 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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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탐정 코난 1 : 거대 피라미드 미스터리 세계사 탐정 코난 1
정인영 옮김, 아오야마 고쇼 원작, 야마기시 에이이치 외 만화 / 아울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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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탐정 코난 1 : 거대 피라미드 미스터리 (2023년 초판)

원작 - 아오야마 고쇼

그림 - 야마기시 에이이치, 사이토 무네오

역자 - 정인영

출판사 - 아울북

정가 - 16800원

페이지 - 159p

코난과 함께 떠나는 세계사 모험 속으로

거대한 피라미드의 비밀, 사라져버린 아틀란티스 미스터리,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모나리자와 전세계를 휩쓸었던 흑사병 그리고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까지....굵직한 세계적 사건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학습만화가 나왔다. 게다가 십수년째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난'과 함께 떠날 수 있다니.... 코난 덕후에겐 새로운 즐거움을, 앞으로 덕후가 될 코난 덕후 꿈나무들에겐 세계사 공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지혜의 열매를 찾겠다며 사라져 버린 아가사 박사. 실종된 박사를 찾기 위해 소년탐정단이 뭉친다. 아사히와 우메는 박사를 뒤쫓아 시간여행을 하고 코난은 박사의 연구소에서 원격으로 아사히와 우메를 지원한다. 박사가 다녀간 첫번째 여행지는 바로 고대 이집트. 네번째 피라미드를 건설중인 황제 네페르와 현대의 아사히와 우메는 생각지 못한 모험을 겪게 되는데.....



익숙한 캐릭터로 학습만화라는 자각 없이 읽게 된다. 게다가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피라미드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한다. 순식간에 읽고 난 딸아이는 다음 권을 달라고 조를 정도. 미스터리 덕후인 본인도 아동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세계사 탐정 코난'시리즈는 총 12권으로 기획되어 이번에 1~6권까지 한번에 출간됐고 하반기에 나머지 7~12권이 출간예정이란다.



공부건 뭐든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는 법. 그런 점에서 [세계사 탐정 코난]시리즈는 재미와 교훈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작품이란 생각이다. 각 권마다 시야각에 따라 변하는 코난 랜티큘러 카드가 사은품으로 지급되니 코덕이라면 전부 모아보는 것도 좋을 듯....ㅎㅎㅎ

* 서평단으로 지원 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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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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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는구나!
이 작품을 이렇게 빨리 읽을 수있다는게
너무 기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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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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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2023년 초판)

저자 - 소메이 다메히토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7000원

페이지 - 397p

그래 더위가...

이 무더위가

사람을 미치게 많든 거다

연일 눅눅하고 꿉꿉한 공기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장마철이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 여름에 맞춰 출간된 신작이 눈길을 잡아끈다. 나쁜 여름. 무엇이 나쁜 건가? 더위가? 아니면 여름 그 자체가? 그것도 아니면....

'사회 보장 제도의 악용이라는 제도적 맹점을 비판한 사회파 미스터리 수상작'

표지의 출판사 문구로 '제37회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것과 사회 보장제도를 주제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우리 곁에서 모르고 살아가는 혹은 알고도 모른척 눈을 돌리게 만드는 제도적 한계를 꼬집어 내는 이야기. 직면하고 싶지 않지만 언제든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이 여름이 너무나 싫어지려 한다.

사회복지사 사사키 마모루는 20대 창창한 나이의 케이스 워커이다. 케이스는 생활 보조금 수급자를 가리키며 케이스 워커는 생활 보조금 수급자의 부정 수급을 감시하는 일을 카리킨다. 우연히 직속선배가 수급자에게 보조급 지급을 빌미로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모루는 감시와 뒷조사를 거쳐 선배의 자백을 받아낸다. 선배는 직장을 퇴사하고 사건을 일단락 되는줄 알았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신체 혹은 가정환경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생활 보조금은 우리에게도 기초생활수급비라는 제도로 낯설지 않다. 작품에서는 너무나 절실하게 보조금을 필요로하는 모자를 비롯해 생활이 넉넉하면서도 거짓으로 보조금을 부정 지급받는 다양한 케이스들이 그려진다. 물론 부정 수급자들이 다수가 아닌 소수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그들로 인하여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심정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우리에겐 송파 세모녀의 죽음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케이스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정수급을 위해 검은 세력(야쿠자)이 얽혀들고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 아래 선량한 소시민이 범죄에 말려들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참혹하고 끔찍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비극이 시작될 것을 알면서도 어처구니 없이 소시민에게 감정 이입하고 그들의 안녕을 응원하고 마는 지독한 아이러니라니...ㅠ_ㅠ 그동안 사회파 미스터리는 익히 보아왔지만 이정도로 전율의 파문을 일으키는 작품은 참으로 오랜만인 듯하다.

'지금 자신을 둘러싼 이 현실이 전부 꿈이길 바랐다. 아니, 이건 분명 꿈이다.

너무 더운 여름이 나쁜 꿈을 꾸게 한 것이다.' _323p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심정은 진정 여름 밤의 끔찍한 악몽 같다. 표현 수위의 1차원적인 잔혹함이 아니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이 한데 모여 다함께 지옥으로 추락하는 클라이막스는 그 자체로 무간지옥이자 독자에게 강렬한 정신적 데미지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사 할 것이다. 확실히 추리 문학상을 수상 할 만한 힘이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새삼 생각했다.

이대로 지급의 생활을 계속하면 틀림없이 위험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파멸의 날이 온다. 그것은 분명 멀지 않은 날이 될 것이다." _340p

파멸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모른 체 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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