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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나쁜 여름 (2023년 초판)
저자 - 소메이 다메히토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7000원
페이지 - 397p
그래 더위가...
이 무더위가
사람을 미치게 많든 거다
연일 눅눅하고 꿉꿉한 공기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장마철이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 여름에 맞춰 출간된 신작이 눈길을 잡아끈다. 나쁜 여름. 무엇이 나쁜 건가? 더위가? 아니면 여름 그 자체가? 그것도 아니면....
'사회 보장 제도의 악용이라는 제도적 맹점을 비판한 사회파 미스터리 수상작'
표지의 출판사 문구로 '제37회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것과 사회 보장제도를 주제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우리 곁에서 모르고 살아가는 혹은 알고도 모른척 눈을 돌리게 만드는 제도적 한계를 꼬집어 내는 이야기. 직면하고 싶지 않지만 언제든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이 여름이 너무나 싫어지려 한다.
사회복지사 사사키 마모루는 20대 창창한 나이의 케이스 워커이다. 케이스는 생활 보조금 수급자를 가리키며 케이스 워커는 생활 보조금 수급자의 부정 수급을 감시하는 일을 카리킨다. 우연히 직속선배가 수급자에게 보조급 지급을 빌미로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모루는 감시와 뒷조사를 거쳐 선배의 자백을 받아낸다. 선배는 직장을 퇴사하고 사건을 일단락 되는줄 알았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신체 혹은 가정환경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생활 보조금은 우리에게도 기초생활수급비라는 제도로 낯설지 않다. 작품에서는 너무나 절실하게 보조금을 필요로하는 모자를 비롯해 생활이 넉넉하면서도 거짓으로 보조금을 부정 지급받는 다양한 케이스들이 그려진다. 물론 부정 수급자들이 다수가 아닌 소수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그들로 인하여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심정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우리에겐 송파 세모녀의 죽음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케이스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정수급을 위해 검은 세력(야쿠자)이 얽혀들고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 아래 선량한 소시민이 범죄에 말려들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참혹하고 끔찍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비극이 시작될 것을 알면서도 어처구니 없이 소시민에게 감정 이입하고 그들의 안녕을 응원하고 마는 지독한 아이러니라니...ㅠ_ㅠ 그동안 사회파 미스터리는 익히 보아왔지만 이정도로 전율의 파문을 일으키는 작품은 참으로 오랜만인 듯하다.
'지금 자신을 둘러싼 이 현실이 전부 꿈이길 바랐다. 아니, 이건 분명 꿈이다.
너무 더운 여름이 나쁜 꿈을 꾸게 한 것이다.' _323p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심정은 진정 여름 밤의 끔찍한 악몽 같다. 표현 수위의 1차원적인 잔혹함이 아니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이 한데 모여 다함께 지옥으로 추락하는 클라이막스는 그 자체로 무간지옥이자 독자에게 강렬한 정신적 데미지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사 할 것이다. 확실히 추리 문학상을 수상 할 만한 힘이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새삼 생각했다.
이대로 지급의 생활을 계속하면 틀림없이 위험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파멸의 날이 온다. 그것은 분명 멀지 않은 날이 될 것이다." _340p
파멸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모른 체 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