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수첩 (2023년 초판)
저자 - 시부사와 다쓰히코
역자 - 김수희
출판사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정가 - 19800원
페이지 - 230p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시리즈 그 세 번째
얼마전 포스팅 했던 [비밀결사 수첩]의 작가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3부작 중 마지막 세번째 수첩인 [독약 수첩]이다. [비밀결사 수첩]과 마찬가지로 독약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는 백과사전식 트리비아인데 각 챕터별로 소주제에 대해 풀어내는 썰들이 역사 속 야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고대 이집트를 거쳐 중세 르네상스 왕정시대를 훑고 20세기 최악의 집단 학살인 유태인 독가스 살포에 이어 산업화 발달에 따른 현대의 중독까지 광범위 하게 다룬다. 그동안 몰랐던 독살마들의 끔찍한 살인 행위와 기괴한 살인 동기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랄까....
프랑스 약물학계의 원로 '르네 파브르'교수는 [독물학 연구 서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살범의 70%가 여성이며, 범죄 장소의 70%가 시골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희대의 독살자로 통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이라고 한다. 또한 독살자의 범죄 동기를 분류하자면 이렇게 나뉜다고 한다.
가정 내 알력 43%
모친에 의한 유아 독살 24%
간통 10%
복수 9%
금전적 욕망 9%
연애에 대한 훼방 5%
사실 굉장히 흥미로운 수치이다. 국내가 아닌 서양의 결과이긴 하나 가정 내 알력에 의한 독살이 40% 이상을 차지하며 70%의 독살범이 여성이라는 결과는 가부장적인 남편의 권력에 맞서 손쉬운 독살을 선택한 아내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추론할 수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독살마를 꼽자면 '존 딕슨 카'의 소설 [화형법정]의 실제 모델이라는 17세기 유명한 독살마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다. 일찌기부터 남동생들과 몸을 섞고 쾌락에 몸을 맡긴 삶을 살던 브랭빌리에는 귀족 남편과 결혼하지만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외도를 저지른다. 그런데 그 상간남이 화학과 약물학에 관심이 많던 자였으니, 부인은 상간남에게 받은 독약으로 재미삼아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선병원의 환자들로 시작하여 점차 하인에게 마수를 뻗치더니 급기야 아버지의 음식에 독을 넣어 8개월에 걸쳐 독살한다. 이후 두 남동생, 머리가 나쁘다는 이유로 친딸을, 눈엣가시이던 남편까지.... 뭐. 어찌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화형법정]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교회의 사제로서 10년간 2000명의 태아를 악마 예배 의식에 사용했다는 라부아쟁의 엽기적 행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정도.... 독살자 뿐만 아니라 독의 재료인 맨드레이크(판타지작품에서 많이 봐왔던 '만드라고라'), 비소, 청산가리등도 자세히 설명하여 지식의 폭을 넓혀준다. 사실 추리작가로서 이런 에피소드와 지식은 너무나 값진 소스이기에 행여나 잊어버릴까 걱정될 정도. 이 책에서 독살트릭 하나를 건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