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폭포의 밤 ㅣ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3년 10월
평점 :
폭포의 밤 (2023년 초판)
저자 - 미치오 슈스케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청미래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92p
사진에 얽힌 비밀을 푸는 순간
미스터리가 풀릴 것이다
빠르게 시대가 변화하면서 추리소설도 텍스트라는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다. 도면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우케쓰'의 [이상한 집]과 그림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이상한 그림]이 초대박을 치는중에 정통 미스터리 작가 '미치오 슈스케'역시 사진과 미스터리를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으니, 22년 번역 출간된 [절벽의 밤]이 바로 그것이다. 4편의 단편 말미에 트릭 해결의 힌트가 되는 사진 한 장을 배치하여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새로운 구성으로 굉장히 신선하게 봤던 작품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3년. [절벽의 밤]의 속편이 출간되었으니 바로 [폭포의 밤]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폭포를 배경으로 4편의 단편이 이어지는 연작 형식과 각 장의 말미에 사진 한 장이 배치되는 형식은 전작과 동일하다. 사진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스타일에 본인이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작가가 새로운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에 비해 한층 촘촘한 복선과 반전이 각 단편과 단편사이에 이어져 미스터리로서의 충실한 재미를 선사한다.
1. 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어서는 안 된다
말도 없이 훌쩍 집을 나간 언니 히리카가 실종된지 딱 1년이 지났다. 동생 모모카는 우연히 언니의 비밀 SNS를 발견하고 1년전 언니의 행적을 되집는다. 결국 언니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눈덮인 묘진 폭포를 찾는 모모카. 그곳에서 홀로 산장을 지키는 산장지기와 마주하는데.....
2. 머리 없는 남자를 구해서는 안 된다
평소 허풍을 잘치는 친구 다니유를 골리려는 마음에 신은 친구 2명과 작당모의를 한다. 한밤중 올빼미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 한 것. 신과 친구는 다니유가 올빼미 다리에 오기 전 다니유를 놀래켜줄 머리없는 인형을 준비하기 위해 히키코모리인 삼촌의 집을 찾는데.....
3. 그 영상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아들을 살해 했다며 경찰서에 자수한 노부부. 형사 구마지마는 직접 살해를 했다는 남편(지기)을 아내(도코로)와 격리한 뒤 취조에 들어간다. 평소 아들로부터 학대를 받아왔다는 노인은 아들을 칼로 찌른 날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숨이 끊어진 시체를 차에 싣고 깊은 숲속에 묻었다는 노인.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잡아때고. 경찰 인력이 숲속을 뒤지지만 아들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데....
4. 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
폭로를 찾아와 소원을 비는 신. 그리고 같은 시간 폭포를 찾아와 소원을 비는 노부인 도코로. 신과 도코로는 짧은 조우를 마친 뒤 헤어진다. 과연 둘은 폭포 앞에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일본에서는 '안 된다'시리즈로 불린다는데 각 단편의 제목을 보면 '안 된다'시리즈라는 게 이해가 간다. 각자의 목적으로 금기를 어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원념과 욕망이 얽혀들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각각의 단편도 흥미진진하지만 역시나 앞선 떡밥들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단편이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첫번째 단편은 뒤통수를 한방 맞은 듯한 멍한 충격을 주는데, 내가 과연 제대로 읽은 게 맞는지 다시 앞장을 들춰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첫 단편의 트릭 기법은 내 작품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에서도 써먹었던 기법인데 확실히 작가가 맘먹고 쓰면 독자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가 없는 장르랄까. ㅎㅎㅎ 길고 긴 본문 속에 녹인 한 두 문장을 캐치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두번째 단편은 막판의 사진으로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었고 세번째 단편은 전혀 감도 못잡았다...-_-;;; 네번째 단편의 사진은 책을 마무리 짓는 만큼 누구나 이해가능한, 잔잔한 여운을 줬달까.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뭣보다 '김은모'역자의 후기에서 각 단편의 사진 속에 숨겨진 비밀을 친절하게 풀이해줘서 좋았다. 독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좋지만 솔직히 역자 후기가 없었다면 첫번째, 세번째 단편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으리라....ㅠ_ㅠ '미치오 슈스케'는 각 단편을 쓸 때마다 3킬로그램이 빠질 정도로 집필이 힘들었다고 한다. 확실히 독립된 단편이 의외의 지점에서 얽혀드는 과정이, 전체의 큰 그림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 미스터리. 나도 꼭 한번쯤은 써먹어 봐야겠다능.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