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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아쓰카와 다쓰미.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외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0월
평점 :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2023년 초판)
저자 - 아쓰카와 다쓰미, 샤센도 유키
역자 - 김은모, 문지원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376p
일본을 대표하는 신진작가들의 경합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아쓰카와 다쓰미', [낙원은 탐정의 부재]의 '샤센도 유키' 두 작품 모두 특수설정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스터리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기에 두 작가의 만남에 시선이 갔다. 작품집의 컨셉 역시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라니 독자와 정면으로 추리대결을 펼치자는 이야기렷다. 두 초신성 작가들의 대결을 피할 이유가 없으리라.
1. 수조성의 살인 - 아쓰카와 다쓰미
한쪽 벽면이 물로 가득한 수조성으로 휴가를 떠난 두 부부. 갑작스러운 화재경보가 울리고 화재 차단기가 내려간 건너편에 남편이 갇힌다. 남편은 차단기와 수조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화재 연기를 흡입하고 정신을 잃은 세 사람. 정신을 차리고 차단기를 끌어 올리니 그 안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남편이 발견된다. 피해자인 남편은 수조를 건널 수 없는 맥주병. 남편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2. 흔한 잠 - 샤센도 유키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여동생에게 미술학도의 꿈을 양보한 오빠는 호텔리어로 바쁜 삶을 살아간다. 이집트로 유학을 떠났던 동생이 입시를 위해 오빠의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되고. 시험 전날 오빠는 호텔 야간조로 동생을 홀로 두고 집을 비운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오빠가 퇴근하려는 찰나. 호텔 객실에서 중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상한 건 시신 옆에 비어있는 침대에 누군가 잠을 잔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 범인은 누구이며 시신의 곁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 사연은 무엇인가.
[수조성의 살인]은 이른바 심리적 밀실의 특수설정이다. 어릴적 트라우마로 수영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두고 범인과 살해 방법등을 추리하게 된다. 각 챕터의 서두에 작가가 직접 사건에 대한 힌트를 주어주는데(예를들어 범인은 두 쌍의 부부 안에 있다는 식) 서두부터 독자와 공정하게(페어) 추리대결을 펼치려는 의도로 보이나 작품을 전부 읽고 나면 꼭 그렇게 페어한 건 아니었다는 게 개인적 생각. 다만 모든 작품을 읽고 난 뒤 공개되는 도전장을 보니 작가의 무리수가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흔한 잠]은 예상과 달리 감성 미스터리이다. (정말로 의외였다.) 후던잇 보다는 와이던잇 쪽에 치중하는 작품으로 꿈을 포기한 채 현실을 사는 오빠와 모든 방면에서 빛이 나는 재능 넘치는 동생의 미묘한 관계와 심리가 제목과는 달리 흔하지 않은 이야기로 전개된다. 역시나 후반부 도전장을 보고 나서야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엔솔러지가 활발한 국내에서도 이런 식의 시도는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현재 미스터리를 선도하고 있는 신진 작가의 각기 다른 매력의 작품과 제목을 전복하는 컨셉 자체의 반전까지. 집필일기와 미니대담. 그리고 두 역자 후기까지 깨알재미가 녹아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컨셉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