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가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샀던 건 아니다. 위기철이란 글쓴이의 이름에 일단 혹했다. 나 열한 살 적에 그가 쓴 ‘반갑다, 논리야‘를 읽고 느꼈던 희열이 오래도록 남았다. 커서 읽은 동화 ‘아홉살 인생‘에서는 그의 재치와 통찰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글쓴이 위기철이 동화를 쓰려는 이들에게 보탬이 될까 싶어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렇다고 동화작법서로만 한정짓기에는 너무 알차고 쓸모가 많다. 이야기꾼이 갖추어야 할 기본기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해준다. 동화뿐만 아니라 소설, 영화, 만화 등 다른 서사장르 창작에도 공히 적용할 수 있는 도움말이 풍부하다.

이야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의사항을 알아두면, 만들어진 이야기를 잘 읽어내는 눈썰미도 기를 수 있다. 이 책으로 이야기‘가‘ 노는 법을 배우는 동안 이야기‘와‘ 노는 법도 은근히 습득하게 될 것이다. (2013년 출간되었을 때 읽고, 5년 지나 이번에 다시 읽었다.)

˝이야기를 쓰는 과정이 바로 이야기를 즐기는 과정인데, 왜 그 과정을 쉽고 편하게 하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후딱 써 놓고 TV 보려고?˝

˝작품 발표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쓰는 과정을 즐기세요. 목숨 부지하고 있을 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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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기자 스티그 라르손은 10부작으로 계획한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를 끝맺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시리즈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새로운 작가로 지명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썼다. 그는 앞선 내용의 인물과 배경을 그대로 승계했다.

나는 밀레니엄 시리즈 3부를 다 읽고 나서 못내 아쉬웠었다. 분명 다음 이야기가 남았고 주인공도 살아있는데 작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밀레니엄 시리즈는 불가항력에 따라 강제종결된 상태였다.

대체작가의 손에서 부활한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원작과 견주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원작을 잘 파악한 작가의 노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활자의 한계‘ 덕분이다. 부활한 주인공은 여전히 탐사보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이고 천재해커이자 펑크족 스타일을 고수한 ‘리스베트 살란데르‘다. 드라마 ‘리턴‘의 사례처럼 하차한 배우 고현정을 박진희로 교체한 것 같은 어색함은 없다.  

영화와 영상에 눌려 다 죽어가는 소설이 이런 우위성을 지녔구나! 천의무봉을 이룰 바늘은 역시 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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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에서 그래픽노블을 발견했다.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찍은 연상호 감독이 쓰고 그린 ‘얼굴‘이었다. 만화나 그래픽노블은 공공도서관에서 만나기 어려운 귀한 책이라 일단 빌렸다.

주인공은 30년 전 갓난아기 때 헤어진 어머니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시각장애인이자 도장 전각 장인인 아버지는 주인공에게 그녀가 별안간 집을 나갔을 뿐 자기도 아는 게 없다고 말해왔었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과거와 죽음을 추적한다. 주변사람들은 그녀가 아주 못생긴 괴물 같았다고 말하는데... 남편인 아버지조차 보지 못한 어머니 얼굴. 주인공은 어머니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몹시 궁금해한다.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보았을 때도 느꼈다. 이야기의 초입에서부터 빠져들게 하는 힘, 결말 이후의 불편함과 찝찝함. ‘얼굴‘도 이러한 ‘연상호스러움‘의 특징이 드러났다. 섬세하게 따지고 들자면 흠이 없지 않을 터이나 나는 이렇게 강한 힘을 보여주는 서사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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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지은이 신영복 선생님은 1960년대 후반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 책은 선생님이 감옥생활 동안 가족에게 보낸 편지 일부를 엮은 것이다.

선생님은 감옥에서도 자아성찰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편지의 내용에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 치열한 실천과 저항이 선생님에게 날카로운 통찰력을 부여했나 보다. 편지는 선생님의 근황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곰곰이 곱씹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문이 가득했다.

인격수양의 도구, 생활의 거울로 삼을만한 책이다.


˝평소에도 독서보다는 사색에 더 맘을 두고 지식을 넓히는 공부보다는 생각을 높이는 노력에 더 힘쓰고 있습니다.˝

˝봄은 내의와 달라서 옆사람도 따뜻이 품어줍니다. 저희들이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죄송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결함이 자기의 결함을 구제해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그 결함에서 먼저 인식하여 비슷한 것이라도 발견되면 서둘러 안도의 심정이 되는 것은 남은 고사하고 자기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 고약한 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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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 BEER>,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나는 소주는 안 마신다. 누가 권하면 거부하진 않는다. 소주가 구미에 당겨서 마신 적이 거의 없다. 의무감에 들이켰을 뿐.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500밀리리터 짜리 네 캔에 만 원인 마트 편의점 판매 수입맥주를 아내와 함께 즐겨마신다. 전용잔을 끼워파는 묶음상품에 눈독 들이기도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싯구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은 맥주에도 들어 맞나보다. 내가 이제껏 마신 여러 맥주 상품들이 나름의 사연을 가졌고 다른 제조과정을 거쳤다는 걸 알았다. 에일과 라거가 무언지, 맥주의 쓴맛과 색깔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배웠다. 이제 맥주를 유리잔에 따른 뒤 빈 캔을 바로 버리지 않는다. 상표문양, 알코올 도수, 첨가물을 꼼꼼히 확인한다. 눈과 코로도 맥주를 느껴본다.

폴란드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맥주당. 맥주 애호가들이 모여 만든 이 정당은 맥주에 붙은 세금을 내리게 하는 등 맥덕의 권익을 늘리고 높이는 정치활동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 맥주당이 생기면 입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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