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기자 스티그 라르손은 10부작으로 계획한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를 끝맺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시리즈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새로운 작가로 지명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썼다. 그는 앞선 내용의 인물과 배경을 그대로 승계했다.

나는 밀레니엄 시리즈 3부를 다 읽고 나서 못내 아쉬웠었다. 분명 다음 이야기가 남았고 주인공도 살아있는데 작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밀레니엄 시리즈는 불가항력에 따라 강제종결된 상태였다.

대체작가의 손에서 부활한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원작과 견주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원작을 잘 파악한 작가의 노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활자의 한계‘ 덕분이다. 부활한 주인공은 여전히 탐사보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이고 천재해커이자 펑크족 스타일을 고수한 ‘리스베트 살란데르‘다. 드라마 ‘리턴‘의 사례처럼 하차한 배우 고현정을 박진희로 교체한 것 같은 어색함은 없다.  

영화와 영상에 눌려 다 죽어가는 소설이 이런 우위성을 지녔구나! 천의무봉을 이룰 바늘은 역시 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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