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북한 문제 책. 회고록으론 10여년 전 접한 황장엽 이후 두번째인 것 같다.

정세현 장관이 방송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들려준 경험담과 견해가 귀에 잘 들어왔었다. 지긋한 현인 앞에 앉아 지혜를 전수 받는 기분이었는데 이 책으로 그 느낌을 다시 얻을 수 있었다.

가깝고도 먼 자들과 협상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운지. 지금 남북관계가 신통치 않은데 언제쯤 다시 좋아질까. 코로나19가 풀려야 뭐라도 서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서 개성공단부터 재개하길 바란다. 평화와 번영!

˝300달러를 요구했다가 57.50달러로 내려간 것은 얘깃거리가 될 만하죠. 경수로 건설 공사장인 금호지구에서의 실패의 추억을 되새겨주고 중국 및 베트남에 다녀오라고 했더니 한달 후에 자진해서 57.50달러에서 시작하자고 하더라고요.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북한 사람들도 말이 되는 얘기를 하면 설득된다는 거예요. ‘북한과는 협상이 안 된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이 통하더라고요. 이게 노무현 정부 들어서 있었던 내용이에요.˝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문제와 탈북자 입국 문제를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제 후임이었던 정동영 장관은 멋도 모르고 8개월 동안 아무 일도 못했어요. 남북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북쪽의 체면을 항상 생각해줘야 해요. 그러지 않고 ‘국제 관례‘대로 해버리면 안돼요.˝

˝통일 문제가 민족 내부의 구심력을 먼저 키우고 구심력이 외부 열감에 의한 원심력보다 더 커질 때 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해요. 그 인식이 전혀 없으면 주변 국가들 또는 국제사회에 대고 우리나라 통일을 시켜달라는 얘기를 하게 됩니다. 일례로 통일 관련 강의를 하고 나면 질문 중에 이런 게 꼭 나와요.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를 통일시켜줄까요?˝ 우리가 스스로 통일을 위해서 남북 화해협력을 활성화하고 교류를 심화해서 서로 의존성이 커지게 하고, 그러다 보면 도리 없이 살림을 하나로 합칠 수밖에 없게 되는 게 통일이거든요.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주변 국가들이 통일을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는 못한다는 일종의 민족패배주의, 즉 강대국 결정론에 빠진 사람이 많아요.˝

˝군사적으로 남북이 충돌할 가능성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겁니다.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키우면 군사력을 쓸 수 없게 돼요. 군사력을 쓰면 당장에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손해가 막심한 일인 거예요. 도움을 받고 있는 시스템 자체를 깨는 거니까요. 우리도 일단 서로 군사력을 후방으로 물리게 되면 미국이 아무리 사주를 해도 군사력을 쓸 수가 없죠. 우리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의존관계를 키워야 해요. 이처럼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연합의 형태로까지 발전시킨 유럽연합의 선례를 벤치마킹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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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23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