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죽음 버지니아 울프 전집 13
버지니아 울프 지음,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 옮김 / 솔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이런 식이다. 어떤 순간이 다가온다. "당신과 춤추겠어요"라고 에마가 말한다. 그것은 나머지 부분보다 높이 상승한다. 그것은 비록 그 자체로 웅변적이거나, 격정적이거나, 언어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소설 전체의 하중이 그 뒤에 놓여 있다.

-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 <그리스어를 모르는 데 대하여> 



On not Knowing Greek. 이런 제목 좋다. 매우 심플하고, 정직하다. (울프는 매사에 정직하다. *울프의 정직함이라는 관점에서 쓴 <댈러웨이 부인> 독후감은 http://blog.naver.com/leesiro/220883871560) 


우리는 우리가 뭘 모르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특히 쓸데없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겨져서 '몰라도 좋다,' 라고 여겨지는 일들[가령 독서]에 대해 '힘껏' 생각해봐야 한다. 



"소설 전체의 하중이 그 뒤에 놓여 있는" 어떤 한 문장, 대사 하나가 있다.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그 하중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제인 오스틴 <에마>에서 그 대사는 "당신과 춤추겠어요"이고, 소포클레스 <엘렉트라>에서 그 대사는 "아 가련한 나여, 바로 이날에 내가 죽는구나. 그대가 힘이 있다면, 두 배로 안아 주세요"이다. 오스틴과 그리스 비극의 '애독자'로서 울프가 고심하여 고른, 단 하나의 문장들이다.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아마 다음 문장이 그런 것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걸 알아요." 

이 소설에서 울프는 인간은 다른 사람을 알 수 없다, 는 비관적 입장을 견지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식물보다는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적어도 말은 그렇게 한다. 나직한 읊조림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단호한, 어떤 기백(spirit)이 깃든 선언.


“[피터는] 자신도 엘리자베스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샐리의 말엔 동의할 수 없었다. 우리는 모든 걸 알아요, 피터는 그렇게 말했다. 적어도 말은 그렇게 했다.” (283, 판본은 시공사) 



한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난 언제나 나 자신의 행복에 불행에 대해 생각해요" 라는 의미의 대사들이 그에 해당한다. '자기 자신(의 행불행)'에 대한 관심(과 사색)은 톨스토이 문학의 기반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죠?”
“언제나 한 가지 일뿐예요.”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진실을 말했던 것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느냐는 물음을 받는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오직 한 가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라고. (1권, 368)

“어째서 나리께선 그렇게까지 농부들을 걱정하시는 거예요?”

“난 그자들을 걱정하고 있는 게 아냐. 모두 나 자신을 위해 하고 있는 거야.” (2권, 214, 판본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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