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에 이어 <위대한 개츠비>가 열풍입니다만, 이러한 '대대적인' 열풍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뭔가 객쩍기도 한 게 사실입니다. 남들 다 읽는 걸 마치 휩쓸리듯 읽는 건 싫다며 상기 작품들의 인기에 대해 (저처럼) 묘한 반감을 가진 독자들도 꽤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해서 최근의 대대적인 열풍과는 다소 무관한, 그렇지만 나름 대로 '핫'한,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주목할 만한' 세계문학들을 꼽아봤습니다.

 

'우왓, 드디어 이 책이 나왔구나!' 내지 '어머, 이건 사야해!'라는 반응을 반자동적으로 이끌어내는, 출간 사실 자체가 반가운, 욕심 같아서는 앞뒤 잴 것 없이 바로 지르고 싶은 책들이지만, 주머니 사정이나 개인적으로 정리해둔 '읽어야 할 책' 리스트의 빽빽함을 고려해서 구매를 미뤄둔 것들이 많습니다... (뭐 몇 권은 어쩔 수 없이 질러버렸습니다만...) 말하자면 저 나름 안간힘을 써 가며 '지름신 강림'을 막고 있는 책들입니다.

 

 

 

 

 

 

 

 

 

 

 

 

 

 

 

 

지난 4월, 독일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1.2>가 북인더갭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3대 걸작'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이런 작품이 아직까지 국내에서 완간이 안 됐다는 사실--뭐 알고 보면 그런 경우가 꽤 많기도 합니다만--이 우선 놀랍습니다. 덧붙여, 누군지는 몰라도 이 세 작품을 '3대 걸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이는 참 심한 악취미의 소유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묶어 두면, 독자는 알게 모르게 한 작품을 읽으면 다른 두 작품도 읽어야 한다--적어도 구매는 같이 해두어야 한다--는 심적 압박을 받게 되니 말입니다...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 하겠습니다.

 

<특성 없는 남자>는 카프카의 <소송>,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엮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역시 마케팅의 한 수단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출판사 책 소개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지난 1999년 독일의 『차이트』(Die Zeit)지에는 놀라운 발표가 실렸다. 독일의 대표적 지성 99명에게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을 설문한 결과, 카프카의 『소송』(2위), 토마스 만의 『마의 산』(3위)을 제치고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 『특성 없는 남자』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렇게 엮더라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긴 합니다... 그렇지만 분량이나 난이도 면에서 따진다면 [프루스트-조이스-무질] 조합 보다는 [만-카프카-무질] 조합이 훨씬 덜 막막합니다. 시기나 장소적으로도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독일 작가' 3인방의 대표작이"라는 식으로 한정이 되니 좀더 집중해서 읽을 수도 있겠고, 집중해서 읽고 나면 뭔가 남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볼 수 있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마침 토마스 만의 <마의 산 1.2>(을유문화사)과 카프카의 <소송>(펭귄클래식)을 소장하고 있으니 올 여름은 독일 작가 3인과 함께 보내볼까... 생각을 해봅니다만, <특성 없는 남자>가 출간된 두 권으로 완간이 아니라는 게 함정.

 

뭐 작품 자체가 미완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완간을 기대해봅니다.

 

이번에 출간된 『특성 없는 남자』 1, 2권은 1932년 베를린 로볼트사에서 출간된 소설 1권의 83장까지를 번역한 1차분이다. 옮긴이는 1천여페이지에 이르는 생전의 출간분을 앞으로 순차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라며 “유럽의 짧은 자유주의 이후에 발생한 파시즘을 예견한 이 소설이 신자유주의 이후의 암울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우리 독자들에게 뜻깊은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4월에는 제가 좋아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초조한 마음>(문학과지성사)도 나왔습니다. 몇 번 언급했었습니다만 한국에서 츠바이크의 작품은 (생각해보면 이상하게도) 이른바 '메이저급' 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체스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는 유일한 예외라 하겠습니다.) 메이저급 출판사의 노하우가 책 만듦새에 반영이 안 돼서 그런지 딱 보기에 구매욕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번역의 질이나 가독성을 고려한 깔끔한 편집 등의 측면에서 안심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이 한국에서 츠바이크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의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초조한 마음>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내고 있는 [대산세계문학 총서] 중 한 권으로 나왔습니다. 대산세계문학 총서는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 알려지긴 했으나 아직 번역되고 있지 않은 작품 위주로 그 목록이 꾸려지고 있습니다(국내 초역의 비중이 70퍼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작품성이나 문학사적 의의는 충분하되 대중성은 좀 떨어지는 작품들인 거죠. <초조한 마음>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이런 좋은 만듦새, 디자인으로는 나오지 못했겠죠... (번역은 아직 확인을 못했습니다.)

 

 

한편, 만듦새와 디자인 면에서는 좀 '구린' 느낌이 들지만, 제가 아주 재밌게 읽었던, 그래서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번역도 나름 괜찮습니다) 츠바이크의 작품은 다음의 두 작품입니다.

 

 

 

 

 

 

 

 

 

 

 

 

 

 

 

 

2013년 상반기에는 왠지 파란색 표지의 세계문학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초조한 마음>이 그렇고, 다음에 소개하는 작품이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에 세계문학 전집 시장에 뛰어든 창비에서 가장 최근에 펴낸 (최근 이래 봤자 벌써 2월의 일입니다만...) <미하엘 콜하스>입니다.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카프카가 좋아한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창비에서 <미하엘 콜하스>라는 제목으로 펴낸 이 작품집은 이미 책세상에서 2005년에 <버려진 아이>라는 다른 단편을 표제작으로 해서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즉 표제작이 다를 뿐 두 책은 같은 책의 번역본입니다. 다만 번역을 비교해보니 창비에서 새 번역본을 내면서 번역에 무척 신경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책세상 판이 평이한 산문체인데 반해, 창비 판은 작가 특유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민담체'라 부를 만한 독특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고 번역어 선택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두 번역본을 비교해서 읽어본다면 소설에서 '문체'가 갖는 중요성을 자연히 알게 되리란 생각입니다.

  

 

 

 

 

 

오늘날 독일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독일이 낳은 가장 위대하고 대담하고 야심 찬 문학가 (…) 둘도 없는 희곡작가였으며―둘도 없는 산문작가이자 소설가”(토마스 만)로 손꼽히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Heinrich von Kleist, 1777~1811)의 중단편소설집 『미하엘 콜하스』가 창비세계문학 14번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집은 표제작 「미하엘 콜하스」 외에 「O. 후작 부인」 「칠레의 지진」 「싼또도밍고 섬의 약혼」 「로까르노의 거지 노파」 「주워온 자식」 「성 체칠리아 또는 음악의 힘」 「결투」 등 클라이스트 중단편 여덟편 전체를 완역하여 묶어 냈다.


클라이스트 특유의 문체를 그대로 살리고자 문단 구분, 간접화법과 직접화법 등을 충실히 따라 옮기되, 잘 읽힐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적확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한 것이 이번 번역본의 특징이다. 방대한 분량의 중편소설 「미하엘 콜하스」의 경우, 등장인물 및 사건전개를 설명해주는 부록을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도왔으며, 본문 뒤에는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작가의 생애 및 수록작 각각에 대한 깊이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5월에는 톨스토이의 <부활 1.2>이 문학동네에서 나왔습니다. <부활>의 판본은 (<안나 카레니나> 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합니다. 열린책들에서 2010년에 나온 게 있고, 민음사에서는 일찍이 2003년에 출간된 바 있네요.

 

참고로, 민음사 판의 역자인 박형규 교수는 '톨스토이 전문 번역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톨스토이 작품들을 번역해내고 있습니다.

 

 

 

 

 

 

 

 

 

 

 

 

 

 

 

 

 

 

 

 

 

 

 

 

 

 

 

 

 

 

 

 

 

박형규 교수는 현재 뿌쉬낀하우스라는 출판사에서 '똘스또이 전집'을 펴내고 있기도 합니다... 만, 현재 출간된 것은 <안나 카레니나> 한 권 뿐... 이 책이 출간된 게 올 4월의 일인데, 현재(6월)까지 아직 다른 작품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네요. 기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전쟁과 평화>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뿌쉬낀하우스 판은 단 권이라 책 부피와 무게가 들고 다니며 읽기엔 곤란할 정도라는 점에 유의하시길...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역자 '박형규'로 검색해서 책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번역으로 미루어 보건대) 박형규 교수의 번역은 문장이 다소 긴 편이고 단어 선택이나 대화 번역이 옛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믿고 읽을 만한 번역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전쟁과 평화>가 새로 번역돼서 나오는 게 늦어지고 있는데 (소문에 따르면 펭귄클래식에서 조만간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박형규 교수가 번역한 범우사 판은 구해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책 만듦새, 디자인, 편집 등 외형적 측면에서 요즘의 '세련된' 독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하지만 뿌쉬낀하우스에서 <전쟁과 평화>가 출간된다 하더라도 박형규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될 것이 거의 100퍼센트 확실하니 당장에 읽어보고 싶은 분은 범우사 판으로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 (펭귄클래식에서 '조만간' 번역본이 출간된다고는 하나, 이 '조만간'이 과연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니 말이지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신간은 항상 유의해서 보게 됩니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 세계문학전집을 펴내고 있는 출판사들 중에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가장 '공격적인' 출판사가 문학동네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 출간 페이스가 빠르다는 점이 그렇고, 전집 구성의 측면에서도 기존 '세계문학'의 리스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세계문학'들을 발굴해서 펴내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테오도어 폰타네의 <에피 브리스트>,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 부인>, 닥터로우의 <래그 타임>, 존 더스패소스의 <맨하탄 트랜스퍼> 등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작품들이었죠.

 

그러던 문학동네가 100권을 찍고 난 후에는 톨스토이, 헤세, 나보코프, 포크너 등 기존 '세계문학' 카테고리로 돌아가는 듯해서 좀 아쉬웠는데(그 와중에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출간은 반가웠습니다만), 최근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모래그릇 1.2>을 세계문학전집의 108번째 권으로 펴냄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라고 하면, 아직까지는 국내 독자들에게 낯선 이름이겠지만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사카모토 료마 등과 더불어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작가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불리기도 하죠. 미스터리(추리소설)란 본래 기발한 범죄의 트릭과 탐정의 개성에 의존하는 등 오락물의 성격이 강한 편인데, 마쓰모토 세이초는 뭣보다 '동기'의 묘사에 중점을 두면서 추리소설에 '사회성'을 추가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새로운 경향으로서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주도한 작가인 것이죠.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은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번역 출간이 됐었는데, 주로 추리 소설을 펴내는 동서문화사에서 몇 편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세이초 월드]라는 이름 아래, 체계를 갖춰 시리즈로 출간되기 시작한 게 불과 작년(2012년)의 일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S.S. 반 다인 등의 추리 소설을 전문적으로 펴내고 있던 북스피어 출판사와 역사비평사의 임프린트(?)인 모비딕 출판사가 의기투합, 번갈아가며 세이초 작품을 펴내고 있고, 현재까지 <짐승의 길>, <일본의 밤과 안개> 등 총 6편의 작품(권 수로는 8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세이초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소개한다는 나름 야심찬 기획입니다만, 아직까지 판매량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한데, 같은 작가의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맥락에서 읽게 되느냐의 문제는 나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이초의 작품을 [동서문화사 미스터리 걸작선] 중 한 권으로 읽는 것은 [세이초 월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읽는 것과 다르고,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 중 한 권으로 읽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일 수가 있는 거죠.

 

추리소설은 SF와 더불어 장르 소설의 양대 산맥이랄 수 있겠는데, 세계문학전집 리스트에는 거의 오른 적이 없었죠. (출판사 이름처럼 '세계문학'이란 범주에 대해 가장 '열린'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열린책들에서 셜록 홈스 시리즈 중 한 권이라든지, S.S. 반 다인의 <비숍 살인 사건>이라든지,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등을 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한 적은 있었습니다만.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 출간을 신선한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세이초가 '고전 작가'라 부르기엔 가까운 시기에 활동한--2차 대전 이후 시기에 활동한--'현대' 작가라는 점, 그리고 노벨상 내지는 (순문학에 주어지는 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지 않은 '일본 작가'라는 점. (물론 세이초는 초기작 <어느 고쿠라 일기 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순문학 작가로 여겨지는 작가는 아닙니다.) 

 

이런 작품이 세계문학전집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신선한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각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리스트를 잘 살펴보면 일본 작가의 작품이 있는 경우는 (2차 대전 이전의) 근대 작가이거나 노벨상을 수상했거나 한 작가들(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다자이 오사무 등)로 한정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학동네만이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이즈미 교카나 이노우에 야스시, 메도루마 슌 등 다수의 일본 작가들을 전집 목록에 넣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순문학 작가'로 간주되는 이들에 비해 '대체로 대중 작가로 간주되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리스트에 넣은 건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일본 소설을 전집 리스트에 많이 넣고 있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행보와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2009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어 히트했다는 사실입니다. <1Q84>는 '1억엔'이라는 기록적인 선인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는데요, 어쨌든 <1Q84>는 결과적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09년 12월부터 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을 펴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출판사 내에서는 "하루키 팔아 세계문학전집 낸다"는 말이 나돌았다고도 합니다...

 

뭐 확실한 증거는 없고 소문과 정황 증거뿐입니다만, 실제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구성에서 일본 소설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그리고 최근의 <모래그릇> 출간을 고려하더라도--이러한 뒷얘기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세이초의 작품이 '세계문학 전집' 리스트에 올라감으로써 '세계문학' 범주의 외연이 크게 확장된 셈입니다. 어쩌면 조만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이나 대표작을 전집 리스트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이초 이야기를 했으니 세이초의 '장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팬들은 '미미 여사'라고도 부르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마침 신작이 두 권이나 나왔습니다. 앞서 (모비딕과 함께) [세이초월드]를 발간하고 있다고 소개한 북스피어에서 <진상 1.2>이란 작품이 출간되었고, <솔로몬의 위증>(문학동네) 역시 곧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역시 '사회파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지요. 이런 점에서 세이초의 후계자란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영화화되어 꽤 인기를 끈 <화차>(문학동네, 2012), 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문제를 다룬 나오키 문학상 수상작 <이유>(청어람미디어, 2005)가 제가 읽어본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그 외에 <모방범>(문학동네, 2012) 등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분량이 많아 좀 부담이 됩니다. 뭐... 미미 여사든 세이초든 워낙에 다작을 한 작가들인지라 주요 작품만 찾아 읽는다고 해도 ㅎㄷㄷ...

 

ㅎㄷㄷ 하는 와중에 재밌게 읽은 미미 여사의 소설로는 1930년대 중반 2.26 사건을 다룬 역사 SF 소설 <가모우 저택 사건 1.2>(북스피어, 2008)이 있습니다.

 

 

 

 

 

 

 

 

 

 

 

 

 

 

 

 

 

 

 

 

 

 

 

 

 

 

 

 

 

 

 

미미 여사는 한국에서도 나름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고 <모방범> <화차> 등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스승' 격인 마쓰모토 세이초는 그닥 알려지지 않은, 뭐랄까 좀 불균형한 모양새입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와 미미 여사의 연결 고리가 확연히 드러난 책으로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북스피어, 2009)가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맡아 수록 작품을 골랐고, 작품들을 주제별로 묶었으며, 친절하고 간단한 해설/감상까지 곁들였습니다. 만듦새도 괜찮고 수록된 작품들이 하나 같이 재미 있어서, 상중하 세 권을 갖추고 있으면, 뭐랄까, 한 달 치 식량을 쌓아놓은 듯, 꽤 든든한 느낌을 주는 컬렉션입니다.

 

 

 

 

 

 

 

 

 

 

 

 

 

 

 

 

처음에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와 함께 '3대 모더니즘 걸작'으로 꼽힌다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언급했었는데요, 작년에 민음사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스완네 집 쪽으로>가 나온 이후, 올해 5월 펭귄클래식에서도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 스완 댁 쪽으로>란 제목으로 출간이 됐습니다. 덕분에 '골라 볼 수 있는' 재미/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완간은 아닌지라 마음 먹고 통독을 하려면 조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펭귄에서 나온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페이퍼백이 아닌 하드 커버로 나왔고, 북커버도 블랙 펭귄 디자인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다소 '쎈' 편이지만 <스완네 집 쪽으로>(펭귄 판에서는 <스완 댁 쪽으로>로 번역)를 1, 2로 분권하지 않고 한 권 합본으로 냈다는 점에서 그렇게 '쎈' 편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뭐 이렇게 생각해야 치미는 소장 욕구/강림하는 지름신을 영접할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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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06-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몰랐던 작품 알고 갑니다. 찜해둬야겠어요^^

시로군 2013-06-07 19:55   좋아요 0 | URL
지름신 강림에 유의하시길.. ^^;;

천사 2016-09-1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으로 서평을 쓴다면 한 편 쓸 때마다 보양식을 드셔야 할 거 같은데... 거저 먹는 거 같아 가책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시로군 2016-12-12 16:41   좋아요 0 | URL
에고. 아닙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뒤늦게 댓글을 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