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의 효용 -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에 관한 연구 질문의 책 5
리처드 호가트 지음, 이규탁 옮김 / 오월의봄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화연구'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교양의 효용>이란 책이 번역 출간 되었다고. 저자 리처드 호가트는 레이먼드 윌리엄스와 비견되는 학자인데, 중요도에 비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나도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다... 


눈길을 끈 건 역시 제목. 교양의 효용이란 과연 뭘까...에 대해 자주 고민하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히 눈길이 갔다. '교양의 효용'을 내 버전으로 바꿔 말하자면 이렇다. "세계문학을 읽는 것은 과연 무엇에 도움이 될까?" "독서모임은 과연 모임 참가자에게 무슨 효용이 있을까?"


한 발 양보해 '교양의 즐거움', '독서의 즐거움'이라고 표현하면(눙치면) 모두가 납득하기 쉽다. 교양을 즐거움, 즉 쾌락(혹은 허영)과 관련짓는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예를 들면, <안나 카레니나>의 초반 스테판과 레빈의 대화가 그렇다. 


스테판 : 바로 그 점이야말로 교양의 목적이 아닐까? 모든 것에서 쾌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레빈 : 그것이 목적이라면, 나는 차라리 야만인이 되겠네.


그러니까 톨스토이는 레빈의 입을 빌려 교양을 (개인적) 즐거움하고만 연관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이제부터 소설 속에서 (레빈을 아바타 삼아) 1) 본격적으로 교양의 효용을 탐색해보겠다고, 2) 맨 뒤에 가서 그게 뭔지 보여주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근데 내 생각에 톨스토이는 1은 성공하지만 2는 실패한다... 최소한 나라는 독자를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한다. ㅎㅎ) 


그나저나... 책을 읽는 것은 과연 어떤 효용이 있을까. 앞으로 독서모임 홍보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는 문젠데, 솔직히 즐거움 이상의 효용은 잘 모르겠다. 뭐 책 읽기의 효용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담론들이 있기는 하다. 시야가 넓어진다, 생각이 깊이가 깊어진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공감능력이 향상된다 등등. 그런데 내게 와닿지가 않는게 문제다. 오히려 반대로 책을 너무 읽어서, 혹은 문학에 너무 많은 가치와 우선순위를 부여해서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저 깊은 곳에서만 맴돌고, 책만 보느라 현실에서 타인의 삶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스스로에게서 그런 낌새를 채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뭐 여튼 그건 그렇고. <교양의 효용>에서 '교양'은 '컬처'가 아니라 '리터러시'의 번역이라고 한다. 읽고 쓰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문해력'이라고 옮긴다. 상당히 넓은 의미의 교양인 셈이다. 재밌을 것 같으니 일단 질러 놓고 틈나는대로 뒤적여보기로. 다음은 책 소개 중 일부. 


-

"호가트는 문화연구라는 학문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으며, 문화연구 전개에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교양의 효용>은 20세 초중반의 영국 노동자계급 문화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호가트는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음악,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책 등의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가족의 역할, 남녀 관계, 술집 문화, 언어 형태까지 꼼꼼하게 조사했다. 호가트는 왜 문화연구자들이 노동자계급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더불어 노동자계급의 문화가 해당 시기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발전하며 변화하는지를 상세하게 밝혔다. 즉 이 책은 이후 잇달아 등장하게 될 영국 노동자계급 문화에 대한 연구의 효시라고 불러도 좋을, 문화연구 분야의 고전 중 고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