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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할 책 ㅣ 모리스 블랑쇼 선집 3
모리스 블랑쇼 지음, 심세광 옮김 / 그린비 / 2011년 11월
평점 :
모리스 블랑쇼 <도래할 책>을 (뒤늦게) 구입해서 보고 있다. 매혹적인 책이다.
어떤 책들은 수많은 다른 책 읽기를 자극한다. 한 권의 책 안에 수십, 수백 권의 책들을 포함하고 있는 책들이 있다. 이거야 말로 정말이지 '막막한' 책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 경우 처음으로 그런 자극을 받은 책은 마샬 버먼의 <현대성의 경험>이었다. (마르크스, 보들레르, 괴테의 <파우스트>, 도스토옙스키, 미국 시인들이 다뤄진다.) 그리고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과 프랑코 모레티의 <근대의 서사시>가 그랬다. (전자에서는 <마담 보바리>, <돈키호테>, 스탕달의 <적과 흑>,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다뤄지고; 후자에서는 <파우스트>, <모비 딕>,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 등이 다뤄진다.) 아 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도 빼놓을 수 없겠다. (최근에 이 책을 다시 들춰보다가 클라이스트의 <미하엘 콜하스>가 언급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막막한 책'의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모든 것은 빛난다>와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있다. 전자의 도움을 받아 <일리아스>와 <모비 딕>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또한 <신곡>을 한 번 맘 먹고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품게 해주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엔 플로베르와 헨리 제임스를 다시 찬찬히 읽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해주었다. (한편 <도래할 책>에서도 헨리 제임스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서 반가웠다.)
요즘 틈날 때마다 나름의 정리를 해보기 위해 보고 있는 카뮈의 <시지프 신화>도 다른 책 읽기를 자극하는 메타-북이라 할 수 있겠다. (카뮈가 책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키르케고르를 읽고 싶은 마음까지는 솔직히 들지 않았지만, 책 말미에 실린 도스토예프스키와 카프카 독후감은 무척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카뮈의 관점 및 해석과 나의 생각과 느낌을 비교하면서 '도(스토옙스키) 선생'과 '카(프카) 청년'의 작품들을 읽어나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도래할 책>은 제목이 뭔가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읽어도 무슨 말일지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읽기를 미뤄왔는데, 막상 읽어보니 나름 재미가 있다. 블랑쇼의 무질에 대한 언급은 카프카 수용 태도와도 겹쳐지는 것이어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