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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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서 모임을 하느라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를 한 3년여 만에 다시 읽었다. 이번에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인물은 시드니 카턴이 아니라 은행원 자르비스 로리 씨였다. 보통 숫자를 다루거나 계산에 능한 인물, 합리성의 화신, 규범과 규칙의 화신 같은 인물들은 디킨스 작품에서는 엄청난 까임의 대상이 되는데, 자르비스 로리 씨는 앞서 언급한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는 인물인데도 풍자 대상이 되지 않고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흥미로왔다.

 

뼛속까지 은행원인 자르비스 로리 씨. 인간 관계보다는 은행의 업무를 최우선시 하는 인물로서 사랑이나 결혼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고 늙어버린 인물이다. 그의 말버릇은 "이것은 업무일 뿐입니다, 아가씨." 그런데 그는 은행원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고객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앙시앵 레짐의 폭정''혁명의 맹목적 폭력', 이 두 가지 소용돌이 속에서 엄청난 물리적, 정신적 위기를 겪은 사람과 그의 가족을 전심전력으로 보살피게 되고 만다. 시드니 카턴처럼 한 순간 폭발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진 않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어떤 한 은행원이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다보니 '사람'을 구하게 된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랄까, 논리적으로도 필연성을 띤 귀결이랄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자가 자신이 맡은 일에서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할 때, 달리 말하자면 우리가 하는 '업무'들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행동할 때, 뭐랄까... 진부한 말이지만 세상은 좀더 아름다운 곳, 살 만한 곳... 뭔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멋진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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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는 펭귄클래식 말고도 창비(2014)와 홍익출판사(2015)에서도 출간이 되어 있는데, 시간 부족으로 각 판본을 비교하지 못한 채로 읽은 게 아쉽다. 애써 구해놓고서도 말이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증이 이는 대목들이 꽤 있었는데, 바로 찾아볼 여유가 없어서 넘어갔더니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언제 또 이 작품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디킨스가 섭섭해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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