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소식 몇 가지. 분야를 망라하진 않았고, 제 관심사 위주로 새로운 번역본 출간 소식을 정리해봤습니다. '관심사 위주'라고 했는데, 요즘은 일부러 관심사에 제한을 두려 하고 있기도 합니다. 늘어만 가는 장바구니의 무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가을을 두고 '독서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놀러가기 좋고 먹을 것도 많은(더불어 식욕도 왕성해지는) 계절이라 사실은 책이 제일 안 팔려서 일부러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놀고 먹는 데 쓸 돈을 아껴 책 읽기에 쓰라는 말을 하면 좀 고리타분한 설교로 들리겠지만, 요즘 날씨가 놀러가기도 좋지만 책 읽기에도 좋은 날씨인 건 확실합니다... 9월엔 추석 연휴가 있고, 10월 초에도 휴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대작'들이나 '전집'들을 이 기회에 읽으면 어떨까 싶은데요, 바로 이 '대작'과 '전집'에 해당하는 작품들의 출간 소식이 있어 알려드립니다.

 

 

 

1. 허먼 멜빌 <모비 딕>의 새 번역본(열린책들)이 나왔습니다. 번역가로서 명성이 높은 김석희 번역본(작가정신, 2010)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합니다. 작가정신 판본은 본문에 멋진 삽화가 실려 있어서 구매욕을 자극하는 판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삽화가 정작 소설 내용과 따로 노는 바람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는-

 

작가정신 판본은 판형이 큰 데다 단권이어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무리가 많이 따랐죠.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판형이 작고, 두 권이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가 훨씬 용이할 듯합니다. 대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의 특징인, 좁은 줄간격, 좁은 여백, 글자가 빽빽히 들어차 있는 느낌은 극복해야 할 요소겠군요.

 

열린책들 판본은 아직 실물을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작가정신에서 '이슈메일'이라고 표기되었던 주인공의 이름을 '이슈마엘'이라 표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에이해브' 선장의 이름은 두 판본의 표기가 같네요(기존 번역본들에서는 '에이허브'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최근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자 탐미주의의 거장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들이 잇달아 출간되었습니다. <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문학동네, 2012), <미친 사랑>(시공사, 2013), <열쇠>(창비, 2013).

 

서로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 전집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 대표작을 중복 출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두 다른 작품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그 동안 일본 근대 문학 작가들은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정도만 소개가 됐었는데,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나름 본격적으로 소개가 된 셈입니다.

 

국내에 소개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작품은 <세설>(열린책들, 2007)이 있습니다. <미친 사랑>은 예전에 <치인의 사랑>(책사랑, 2003)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죠. 다니자키의 산문집 <그늘에 대하여>(눌와, 2005)도 널리 읽힌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1990년대에 <음예예찬>이란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3. 현암사에서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출간하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아쉽기도 한데, 나쓰메 소세키는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들이 소개된 편이라 중복 출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나온다고 하니, (나쓰메 소세키와 더불어 일본 근대 문학의 쌍벽으로 꼽히는) 모리 오가이 전집은 대체 언제쯤 나올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소개가 되는 마당에 모리 오가이는 어째서 소개가 안 되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나 상품성이 없는 것인지... 뭐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모리 오가이를 잘 아는 건 아니고, <아베 일족> <무희> <기러기> 등 대표작 몇 편을 읽었을 뿐입니다만, 워낙 인상적으로 읽은 터라 잘 모르는 입장에서 기대감(+아쉬움)만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복 출판이긴 하지만, 역시 <도련님>과 같은 작품을 믿을 만한 번역가(송태욱)의 번역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반갑습니다. 총 14권이 출간될 예정이고 완간은 2015년이라고 합니다. 2013년 9월 현재, 전집 1차분 네 권이 출간된 상황입니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의 대문호, 일본의 셰익스피어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1984년에서 2004년까지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었고, 이와나미쇼텐에서 1907년 소세키 전집이 간행된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여러 출판사에서 대표작에 치우쳐 중복 출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출간되는 소세키 소설 전집은 12년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소세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며 ‘지금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국내 첫 전집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태풍』 네 권을 시작으로, 우리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소세키의 연보에서도 가끔 빠져 있는 숨어 있던 소설까지 온전히 담았다. 소세키는 길지 않은 창작 기간 동안 한시, 하이쿠, 수필,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썼다. 그 작품 각각이 개성 있게 분출하는 분위기, 내용에 따른 문체 변주의 독특함 등 소세키의 작품을 고전이라 일컬음에 이론은 없을 것이다.
“필요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며 소세키의 문체를 생생한 우리말로 잘 살린 송태욱의 꼼꼼한 번역에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완역한 노재명의 소세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해져, ‘우리 시대 소세키 번역’으로 거듭났다. 또한 소세키의 작품을 온전히 풀어놓으며 지금 여기에 되살리는 작업은 송태욱(『고양이』 외 11권).노재명(『태풍』 및 『그 후』)의 라이프워크이기도 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부터 위궤양과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으며 마지막까지 써내려간 『명암』까지, 총 14권의 장편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며 완간은 2015년이다.

 

 

문학평론가, 소설가의 '소세키 독후감'이 각 권 말미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풀베개>를 소세키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데, '독후감'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소설가 백가흠은 <힌트는 도련님>이란 단편을 쓴 적도 있는데, 이번에 <도련님>의 '독후감'을 맡아 썼습니다. 재밌네요. <태풍>은 소세키의 장편 중에서는 다른 작품들의 유명세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데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독후감'을 맡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국내 첫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각 권 말미에 우리 문학가들의 ‘소세키 독후감’이다. 시인 장석주가 읽은 “고양이”의 고군분투, 소설가 백가흠이 말하는 우리 시대의 『도련님』, 문학평론가 황호덕이 꼽은 『풀베개』의 연민,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찾은 『태풍』의 문학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그들만의 소세키를 ‘해설 아닌 해설’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 한국 독자들의 소세키 읽기에 즐거움을 더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그저 작품만 읽고 접어두기엔 그 존재감과 무게감이 상당한 작가라, 소개서의 도움을 받고 싶은 독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로쟈가 소개하는 소세키 소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tore.aladin.co.kr/mramor/Item/8932316783/6584966 

 

 

소세키에 관한 소개서로는 시바타 쇼지의 <무라카미 하루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봄, 2013)가 최근에 나온 책이다. 학술서를 제외하면 그밖에 강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사계절, 2009), 고모리 요이치의 <나는 소세키로소이다>(이매진, 2006)를 참고할 수 있는데, 고모리 요이치의 책은 절판된 상태다. 전집도 나오는 김에 재출간되면 좋겠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제가 리뷰에 올린 <[도련님]의 시대>(세미콜론, 2012)도 일독할만합니다. 일단 만화책이지만 그저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력을 기울여 읽고 나면 작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일본 근대 문학이 어떤 시대적 상황 속에서 등장했는지까지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됩니다.

 

http://store.aladin.co.kr/705623165/Item/8983714549/6587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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