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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의 성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청부 살인자의 성모
페르난도 바예호/송병선/민음사
우연한 기회에, 감사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아서 읽게 된 책이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405번째 책으로, 페르난도 바예호의 소설이 민음사를 통해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이 소설은 지난 1994년 출간하자마자 비평가와 독자들의 관심을 동시에 끌며 바예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영화로도 제작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6월 1일에 개최되는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특별 전시관에도 전시될 예정이다. 페르난도 바예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폭력의 역사다. <청부 살인자의 성모>는 1990년대 후반, 콜롬비아 최대 마약 조직을 이끌던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군인에 의해 살해된 뒤 혼란스러운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청부 살인자와 성모. 둘의 상관관계가 있나? 생각으로 읽게 되었던 책. 이런 아이러니한 제목이 그렇게 사람(나)의 마음을 자꾸 끌었다. 청부 살인자들은 저마다 조직을 결성하고 영역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고, 시골에서 활동하던 콜롬비아 게릴라들이 도시로 침투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책의 화자인 ‘나’는 정제되지 않은 거리의 언어로 메데인의 현실을 꾸밈 없이 보여 준다. 읽다가 보면 화자의 표현법에 놀랄 수도 있으나, 그 속에 있는 아픔이 느껴져서 읽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다. 아마도 연민 혹은 슬픔 혹은 현실에 대한 자각 타임(현타)이지 않을까?
"콜롬비아"하면 일단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마약, 범죄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이다. 바예호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지구상에서 가장 범죄가 많은 나라'가 되어버린 메데인과 희망 없는 청년들, 만연한 폭력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신랄한 비판을 토해낸다. 실제로 콜롬비아의 종교와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바예호는 약 50년간 콜롬비아를 떠나 멕시코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알고 나니, 괜히 더 마음이 짠해졌다.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작가, 페르난도 바예호. 마치 얼마 전에 읽었던, 압둘라자크 구르나와 겹쳐보이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마음, 그래서 나는 '마음마음하다'고 표현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마음마음해졌다. 정말 다행인 것은, 기사에서 본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바예호는 1971년부터 멕시코에 머물며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의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시간의 강’ 5부작(1985~1993)과 1994년 대표작 <청부 살인자의 성모>를 발표했다. 2000년 바예호가 시나리오를 쓴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져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장편 소설 <나락>(2001)으로 2003년 스페인어권 문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로물로 가예고스 상을 수상했다. 2007년 멕시코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2011년 로망스어 FIL 문학상도 수상했다고 한다. 이후 2018년 47년간의 멕시코 생활을 청산하고 콜롬비아로 귀국해, 사회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여담으로) 중간중간 너무 주옥같은 말들이 등장해서, 여러모로 화도 나고 여러모로 납득도 갔었어서, 개인적으로는 몹시 추천하고 싶은 책 중 하나 :)
#윤의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