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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8월
평점 :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필립 마티스/우진하/타인의사유
몇 년 전,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던 당시에 선수과목으로 학부의 연극사 수업을 들었어야 했다. 베이스가 연극학이 아니다보니, 타전공을 위한, 이를테면, 보충 교육의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받았던 과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제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것이다: 그리스 시대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날 하루의 일기를 적어보기. 이 과제를 받고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막막했다. (아마도 글쓰기 종류의 과제여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금방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고, 소스는 충분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히 배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기억을 짜내고, 필기와 PPT자료를 찾아보면서 꽤나 열심히 과제를 완료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때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했고, 이 책은 결국 나에게로 와주었다.
그 시대에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근거들과 소재들로 써 본 일기는 처음 당해(?)본 '거짓 일기 쓰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몹시도 흥미롭게, 재미있게 했던 과제였다. 아마 나의 기억이 맞다면 당시에 일기의 첫 문장은 날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오늘도 해가 쨍쨍한 것이 몹시도 맑은 날씨이다. 이 좋은 기분으로 친구를 만나서 어쩌구 저쩌구...
이 책은 건축가 메톤, 농부 이피타, 외교관 페르세우스, 달리기 선수 시밀로스, 상인 사키온, 어린신부 아피아, 도망자 트라타, 리라연주자 칼리아, 이렇게 8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말하자면 그들의 그리스 생존기. 특히나 어린신부 아피아와 도망자 트라타의 이야기를 보면서 드라마 속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런 소재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도 다루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더더욱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두 사람이 여자이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고대 그리스도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환상인지, 상상인지, 그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사람들이 살았다는 사실은 괜히, 몹시도 새삼스럽다. 아마도 내가 살지 않아본 시대라서 그런 것 같다. 직업을 가진, 혹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8인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살아남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실제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그들도, 과거에 살던 사람들도, 지금 내가 사는 것도 결국은 모두 다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모두가 그랬듯이, 사랑하고, 일하고, 먹고, 자고, 살아남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썼다.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처럼.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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