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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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의 방대한 줄기를 한꺼번에 잡다.

​미술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보게 된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짐을 싸서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 때문이었다. 아무런 지식없이 '느낌'만을 믿으며 있는 그대로 그림을 봤지만 '느낌'만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미술이었다.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미술관을 돌고 돌았지만, 실상 기억에 남는 그림은 손에 꼽을 정도 였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전시실의 분위기 하며 엄청난 크기의 미술품들이 어마어마하게 전시되어 있다보니 그저 잠깐 보는 것 만으로도 하루를 다 보냈을 정도로 미술은 방대했고, 미술을 알고 보는 것과 전혀 무지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몸소 체감했다. 여행을 다녀 온 후에 내가 본 그림들이 전부 생각은 안나지만 스쳐지나왔거나 보지 못했던, 혹은 봤지만 별 감흥없이 보았던 그림들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점차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술을 보고 감상하는 것은 누군가가 도장을 찍듯 똑같은 그림이나 글씨가 찍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지식은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그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미술사 중에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인데 ​데브라 J. 드위트, 랠프 M. 라만, M. 캐스린 실즈가 쓴 <게이트웨이 미술사>는 가장 기본적인 미술의 요소에서 부터 원리, 매체, 역사, 주제를 나누어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을 열어 보다 실감나게 미술의 방대한 줄기를 한꺼번에 잡으며 미술사를 어우르고 있다.

미술의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미술 작품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질은 어쩌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메세지를 전달하거나, 다른 경우에는 해보지도 못했던 생각을 고취하는 능력일 것이다. - p.20​

수록된 도판도 풍부하지만 1부 기초, 2부 매체, 3부 역사 4부 주제의 형식으로 설명을 하는 점이 가장 좋았다. 미술을 공부하다 보면 역사와 철학, 음악이 맞닿는 지점이 있어 한쪽을 공부하다 보면 한 분야가 빈약하다 싶어 다시 그 책을 읽게 된다. 이런 점을 보완하여 <게이트웨이 미술사>는 미술의 방대한 줄기를 잡되 미술에 중점을 두면서도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이 뻗어간 영역까지도 날큼하게 캐치하여 설명해 놓은 것이 매력적이다.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미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게이트웨이 미술사는 각 분야를 통섭하여 보다 많은 자료와 여러 관점들이 모아져 다채로운 시선으로 미술을 바라보게 만든다. 미술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미술 입문서로 좋고,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넓게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도 개괄적으로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책으로도 좋은 책이다. ​<게이트웨이 미술사> 샘플본 만으로도 이렇게 다채로운 면면이 많은데 실제 책을 들고 읽어본다면 이전에 읽었던 많은 미술사 책들 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 <게이트웨이 미술사> 샘플본을 토대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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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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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고슴도치 이야기.


 톤 텔레헨의 소설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소설이지만 책을 넘겨보면 페이지 보다 더 깊은 내면의 이야기로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가 그리고 있는 고슴도치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대사회에서의 개인의 모습을고슴도치를 통해 말하고 있다. 뾰족뾰족 가지가 덮인 동물인 고슴도치, 소심하기도 하고, 같은 동물과의 친구들이 사방에 솟은 가시가 무서워 다가가지 못해 늘 고슴도치의 주변에는 오롯하게 고슴도치 혼자 삶을 살아간다. 혼자 생활을 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동물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을 초대 하기 위한 글을 고심하여 한글자 한글자 써 내려 나간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아도 도치 혼자 생각하고, 벽을 만들고, 다시 그 벽을 허물었다가, 다시 글을 썼다가를 반복하지만 이내 도치는 벽장 속에 편지를 처박아 버린다.

 

고슴도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아니야지금을 껴안고 춤을 추었다. 그들은 서로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인 것 같았다. 잠깐의 외투가 뒤로 펄럭거려서 알아볼 수 있었다. 잠깐지금아니야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같이 춤을 췄다. 고슴도치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또 다른 무언가가 갑자기 집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한참이 지나고 잠깐은 나갔다. 그다음에 이 솜털을 놓은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쓴 채 지금아니야 사이에 다시 끼어들었다. 고슴도치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들은 춤을 추며 고슴도치에게 다가와서는 그의 머릿속을 통과했다. 그들은 고슴도치가 함께 춤을 추길 바라는 것 같았고 게다가 다른 것도 뭔가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 p.10~11

 


 

도치의 마음 속에서 자라나를 문장이 춤을 추듯 외투를 휘날렸다, 다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이야기는 지금껏 읽는 문장 중에서도 가장 센세이션하게 느껴졌고, 동시에 톤 텔레헨이 만들어낸 문장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글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가 의사로 일하면서 시집을 출간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동화 작가로 활약했다는 그의 그의 프로필은 단순히 고슴도치 이야기가 예쁜 동화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고독감과 서로 다가가지 않는 삭막함 그러나 그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고슴도치를 통해 다가갈듯 다가서지 못하는 소심함을 결국 뚫어내고 마지막에는 소원을 이뤄내는 도치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해 냈다.


 

나무벌레는 제발 다른 곳에 구멍을 내시오.


 

그는 푯말을 문에 단단히 박은 다음 제발​에 밑줄을 긋고 마지막에는 느낌표를 덧붙엿다. 그런 다음에야 고슴도치는 자기 집 안에서, 자기 가시들과 함께 안전하다고 느꼈다. 글쎄, 정말 안전할까······?고슴도치는 확신할 수 없었다. - p.96

 

 


 

누구도 다가오지 않도록 도치처럼 벽을 치고, 다가서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전의 나를 떠올렸다. 어느 해는 활발하게 사람들과 잘 교류하다가도 어느 때는 나 스스로 혼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 내가 다가서는 것 조차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나 톤 텔레헨은 도치의 이야기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나와 가까이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한쪽만 다가선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각이 많은 도치, 행동에 옮기고자 하지만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다시 혼자 주저 않아 있는 모습은 책을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아마도 누군가 나를 멀리서 봤다면 지금 내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나를 봤을까?

 

고슴도치는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부엉이의 질문을 깊이 생각했다. 존재라는 건 큰 것 같니 아니면 작은 것 같니? 아마 작을 거야. 그는 생각했다. 아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을 거야. 그래! 그래서 아무것도 못 봤던 거야. 존재, 삶, 행복······모두 너무너무 작아. 아무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때 고슴도치는 언젠가 개미와 이야기한 적 있는 죽음이 떠올랐다. 죽음 역시 작아. 아마도 가장 작을 거야. 존재하는 것 중 가장 작고 보잘것없지. 시력이 부엉이처럼 좋다면, 그리고 엄청나게 노력하면, 삶과 행복은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죽음은 여전히 볼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개미 말이 맞아. 죽음이 존재한다고 단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야. 짐작이라······. 고슴도치는 생각했다. 필요할 때, 필요할 때만 죽음은 존재하는 거야. - p.185~186

 

그들 모두 고슴도치가 초대하지 않은 것을 고마워하는 편지를 썼다. 그들 모두 고슴도치의 친구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친구로 남을 것이다. 서로를 초대할 필요도,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 오직 다람쥐의 편지만 달랐다.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그 아래엔 "조만간 또 만나자!"라고 쓰여 있었다. 고슴도치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또 만나자······. 고슴도치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이제 고슴도치는 잠이 들었고, 겨우내 깨지 않았다. - p.206
 

관계에 대한 불안함, 소외감, 일어 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을 하는 고슴도치의 모든 것을 해소 시켜준 자그마한 손이 고슴도치에게는 큰 온기가 되어 편한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도치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풀어낸 톤 텔레헨의 소설은 소심하면서도 까칠해보이는 도치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도치의 생각들과 망상들이 더해져 점점 더 자신을 옥죄는 모습을 문장과 문장이 춤을추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동화로 풀어낸 것이 것이 너무나 다정다감하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우울하기 보다는 문장 속에 들어있는 질문과 가치, 인간의 관계에 대한 면면을 깊이 생각 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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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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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글귀가 가져다주는 충격과 감동.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소설 안에 1930년대 두 소년의 우정과 이별이 직선과 곡선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치즘'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했으나 독일의 한 독재자로 인해 유럽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핍박을 받았고,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서 사는 것은 물론 자신의 부모, 자식, 친척, 지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그저 자신들을 반목한다는 이유로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시작되었다. 끔찍했던 시간은 소용돌이는 잠재워졌지만 그 시간을 겪었던 이들은 그 시간을 잊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가 증언으로 남아있거나 책으로 기록되었고, 드라마나 영화로 계속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꽤 많이 나치즘의 시대에 대한 책을 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프레드 올만의 <동급생>은 이전의 다른 소설과 달리 짤막하면서도 두 소년의 우정을 손에 잡힐듯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나이가 들어 생각의 폭이 넓어졌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맹목적인 사랑을 퍼부을 수 있는 용기와 시간, 마음이 더해지는 시간이 점점 옅어지게 된다. 어른들의 생각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아이가 갖는 순수한 우정이, 사랑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인 동시에 맹목적이다.


달콤하고 옮은 일이라는 데에 동의했을 터였다.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있는 소년들은 때때로 천진무구함을 심신의 빛나는 순결함, 완전하고 이타적인 헌신을 향한 열정적인 충동과 결부시킨다. 그 단계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강렬함과 독특함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 p.39


<동급생>은 이 책의 화자인 한스 슈바르츠의 시선에서 자신의 지난 날을 그려내고 있다. 1932년 2월의 어느 날, 자신의 학교에 콘라딘 폰 호엔펠스라는 소년이 전학을 오게 된다. 지금껏 그의 주변에 학급 친구들이 있었지만 한번도 누군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대인이면서도 동시에 의사인 아버지를 둔 한스는 전학을 온 콘라딘이 그 누구보다 마음에 들었고, 그의 이름에서 보듯 독일 귀족을 지칭하는 '폰'으로 지칭하는 그의 높은 직위가 그로하여금 단숨에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힌다.


처음에는 한스 혼자 콘라딘을 의식했지만 이내 콘라딘 또한 한스를 바라보게 되고 서서히 두 사람은 서로의 접점을 찾아 조우하게 된다. 한스가 콘라딘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 소개 되어 있는데 그 어떤 남녀가 만나 썸을 타는 것처럼 그를 향한 마음의 심지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열망에 타오르듯 그를 새겨둔다. 오롯하게 너만이 내 친구라는 것처럼 그의 가슴 속에 도장을 찍어나가듯 강렬한 마음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삶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배우는 것이었고 이것은 삶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과연 있기나 한지, 또 이놀랍고 헤아릴 수 없는 우주에서 인간의 조건이 무엇일지 알아내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히틀러니 무솔리니니 하는 덧없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진정하고도 영원한 의의라는 문제가 있었다. - p.62


드디어 한스와 콘라딘이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한스는 자신의 집에 콘라딘을 초대한다. 처음에는 신분이 높은 콘라딘을 아들의 친구가 아닌 신분이 높은 귀족의 도련님으로 그를 칭했지만 이내 한스의 부모는 콘라딘을 친근하게 부를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한스는 자신과의 거리가 좁혀진데 반해 콘라딘은 한 번도 자신을 초대하지 않는다. 애가 타는 한스 드디어 콘라딘의 집에 방문하지만 그의 집에는 콘라딘의 부모님은 늘 계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공연을 보러간 한스는 그곳에서 콘라딘과 그의 부모를 보게 된다. 공연장을 빠져 나와 콘라딘 앞에 서지만 그는 그의 부모와 인사를 시키지 않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한스는 콘라딘에게 왜 자신을 소개시키지 않는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데...


그것은 내가 독일어로 말을 해야 할 때 (비록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일종의 자기방어적인 측면이었다. 물론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언어를, 미국식 억양이 섞이기는 해도, 썩 잘 구사할 수 있지만 그러기를 싫어한다. 내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독일을 떠올리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격이다. - p.145


한스의 시선에서 콘라딘에 대한 마음이 직선과 곡선을 향해 걷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서로를 향한 마음. 책에서는 콘라딘의 마음을 깊이 그려내지 않지만 프레드 울만은 짧지만 강력한 한 줄의 글귀로 충격과 동시에 감동을 가져다 준다. 더 이상 무엇이 그들의 상황을 그려낼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하다. 일상적인 갈등의 상황을 뒤로하고 실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닥쳐오는 그 긴밀한 시간은 두 소년에게 그 어떤 이유로도 떨어뜨릴 수 없었다. 지금껏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한 문장이 주는 여운과 감동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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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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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편의 다채로운 색깔을 담은 사랑이야기.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영원불멸한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이다.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남자와 여자가 있는 공간이라면 피어날 이야기. 각각의 매체마다 다르게 표현 한다 하여도 누구나 공감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주제 또한 '사랑'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각기 다른 화음을 만들어 내는 사랑이야기에 빠져 책을 읽다보니 끝도 없이 빠져든다. 한 이야기가 끝나면 또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내가 읽어낸 사랑이야기도 수백편, 혹은 수 천편에 가까우련만 그래도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질리지 않는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중국의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인 장자자의 단편소설집이다. 영미권, 일본, 유럽의 많은 소설들이 다채롭게 읽히는 데 비해 몇몇 중국 작가를 제외하고는 중국 소설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는 작가라는 타이틀 이외에도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47편의 단편이 담긴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그가 주국 웨이보 블로그에 올린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이야기' 시리즈로 올렸는데 이 시리즈가 4억 회나 조회수를 자랑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기에 2016년 아홉 편의 작품을 추가해 이 책을 출간했다.


첫사랑, 고백, 집착, 따뜻함, 다툼, 포기, 추억, 탄생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하면 느낄 수 있는 달콤 쌉싸름한 맛들이 담긴 사랑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진지한 사랑이야기도 담겨져 있지만 어떻게 보면 만담처럼 철부지 어린 아이가 겪을 만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기에 편하게, 자연스럽게 읽힌다. 47편의 이야기 중 이미 10편의 작품이 책 속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다고 하니 필치로 보여주는 장면 보다는 영상으로 어떻게 다시 그려낼지 궁금하다.


청춘의 치기어린 사랑, 나이가 든 후에 지나간 사랑을 다시 그리워 하는 추억들이 모여 47편의 단편을 읽다보면 사랑의 희노애락이 모두 느껴진다. 섬세한 면면 보다는 문장의 달콤함이 씁쓸한 맛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많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보니 이야기에 있어 깊이가 얇다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문장이 만들어내는 달콤한 사이에서 우리는 그 달콤함에 녹아 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야기를 딛고 조금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 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책을 읽은 후에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 껏 몇몇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접했지만 지금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은 처음 읽었다. 현대적인 면면의 방식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작가가 표현한 방식의 이야기나 문장들이 두둥실 뜨다 보니 그가 말하는 사랑이야기에 깊이 빠져 들기 보다는 자꾸만 수면 밖으로 넘어가 그가 만들어낸 문장만 보여지는 것이 좋기도하고 아쉽기도 했던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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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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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트레일러 같은 소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본격적으로 읽은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한 작품씩 접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의 세계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할런 코벤의 <단 한번의 시선>은 마치 예전에 '힐링캠프'에서 김영하 작가가 강연을 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이야기'에 말하는 것처럼, 그레이스와 잭의 평온한 일상에 한 장의 사진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다정다감한 남편 잭과 에마와 맥스 두 아이를 둔 그레이스는 여느 때처럼 찍었던 사진을 현상하려고 사진관을 찾았고, 현상된 사진을 보다가 낯선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이 멈춘다. 그저 사진관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낯선 사진에 찍혀진 젊은 남자의 옆모습이 누군가를 닮았고, 이내 그 청년의 모습이 자신의 남편임을 깨닫게 된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온 잭은 그레이스가 보여준 사진에 충격을 먹고, 아내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은채 차를 가지고 어딘가로 가지만 그날 이후 그는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지만 칼 베스파는 쉽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에게선 단 한번도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안에 악의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악의. 진정한 악의는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 P.170~171


왜? 그레이스의 남편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을까?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그레이스는 물론이고 그 사진과 관련된 사람들의 일상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린다. 그레이스가 처음 그 사진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 한 장의 사진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킬 것을 알았을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사진 한 장은 여러 사람의 인생에 촉매제처럼 작용했고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납치가 되어 평탄했던 삶의 순간들이 한 순간에 망가져 버렸다. 그레이스는 잭의 실종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경찰들은 사건이 중첩되면서 비로소 잭을 납치한 범인인 우를 찾아 다닌다.


우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인생을 확 바꿔놓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알지 못하고, 제어하지 못하는 작고 무의식적인 일들이었다. 운명이라고 불러도 좋고 확률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으며 신의 장난으로 봐도 무방했다. 어쨌든 우는 그런 것들을 즐겨 떠올렸다. - P.305


우는 북한사람으로 나오는데 사람을 공격하는데 있어 굉장히 능숙능란하다. 잭이 사라진 상태에서 그레이스는 기지를 발휘해 그동안 잭이 숨겨왔던 그의 과거를 하나 둘 알게된다. 우연히 맞은 편 남자를 의식하면서 살고 있는 샬레인이 낯선 남자인 '우'를 보게 되고, 그녀의 기지로 하여금 그의 범행을 경찰에게 신고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고조된다. 두꺼운 책의 페이지가 언제 넘어갔나 싶게 책은 쉼없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곡예를 하듯 사건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연결 고리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되고, 우연히 운명적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게 된 모든 일련의 과정이 모두 지점에서 발생되었다는 것을 할런 코벤은 이야기하고 있다.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파도처럼 쏟아져 내리는 사건의 진실과 원인, 과정, 결론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복잡다단하게 이루어져 있다. 인물과 인물들이 서로의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져 있고, 그것이 결국 그들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다가오는 누군가를 믿을 수 없고, 가장 가깝게 여긴 가족 조차도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레이스는 힘차게 달려나갔고, 그래서 더 좋은 결론은 얻지 못했지만 그레이스와 샬레인의 활약 속에서 과거의 진실이 눈을 뜨게 되었다. 모처럼 이야기의 중심 축이 그레이스였고, 피해자로 연약한 모습이 아닌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당당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이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왔던 작품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하면 가독성과 흡입력이라는 그의 호평이 줄을 이을만큼 그의 평가들이 증명 그 자체였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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