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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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잔혹하고, 영리한 단편집.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2016,황금가지)를 통해 처음 그의 장편소설을 접했고, 두번째로 만난 책이 바로 <악마의 증명>이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함께 만나보기가 어려운데 타이밍 좋게 각각의 책으로 장편과 단편을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작가 중에서는 장편이 강한 작가가 있는가 하면 단편이 아쉽거나 단편이 좋으면 장편이 약한 경우가 있는데, 도진기 작가는 장편과 단편 모두 부침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추리소설은 영미권과 일본이 강세다 보니 자연스레 영미소설과 일본소설을 좋아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추리 소설 부분에서 많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진기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서는 그 생각이 조금 옅어졌다.


여덟 편의 단편 중에는 도진기 작가가 각각 다른 지면에 발표한 7편의 작품과 미발표 원고 한 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이전에 황금가지에서 낸 단편선이나 한스미디어에서 한국추리 걸작선 혹은 엘릭시르에서 펴내는 미스테리아를 통해서 이미 만나 봤을 수도 있다. 각각 흩어져 있던 작품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나왔는데,표제작으로 쓰인 '악마의 증명'은 한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용의자는 쌍둥이 중 한명이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듯 펼쳐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지만 용의자를 밝히는 순간에 아무런 힌트없이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180도 바뀌어 버리고, 용의자 또한 쌍둥이로 나와 이야기의 구조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을 꼽으라면 단연 '선택'이다. 추리적 요소는 많지 않지만 주인공 호연정이 밝히는 사실 하나하나가 모두 사실감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사고난 차안에 한 여자와 여자의 딸로 추정되는 아이가 갑작스레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해 죽었지만, 여자가 왼손을 내밀어 메스로 손목을 그었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자살로 결론을 내린다. 그 결론을 바탕으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하여 죽은 여자의 엄마가 찾아와 호연정에게 의뢰한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사건이겠거니 했지만 사고 후에 펼쳐지는 여자의 행동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이 작품을 통해 도진기 작가는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고 데뷔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조나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더불어 감동과 함께 뒷 마무리도 깔끔하게 재단되어 있어 읽는 맛이 좋았다.


그 외에 '정글의 꿈' '외딴집에서' '구석의 노인' '시간의 뫼비우스' '킬러퀸의 킬러' '죽음이 갈라놓을 때는 각각의 색채가 드러난 단편들이다. 노인들의 해학이 드러난 부분이 있기도 하고, 판사의 날렵한 눈에도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은 한 노인이 '도인'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대로 법정에서의 증언을 토대로 그 이야기를 구성한다. 시원스럽게 사건을 해결했다는 주인공에게 일격을 날리는가 하면 , 어리석은 남자의 선택으로 인해 시지프의 신화처럼 쳇바퀴도는 생을 도는 남자도 있다. 남성성을 과시하며 여자와 관계를 맺던 남자가 결국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호러와 오컬트적인 면이 많은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그의 단편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게 색채를 뿜어낸다.


현직 판사로 재직 중일 때 글을 썼던 그가 이제는 변호사로 돌아와 쓴 첫 소설집은 이토록 다양하고 다채롭다. 짧은 단편 속에서 보여지는 짧고 단단한 혹은, 짧게 빛나는 무엇이 보여지는 단편집은 아니었으나 하나하나 정성스레 벽돌을 쌓아가듯 쓰여진 이야기다 보니 간단한 스케치가 아닌 구체적이고 세밀한 그림이 명확히 드러낸 작품집이었다. 그의 영리하고도 잔혹한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그의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추리소설 작가가 한명쯤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누군가가, 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이 작용할 여지가 가장 좋은 영역이 법률이다. 재판에서는 경찰의 결론은 '사실'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연정이 내린 결론은 아무리 이치에 맞더라도 당사자의 '공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연정의 감성적 결론이 통하는 곳에서 답을 찾아야 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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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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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이야기하는 소설가의 글모음.


<국가의 사생활> (2009,민음사)과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2013,시공사)를 통해 이응준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봤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탐독하지는 못했다. 알고는 있지만 깊이 들여다 보지 않는 작가였고, 기존의 산문집과는 다른 부피의 산문집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도톰함을 넘어서 두툼한 그의 글은 그의 이름 뒤에 따르는 직업란 만큼이나 다양하다. 시인, 소설가, 칼럼리스트, 각본가, 영화감독으로도 알려져 있는 그의 다재다능함은 글 속에서도 비춰지고 있다. 무엇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고, 일기인듯 일기가 아닌 것 같은 글 모음과 마치 누군가와 링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표효하며 달려들듯 거침없이 내뱉는다.

독자가 알지 못하는 문학판의 뒷 세계에서 벌어지는 조악한 판세는 그를 더 화나게 하고,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권력 앞에서 누구도 부당함을 말하지 않는 그 세계를 그를 과감없이 성토한다. 날것의 이야기가 가득하다보니 초반의 글들에서 비춰지는 것은 분노였고, 그것을 말함으로서 스스로 '아웃사이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느낌표가 가득한 글들이 계속해서 보여주다 보니 그가 세상에 내비친 글에는 화르륵 불길이 와닿는 것 같다. 강한 어조로 말하는 그의 글들이 세상을 향한 어퍼컷이요, 당당하게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글을 쓰는 소설가의 눈이자 귀, 입이기에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카타르시스적인 면이 없지는 않았다.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작품을 읽다가 산문을 찾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첫번째는 시인의 시가 너무 어려울 때다. 도무지 그가 쓴 시집으로는 그를 이해 할 수 없을 때 ,시를 더 잘 읽고픈 마음에 산문을 집어든다. 시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편린들, 일상생활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서 시인의 산문집을 즐겨 읽는다. 두번째의 경우는 소설가의 작품이 좋아 인물을 통해서 보여지는 작가의 보자기 쓴 얼굴이 아니라 진짜 모습이 보고 싶어 일부러 산문집을 찾아 읽는다. 작품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작품에서 보여지지 않는 작가의 개인적인 면이 부각되기에 소설을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을 뿐더러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응준 작가의 산문집 역시 문학, 사회적인 이야기, 인간의 면면들, 그가 쓴 작품들의 이해와 인터뷰글들, 연재된 칼럼들이 묶어져 있다. 이 한 권의 산문집 만으로 그가 평소 사회를, 문학을,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이응준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없이 좋을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보통은 한 권으로 묶어 내기 보다는 각각의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내기 마련인데 그의 글은 마치 자서전 혹은 평전처럼 묶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산문집과 달라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작품이 아닌 진짜 이응준이라는 사람을 내밀하게 알 수 있는 책이어서 더 좋았다. 많은 글들이 사회에서 문학판에서, 많은 인간들의 세계에서 염증을 느끼며 싸우자는 태도로 그를 강한 색채를 드러내며 말하고 있지만 시인 함성호에게는 둘도없는 좋은 친구이자 좋은 형 혹은 좋은 선배로서의 애정이 엿보인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묶어져 있어서 거침없이 그의 세계를 탐구하고, 유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 분량면에서도 가히 누구와도 견줄 수 없기에 소설가의 산문집 하면 그의 책이 단번에 떠오를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는 그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궁금하다. 앞으로 그의 글 속에 무엇이 담겨져 책으로 출판될지 기대를 하며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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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바로 죽음이다. 죽음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빛나지 않는다. 영생을 누리는 그리스의 신들이 나약한 인간을 질투하는 것은 인간에게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소멸하지 않는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마네킹에 불과하고 그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루함뿐일 것이다. 죽음은 삶을 값어치 있게 하고 절망 앞에서 희망을 각오하게 한다. 몽테뉴는 <<수상록>>에 썼다. "죽음의 예측이란 자유의 예측이다. 죽음을 배운 자는 굴종을 잊는다. 죽음을 깨닫는 것은 모든 예속과 구속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 p.67~68


진정한 책 읽기란 그 책을 읽고 지성으로든 감성으로든 그 무엇으로든 스스로를 혁명하는 것까지를 뜻한다. 그렇지 않아면 독서조차 노예의 길이다. 때늦은 태풍이 온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 혁명가인 것이다.-p.139


문학은 과학까지 포함한 모든 학문들에 근본적인 통찰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정치학자이지만 실은 서양고전과 비교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이런 점을 시사해준다. 반면 토마 피케티는 마르크스가 아닌데도 마르크스인 척하고 제러미 리프킨은 마르크스인데도 마르크가 아닌 척한다. 그들은 스스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그들에게 대중이 속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전부 마이클 샌델류의 '착한 개소리 상업주의' 안으로 고스란히 수렴된다. - p.185~186 


작가가 냉정해야 하는 것처럼, 그를 사랑하고 격려하는 독자들 역시 냉정해야 한다. 한 작가의 진정한 매니아란, 그의 작품들이 변화하는 궤적을 함께 따라가며 각자의 미적 감각과 기성의 가치관, 그리고 삶의 외양과 본질을 자체적으로 성찰해 나가는 지혜로운 이들을 뜻한다. 그들은 한 명의 작가로부터 도서관을 통째로 끄집어내려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 p.224~225


정말 훌륭한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그는 필사 대신에, 좋은 소설들을 읽음과 동시에 수천 편의 시를 암송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섭렵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고 지혜롭다. 그리고 문학의 골수가 아닌 활자 따위 베끼며 끙끙대신 시간에, 차라리 이런저런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삶의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 p.228~229


아무튼, 일급 시인 유하의 지적처럼, "시의 감식안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는 쓰기도 어렵지만 읽는 것도 만만한 예술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의 눈은 아흔아홉 번 얻었다가도 백 번 실명하기가 십상이다. 아직 미학적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어제와는 전혀 다른 멍청한 소리를 시에 대해 늘어 놓기도 하는 까닭이 그래서이다. 너무 지나친 단순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에 관한 치밀하고 세련된 안목이 있으면 그것은 문학과 철학 전반에 대한 안목이 있는 것이요, 종국엔 예술 전체에 관한 소양을 내재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를 예민하게 간직하고 있는 작가는, 누구보다 빨리 자기 예술의 지성과 감각의 몸 상태를 체크하여 큰 병이 나기 전에 치유할 수 있다. - p.238


"너무 같은 방법으로 일하는 예술가와 대가 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백하지 않으면서 예술가이기를 포기했다. 나쁜 걸 만들었다고 예술가이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모험을 무서워하는 순간에 예술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라고 일갈한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피바다에서 돌아와 패전 독일의 폐허 위에서 글을 썼던 하인리히 뵐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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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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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다양한 주제를 놓고도 이런 상상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수학이나 과학 분야에 취약하다 보니 그 분야의 책을 접하지 않게 되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문학과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이야기를 쓰다보니 조금이나마 그의 작품을 통해 접점이 없던 곳을 탐구하게 된다. 그의 모든 주제가 나에게는 생소한 체계의 이야기였지만 이번 신작 만큼은 조금이나마 접점이 있는 주제였기에 그의 책이 흥미로웠다.


 중학교 때 방학숙제였는지, 과학 숙제였는지 아무튼 그때,  한 주제를 놓고 마음이 맞는 아이들과 상의하여 주제에 관련된 곳을 찾아가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고 직접 체험한 내용을 담는 것이 과제였다. 그때 우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같이 '잠'과 뇌파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궁금하여 병원의 뇌파검사실에 가기 위해 공중 전화기에 달려있는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병원들을 일일이 찾아 전화를 했었다. 다행히 한 병원의 뇌파를 검사하시는 선생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녹음기를 가지고 가서 조용히 않아 잠이 들기 전 뇌파와 램수면에 이르기까지의 뇌파가 그려지는 파동을 보기도 했고, 간질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파가 어떻게 파동이 되는지 알아봤던 적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경한 경험이었고, 사람의 잠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나는 잠에 있어서는 예민한 편은 아니었다.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잤고, 꿈을 꾸더라도 일어나면 꾸었던 꿈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귀도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잠에 대해 예민하고, 중요한 일이 있거나 빨리 일어나야 할 때면 늘 선잠을 잘 정도로 잠에 대해서 예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수면을 취해야 하지만 과학이 발달되면 발달될수록 잠의 질은 더 나빠지는 것 같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삶에서 일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내지만 우리는 잠에 대해 잠시 휴식을 취할 뿐 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꿈을 꾸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지 혹은 잠을 자기 전의 개개인의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잠을 자도 한 사람은 편안하게 잠을 자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꿈에 시달린다. 수면의 질적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작가는 다양한 통찰을 통해 잠에 대해 이야기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 있는 '잠'이라는 소재를 통해 수면을 연구하는 카롤린과 그의 아들인 자크가 꿈속의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이다. 의대생인 자크 클라인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이자 수면을 연구하는 카롤린이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어 버린다. 수면에 대해 비밀리에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사고로 피실험자가 죽게 되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다음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자크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꿈속에서 20년 뒤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 나이든 그는 사라진 어머니의 위험을 알리지만 자크는 믿을 수 없어 무시하고 만다. 꿈속의 만남을 믿지 못하지만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꾸게 되고 '꿈의 민족'인 세노이족을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걸쳐져 있는 '잠'의 세계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무수한 상상력으로 꿈의 세계를 복기한다. 다채롭고도 무한정한 세계의 진실과 수면의 깊이를 풀어낸다. 이야기의 구조도 재밌있게 흘러가지만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잠의 중요성에 대해 다층적인 방면으로 '잠'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이 유익하고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꿈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수면의 다층적인 면면을 꿰뚫고 자크가 그의 어머니인 카롤린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담고 있는 2권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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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 호모 루덴스를 위한 철학사
정낙림 지음 / 책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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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에 대한 2500년 철학사.


 우리는 노는 것 보다 '노동'에 대한 가치를 더 우선시 한다. 뭐든 자신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크게 두는 반면 노는 것은 쉬는 것과 동일시 하거나 하위의 일로 치부하기도 한다. '노는 것도 잘하는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라고 어른들은 말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주 임무가 '공부'이기에 많은 이들이 '공부'에 열을 올린다. 정낙림 교수의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을 읽다보면 우리의 놀이 역사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지만 현대로 올수록 '당당하게' 놀이를 하는 이들이 많이 없다. 노는 것도 잘 해야 한다지만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만이 정말 재밌게 논다고 하던데 우리는 왜 노는 것에 그토록 관대하지 못하고 엄하게 사고를 규정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놀이 본능과 놀이 정신을 추적한 2500년 놀이의 철학사는 총 4부로 나뉘고 있는데 1부에서는 고대적 사유 유형으로 헤라클레이토스와 플라톤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에서는 근대철학에서의 놀이 이해로 칸트의 놀이 철학과 실러를 다루고 있으며, 3부에서는 현대철학의 놀이 이해로 니체와 하이데거, 가다머, 핑크, 비트겐슈타인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탈현대와 놀이의 질주라는 이름으로 현대예술과 놀이를 나루고 있으며 니체의 예술생리학과 반反예술운동과 생성의 놀이까지를 이야기한다. 부제로 호모 루덴를 위한 철학사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정낙림 교수가 집필한 한 권의 책은 그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놀이의 철학적 이해를 목표로 놀이에 대한 철학사적 의미 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플라톤에 따르면 예술의 기원은 모방이며, 모방을 이끄는 힘은 실재에 다가가려는 의지가 아니라 신체적 욕망과 감정이다. 이러한 모방욕망은 일종의 놀이이고 그것이 산출하는 것은 환영과 상상이다. 플라톤에서 회화는 모방의 가장 일차적인 형태이자 모든 예술의 기초로 간주된다. 회화는 감각적 대상을 시각으로 모방하는 것에서 비롯되며, 음악은 청각의 모방으로 나아간다. - p.92


사실, 몇몇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는 들어 봤으나 그들이 탐구하고 주장하고 있는 철학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 플라톤의 경우는 그가 말하고 있는 이데아의 개념을 내세워 '놀이하는 인간'을 말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놀이를 철학적 주제로 삼은 이는 헤라클레이토스다. 그의 단편인 B52를 나체, 하이데거, 가다머, 핑크가 주력으로 자신들의 철학에서 그의 책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많은 철학자들이 '놀이'하는 인간에 대해 탐구 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유적 명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그토록 놀이의 지위와 가치,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에 대해 이야기 되는 것들이 새롭게 읽힌다.


우리의 역사 또한 많은 놀이 문화가 있었지만 조선시대로 들어가면서 유교를 바탕으로 한 나라를 건립하다보니 지금까지 놀이 보다는 노동을 중시해왔고, 지금까지도 그런 인식이 변화되지 않고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충동과 건강한 놀이 문화, 고대 사람들이 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오롯하게 경기를 하면서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 올 수 있는가를 고대에서 부터 근대, 현대, 탈현대에 이르까지의 시간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수록된 책이다. 무엇보다 배척된 놀이의 과정을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갖는 본성과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과정의 면면을 깊이 있게 추적한다는 것에 있어 의미가 큰 책이라 할 수있다.


삶의 본질은 학문을 통해서 정당화 될 수 없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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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읽는 시간 - 내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다섯 가지 지혜에 대하여
유디트 글뤼크 지음, 이은미 옮김 / 해의시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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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힘. 


 ​ 자계서 만큼이나 안 읽는 책이 심리학 책이었다. 한 때 <설득의 심리학>(2002,21세기북스)이 굉장히 유행을 타고 있었고, 나도 그 물결을 따라 여러 권 책을 읽었다. 강산이 변할 만큼 오래 된 시간의 일이었지만 그 후 부터는 손길이 가지 않았고, 심리학 책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는데 지혜의 심리학 대가로 불리는 유디트 글뤼크의 <지혜를 읽는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재밌게 잘 읽힌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지혜로운' 어린이가 되자며 표어를 만들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지혜'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다. 그 무렵의 아이들 이름 중에서도 지혜가 많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지혜라는 단어 대신 더 강한 어조가 담긴 단어나 '뇌색남'처럼 말줄임이 많으면서도 톡톡튀는 언어로 대체되었다.


'지혜'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지혜로운 것인지 다섯가지 지혜에 대해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부제는 내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다섯가지 지혜에 대하며'지만 사람마다 '성공'이라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기에 성공이라는 단어를 내 마음대로 '삶의 풍요로움'으로 바꿔 생각해 보았다. 저자는 지혜를 나누는 다섯가지를 열린 마음, 감정 조절, 공감, 성찰, 통제 환상 극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더불어 지혜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지에 대한 통찰이 스며들어 들어 있는데, 각각의 사람들이 그 상황을 마주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 함께 더해져 삶에 있어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깊이하게 되었다.


내가 갖고 있는 성격들을 조금 이나마 녹일 수 있고, 지금껏 갖고 있던 철옹성 같은 내 신념들이 조금씩 다르게 움직일 때마다 달라지는 경험들, 생각들을 하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의 강점 만큼이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들을 보완해주는 이야기들이야 말로 '지혜'라는 이름의 탐구가 아닌가 싶다. 오롯하게 하나의 마음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나쁜 생각, 고집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버리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어떤 풍요로움과 관계를 정립하게 되는 것인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제일 좋았던 시간은 열린 마음과 공감에 관한 주제였고 지금껏 내가 다른 이들의 말을 얼마나 경청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돌이켜보게 만들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 역시 미처 드러내지 못한 마음과 생각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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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미학에 대한 개방성(미적추구)


미술, 연극, 문학, 그리고 음악에 대해 갖는 사람의 관심은 서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어떤 이는 예술에서 너무나도 감명받지만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왜 상상 속의 세계에 그토록 시간을 낭비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 p.62~63


· 행동에 대한 개방성(모험심)


번지점프부터 사파리 여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집적 체험해야만 하는 모험적인 사람들이 있다. 반면 매일의 출퇴근 길에서 우회하는 일조차 모험이 되는 이들도 있다. p.63


개방성은 천성적이며,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처럼 새롭고 익숙지 않은 상황을 접하게 될 때 여실히 드러난다. 더 개방적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며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고 생각하기에 기꺼이 이들과 마주한다. 이로써 그들이 세계관을 넓힐 가능성도 훨씬 더 높아진다. 반면에 덜 개방적인 사람은 새롭거나 낯선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겁이 나서 그럴 수도 있고 그저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 p.65


당신에게 재론의 여지가 전혀 없는 원칙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만약 당신의 신념이 너무도 간단해서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그 신념이 실제의 복잡한 현실에 적절하게 대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째서 내가 가진 신념을 다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지 그 까닭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 우리는 자신의 시각을 크게 확장해나갈 수 있다. - p.96~97


이 때문에 저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라는 말에 정말로 뭔가가 있다는 걸 배웠어요. 누군가가 이상하게 행동하면 그게 꼭 그사람이 이상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아요. 그저 그 사람이 이상한 삶, 이상한 상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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