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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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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여운이 깃든 책.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는 읽고, 또 읽어도 늘 깊은 여운을 가져다준다. 아마도 예전에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봤던 시절이라면 이미 어느 한 곳이 늘어나 보지 못했을 정도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은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더 리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원작소설이 워낙 탄탄해서 그런지 영화 또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는 언뜻 보기에는 나이가 많은 여자와 어린 소년의 로맨스가 담겨져 있는 소설 같다. 책을 매개로 소년인 미하일이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샤워하고 사랑하면서, 나란히 책을 읽는 과정들이 달큰하게 느껴지지만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문체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냉정과 열정이라는 감정의 온점들이 번갈아 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소년의 뜨거운 열정, 어른으로서의 느끼는 도덕적인 수치심, 한 여자로서 한 남자를 사랑하는 진심, 첫사랑. 말 못할 비밀. 다층적인 진실의 문들이 하나 둘 열릴 때 그들의 관계는 비밀스러우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두 사람에게 지우고 멀어진다.


잊지 못할 정도로 첫 만남과 이별이 그들의 가슴에 켜켜이 새겨졌던 것처럼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세상과 이별을 하는 엄마에게 아빠가 읽어주는 책이 바로 <책 읽어주는 남자>였다. 서로의 마음 속에 많은 말을 품고, 서로를 못내 놓치 못하고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대신하는 마음이 드라마 속에서 보여진다. 책 역시 이제는 어린 소년이 아닌 한 남자와 여자로 만나 다시 감정을 이어간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황혼 속에서 그녀와 함께 침대에 머물고 싶어서 더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그녀가 내 몸 위에서 잠이 들고마당의 톱질 소리도 잠들고지빠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그리고 부엌에 있는 물건들의 색깔 중에서 약간 밝거나 약간 어두운 잿빛 색조만이 남게 될 때면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 p.60~61

​첫사랑의 열병처럼 미하엘에게 한나는 잊을 수 없는 여자였다. 그들에게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뜨거웠던 감정은 한 사람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이었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나이차를 뛰어넘을 수 없는 감정들의 향연이었으나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그런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나와 미하엘의 공통분모인 동시에 독일인에게 필연적으로 껴안을 수 밖에 없는 중대한 사건을 한나의 과거로 집어 넣는다.


한 번의 만남과 이별은 그렇게 다시 두번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 어린 소년은 나이를 먹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 어른 남자의 모습으로 한나와 조우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한나의 요구로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그의 행동들이 어떤 의미였는가는 그제서야 안 미하엘. 시간이 지나 다시 그의 삶에 다가온 한나와 관계는 과연 미하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까.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미하엘의 감정이 손에 느껴지는 듯 하면서도 성큼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10년간 꾸준히 책을 읽고 녹음해 주는 미하엘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이야말로 노희경 작가가 쓴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제목이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의 내용도 슬펐지만 책을 낭독하는 장면이 너무나 슬퍼 다시금 옮겨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도 따라 일어섰다우리는 서로 바라보았다이미 벨이 두 번이나 울린 상태였다다른 여자들은 벌써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그녀의 두 눈은 다시 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나는 그녀를 두 팔로 안았다그러나 그녀의 감촉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잘 가꼬마야.”

당신도 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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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 제4차 산업혁명, 경제의 모든 것이 바뀐다
케일럼 체이스 지음, 신동숙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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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 뒤에 서있는 인간과 미래의 이야기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는 본래 함숫값이 무한이 되는 변숫값을 의미하는 수학 및 물리학 용어였다. 대표적인 예로 물질의 밀도가 무한히 높아지는 블랙홀의 중심을 들 수 있는데, 특이점에 도달하면 기존의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다음을 예측하기가 평소보다 더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이 말이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 p.17


불과 30년 전만 해도 우리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이 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라도 했을까? 컴퓨터가 만들어진지는 오래되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보급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사람의 손이 그 일을 다 해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신문사에 인쇄를 할 때 하나하나 활자를 찾아 교정 교열을 맞추던 이들은 사라졌고,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써서 신문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좋아져서 직업이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티비나 책을 봤지만 제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 한 두분야의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질 위험이 생겨난다. 즉, 인간이 더 이상 노동을 하며 돈을 벌 수 없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과 기계가 대신하는 사회로 접어든 시대를 맞이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진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일의 효율성을 지금껏 인간이 일해왔던 모든 것 보다 빨라지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발전시킨 인간의 뒤에는 더이상 일할 공간이 사라져 간다는 점에 있어서는 위협이라 할만큼 생사가 오가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이 많지만 우리는 정년이라는 이유로 많은 회사나 기업들이 정년퇴직을 하기를 권고한다. 일을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는 사회. 인간의 경제성 보다 기계로 일을 했을 때 인건비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기업에 이윤이 많이 남는다면 우리가 우려한대로 미래에는 인간의 손 보다는 기계를 써서 운영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케일럼 체이스는 그런 점을 대비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그는 산업혁명, 정보혁명, 자동화의 발자취, 러다이트 오류등 자동화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2장에서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학자와 전문가들의 연구를 보고,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혀낸다.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인공지능이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보는 동시에 직업이 갖는 미래와 무엇이 다른지 고민한다. 3장에서는 이전에 겪었던 시대의 변화에 대해 진단하고 있으며, 4장에서는 그에 따른 해결해야 할 문제에 생각한다. 경기 위축, 소득과 재산의 분배, 삶의 의미, 재화의 배분, 결속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5장에서는 그런 문제에도 그런 시대가 왔을 때 보여지는 시나리오를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핵심적인 논거와 두 가지 특이점을 생각하며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언인지 결론을 맺는다.


그의 말대로 무조건으로 겁을 먹기 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계가 너무 인간과 닮아있고, 앞으로 인간을 위협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전에 방영했던 '알쓸신잡 1'에서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그런점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사람이 인지하는 모든 감정들을 인지 할 수 없다고 했다.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되어 있지만 기계가 아직 인간처럼 희노애락을 표현하기까지는 힘이 든다는 말을 기억한다. 인간화 될 수 없지만 요즘도 많은 농촌에서는 사람의 인력을 구하는 대신 기계가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아직 시범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인력난이나 기계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 앞으로 대중화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과학 기술의 연구 중에서 어떤 연구를 멈추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두번째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고, 계속해서 진화해는 과정을 멈추는 것이야 말로 그 누구도 거부 할 수 없기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점점 발전되고, 서서히 기계화 되는 요즘 우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말고 생각해보자는 그의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이 당장 우리의 눈앞에서 불도저처럼 확실하게 밀고가지는 않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는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많은 경제서들이 4차혁명을 이야기 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마주 할 상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에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간이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기계화를 조금 더 넓혀가는 방안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무조건적인 신뢰 보다는 보편적으로 우리가 사용함으로 갖는 편리함 뒤에 악용되는 사례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에게 인류에 기여하는 의미로 핸드메이드 상품을 사라고 호소하는 방법은, 기계가 만든 물건이 값도 훨씬 싸고 질도 좋다면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거용이 위축되는 시대가 오면 사람들 대부분이 소비 활동에서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 p.220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을 따져보며 그는 경기 침체와 수요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인 문제들이 비집고 들어서면 우리는 어느새 낭떨어지에 발을 디디고 서 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특이점을 넘어서 인간과 기계와 매치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그는 견고하게 견주어 생각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시류의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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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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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철학, 철학 속의 문학의 교집합.


 이야기가 들어간 분야는 무엇이든지 다 재밌게 읽힌다. 소설, 시. 에세이, 드라마, 영화 이 모든 주제는 문학 속에 있고, 어떤 이야기이든 문학이라면 다채롭게 읽어나갈 수 있지만 '철학'이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대학생 때 철학 강의를 듣고 싶어서 강의를 들었다가 한 한기 동안 이 강의가 외국어처럼 들려왔다. 시를 접했을 때처럼 철학의 높낮이를 높게 듣다보니 철학이 무서워졌다. 그래서 무엇이든 철학이 들어가면 우선 피하고 본다. 아무리 철학에 관한 책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늘 어렵다는 생각은 떨쳐 버릴 수가 없었는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은 문학이 가미 되어 있어서 그런지 언급된 책을 접하지 않아도 재밌게 읽힌다.


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와 작품들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시작으로 볼테르<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톨스토이<이반 일리치의 죽음>, 제임스 조이스<젊은 예술가의 초상>, 헤르만 헤세 <싯타르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다룬다. 만만찮은 라인업이다. 작가의 이름은 모두 들어봤고,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름이지만 작품에 있어서는 몇몇 작품을 읽어본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 많다. 책을 읽기 전에 프리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지만 로쟈의 글은 각 책속에서 보여주는 '무엇'을 찾는 책이다. 윤리, 악, 인간의 본질, 인생의 의미, 예술, 깨달음, 성등 다양한 물음들이 존재한다.


그가 대표적으로 말한 작품 이외에도 문학 속에 그려지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 물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철학을 늘, 어렵게 생각하고 좋아하지 않아도 근원적인 물음에 닿고 만다. 사람이 사는 삶의 모양이 각자 다 다르더라도 삶에 있어서 보편적인 가치와 결합은 늘 인간의 삶의 교집합을 이루기 마련이다. 그것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냐에 대한 타이밍만 다를 뿐 근원적인 질문은 누구나 다 하고 있다. 그는 이런 대표적인 문학들을 선별하면서 그것을 더해 철학적인 해석과 다른 독해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소포클래스의 <안티고네>를 다루고 있으면서 그는 헤겔의 해석과 다른 독해의 가능성을 다룬 것처럼 각 장에서 보여주는 문학과 철학의 해석은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처럼 보이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학 속의 철학'은 박이문 선생의 많은 저작 가운데 하나를 따서 만든 제목이라고 한다. 저자 역시 대학생 때 철학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여러번 접한 끝에 박이문 선생의 글을 읽고 인상깊었기에 그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했다. 이 주제를 가지고 그는 2015년에 푸른역사아카데미에 강의한 것을 모아 담았기에 강의를 듣듯 재밌게 읽히는 부분도 있지만 문학 속의 철학이 등장하면 서로를 '의식'하고 읽게 된다. 서로를 의식해서 읽어서 조금 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지만 홀로 철학을 읽는 것 보다는 서스럼없이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문학을 넘어 인문학, 철학이 베어져 나와 책을 더 깊이, 면민히 볼 수 있게 하는 눈을 가지게 해준다.


언젠가부터 문학을 읽다보면 늘, 철학책이 읽고 싶어졌다. 미술책이나 인문학책, 과학책을 읽어도 마지막으로 귀결되는 것은 철학이다. 무슨 분야의 책을 읽든 기승전철학이다. 철학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끼다 보니 읽고는 싶은데 이해가 딸리고, 읽더라도 수 많은 철학자들의 이론을 쉬이 캐치하기 어렵다. 많은 것을 사유하고 느낄 수 있는 철학의 면면은 어렵지만 로쟈와 함께 세계의 문학을 접하며 읽는 깊은 사유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문학 속에 들어있는 명제들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문학과 철학의 만남은 어색하면서도 인간의 삶에 있어 교집합이라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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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1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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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정 말기의 격동의 시간들.


​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카이사르의 등장은 처음부터 화려하게 불붙지 않았다. 콜린 매컬로가 그리는 카이사르의 모습은 시오노 나나미가 그린 영웅 카이사르의 모습 보다는 훨씬 더 민낯을 잘 보여준다. 그의 삶에 있어 위기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도 있었지만 정치적인 정략가로서 우뚝 서기도 했다. 마스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한 권씩 읽어나가면서 하나 둘 사라지는 인물들의 그림자 속에서는 처음부터 불화산 처럼 막강한 권력으로 로마의 일인자를 차지하는 이들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 그들의 그림자가 하나 둘 사라졌다. 왕성했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그들은 젊은 청년의 호랑이 기운은 어디로 가고 늙은 패장으로 목숨을 잃어 나가듯 카이사르의 삶의 여정 또한 청년의 모습이 아닌 어느덧 나이든 중년의 매력적인 정치가이자 군인의 모습으로 나아간다.


<시월의 말>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인 남자이고, 클레오파트라가 마음을 다준 남자로 표현되지만 그녀는 그와의 간극을 확실히 알고 있다. 자신은 몸과 마음을 다해 그를 섬기지만, 그의 심장에는 사랑하는 어린 아내와 그의 딸을 항상 그리워하고 있음을 느낀다. 비록 그들은 죽었지만 그의 심장 속에 숨어있다고 클레오파트라는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그와의 사랑으로 아이를 품고 있다.


우리는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그의 숙적인 폼페이우스, 카토, 키케로, 브루투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시작과 끝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콜린 매컬로가 그리는 그의 여생과 로마의 이야기가 어떻게 엮어나가는지 궁금해 읽고, 또 읽게 됨으로서 바뀌지 않은 역사의 시간 속으로 쑤욱 빨려든다. 많은 인물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갔던 인물은 역시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지만 브르투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전조가 되는 현상은 이미 책 속에서 여기저기 누수의 틈들이 보여진다. 비극적이게도 그의 많은 수하들이 이미 브루투스의 됨됨이를 알고 있지만, 카이사르가 총애하는 사람이기에 섣불리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를 대변해 주는 단어는 이미 누군가에게 칼날을 드리울지 알게 되기에 읽는 내내 카이사르가 보이지 않는 정적을 알아보는 시아를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화정의 말기는 아직까지도 활기는 가져다 주지만 언제 불이 꺼질지 모르는 불안감 또한 가져다 준다. 내전이 일어나고 카이사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해 정적들을 해치운다. 로마의 저력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에게 반기를 내세운 적이라도 순순히 항복하면 그들을 몰살시키지 않고, 선의를 베푼다. 그런 점들이 로마제국을 강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강력한 시스템들이 보이지 않게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어느 시대건 시작과 끝을 보게 되는 건 늘 아쉽다. 특히나 격동의 시간이라는 것은 힘을 받치고 있는 인물이 있기에 아직까지는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지만 주춧돌이 빠진다면 다음 후계자가 어떤 식으로 막아갈지 그는 고민스럽기도 하다. 대단하고 대단했던 카이사르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면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그는 왜 진단하지 못했을까.


강력하지만 미세한 불안감이 느껴지는 시월의 말은 그럼에도 한 사내의 성품과 사랑이 드러나는 동시에 나라 안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뒤섞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계속 읽게 된다.이제 마지막 7부만이 남아있다. 긴 시간동안 시리즈의 마지막을 이끌어온 콜린 매컬로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그 마지막을 보고 싶으면서도 시리즈의 끝이 보인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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