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의 위로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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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느 순간이나 말을 걸어주는 책들.


 집에서 외출을 할 때 최대한 가방을 가볍게 하고 나가려면 좋으련만 늘, 가방을 묵직하게 들고간다. 무게의 원흉은 단연 책이다.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인지 아니면 베개를 잘 못 베고 자서 그런지 팔과 어깨, 등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픔에도 가방 속에 한 두권의 책을 기어코 넣고 만다. 어느 때는 책을 아직 고르지 못해 밖에 나갈 시간을 늦춘 적도 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좋아 책을 읽게 되었고, 비어버린 시간을 메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면, 이제는 그 어떤 순간에도 책과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동화가 된 것인지 아니면 책의 매력에 못 벗어난 것인지 몰라도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책 속에 걸어가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주인공들과 만날 때면 외롭지 않았다.


살아보지 못한 그들의 삶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끊을 수 없는 탄산음료처럼 그들의 일생을 단숨에 마셔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김빠진 사이다처럼 밍밍한 맛을 음미하면서도 빠져 나올 수 없었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는 책장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아가는 것도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그 시간이 더없이 좋았다.


<책장의 위로>는 <달빛 책방>(2011, 나무수)의 개정판인 책이다. 그녀의 첫 책으로 쓰여진 <달빛 책방>의 이야기가 조금 덜어져 새옷을 다시 입고 나온 이 책은 책 속에 책을 만나는 책이다. 책과 함께 멋진 BGM과 함께. 책과 음악은 좋은 동반자다. 책을 읽으면서도 동시에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친구이자 서로의 촉매제다. 때론 둘다 몰입하면 한쪽으로 치우쳐지긴 하지만. 책 속의 책이다 보니 장바구니에 채운 책들의 책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이 어느 경계선 없이 맘껏 드러난다.


언제, 어느 순간 읽어도 좋을 책을 소개하고, 책에 얽힌 일화를 통해 일상을 그리는 이 책은 더없이 다정하다. 때론 일상의 일기와도 같고, 때로는 연애일지 같이 느껴진다. 개인의 감정의 콘트롤을 누군가 섬세하게 주파수를 맞추어 줄 수 없을 대 우리는 책을 통해 그 미묘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간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뾰족하게 돋았던 감정들이 사그러들기도 하고, 때론 내가 이런 감정을 갖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리한 면면을 마주하게 만든다. 때론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주인공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상의 혹은 최악의 만남들. 각각의 상황 보다 그런 캐릭터들을 만나고 나면 팔래트처럼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읽었던 책도 있지만 읽으려고 책장 가득 책을 꽂아두고 본 책들이 더 많은 리스트였다. 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이 쓴 이야기가 두려워 아직 접하지 못했던 책들을 마주하고, 읽었지만 그들의 사견들을 이해하지 못해 한 번더 읽어보고 싶다는 책의 리스트를 접하면서 다시금 그 책들을 떠올렸다. 좋은 책은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어느 독서가의 책장에 한 권쯤 꽂아 있는 것처럼 만나고, 만났던, 만나야만 하는 책들을 마주하는 책들을 늦은밤 서가의 책들을 꺼내 읽고 싶을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책이다. 그래서 더 책을 마주하고 싶음 마음 가득 서가를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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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안과 겉》,《결혼· 여름》등의 에세이는 <GQ> 칼럼보다 섹시하며 《이방인》,《전락》, 《페스트》같은 소설은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잔인할 정도로 아름답다. 가난과 햇빛으로 다져진 카뮈의 문장은 문학적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이다. 모두 그의 성실성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나는 《이방인》 외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내일의 햇볕을 받기 위해 단단한 잠을 청하는 일만 남았다. - P.133


파스칼 키냐르의 '한 권의 책을 펼치면, 갑자기 목소리라는 질료 없이도, 침묵하는 기록만으로도 일거에 책으로부터, 침묵에서부터, 책의 침묵 곁으로, 영혼 안으로 강렬한 한 세계가 솟아올랐다' - P.182


불행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복할 때 폭넓은 관심사를 기르는 것이 현명하다. 음주와 마약이 아닌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해보자. - P.219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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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말들 -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배움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설흔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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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난향이 나는 글묶음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은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쓰여져 언뜻 부적처럼 보여진다. 학생 때만 공부를 하는 것인지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삶에 있어서 공부는 늘 하는 것이었고, 하면서도 늘 부족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부적' 처럼 보이는 이 책의 표지의 인상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설흔 작가가 <공부의 말들>은 박지원, 정약용, 이덕무, 박제가, 이황, 이이, 이익, 이용휴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의 금빛 같은 말이 묶여져 있는 책이다. 명화를 바라보듯 그들의 일화는 읽고 또 읽어도 참 좋다. 예전에는 정약용, 이덕무의 글을 즐겨 읽었지만 요즘은 박지원, 이황, 이이등 이 책에서 작가에 의해 찬조 출연하는 많은 선비들의 글이 향기롭게 읽힌다.


글 속에 묻어나는 그들의 이야기는 향기로움을 넘어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정겨움과 재미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부러움과 그들의 지혜에 탄복하는 저자의 이야기까지 곁들여 있는 책이다. 책의 무게는 가볍지만 책 속에 들어있는 글귀들은 가볍지 않고, 저만치 날라가 있는 마음을 다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고전도 곧잘 읽었음에도 요즘은 한 분야의 책만 들입다 읽다보니 보는 시각이 그리 넓지 않아도 느끼기는 했지만 이토록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은 글귀를 통해 떠올리게 되었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은 다시금 떠올려 날라가지 못하도록 꽉 잡아 놓았다. 살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 하게 될 때가 많고, 그럴 때면 남 보다는 나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 같으면 하지 않았을 일들, 상황들, 말들에 의해 생채기를 입게 되는데 그것이 나로 하여금 발생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자꾸만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타인과의 마주침이나 생각들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되고 서로 회피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수 많은 실패들이 나중에 약이 되고 그로 하여금 성장하는 것이라니.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찬조 출연한 그들의 일화 만큼이나 그들의 일화를 엮어 글을 더한 저자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가볍게 한 템포쯤 쉬면서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지만 읽으면서 내내 미소를 더한 책이다. 워밍업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길을 잃어버리거나 마음의 짠내가 많이 묻어났을 때 읽는다면 더없이 힘이 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서문에 쓰여진 글처럼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렸을 때 나침반으로 쓰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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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득한 방에 '소완정'素玩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박지원을 초대했다. 대가의 칭찬과 격려에 대한 기대로 그의 심장은 어린 강아리 처럼 빠르게 뛰었으리라. 박지원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물속의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네. 그 이유를 아는가?" 심상찮은 질문엔 묵묵부답이 올바른 응대이다. 이서구는 입을 다물었고 박지원은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보이는 게 다 물이니 그런 게지." 물은 곧 책이다. 책으로 가득한 방에서는 책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 P.13


박지원은 방 바깥에서 방 안을 보았고, 이옥은 방 안에서 방 바깥을 보았다. 둘의 공통점, 두 사람 모두 책에 의존하지 않은 채 불멸의 글을 남겼다. 그러고 보면 방 안과 방 바깥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정신이 살아 있다면 눈과 몸의 위치 따위는, 그리고 눈과 몸을 보조하기 위한 수백, 수천 권의 책은 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겠다. - P.15


이황은 젊은 벗이자 만만치 않은 적수였던 기대승에게 이렇게 썼다. "진정한 굳셈과 용기는 제 주장을 강하게 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고 상대의 올바른 말을 그 즉시 따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굳셈과 용기이지요."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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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수학자 - 캔버스에 숨겨진 수학의 묘수를 풀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광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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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보이는 수학적 원리.


 ​예전에는 아무리 유명한 명화도 누가 그렸는지, 어떤 제목의 그림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미술책을 보게 되었고, 보다보니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운 분야였다. 똑같은 그림을 보아도 그림에 대한 다층적인 면들과 작품에 대한 얽힌 이야기에서부터 그 그림을 화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 폭의 캔버스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화수분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자꾸만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며 그림을, 화가의 작품을 보게 되었고, 각기 다른 분야의 시선으로 미술관에 다녀간 화학자, 의학자, 인문학자에 이어 수학자 시리즈인 어바웃어북의 지식 교양 총서인 미·지·인 시리즈를 좋아한다.


<미술관에 간 의학자> 시리즈를 재밌게 읽어서 그런지 이번 <미술관에 간 수학자>편이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수학 원리에 약한 나는 이 책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림이 이토록 수학적인 원리로 점과 선 면과 색을 표현해 냈고 원근법과 대칭으로 그려내다니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분명 이 모든 것을 숙지하고 그렸을 것이라 생각하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놀랍게 느껴졌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 역시 말하지 않아도 이것이 동양의 그림인지 서양인지 그림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우리의 그림이 먼 것과 가까운 것의 차이를 두지 않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와 마사초의 작품 '성삼위일체'를 비교해 보는 그림도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서양의 많은 그림들을 보면 마치 조각을 보는 것처럼 공간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 그림이라는 것을 놀란 적이 있는데 반해 우리의 그림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듯 여백을 중시하면서도 공간감있게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잘 그린 그림에서 보여지는 소설점이나 원근법, 황금 비율의 원리를 <미술관에 간 수학자>에서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 몬드리안의 그림이나 마그리트, 카유보트등 시대의 미술을 그린 이들의 그림의 원리는 산술과 기하였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소 역시 황금비율로 그려진 그림이고 각각의 그림 속에서 보여지는 비율 속에서 또렷하게 그려지는 어떤 도형들이 이 면, 저 면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그림이 원리가 인간이 가장 구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황금비를 통해 나타내고, 그것에 대해 또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미 예술을 통해 미의 시선이 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들이 쌓아온 많은 걸작들이 걸어온 길을 파헤쳐 보면 그림의 원리가 수학적으로 증명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손길에서 다시금 보이지 않는 수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재밌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전과 달리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면에서는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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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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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는 책을 보는 것이 표지, 제목, 저자의 이름을 보고 나서 책을 읽었다. 각 상황에 따라 순서는 달랐지만 책의 내용만 살폈는데, 요즘은 책을 읽기 전 혹은 책을 읽은 후에는 어떤 제본의 형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에이전시는 어디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기도 하고 저자의 이력이나 번역자의 이력을 살펴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이 초판본인지 아니면 몇 쇄를 찍고 누가 이 책을 만들었는지 판권란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한다. 그들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내가 보는 이 책을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판권란의 이름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수고했던 이들의 이름이 하나 둘 박혀 있는 것처럼 책 역시 그들의 수고로움을 판권란에 담았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책을 읽다보면 판권란 역시 출판사의 개성이 담겨져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적어놓은 것이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다. 작가의 글쓰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원고가 나오게 되는 이야기를 1장에 써놓았다면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여진 책을 계약해 가져오는 과정인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2장에 담았다. 3장은 원고가 편집자의 손으로 넘어가 다듬어지는 과정인 교정과 교열의 시간을 담고 있는데 이때부터는 편집자가 매의 눈으로 오류가 되는 부분을 짚어가는 과정 오탈자들을 찾아내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 4장은 서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5장은 작가의 이름이나 책의 내용만큼이나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6장은 어떤 종이를 써서 출판을 할 것인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렇게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면 드디어 7장에서는 인쇄를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 종이를 책으로 묶는 제본의 과정을 다룬다.

얼마 전에 채널을 돌리다가 일본의 진보초 거리에서 도서 축제를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스페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처음부터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프로였고,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진보초 거리에 가서 책을 구매하고, 고서점 거리에서 자신이 구하고픈 책들을 찾아 읽는 사람들을 인터뷰 하기도 했다. 요즘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제는 다들 손바닥만한 사각형 기계에 정신이 팔려 그것만 계속해서 들여다볼뿐 책을 잘 보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도 전자책을 읽는 것 보다는 종이책이 좋아 책을 읽고, 사고, 또 읽으면서 종이책이 가진 매력에 빠져있다.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각 장마다 가볍게 그려내고 있어 읽는 내내 페이지가 휘리릭 넘어갈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저자가 예로 든 일본의 출판사가 문고본의 이름이 다소 생소했지만 각 출판사에 계약된 저자의 이름이 가끔씩 등장할 때마다 몇몇 작가의 이름이 반가웠고, 그들이 쓴 원고를 다른 이의 손으로 만지고 만져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깐깐하고 빈틈이 없는 작업이었다. 우리나라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투닥투닥 조각칼로 만들어내는 장인들과도 같았다. 고단하면서도 때론 지난한 작업이지만 투박한 원고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만드는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스럽게 들린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 책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마법의 책이기도 하고, 책을 더 아껴가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던 책이다. 이전보다 더 진지하게 꼼꼼하게 책을 읽고 더 깊이 생각해야겠다는 반성 아닌 반성을 했지만 무엇보다 각 페이지의 글들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포스트 잇을 붙이다 보니 페이지 곳곳마다 붉은 꽃이 핀것 같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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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책을 끝까지 읽기 위해서는 참을성이 필요하거든요.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두 페이지 정도 읽지 않으면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일단 책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금방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음에는 자기가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를 수 있게 되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고르는 행위는 생각하고 혼자서 깨닫고 행동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자세 그 자체가 아닐까요?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쁨은 아이에겐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 거예요." - p.19~20


"우리 어렸을 땐 책이 귀해서 모두 활자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이와나미문고였나 뭐였나, 뜻도 모르면서 한자 옆의 히라가나를 더듬어가며 읽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산더미 같은 활자와 정보에 배가 잔뜩 불러 있잖아요? 배가 부른 아이에게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 참 힘든 일이죠.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던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읽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책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임은 무거운 거예요." - p.21~22


"수평선이란 배니싱 포인트(vanishing point, 소실점)지요. 배에서 보든 높은 산에서 보든 반드시 눈높이가 있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 점이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에 있든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 p.39


"시도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지 마라." 터틀사의 창업자이자 숙부 찰스 터틀의 말버릇이었다. 이말을 가장 절실하게 느낀 건 학생 시절 광고 계약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계속 문전박대를 당했을 때였다고 한다. 그는 한밤중이 다되어서야 서른한 번째 집에서 스테이크하우스 여주인과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Keep Tryig, 계속 도전하라. 누군가가 웃어준다." 그때부터 그는 이 말을 인생의 버팀목으로 삼아왔다. - p.63


"지금 출판업계에서는 비생상적인 교열부문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열부야말로 출판사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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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학과시험 제2종 운전면허 + 1000문항 도로교통공단 100%출제 - 정답을 색으로 이해하는 기억법
도로교통공단 지음 / 한솔아카데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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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문항의 답만 기억하라!


 운전면허증을 따야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올해 실행에 옮겨보려고 한다. 1종과 2종을 고민한 끝에 2종을 따려고 보니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지 막막했다. <2018년 학과시험 제2종 운전면허+1000문항 도로교통공단 100%출제> 문제집은 학생때 풀던 문제집이 아닌 정답을 색으로 표기해 놓고 색답을 외우는 기억법으로 공부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답만 쏙쏙 외우다 보니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온다.


학과 시험은 총 1000문항으로 1종은 70점 2종은 60점이 합격이다. 문제 유형은 문장형 700문항, 사진형 100문항, 일러스트형 85문항, 안전표지 100문항, 동영상형 15문항이다. 4지 선답 중 답을 하나 찾는 것과 두개 찾는 것, 5지 선답 중 답 하나와 두개 찾는 형식이다. 그 중에 문장형이 가장 출제 비율이 놓고, 그 다음으로는 일러스트형 문제 유형이 가장 비율을 많이 차지한다. 무엇보다 두 유형의 문제들은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운전자의 마음가짐이나 자동차에 관한 문제들, 안전운행이나 도로 상황에 대한 것들을 다층적으로 물어보기 때문에 꼼꼼하게 공부해야 하는 유형의 문제들이다. 차를 운전하는 것에 있어서 스스로 해보고자 했던 생각들이 없었기에 그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설렁설렁 지났던 길을 다시금 보게 되는 것 같다. 차를 타고 보는 도로 표지판이나 안내표시, 각각의 도로 상황들을 보면서 공부한 것들을 다시 복습해 본다.

 


예전에는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이 쉬웠지만 다시 시험을 어렵게 만들면서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졌지만 운전을 하는 만큼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보는 동시에 주행연습까지 해서 빨리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싶다. 어렸을 때 엄마가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는데 뒤늦게 그 공부를 내가 하게 되었다. 정답만 달달 외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본다면 가뿐하게 필기시험에 합격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유의깊게 보기는 했지만 이토록 많은 주의표지와 규제표지, 지시표지, 보조표지, 표지만 노면표지, 신호기와 신호등 사용법이 있는지 몰랐다. 이제는 절로 공부한 표지판들을 보며 내가 외운 것들이 맞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본다. 쪽집게 문제집인 동시에 100%시험을 합격하기 위한 책으로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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