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의 위로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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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느 순간이나 말을 걸어주는 책들.


 집에서 외출을 할 때 최대한 가방을 가볍게 하고 나가려면 좋으련만 늘, 가방을 묵직하게 들고간다. 무게의 원흉은 단연 책이다.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인지 아니면 베개를 잘 못 베고 자서 그런지 팔과 어깨, 등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픔에도 가방 속에 한 두권의 책을 기어코 넣고 만다. 어느 때는 책을 아직 고르지 못해 밖에 나갈 시간을 늦춘 적도 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좋아 책을 읽게 되었고, 비어버린 시간을 메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면, 이제는 그 어떤 순간에도 책과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동화가 된 것인지 아니면 책의 매력에 못 벗어난 것인지 몰라도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책 속에 걸어가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주인공들과 만날 때면 외롭지 않았다.


살아보지 못한 그들의 삶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끊을 수 없는 탄산음료처럼 그들의 일생을 단숨에 마셔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김빠진 사이다처럼 밍밍한 맛을 음미하면서도 빠져 나올 수 없었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는 책장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아가는 것도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그 시간이 더없이 좋았다.


<책장의 위로>는 <달빛 책방>(2011, 나무수)의 개정판인 책이다. 그녀의 첫 책으로 쓰여진 <달빛 책방>의 이야기가 조금 덜어져 새옷을 다시 입고 나온 이 책은 책 속에 책을 만나는 책이다. 책과 함께 멋진 BGM과 함께. 책과 음악은 좋은 동반자다. 책을 읽으면서도 동시에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친구이자 서로의 촉매제다. 때론 둘다 몰입하면 한쪽으로 치우쳐지긴 하지만. 책 속의 책이다 보니 장바구니에 채운 책들의 책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이 어느 경계선 없이 맘껏 드러난다.


언제, 어느 순간 읽어도 좋을 책을 소개하고, 책에 얽힌 일화를 통해 일상을 그리는 이 책은 더없이 다정하다. 때론 일상의 일기와도 같고, 때로는 연애일지 같이 느껴진다. 개인의 감정의 콘트롤을 누군가 섬세하게 주파수를 맞추어 줄 수 없을 대 우리는 책을 통해 그 미묘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간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뾰족하게 돋았던 감정들이 사그러들기도 하고, 때론 내가 이런 감정을 갖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리한 면면을 마주하게 만든다. 때론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주인공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상의 혹은 최악의 만남들. 각각의 상황 보다 그런 캐릭터들을 만나고 나면 팔래트처럼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읽었던 책도 있지만 읽으려고 책장 가득 책을 꽂아두고 본 책들이 더 많은 리스트였다. 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이 쓴 이야기가 두려워 아직 접하지 못했던 책들을 마주하고, 읽었지만 그들의 사견들을 이해하지 못해 한 번더 읽어보고 싶다는 책의 리스트를 접하면서 다시금 그 책들을 떠올렸다. 좋은 책은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어느 독서가의 책장에 한 권쯤 꽂아 있는 것처럼 만나고, 만났던, 만나야만 하는 책들을 마주하는 책들을 늦은밤 서가의 책들을 꺼내 읽고 싶을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책이다. 그래서 더 책을 마주하고 싶음 마음 가득 서가를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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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안과 겉》,《결혼· 여름》등의 에세이는 <GQ> 칼럼보다 섹시하며 《이방인》,《전락》, 《페스트》같은 소설은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잔인할 정도로 아름답다. 가난과 햇빛으로 다져진 카뮈의 문장은 문학적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이다. 모두 그의 성실성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나는 《이방인》 외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내일의 햇볕을 받기 위해 단단한 잠을 청하는 일만 남았다. - P.133


파스칼 키냐르의 '한 권의 책을 펼치면, 갑자기 목소리라는 질료 없이도, 침묵하는 기록만으로도 일거에 책으로부터, 침묵에서부터, 책의 침묵 곁으로, 영혼 안으로 강렬한 한 세계가 솟아올랐다' - P.182


불행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복할 때 폭넓은 관심사를 기르는 것이 현명하다. 음주와 마약이 아닌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해보자. - P.219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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