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페이션트 에디션 D(desire) 14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원작소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로 처음 <잉글릴시 페이션트>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 되었을 때는 초등학생이라 그의 영화에 관심을 갖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이 작품을 알게 되었지만, 영화의 원작소설은 마이클 온다치가 썼다. 그책에서 2010년에 출간했지만 올해 새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책 시리즈 중 에디션 D 시리즈의 작품을 눈여겨 보고 있고, 이전에 이 시리즈로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도 접했기에 이번 시리즈에 편입된 마이클 온다치의 작품이 더없이 반가웠다. 전부터 읽어보겠다고 콕 찜해 놓았다가, 다른 책들을 읽는다고 잊어버렸는데 다시 재출간되면서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옛 친구를 보는 것마냥 반갑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전신에 화상을 입은 영국인 남자가 누워있고, 그 남자를 혼신의 힘을 다해 돌보는 간호사 해나와 연합군의 스파이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카라바지오와 군대에서 폭탄처리 임무를 담당하는 킵까지. 영화는 물론이고, 영화의 원작인 이 소설 또한 '맨부상' 수상작으로 전쟁과 사랑, 상처와 치유라는 이름으로 네 사람의 이야기가 엮어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묶어졌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지만 '전쟁'이라는 참혹한 배경 아래 겪을 수 없는 상처로 말미암은 그들이 어떤 상처를 겪고, 그 시간 속에서 일어났던 남자와 여자의 끌림이 사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실되게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각기 다른 환경적 배경에서 그들이 겪었을 문제들을 다루고, 어떻게 그 혹독한 시간들을 지나왔는지를 마이클 온다체는 다층적인 설정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영화에서는 알마시와 캐서린의 사랑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원작소설에서는 이보다 더 깊고,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강인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전쟁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마이클 온다치가 그리는 인물의 서사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을 마주 하면서 상상 이상의 나락으로 다다랐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전쟁이라는 무대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극한으로 보여주고, 대립점에 섰을 때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주는 애틋함이 때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인식하게 하는 구도로서 다시금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바라보게 만든다.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는 될 수 있으면 소설을 먼저 읽어 본 후에 영화를 보려고 하는 편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면 원작소설을 읽었을 때 자꾸만 배우의 얼굴이 떠올라 집중이 안되거나, 원작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에 실망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가 더 보고 싶어졌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각기 다른 헌신과 배신,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웠던 것도 역시 그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선연하게 그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대했던 만큼 잔상이 많이 남았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깨진 유리창 법칙 -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
마이클 레빈 지음, 이영숙.김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차이가 운명을 바꾼다.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12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마도 몇 십년이 지나도 그가 주장하고 있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여전히 중요하게 쓰일 것이다. 비지니스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 규칙이 맞지 않아 도태되거나, 잊어버리지만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작되는 시점이 아닌 어느 정도 안정기 들어서면서부터 겪는 이야기다. 사소하다 생각되는 미세한 틈이 결국 넓어져서 치명적으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게된다. 입지적으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하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그것도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이 책잡히면서 사람들이 점점 뜸해지고, 이내 그의 사업은 점점 하락세를 맞게 된다.


사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로서 생각해보면 그가 말하고 있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쉽게 인식하고, 선택하는 것이지만 사업을 하는 이에게는 그런 세밀한 안테나가 심어지지 않으면 점차 비지니스의 입지조차 같은 자리를 맴돈다. 어떤 광고에서 이야기하듯 작은 디테일이 명품을 만든다는 이야기처럼 사소한 것 한 가지라도 똑부러지게 차이를 둔다면 기업을 하는데 있어 생존에 있어서도 큰 번영을 두리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기업은 그 만큼 작은 차이에서 명확한 선을 두었고, 그것을 경영철학으로 받들었기에 뿌리부터 튼튼하지 않았나 싶다.


비지니스에서는 고객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한 번의 실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한 번의 불쾌한 경험 때문에 고객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경쟁사로 발길을 돌려버린다. 한 번 각인된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처음부터 고객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 p.26


깨진 유리창에 대해 부인하거나 변명하지 마라. 문제를 인정하고 문제와 부딪쳐라. 그리고 극복하라. - p.37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허투루 보지 않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지켜보면서 쳐내고 다시 심으면서 숲을 이루는 것처럼 비지니스의 시작과 끝은 세밀한 차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단순하게 비지니스를 하는 이들을 위한 책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깨친 유리창이 없는지 살펴보는 책이기도 했다. 비지니스의 헛점을 돌이켜 보고 그것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 내가 나태해진 부분은 없는지, 대충, 적당히 일을 하며 하루하루의 시간을 보내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이 있다면 빨리 인식하고, 판단해서 빠른 시일 안에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만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 개인적인 고질병 또한 문제가 크고, 그런 것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야기시키는지 깨닫기 전에 예방한다면 한층 더 나를 더 높이 키우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가장 기본적인 것의 변화라는 생각이 들어 재밌게 읽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 생각이 많아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안내서
이나 루돌프 지음, 남기철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민한 것들에 대해 벗어나는 기술!



예전에는 시대적으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없었기 때문에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했다. 더 크고 더 좋은 것, 넓은 것, 많은 것을 선호했다면 요즘은 다각도로 변화하는 시대이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넘어 다변화된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 때문인지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모든 것이 빠르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것을 사먹고, 살 수 있는 것들을 돈만 지불하면 살 수 있다보니 풍요롭지만 마음이 텅 빌 때가 많다. 물질로 얻을 수 있는 충족은 이미 어느 정도 사람들 마음에 욕구를 채웠지만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것 같다.


이전과 달리 과학기술이나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어느 시기를 비할 바 없이 좋은 세대를 타고 태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시대적인 변화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 막막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는 베개에 닿았다하면 손에 꼽을 만큼 수를 세지 않아도 깊은 잠에 들었다면, 요즘은 뒤척이는 시간도 많아졌다. 불면증이 심하지는 않지만 예민하게 잠이 들고, 깰 만큼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단순히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잘 못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행동으로 인해 여러 갈래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때로는 여러 갈래의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걱정이 스며들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가 괴롭히고, 헝클어버린 생각들을 마주 할 때면 나 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참 많다. 저자인 이나 루돌프는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탤런트이자 영화배우, 소설가, 현재는 사람들의 심리를 상담해주는 코칭 전문가로 할동하고 있다. 기민한 그녀의 속성으로 인해 홀로 걱정하고 아파하는 모습에 스스로의 문제점을 찾고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조언하는 책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우리가 찾는 원인은 대부분 자신의 내부에 있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문제점, 자신의 살을 자신이 갉아먹는 방식을 벗어나 '변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책에서는 이 방법을 '뒤바꾸기'라고 표현한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고, 삶의 '뒤바꾸기'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쉬이 실천하기가 쉽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일상생활에서의 아주 작은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때론 우리가 기민하게 느끼거나 혹은 느끼지 못한 선택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작은 불씨 하나로 인해 겪었던 소소한 고충들에 대해 이나 루돌프는 자신이 겪었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어 읽으면서 내내 자신의 색깔 혹은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바꿀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총 9가지 뒤바꾸기에 대한 챕터마다 연습코너를 통해 나의 상황을 생각해보는 구간이 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것이 진짜인지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할 때 마음 상태는? 마지막 4번째 질문은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내 마음은 어떤지를 질문에 답을 떠올리며 내 행동들, 마음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알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적용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 시도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았던 책이다. 때론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집스럽게 자신의 취향을 고수하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고삐를 조금 풀어줌으로서 한발짝 물러서서 다르게 선택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요즘들어 삶의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고 싶었던 마음이었기에 그녀의 조언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스며드는 책이었다.


---


너의 생각에 주의해라, 생각이 말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말에 주의해라, 말이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행동에 주의해라, 행동이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습관에 주의해라, 습관이 성격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성격에 주의해라, 성격이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탈무드》(p.5)


모든 문제는 자신의 내부에 있다. 삶을 바꾸는 힘은 내 안에 있다. Reverse, 즉 '뒤바꾸기'는 스스로 삶을 바꾸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 4가지 질물을 던지고 답하면서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 p.9


쌓이고 쌓이다 보면 거대한 산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사소한 일이지. 자신 있게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마음을 짓누를 수 있거든." - p.96


삶은 기본적인 만족감에 의해 바뀐다. 내가 진정 원하면서 기쁨을 느낄 때마다 순간순간 바뀐다. - p.199


우리는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전부 버리고 인식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알아야 할 일이 많으며, 골머리를 앓을 일은 많지 않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서 배우고 명심해야 할 게 많다. 휴식과 평화의 중요성도 크다. 보잘것없는 작은 인간으로서 저항하거나 무언가를 끝없이 부가할 필요는 없다. 의견, 의미. 해석도 필요 없다. 어쩌면 그로 인해 우리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 p.240


나는 몇가지 일에서 깨우침을 얻었다. 이젠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이제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해심을 가지고 나 자신과 대면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달만 뒤바꾸기를 연습하면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 p.269~2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앓아
이해음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잔잔한 사랑이야기.



경해연: 하나뿐인 혈육인 오빠 수현을 잃고,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작가로서 활동한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작가중 도연우를 좋아한다.


도재영: 혜연이 아르바이트하는 카페 사장님. 몇 년전 그가 가장 힘들었을 때 모든 것을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내던지려고 했을 때 혜연과 마주하게 된다. 기적처럼 그때 그 순간 울먹이던 혜연을 보면서 다시 살아갈 희망이 생겨났다. 운명처럼 처음 카페를 차렸을 때 알바생으로 혜연이 등장하면서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보는데...


도연우: 작가인 그는 도재영과 이복형제로 형인 재영에게 다가가려 하나 재영이 곁을 잘 내주지 않는다. 다감한 것 같으면서도 그의 엄마와 판박이 같은 성격으로 제멋대로이기도 한 남자다.


이해음 작가의 <너를 앓아>는 이야기의 고조없이 잔잔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소설이다. 하나 밖에 없는 오빠 경수현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그녀 옆에 늘 그림자처럼 혹은 키다리아저씨처럼 챙겨주는 카페 사장님 도재영이 있다. 그녀의 끼니를 챙기고, 그녀가 먹고 싶어하는 고기를 마음껏 사주는 사람. 늘, 곁에 있어서 그를 남자가 아닌 고마운 카페 사장님으로만 생각한다.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는 작가가 아니다 보니 작가로서 큰 신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늘, 글을 쓰고 사는 그녀에게 출판사에서 수고했다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회 표를 선물한다. 두 장을 받은 그녀는 재영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만 왠일인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그는 마지 못해 가게된다.


혜연이 그토록 좋아하는 작가인 도연우는 사실, 재영의 이복형제였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동생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그런 재영의 마음과 달리 마음대로 그의 집에 들어가지만 생각만큼 반가워하지 않는 재영에게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멀리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연우는 혜연에게 다가서고, 늘 한 뼘즘 멀리 거리를 두고 있는 그는 연우의 행동에 조급함을 느끼게 된다. 다정다감 혹은 일단 들이대는 그의 모습에 혜연은 설레이게 되지만 연우의 뒤에 막강하게 있는 그의 엄마와 여자친구 혹은 그냥 친구인 미나의 등장으로 상처를 받는데...


이야기가 평이하게 그려져 있어 남자 주인공인 재영이 크게 두드러나지 않는 작품이다. 혜연의 캐릭터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물에 스며들듯 너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너를 통해 스며들듯 생채기를 아물어가는 과정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표지에 그려진 것처럼 여백이 많은, 잔잔한 이야기였다.


"재영아. 여기가 내 인생의 끝이구나, 했을 때 나에게 네가 찾아 왔듯이 너에게도 언젠가 그런 빛이 찾아올 거야."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틋한 그리움이 남는 시어들.


시를 깊이 탐독 할 눈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의 시 '풀꽃'을 참 좋아한다. 시는 소설과 달리 단어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지만 짧은 문장에서도 읽고, 또 읽어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누구나 그의 읽노라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릴만큼 편안하면서도 애틋하고, 아련한 그리움을 담은 시를 썼다. 그의 신작 시집인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역시 현란한 기교없이 시인의 마음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총 4부작 중 1부와 2부, 3부에서는 너를 생각하며 그리는 마음이 아련하게 드러난다. 계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다리는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너에게 언제든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잡힌다. 추운 긴 겨울을 지나 봄날의 햇살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인지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살랑살랑이는 봄을 연상되기도 하고, 때론 시인의 나이가 짐작되는 시대가 묻어나는 작품도 보인다. 4부는 시인의 아내와 지인들에 관련해 시를 썼다.


아마도 그의 지인들이라면 4부가 므흣한 미소를 짓겠지만 개인적으로 1부와 3부의 시들이 좋았다. 누군가 특정하게 '너'라고 콕찝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그리는 마음으로 시를 읽었고, 그런 마음이 아스라히 전달되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만나면 더없이 좋지만 만나지 않아도 너를 그리는 마음이 좋았던 시들이 많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글귀처럼 너와 네 시에 만날 약속을 했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할 거라던 그의 이야기가 꼭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설레임이 묻어난다. 아이같은 천진함이 묻어나오기도 하고 자연 그대로 바람의 결따라 개울물의 물길따라 둥실둥실 넘어간다.


---


개울 길을 따라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고

개울물이 소리를 내고 있었고

꽃이 피어 있었고

꽃이 고개를 흔들고 있었고


저게 누굴까?

몸을 돌렸을 때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선 얼굴


네가 너무 예뻤던 것이다

그만 눈이 부셨던 것이다


그 길에서 그날 너는

그냥 그대로 개울물이었고

꽃이었고 또 개울물과

꽃을 흔드는 바람결이었다.



봄은 아프다


봄은 아프다

아니 봄만 되면

크게 한 번 앓는다

생일이 봄이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다시 한 번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느라고

그렇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봄이 되어 피어나는

꽃이나 새싹들도

아파서 꽃이나

새싹으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