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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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그리움이 남는 시어들.


시를 깊이 탐독 할 눈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의 시 '풀꽃'을 참 좋아한다. 시는 소설과 달리 단어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지만 짧은 문장에서도 읽고, 또 읽어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누구나 그의 읽노라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릴만큼 편안하면서도 애틋하고, 아련한 그리움을 담은 시를 썼다. 그의 신작 시집인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역시 현란한 기교없이 시인의 마음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총 4부작 중 1부와 2부, 3부에서는 너를 생각하며 그리는 마음이 아련하게 드러난다. 계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다리는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너에게 언제든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잡힌다. 추운 긴 겨울을 지나 봄날의 햇살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인지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살랑살랑이는 봄을 연상되기도 하고, 때론 시인의 나이가 짐작되는 시대가 묻어나는 작품도 보인다. 4부는 시인의 아내와 지인들에 관련해 시를 썼다.


아마도 그의 지인들이라면 4부가 므흣한 미소를 짓겠지만 개인적으로 1부와 3부의 시들이 좋았다. 누군가 특정하게 '너'라고 콕찝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그리는 마음으로 시를 읽었고, 그런 마음이 아스라히 전달되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만나면 더없이 좋지만 만나지 않아도 너를 그리는 마음이 좋았던 시들이 많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글귀처럼 너와 네 시에 만날 약속을 했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할 거라던 그의 이야기가 꼭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설레임이 묻어난다. 아이같은 천진함이 묻어나오기도 하고 자연 그대로 바람의 결따라 개울물의 물길따라 둥실둥실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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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길을 따라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고

개울물이 소리를 내고 있었고

꽃이 피어 있었고

꽃이 고개를 흔들고 있었고


저게 누굴까?

몸을 돌렸을 때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선 얼굴


네가 너무 예뻤던 것이다

그만 눈이 부셨던 것이다


그 길에서 그날 너는

그냥 그대로 개울물이었고

꽃이었고 또 개울물과

꽃을 흔드는 바람결이었다.



봄은 아프다


봄은 아프다

아니 봄만 되면

크게 한 번 앓는다

생일이 봄이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다시 한 번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느라고

그렇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봄이 되어 피어나는

꽃이나 새싹들도

아파서 꽃이나

새싹으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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