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별빛 서정시학 이미지 시집 10
윤후명 지음 / 서정시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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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문학의 길,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아름다운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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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씨크 명랑 - 근대 광고로 읽는 조선인의 꿈과 욕망
김명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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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광고로 읽는 조선인의 꿈과 욕망 모던 씨크 명랑>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반도 조선인의 삶은 힘들고 서러웠다. 자유를 빼앗기고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은 잃어버린 채 모순과 부조리, 억압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많은 시간 굶주림과 노동에 시달리면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했다. 내가 인식하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는 그런 시기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신문 지면에 쏟아져 나온 광고들을 보면 나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은 그러했을지라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밀려오는 신문물을 체험하고 누리며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관점을 달리 하여 그 시대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재미있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빠른 속도로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자본주의 사회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신문명과 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들은 새로운 과학문명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신기해했다. 나름 그것을 즐기고 향유할 줄도 알았다. 소수의 부유층과 지식층은 시대와 상관없이 소유하고 싶은 상품들을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최첨단 문명을 경험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무엇보다도 광고가 그것을 알게 해준다. 특히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2부 환락의 경성 근대의 에로티시즘은 참 흥미롭다. 광고에 나오는 카피만 보더라도 현대의 성인물들을 압도한다.

 

여성 유두까지 드러낸 삽화 참 야릇한 광고법일세여성 모델 벗기기

벗은 몸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들려는 섹스어필 마케팅은 이 땅에서 언제쯤 시작됐을까. 뜻밖에도 조선시대와 근대가 뒤섞여 있던 1920년대의 신문에서 여성의 몸을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노출의 수위가 오늘날보다 더 높다. 경성 거리에 소달구지와 갓 쓴 어른들이 돌아다니던 시대의 광고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화장품에서부터 소화제, 피부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의 광고에서 여성들을 벗겼다. 85.p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에로티시즘이다. 대부분의 것들이 검열되었던 시절, 모두가 볼 수 있는 신문광고에 야한 광고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재미있다. 상품을 팔기 위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은 과거나 현대나 다르지 않다.

 

 또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그림이 등장하는 광고도 있다. 1930년대부터 미키마우스는 우리 광고 속에 등장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352월 조선일보에 실린 기침약 광고에서는 미키 마우스가 열심히 스키를 타고 있고, 19381월 조선일보에는 하신 백화점 세일 광고에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는 우리 민족에게 암울한 시대였지만, 정치적 현실을 떠나 경제, 사회, 과학적인 면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였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현재보다 다양한 면에서 급변하고 있는 다이내믹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 변화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대다수의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앞서나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간사한 상술과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착취해간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까지 분유를 먹자고 광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아가 현재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 1930년대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까지 발견하게 된다.

 

  광고는 그 시대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매체이다. 당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소비하며 살았는지 알게 해준다. 우리가 교과서나 문학작품을 통해 알고 있는 암울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당시 사람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게 되어 새로웠다. 고정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의 생각과 지식도 성숙하고 확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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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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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순간 포착된 우리의 삶.
삶은 웃음과 눈물, 황당함, 허망함, 짜릿함과 어이없음 등등
그 밖의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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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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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무정함과 건조한 체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해 가고 그런대로 주어진 상황에 잘도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때 사랑했거나 미워했던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점점 무덤덤해지고 익숙해지는 모습에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쌓아 올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속은 텅 비어 버리고 생기를 잃은 채 관성의 법칙대로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나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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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가지 이야기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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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샐린저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아홉 가지 이야기>중에서

 

- “……그놈들은 바나나가 잔뜩 들어 있는 구멍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지. 구멍 속으로 헤엄 치고 있을 때는 보통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돼지처럼 굴어. 나는 바나 나가 있는 구멍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서 자그마치 일흔여덟 개의 바나나를 먹어치우는 바나 나피시를 알고 있어.”

그렇게 뚱뚱해진 뒤에 그 물고기들은 당연히 구멍에서 도로 나올 수가 없어. 구멍 입구에 몸이 맞질 않으니까.”

그놈들은 어떻게 되는데요?”

바나나피시.”

그렇게 많은 바나나를 먹은 뒤엔 그 물고기들이 바나나 구멍에서 나올 수가 없을 거란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래요.”

……시빌, 네게 얘기해주긴 싫다만, 모두 죽는단다.”

왜요?”

글세 바나나 열병에 걸려서. 무시무시한 병이야.”

저기 파도가 와요.”

우린 그걸 무시해야 돼. 밀쳐버리는 거지.”

둘 다 시큰둥해하는 거야.”

 

샐린저의 <아홉 가지 이야기>를 펼치면 다음과 같은 화두가 써져 있다.

두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리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는 어떤 것일까?

 

작가가 화두를 잡고 쓴 소설들이니 그 화두를 붙잡고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대부분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젊은 남자와 집을 떠난 딸과 엄마의 대화가 시작되고, 또 해변에서 젊은 남자와 어린 여자아이가 바나나피시를 잡으며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 부분 엘리베이터 안에서 젊은 남자와 낯선 젊은 여자가 몇 오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호텔방으로 들어온 남자는 옆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이 ‘1948년 정신적 매춘부라고 부르는 여자를 바라보며 권총자살을 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들은 도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답답했다. 독자를 무시한 채 작가가 혼자 허공에 대고 손바닥을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는 답답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고  서평들을 읽다가 샐린저 세계대전과 나치강제노동수용소를 목격하고 그가 알게 된 사실을 무시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젊은 남자에 대한, 어쩌면 샐린저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을 알고 다시 읽으니 소설이 다시 읽혔다. 여기저기 샐린저가 숨겨 놓은 힌트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의 은유적 표현들이 마음에 들었다. 한 손바닥으로 나는 소리는 그 손바닥이 무엇과 마주치느냐에 따라 다양한 소리들을 내게 될 것이다.  오늘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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