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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헛간을 태우다>를 다 읽고 후배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주었다. 유아인이 현재 찍고 있는 영화의 원작이라는 말과 함께.
단편이라 그런지 한 시간 동안 소설에 푹 빠져 읽어 내려간 후배는 내게 소설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소설이 너무 어려워요. 결국 그 사람의 헛간이 여자였나요?"
"글쎄?"
무엇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 해 줄 수 없지만 나는 <헛간을 태우다>를 읽고나서 남자가 태우고 싶다는 헛간이 무엇인지 알것 같았다. 나만의 해석일 수 있겠지만,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과 행동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없애버리고 싶은 모든 일들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그것이 태우고 싶은 헛간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가까이 있고, 깊이 숨겨져 있는 나만의 헛간들 말이다,
'마지막 헛간은 건널목 옆에 있었다. 약 6킬로미터 지점이다. 정말이지 완전히 버려진 헛간이다. 선로를 향해 펩시콜라의 양철 간판이 걸려 있다. 건물은 - 그런 것을 건물이라고 불러야 할지 자신이 없지만 - 거의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그가 말한 대로, 누군가 태워주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75.P)
때로는 내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불태워지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 내게 먼저 다가와 손 내밀어 주기를 바라게 된다. 누군가 나의 의지를 꺾고 내 안의 나를 꺼내주기를 바랄 때가 있다. 나만의어두운 헛간을 태워주기를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그 남자의 헛간이 바로 그 여자였을까?
그 여자는 어디로 갔을까?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 생각해보니 섬뜩한 기분이 든다.